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48화 (133/265)

< 148 >

“너무한 거 아니에요? 휴가도 짧고 바쁜 건 알고 있지만, 일은 하고 가야죠.”

“일하려면 집중도 해야 하고, 자료 조사도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부대에 복귀하면 금방 결정하도록 할게요.”

동민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닐이 찾아와 투덜거렸다.

내년에 투자할 영화를 선택해야 할 시즌이 돌아왔는데 황금 같은 기회를 얻어 미국까지 온 동민이 투자 계획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인들만 만나며 시간을 보내자 기다리던 닐이 폭발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찾아가야겠네요. 여기 내년에 만들 영화 관련 서류를 다 뽑아 왔으니 확인해 보고 결정 나면 연락 주세요.”

“확인해 보고 보름 안으로 이 메일을 보낼 테니 닐이 한국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어요.”

“그래도 최종적으로 직접 사인을 받아야 하니까 만나긴 해야 해요. 이 메일로는 확정된 영화만 알려 줘요. 그럼 투자 서류를 만들어서 찾아갈게요.”

닐을 두 번 움직이게 해서 미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황금 같은 휴가 기간에 서류를 들여다보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확인하고, 부대에서 선별한 다음 닐에게 확정 메일을 보내주기로 했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제시카를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거 아니야? 낮에는 나 학교 가고 저녁에도 오빠가 바빠서 몇 번 만나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미국 와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제시카니까 이해해 줘. 인사해야 할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

“아쉽긴 하지만, 잠깐이라도 와 줘서 좋았어. 그리고 달라진 모습도 보기 좋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석양이 지는 해변에서 제시카와 시간을 보내다 늦게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평소라면 제시카의 부모님이 통금 시간을 어긴 딸을 혼냈겠지만, 동민이 군대에서 휴가 나왔다는 걸 알고는 집에 늦게 오더라도 용서해 주셨다.

“두 달만 있으면 겨울 방학이니까 한국에 오빠 보러 갈게.”

“크리스마스에는 나도 부대 안에 있을 것 같으니까 휴일은 가족이랑 보내고 시간 괜찮을 때 와. 한국까지 와서 잠깐만 보고 돌아가는 것도 내가 미안해서 오라고 못 하겠네.”

“오빠가 지내는 곳도 한번 보고 싶기도 하니까 꼭 갈게.”

하지만, 지난번 한국 방문에는 동민이 비행기와 여행 경비를 전부 지불해 주어 올 수 있었지만, 이번은 그녀의 부모님이 경비를 지원해 주지 못해 제시카는 한국에 못 오게 되고, 눈물로 방학을 보내는 바람에 그녀를 달래기 위해 동민이 다시 미국에 찾아오게 된다.

그렇게 짧고 아쉬운 휴가를 마치고 비행기에 오른 동민은 이번에는 군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일등석에 탑승했다.

“닐에게 설명해 주지 않고, 혼자 정하는 게 훨씬 더 빠르고 편하긴 하네. 그냥 흥행 순서대로 투자할 영화를 정해야겠다.”

다행인지 일등석 좌석은 업무를 보기에 군대 사무실보다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고, 동민은 닐에게 받은 서류를 쌓아 놓고, 빠르게 내년에 투자할 영화를 골라냈다.

“이번에 한국에서 국뽕이 들어간 군 홍보 영상을 만들었는데 역시 국뽕 영화가 돈 벌기에는 최고인 것 같아.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이 영화가 내년에 개봉하는구나.”

가장 먼저 동민이 투자하기로 결정한 영화는 독립기념일이라는 미국 국뽕이 한 스푼이 아닌 콸콸콸 들이부은 영화였는데 어찌나 미국뽕을 첨가했는지 영화의 개봉일도 독립기념일이었다.

사실 영화를 냉정하게 바라보면 꽤나 고증 오류도 많고, 스토리나 작품성도 그저 그런 작품이지만, 볼거리 하나와 ‘미국 최고!’ 덕분에 크게 흥행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고,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약점을 찾아낸 다음 외계인을 무찌른다는, 식상할 정도로 뻔한 클리셰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도시 상공을 전부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UFO와 백악관, US 뱅크 타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폭파 장면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를 충분히 한다.

재미난 일화로 이 영화의 소식을 듣고 너무 보고 싶었던 빌 클린턴 현직 미국 대통령은 개봉일 직전에 항공편으로 필름을 미리 공수해 백악관에서 시사회를 개최하고 가족과 함께 독립기념일 영화를 보게 된다.

클린턴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영화를 보게 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백악관이 터지는 장면에서 클린턴이 화를 낼까 두려워 자기 자리에 대통령 연기를 한 빌 풀만을 대신 앉혔는데 빌 클린턴은 백악관이 폭파되는 장면을 보고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기 집도 아니고 잠시 거쳐 가는데다가 업무 스트레스가 꽤 높은 직장이라 그런지 백악관이 폭파되는 장면에서 아주 즐거워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리고 영화의 정신 나간 설정 중 가장 대표되는 장면이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외계인들과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본다면 미국 대통령이 멋있고, 정말 나라와 인류를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설정인지 알 수 있다.

하여간 외계인을 물리친 7월 4일은 더 이상 미국만의 독립기념일이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독립기념일이라고 외치는 마지막 장면은 미국이 전 세계를 점령했다는 해석이 될 수도 있었고, 당연히 미국인들의 어깨에 뽕을 잔뜩 심어주는 영화가 된다.

제작비 7,500만 달러로 만들어진 독립기념일은 1996년 북미와 월드 박스 오피스 1위를 달성하는데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개봉해 북미에서만 3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세계적으로 5억 1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최종적으로 8억 1천 700만 달러를 벌어들이게 된다.

동민은 총 제작비의 1/3인 2,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역시 국뽕은 돈이 된다는 공식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과 우방국에서는 큰 흥행과 재미를 보지만,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꽤 많은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미국 내에서도 평론가들 사이에서 꽤 박한 평가를 받고, 팀 볼튼 감독은 대놓고 이 영화를 까기 위해 마스 어택이라는 영화를 만든다.

마스 어택은 B급 감성과 코미디를 섞어 만든 영화로 미국을 디스하는 바람에 미국에서는 흥행에 참패하게 되지만, 해외에서는 반대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빌 스미스가 이 영화로 외계인을 때려잡는 인간 대표로 자리 잡게 되지.”

빌 스미스는 이후로도 외계인을 물리치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고 오락용 SF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로 흥행 보증 수표로 발돋움하게 된다.

평소와는 다르게 가장 먼저 박스 오피스 1위 작품에 투자를 마친 동민은 편하게 내년에 두 번째로 많은 티켓 판매를 기록하는 영화를 찾았다.

트위스트라는 제목의 댄스 영화가 아닌 토네이도를 연구하는 기상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재난 영화였다.

아무래도 재난 영화 특성상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9,2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를 투입하게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5억 달러에 조금 부족한 4억 9,4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큰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게 되는데 태풍은 알아도 토네이도에 관해서는 생소했던 한국인에게 둘로 쪼개지거나 반대로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고, 농가의 건물을 완전히 인수 분해하는 모습과 야외 영화관을 말 그대로 개박살 내는 토네이도는 엄청난 비주얼 충격을 선사해 준다.

특히 마지막에 초대형 토네이도의 등장에 죽어라 도망치던 주인공들이 마음을 바꿔 다시 토네이도로 달려드는 장면은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게 된다.

그야말로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에서 보기에 최적화된 영화로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동민은 트위스트에도 총 제작비의 1/3에 다다르는 3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영화 트위스트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기상 과학자들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에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폭풍 추격대(Storm Chasers)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데 처음에는 익스트림 스포츠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거나 양덕의 이상한 유흥거리로 이해되었지만, 점차 과학화되고 전문화되면서 각종 최첨단 관측기기를 운용하고 장갑차 비슷한 차량을 타고, 토네이도를 찾아다니게 된다.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폭풍 추격대도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고, 영화의 주인공인 빌 팩스톤이 세상을 떠날 때 이들은 기상 센서 등을 이용해 팩스톤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트위스트에도 투자를 마친 동민은 96년에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영화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드디어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건가? 탐이 꽤나 고생하겠네.”

다음으로 선택한 영화는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방영된 인기 첩보물 드라마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도 외화 시리즈로 불리며 방영되었었는데 제5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미국 원래 제목은 미션 불가능이었다.

드라마에서는 미국 정부 소속의 첩보 기관들 중에서도 최고의 첩보 부대인 IMF 대원들의 활약을 그렸는데, 주로 정교한 작전과 전문화된 팀원, 겉멋 없는 첨단장비와 잔머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혼자 적진에 쳐들어가다 때려 부수는 009와 비교되었는데 지령을 내린 후 “귀관들이 적들에게 죽거나 붙잡혀도 장관님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정사정없는 멘트가 009와 대조되었다.

아무리 인기 드라마였다고 하지만, 1970년대 작품이 이제 와서 영화로 만들어지기는 힘들었는데 1988년부터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고, 꽤 흥행에 성공해 영화 제작이 확정되었다.

주인공으로는 당연히 탐 크루스가 이단 헌트 역으로 캐스팅되었고, 앤젤리나 졸리의 아빠인 존 보이트와 엠마뉘엘 베아르, 장 르노도 출연이 확정되었다.

미션 불가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여러 대표 장면들이 있지만, 가장 유명하고 오마주가 많이 되는 천장에 매달린 채 컴퓨터실에 잠입하는 신이 이번 영화에 나오게 된다.

미래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일반인들도 평소에 사용하게 되는 지문인식 시스템이나, 음성인식 장치, 망막 인식을 이용한 보안장치인 래티널 스케너가 영화에도 나오며 사람들은 최첨단 보안 시스템이라고 감탄한다.

가짜 얼굴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다니며 목소리를 변조하는 기술도 영화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영화 특성상 최첨단 기술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애풀이 본격적으로 지원과 투자를 한다.

그러한 이유로 영화에 등장하는 노트북은 모두 애풀의 파워북 시리즈고, 영화 내내 애풀 제품이 계속 등장하게 된다.

반면 적들이 사용하고, 멍청한 역할을 하게 되는 컴퓨터는 모두 IBM사의 노트북이 나오게 된다.

“프랑스 TGV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며 헬리콥터와 싸우는 장면도 명장면이지. 확실히 볼거리는 많은데 그만큼 탐이 고생하긴 하겠네.”

시나리오를 읽다 보니 탐 크루스가 할 고생이 눈앞에 훤히 보였고, 잠시 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미션 불가능 1편은 8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총 4억 5,769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동민은 최하 4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고, 어려울 경우 최소 2천만 달러를 넣기로 결정 내렸다.

미션 불가능의 시나리오는 부대에 돌아가서 조금 더 자세히 읽기로 했고,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 서류를 꺼내 들었다.

“벌써 흥행 4위 작품을 만드는구나. 역시 흥행 보증 감독은 시작부터 다르네.”

다음 작품을 찾은 동민이 재미있다며 시나리오를 확인했다.

< 148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