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51화 (136/265)

< 151 >

동민이 기본 동작을 바꾸고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이염걸도 텐션을 끌어 올렸다.

비교적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았던 동작들이 짧고 강해졌고, 몸의 치명적인 급소만 골라서 공격이 들어가자 이염걸 역시 집중하며 방어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역량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지 치명적인 한 방은 당하지 않았어도 작은 타격이 동민의 몸에 누적되어 갔고, 결국 항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 더 하다가는 온몸에 멍이 들고 몸살로 누워 버리겠네요. 제가 졌으니 여기까지만 하죠.”

“군대에 가더니 무서운 기술들을 배웠구나. 효율성으로 따지면 네가 배운 기술이 더 좋을 수는 있겠지만, 사용할 일이 없었으면 한다. 대신 중급 동작들을 알려 줄 테니 앞으로 매일 연마하도록 하거라.”

이염걸을 훌륭하게 성장한 제자의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며 더 어려운 숙제를 내려 주었다.

두 사람의 대련과 훈련을 지켜본 군인들은 눈앞에서 펼쳐진 화려한 장면에 끓어오르는 피에 서로 푸닥거리며 쿵푸 동작을 따라 했다.

한바탕 청년들의 홍콩 액션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 동민은 이염걸과 함께 국방홍보원장 앞에 앉아 있었다.

“김동민 일병이 특이한 사람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 이염걸 씨가 직접 찾아올 줄은 생각하지 못 했군요.”

“저 때문에 부대가 소란스러웠다면 죄송합니다.”

“그 반대죠. 덕분에 사기가 많이 올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민이 복무 중인 국방홍보지원대는 국방홍보원 산하에 있었는데 특이하게 국방홍보원장은 군인이 아닌 외부 방송국이나 기자 출신이 맡고 있었다.

아무래도 민간인이 최종 상사이다 보니 부대 분위기가 살짝 자유로운 편이기도 했고, 그도 동민을 잘 알고 있기에 편하게 대해 주었다.

중국어가 능숙한 동민이 통역을 하고 홍보원장과 이염걸이 대화를 나누다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혹시 한국에 조금 더 머무실 수 있으시면 우정의 부대에 특별 출연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염걸 씨의 무대를 보면 군장병이 기운도 나고, 많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마침 스케줄이 여유 있는 편이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무대에는 다니엘과 함께 올라갈 생각이니 그때까지 합을 맞출 수 있도록 연습 시간을 주시죠.”

안 그래도 이염걸은 동민을 교육시키고 싶었는데 군대에 있다 보니 시간이 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홍보원장의 제안을 듣고는 일주일간 동민을 빡세게 굴리기로 마음먹었다.

“김동민 일병 이외에도 무대에 함께 올라갈 인원이 필요하시면 얼마든지 지원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출연료는….”

이염걸 정도 되는 스타가 무료로 무대 위에서 무술 시연을 할 수 없기에 홍보원장이 걱정했지만, 딱히 출연료 욕심이 없었던 이염걸이 초대 가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잘 합의했다.

하지만, 동민은 그동안 잘 풀린 군 생활로 편하게 지내던 일상에서 이염걸에게 하루 종일 혼나며 훈련받는 지옥주를 보내야 했다.

일주일이 금방 지나 우정의 부대 촬영 날이 찾아왔고, 동민은 방송국 차량을 타고 이염걸과 함께 전방 수색부대가 있는 강원도 깊은 산골로 이동했다.

“여러분. 오늘 전방에서 고생하는 장병을 위해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와 계십니다. 이분은 중국에서 신동으로 불리며 여러 번 무술대회에서 우승했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홍콩 영화에도 출연했었습니다. 모두 큰 함성과 함께 환영해 주십시오. 이염걸~!”

“와~~~!”

우정의 부대에 깜짝 손님으로 이염걸이 나타나자 장병들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하다 금방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동민의 통역으로 뽀빠이 아저씨와 간단하게 인터뷰를 진행했고, 금방 무술 시연에 들어갔다.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봉술을 선택했고, 동민과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진 특수부대원이 목검을 들고 이염걸을 위협했다.

모두 운동신경이 아주 뛰어난 이들이라 아크로바틱한 동작들을 멋있게 소화했고, 영화관이나 비디오로 보던 이염걸의 시연을 직접 보게 된 장병들이 뜨겁게 호응했다.

“이렇게 많은 남자들 앞에서 시연을 보이는 건 처음인데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 젊은 에너지를 받아 가는 기분이야.”

“관중 호응도는 군부대가 최고죠.”

이염걸도 특별한 경험에 만족했고, 시연이 끝났어도 바로 돌아가지 않고 동민의 옆에서 통역을 들으며 우정의 부대를 끝까지 관람했다.

마지막에 우정의 부대 하이라이트인 어머니와 조우하는 프로그램까지 보았고, 이염걸도 어머니와 아들이 상봉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을 보였다.

“나도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무술 훈련을 받으면서 자라 왔거든. 병사들의 모습을 보니 내 생각도 나고,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똑같다는 게 느껴지네.”

“저도 벌써 여러 번 봤는데도 볼 때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여기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울고 있으니 눈물을 보였다고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염걸은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만족해하며 홍콩으로 돌아갔고, 동민에게 다시 확인하러 올 테니 수련을 빼먹지 말고 꾸준히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이염걸이 돌아가자 미국에서 동민을 찾는 국제 전화가 걸려 왔다.

“다니엘. 어떻게 된 거예요? 더 늦기 전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요.”

“아. 미안해요. 거의 정리가 끝나 가는데 최근에 계속 바빴네요.”

“혹시 정해진 게 있으면 일부라도 알려 줘요. 먼저 진행을 해야겠어요.”

기다리다 지쳐 먼저 연락이 온 닐에게 그동안 정했던 영화를 순서대로 말해 주었고, 각각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도 알려 줬다.

“그래도 완전히 놀고만 있지는 않았네요. 이 정도면 반 이상은 한 것 같은데요?”

“일단 확실히 중요해 보이는 영화를 먼저 고른 거예요. 아직 몇 편 남아 있긴 한데 수익 면에서는 먼저 선정한 영화들보다는 별로일 것 같아서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었네요.”

“그럼 알려 준 영화들 먼저 진행할 테니 나머지도 최대한 빨리 말해 줘요. 다니엘 사인이 없어도 일단 자금을 투입하긴 하겠지만, 정산받으려면 사인이 들어간 정식 서류가 필요하니 준비되는 대로 찾아갈게요.”

닐의 재촉에 동민은 그동안 투자 여부로 고민하고 있던 영화 시나리오를 꺼내 들었다.

“투자를 하자니 돈이 안 되고, 투자를 말자니 감독님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영화가 워낙 명작이라 아쉽기도 하네. 이전 영화에도 투자를 안 했으니 이번에는 해 드려야겠지?”

동민을 한동안 고민에 빠트린 영화는 팀 볼튼의 마스어택이었다.

내년에 비슷한 영화로 독립기념일이 큰 수익을 벌어들이지만, 팀 볼튼의 마스어택은 B급 감성으로 미국을 까 내려가는 내용이라 7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북미에서 겨우 3,770만 달러만 흥행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다행히 독립기념일 영화 때문에 반미감정이 생긴 해외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총수익 1억 달러를 넘기긴 하지만, 겨우 본전만 회복할 뿐 딱히 수익이 남지는 않는다.

다행히 2차 시장에서도 꾸준히 소비되긴 하지만, 팀 볼튼답게 흥행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작인 에드 우드에서 B급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 대한 찬미를 이번에도 이어서 만든다는 의미도 있고, 복고풍의 느낌을 살려 1950년대 소품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쪽을 중점으로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영화이기도 한데 B급 영화치고는 명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특히 배드맨에서 악연이 깊었던 잭 니콜스 같은 경우는 스스로가 일인 다역을 제안할 정도로 영화에 진심이었고, 여러 배우가 팀 볼튼의 영화적 비전에 동의해 적은 출연료로 참여한다.

“골 때리는 장면이 많긴 하지만, 그만큼 임팩트가 강해서 여러 장면이 오마주 되기도 하지. 다른 영화에서 돈을 벌면 되니까 여기에는 700만 달러만 투자 하는 거로 해야겠다.”

팀 볼튼과의 인연이 있기도 하지만, 돈을 날리지는 않기에 적당히 1/10만 투자하기로 결정 지었고, 다음으로 동민의 친한 친구인 드류 배리무어가 출연하는 영화에도 투자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집어 들었다.

“이 영화가 지금 만들어졌구나. 어떻게 보면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여러 의미로 센세이션 하기도 하지.”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호러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명작이 되는 작품으로 1980년대 할로윈 시리즈,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나이트메어 시리즈와 오맨 시리즈가 불러일으킨 호러 붐 이후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개봉도 못 하고 비디오 매장으로 직행하는 죽어 가는 호러 시장을 되살리는 영화였다.

포스터와 트레일러에 가장 인지도가 높은 드류 배리무어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당연히 그녀가 주인공일 거라 생각하지만, 등장하자마자 남자친구와 무참히 살해당하고 영화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아주 저렴한 제작비인 1,400만 달러로 만들어져 미국에서만 1억 3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전 세계적으로 1억 7,300만 달러 수익을 내면서 엄청난 흥행을 할 뿐만 아니라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크게 호평을 받는다.

프랑스 비평지 카예 뒤 시네마에서도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뽑았을 정도이고, 고스트페이스라는 오랜만의 스타급 호러 영화 악당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이 영화가 개봉한 이후 할로윈에는 고스트페이스를 쓰고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들이 돌아다니게 된다.

슬래셔 호러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게 되는 스크리밍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참신함에 있었다.

기존 호러영화가 뻔한 전개와 빈약한 줄거리를 보강하기 위해 강도 높은 고어 씬과 성적 어필로 때우던 것에 비해 오히려 잔혹함의 수위를 낮추고 잘나가던 젊은 유명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여 일반 관객의 접근성을 높인다.

살인 게임을 보는 듯한 경쾌하고 지능적인 전개와 기존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비틀고 농담을 섞어 장르 자체를 패러디하면서 소위 공포 영화의 법칙을 유행시키기도 한다.

스크리밍 1편의 대성공으로 비슷한 포멧의 아류작이 쏟아져 나와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하이틴 공포 스릴러물을 다시 메이저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업적을 달성한다.

동민이 이런 잭팟 영화에 투자를 놓칠 리가 없었고, 통 크게 1,400만 달러의 제작비 중 1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행히 스크리밍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호러 영화는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나 있었기에 경쟁자 없이 쉽게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면 드류한테 따로 선물이라도 보내줘야겠네.”

마스어택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스크리밍으로 큰 수익을 남기게 된 동민은 기분 좋게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에도 친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탐 형은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미션 불가능을 찍고 바로 다음 영화에 들어가네. 거기다 두 영화 모두 흥행시키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아.”

동민이 들고 있는 영화에는 주인공으로 탐 크루스가 출연했고, 여주인공으로는 좋아하는 배우인 르네 젤웨거가 연기를 맡았다.

카메룬 크로우 감독의 작품으로 뛰어난 완성도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빚어진 웰메이드 드라마 걸작 영화라는 대호평을 받게 되고, 탐 크루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 잡는다.

주연으로 출연한 쿠바 쿠딩 주니어가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쇼미더머니라는 대사가 이 영화로 인해 유명해진다.

< 151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