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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토니 스캇 감독의 합류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동민이 중간에서 조율을 열심히 하면서 성공적으로 공군 홍보 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한 일률적인 영상만 보다가 영화용 필름과 뛰어난 연출로 완성하고 스토리까지 입힌 토니 스캇 감독의 영상이 나오자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감탄을 넘어 국뽕을 치사량으로 들이켜고 있었다.
거기다 10년 전 톱건을 보고 공군에 지원한 파일럿들이 성장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기라 그들은 토니 스캇 감독에게 열성적으로 지원을 해 주었고,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더 뛰어난 홍보 영상이 만들어졌다.
“사실 별 기대 없이 새로운 경험도 하고, 사이드 프로젝트나 할 생각으로 한국에 왔는데 너무 재미있는걸? 이렇게 훌륭하게 내 요청을 실제로 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한국 사람들이 열성적이긴 하죠. 역시 토니 감독님이시네요. 지금 군 수내부에서 반응이 아주 뜨거워요.”
토니 스캇 감독은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감독의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모나지 않은 사람이었고, 할리우드에서는 작업자들과 평등한 위치에서 영화를 만들어 왔었다.
가끔은 싸가지 없는 배우나 스태프로 인해 스트레스를 자주 받아 왔었는데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에서 자신을 떠받들어 주는 경험을 하다 보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한국에서의 생활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해군에서 이번에 만든 영상을 보고 자신들 홍보 영상도 만들어 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하필 지난달에 감독님이 만드신 잠수함 영화 적색 바다가 한국에 개봉하는 바람에 더 난리네요.”
“그래? 아직 시간이 조금 있긴 한데, 해상 촬영은 난이도가 아주 높아. 거기다 잠수함 영화는 세트장 안에서 촬영해서 상황이 많이 다른데 잘 모르겠네. 이번에는 미군에 협조를 받지 못해서 프랑스 잠수함으로 영화를 만들었거든.”
부함장인 던젤 워싱턴이 함장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선내 반란을 일으키면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는다는 스토리 때문에 미군에서는 톱건 때와는 다르게 일절의 지원도 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살짝 삐져 있던 상황에 자신에게 100% 신뢰를 보이며 협조적인 한국군을 경험하니 기분이 좋아져 있었던 것이다.
“흠. 어떡한다. 시간을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일을 해 주는 건 아닐까?”
“군대와 함께 작업을 하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닌데 감독님 포트폴리오와 경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난 이미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에서 촬영을 해 봐서 경험과 포트폴리오는 충분하다고. 한국군에서의 협업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반대로 한국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
토니 스캇 감독의 말이 정확했고, 그는 사실 동민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긴 해야 하지만, 자네가 다음 영화에 투자를 해 준다면 남아서 홍보 영상을 더 만들어 주도록 하지.”
“야구 선수와 사생팬의 스릴러를 다룬 영화 말씀 하시는 거죠?”
“역시 잘 알고 있군. 광팬이라는 제목인데 로버트 드니러와 웨슬리 스나이퍼 주인공으로 나올 거야. 제작비가 5천 5백만 달러밖에 안 되니까 투자하기에도 부담이 없을 걸세.”
토니 감독의 다음 작품인 광팬은 비교적 저렴한 5천 5백만 달러로 만들어지긴 하지만, 북미 흥행 성적으로 1,800만 달러만 거두어들이면서 흥행 참패를 기록하게 된다.
당연히 동민의 투자 계획에서 빠져 있었는데 토니 감독이 한국까지 찾아와 도움을 주면서 투자하라고 하자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투자를 거절하고 이대로 돌려보내도 동민에게 손해는 없겠지만, 먼 미래에 국뽕 클럽 멤버로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대한민국 국방부가 합류하기에 군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바꾸기 위한 뛰어난 홍보 영상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지금은 노후화된 군사 장비와 구시대적인 군사 훈련으로 병사들을 갈아 넣으며 군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십 년간 축적된 실전 군사 데이터와 지속적인 방산무기 생산으로 인해 2020년 이후에 대한민국의 무기들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 날이 오게 된다.
지금 동민이 한국에서 만든 전차와 전투기가 유럽과 세계 각국으로 수출될 거라고 말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겠지만, 그만큼 불가능해 보이는 성과를 거두게 되고 당당하게 두유노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대한민국 국방부였다.
잠시 고민을 한 동민은 어쩔 수 없이 토니 스캇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가 군대에 있어서 정식으로 투자하기는 힘들어요. 개인 자금으로 투자를 할 수밖에 없으니 5백만 달러만 영화에 투자할 게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네. 자네가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 나머지 투자는 쉽게 받을 수 있을 거야. 잘 생각했네. 내가 대한민국 해군과 육군 홍보 영상도 기가 막히게 만들어 주도록 하겠네.”
비록 500만 달러를 달리게 되었지만, 홍보 영상 하나로 대한민국 군대의 위상이 올라갈 수 있기에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거기에다 토니 스캇 감독 바로 옆에서 그의 작업을 도우며 군사 관련 영상을 찍는 법을 직접 배울 수 있기에 수업료로 생각해도 500만 달러는 아깝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할리우드의 유명 투자자인 동민이 손해 보는 장사만 하지는 않았고, 특별한 조건을 추가했다.
“이건 너무 개인적인 요청이 아닌가?”
“그렇긴 해도 영화 시나리오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으니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알겠네. 자네가 요청한 대로 호찬 팍이라는 다져스 선수를 엑스트라로 출연시키도록 하겠네. 웨슬리에게 김치를 먹이는 건 시도는 해 보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니콜라스 게이지가 게서방이 되었다가 이혼하는 바람에 유일한 할리우드 서방인 웨서방에게 그를 위해 선행 학습으로 김치를 먹일 계획이었다.
웨슬리 스나이퍼는 1999년 뉴욕에서 한국인 여성을 만나 교제를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는데 이후로 개인적인 사고는 일으키지만, 가정적으로는 문제없이 잘 지내기에 한국인 사이에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게 된다.
미래에 배우자가 될 여성분을 만났을 때 김치를 먹을 줄 안다면 분명 가산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김치를 전파하기로 했다.
동민과 은밀한 방산 비리 뒷거래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토니 스캇 감독은 국뽕 한 스푼을 첨가해 만든 레드 머플러를 뛰어넘을 대작을 완성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작년에 잠수함 촬영하면서 고생했던 게 바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는 뛰어난 해군 사령관이 있어 시나리오를 짜기에는 아주 좋더군.”
“감독님이 저보다 한국 국뽕에 더 취하신 것 같은데요? 그래도 영상 하나는 기가 막히게 나왔네요.”
공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만든 영상을 확인한 해군에서는 더욱더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게 정말 대한민국의 해군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의 홍보 영상이 완성되었다.
미군에 비해 함수량이 훨씬 작은 순항함과 전함이지만, 근접 촬영을 하면서 더 크게 보이도록 했고, 해가 떠오르는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선미에 조선 해군 갑옷을 입은 이순신 장군이 올라탄 모습을 보여주면서 홍보 영상이 시작되었다.
시작부터 국뽕을 거하게 들이켠 영상은 상륙함에서 달려 나오는 병사들의 박진감 넘치는 모습과 고무 보트로 침투하는 해병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높여 주었고, 적절한 조명으로 아주 있어 보이게 찍은 잠수함은 대한민군 해군에 최첨단적인 느낌적인 느낌을 더 했다.
“이건 과장된 영상 같은데요?”
“촬영에 나온 전함과 잠수함은 모두 대한민국 해군에게 운영 중인 것으로만 촬영했으니 거짓은 아니지. 카메라 앵글과 조명으로 장점을 부각시키긴 했지만, 없는 걸 있다고 하지는 않았어.”
토니 스캇 감독은 있어 보이게 촬영하는데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동민은 바로 옆에서 직접 보았음에도 그의 실력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바로 따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동민의 촬영 실력도 급속도로 발전했고, 앞으로 그가 돌아간 이후로 혼자 우정의 부대 영상을 찍을 때 달라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에 영상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대한민국은 힘숨찐이라는 느낌이 들더군. 세계적인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던데 지금은 상업 선박만 만들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빠르게 대형 군함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도 군함이랑 상선에 들어가는 장비가 다르지 않나요?”
“미 해군의 최신 장비를 따라가긴 힘들겠지만, 가성비 좋고 사용하기 충분한 무기는 국내 생산이 가능해 보이더군.”
군대 관련 영화를 많이 찍다 보니 토니 스캇 감독은 준 군사 전문가의 식견을 가지고 있었고, 대한민국 방산사업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측했다.
토니 감독은 공군에 이어 해군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대한민국 군대와 작업하는데 빠르게 적응했고, 마지막으로 육군 홍보 영상 하나만 남겨 두고 있었다.
“육군은 촬영할 수 있는 부대가 너무 많아 고민이군.”
“전부 다 촬영하기에 한계가 있으니 감독님이 찍고 싶은 부대를 위주로 영상을 만드는 게 좋겠네요.”
“예전부터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있긴 했는데 마침 한국군이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더군.”
전투기와 잠수함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토니 감독의 마지막 소원은 기갑 부대 전투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차, 탱크가 서로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펼치며 강력한 화력을 뽐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위험도도 높고 육군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워 시나리오만 몇 편 작성해 두었었다.
“한국에서는 K-1이라는 자체 제작한 전차를 실전 사용하고 있더군. 105mm 52구경장 강선포와 120mm 44구경장 활강포를 장착한 전차 수만 1500여 대가 배치되어 있었어. 이 정도 규모라면 세계 4위 안에 들어가는 숫자야.”
간혹 88전차라고도 불리는 K-1 전차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산전차 개발 계획에 따라 개발되어 1984년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자체 개발이라고는 하지만 미국 측에서 기술 기원을 받았고, 그러한 이유로 M1 에이브람스와 유사한 외형을 가지게 되었다.
겉모습이 비슷하긴 하지만,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 특성상 엔진을 독일산으로 바꾸었고, 유기압 현가장치를 달아 각도 조절을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민은 한창 현역으로 활동 중인 K-1 전차보다 해외로 수출 되는 K-2 전차 영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95년인 지금은 차세대 전차를 개발을 하기로 결정만 내린 상황이라 K-2 흑표를 보기 위해서는 2014년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시나리오를 제출했더니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훈련 기간을 변경한다고 하더군. 노후화된 전차 5대를 폭파시키기로 했으니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겠어.”
토니 스캇 감독의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예정에도 없던 기갑훈련이 잡혀 버렸고, 인건비가 거의 무료에 가까운 대한민국 육군 장병이 수만 명 투입되면서 민간에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블록버스터급 전차 영상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 14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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