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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32화 (117/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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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년인 95년도에 투자할 영화는 모두 서명을 마쳤고, 이후로 투자해야 할 영화는 군대에 있으면서 결정할 예정이었다.

닐이 우편으로 서류를 보내주면 군대 안에서 투자 제안서를 확인하고, 그가 면회 오면 직접 사인하는 것으로 말을 맞추었다.

“계속 고민을 하더니 정말로 가네요. 안 가는 방법도 있던데 후회는 안 해요?”

“당연히 후회하는데 그래도 가야죠.”

미래에는 저출산으로 군인이 부족해 정말 심각한 이유가 아니면 대부분 군대를 가야 하지만, 지금은 20대 청년이 넘쳐흘러 적당한 핑계로 군대를 빠지기 쉬웠다.

수많은 연예인이 여러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고, 미국 시민권이 있는 동민은 한국 국적만 포기하면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국뽕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2년간 고생하기로 했다.

“군대 다녀오면 닐도 이직 준비해요. 2년 정도면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다니엘이 그만두라고 하면 이틀이면 되는데 2년이라니 너무 기네요. 그래도 확실히 준비는 하고 있을게요.”

동민의 전담으로 일하면서 많은 인센티브를 챙긴 닐은 어느덧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중역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가 그만둔다고 하면 회사에서 섭섭해 하겠지만, 조금만 자리가 잡히면 독립을 많이 하는 영화 투자 시장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동안 몇 번 동민의 법인으로 이직을 하려 했으나, 아직 고등학생이었고, 군대에 갈 거라 파라마운트 투자사에 계속 있으라고 했고, 제대를 하게 되면 더욱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라 이직 준비를 하라고 미리 알려 주었다.

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닐이다 보니 동민이 군대에 간다는 사실에 많이 안타까워했고, 어디서 들었는지 선물이라며 손목시계를 가지고 왔다.

“외부 소지품은 반입이 안 되는데 시계는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해밀턴이네요? 밀리터리 워치로 유명한 브랜드인데 잘 쓸게요. 마침 하나 사야 했는데 고마워요.”

닐에게 센스 있는 선물을 받았고, 그는 종종 면회를 가겠다며 군대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핸리 포터랑 마르틴이 쓰고 있는 왕좌의 전쟁도 잘 부탁해요.”

“종종 확인차 연락하고 있어요. 아직 집필 중이던데 완결 되면 초판 보내드릴게요.”

두 작가가 출판을 하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있었지만, 군대에 가게 되면 계약을 못 할 수도 있기에 지난여름에 미리 찾아가 출간 계약을 했던 것이다.

친한 사람들과 인사를 하다 보니 금방 한국으로 가야 할 날이 다가왔고, 떠나기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스티브 잡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군대에 간다고? 내년이면 장난감 이야기가 개봉하는데 지금 가면 안 되지.”

“배급 관련해서는 디주니에서 다 알아서 해 줄 건데 뭐가 걱정이에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닐을 통해서 연락 주세요.”

“뭐 2년 뒤에 돌아온다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가긴 하겠지. 징병제 국적을 가지고 있으니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잘 다녀오라고.”

“김치는 계속 보내드릴 테니 편식 하지 말고 채소도 골고루 먹어야 해요.”

“안 그래도 김치를 먹다 보니 속이 예전보다 훨씬 더 편하긴 하더라. 요즘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국 절에 종종 식사를 하러 가고 있어.”

스티브 잡서는 균형이 무너진 극단적인 채식으로 희귀암에 걸리게 되는데 지금은 동민이 꾸준히 김치와 산채 비빔밥을 먹여서 그런지 아주 건강해 보였다.

단백질도 섭취를 잘 안 했었는데 두부 요리를 몇 가지 알려 주었더니 요즘은 살도 조금 찐 것 같았다.

“리버 피닉서도 채식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던데 지금 한국에 있는 진관사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잡서도 한번 들려 봐요. 얼마 전에 다녀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잡서도 진관사에 관심을 보였고, 한국에 가게 되면 꼭 방문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민이 미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 진관사에서 태극기와 신문을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었다.

주지 스님이 여러 번 고맙다고 말했고, 꼭 다시 들러 달라고 하셨다.

며칠 뒤 리버 피닉서 때문에 다시 연락을 했는데, 동민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있는 주지 스님이 리버 피닉서를 잘 보살펴 주겠다고 했다.

스티브 잡서와 장난감 이야기와 퓍사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 작별 인사를 했고, 그대로 오마하에 있는 워런트 버핍을 만나러 갔다.

“네가 따로 투자했던 디주니 주가가 많이 올랐더구나.”

“그래도 마이크 소프트보다는 덜 오르지 않았어요?”

동민이 따로 투자를 부탁한 디주니는 디주니 르네상스를 겪으면서 주가가 폭등하고 있었다.

당연히 마이크 소프트도 주가가 폭등 중이었는데 내년에 윈도 95를 만들면서 윌 게이츠가 세계 부호 1위에 오르게 된다.

“마이크 소프트 성장세가 무섭긴 하던데 나는 전통적인 산업 외에 IT 쪽은 잘 모르겠더구나. 그래서 직접 투자는 하고 있지 않단다.”

워런트 버핍의 투자 스타일은 안전하며 성장성이 있는 저평가 된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었는데 당분간 불어올 닷컴 버블에 탑승하지 않으면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된다.

하지만, 훗날 버블이 꺼지면서 최후의 승자는 버핍이 되고, 그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주식을 잘 모르는 동민도 닷컴 버블 정도는 알고 있었고, 꼭짓점은 몰라도 주가가 어느 정도 과열되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그나저나 군대에 다녀온다던데 위험하지는 않겠니?”

“한국이 휴전국가이긴 하지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요.”

워런트 버핍은 1930년 생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라 동민을 걱정해 주었다.

거기다 한국전쟁 당시 지인들이 한국으로 파병을 다녀와 동민이 한국군에 입대한다고 하자 더욱 걱정하고 있었다.

“잘하고 오리라 믿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유언장을 써 놓고 가렴. 아직 자녀가 없으니 부모님에게 넘어가겠지만, 확실히 하고 가는 것이 좋지 않겠니?”

“아직 20살도 안 되었는데 무슨 유언장이에요?”

“군대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란다. 미리 대비를 해 둬야지.”

그가 재수 없는 이야기를 했지만, 동민도 혹시 몰라 부모님에게 재산을 넘기는 것으로 유언장을 써 주었다.

유언장을 쓰다 보니 군대에 간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 났고, 몸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지인들에게 인사를 마쳤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 날 밤 삼촌네 가족이 많이 아쉬워했다.

“처음 왔을 때는 초등학생이었는데 어느새 군대를 가게 되었구나.”

“다치지 말고, 조심히 다녀오렴.”

“편지 써 줄 테니까 주소 보내줘.”

박사 학위 중인 미쉘 누나도 동민이 군대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잘 다녀오라고 했다.

제대를 하면 더 이상 삼촌 집에 머무르지 않고 독립을 할 생각이었지만, 일단을 삼촌 집에 머물며 집을 알아봐야 하기에 짐은 그대로 두고 갔다.

“오빠 안 가면 안 돼?”

“미안해. 금방 갔다 올게.”

“금방 아니고, 몇 년이나 걸린다고 했잖아.”

공항에 배웅 나온 제시카가 울면서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입영 통지서가 날아왔기에 미룰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울어 눈이 퉁퉁 부은 제시카를 겨우 달래고 비행기에 오른 동민은 훈련소에서 고생할 몸을 보호하기 위해 퍼스트 클라스를 타고 갔다.

“한국에 이렇게 가기 싫었던 적은 또 처음이네.”

김포 공항에 내린 동민은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입국 심사를 마쳤고, 마중 나오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갔다.

“쉽지 않은 결정인데 잘했다. 한국 국적을 버리면 안 되지. 기왕 가는 거 일찍 다녀오렴.”

“이미 미국에서 잘 살고 있고, 동민이가 다칠 수도 있는데 당신은 아들을 꼭 군대에 보내야겠어요?”

“혹시 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지 않소. 나도 아들이 군대 가는 게 마음 아프긴 하지만, 대한의 건아라면 신성한 의무를 수행해야지.”

동민의 아버지는 괜한 말을 했다가 엄마에게 등짝 스메시를 여러 대 맞아야 했다.

“현철이는 군대 안 갈 거라면서요?”

“그 녀석은 너무 유명해져서 군대를 가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예술가라 그런지 정신이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더라고.”

“남의 아들은 군대에 안 간다는데 우리 아들은 왜 보내는 거예요!”

“아빠는 안 가도 이해해 준다고 하셨는데 제가 간다고 했어요.”

동민을 엄마에게 구박받는 아빠를 구해 주었고, 아빠가 엄마 몰래 엄지를 슬며시 올렸다.

입대는 설 연휴를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내고, 2월 말에 하기로 했는데 아직 1월 초라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동안 미국에 있으면서 방학 때만 잠시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는데 입대 전에 최대한 함께 지내기 위해 조금 일찍 한국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군대 가면 맛있는 걸 못 먹는다며 집밥을 많이 해 주셨고, 그 덕에 소화력이 좋은 젊은 동민보다 아빠가 살이 찌고 있었다.

“동민아. 네 영어 실력이면 카투사로 갈 수도 있을 건데 왜 일반병 지원을 한 거냐?”

“나름 영화 경력이 있으니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에 들어가려고요. 군 관련 영상 촬영이랑 편집을 하고 싶어요.”

“국방홍보원이라면 쉽게 들어갈 수 있겠네. 네가 뱀파이어랑 인터뷰에 출연하면서 꽤 유명해졌단다.”

동민은 깜빡 잊고 있었지만, 뱀파이어랑 인터뷰 방한 인터뷰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 공중파에 방송되었고, 통역을 하는 잘생긴 동민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인터뷰 방송이 나간 뒤 영화관을 찾은 사람들은 동양인 뱀파이어로 나오는 동민을 알아보았고, 섹시한 뱀파이어로 나온 동민의 팬 클럽이 생길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공항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았는데 그것 때문인가 보네요.”

“집으로도 전화가 많이 왔단다.”

친척과 지인이 부모님께 동민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며 연락을 했고, 아빠에게는 특히 배우 소속사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해 달라는 부탁이 많았는데 군대 간다고 안 된다고 했다.”

“잘하셨어요. 저는 연기보다는 연출이 더 좋아요. 이제 다 컸으니 가능한 연기는 안 하려고요.”

부모님과 뱀파이어랑 인터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집으로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어? 다니엘 왔네? 아! 오늘 온다고 했었지.”

“리버는 잘 지내고 있었어요? 요리는 재미있어요?”

진관사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는 리버 피닉서는 동민의 부모님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통역을 옆에 두고 요리를 배웠지만, 요리 수업이 끝난 저녁에는 한국어 과외를 받았고, 쉬운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한국에는 언제까지 있을 거예요?”

“기본적인 건 대충 다 배웠으니 이제 돌아가야지. 할리우드에 한국 사찰 레스토랑을 만들 거야.”

“식재료가 다를 건데 가능 하겠어요?”

“스님 몇 분이랑 같이 가서 메뉴 개발을 하기로 했어.”

동민이 리버 피닉서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빠가 집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안 된다니까 계속 전화를 하는 거야? 알겠어, 한 번 물어는 볼게.”

전화를 끊은 아빠가 동민에게 드라마에 잠시 출연할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방송국 동기 녀석이 이번에 드라마를 만드는데 안 된다고 했는데도 촬영기간이 짧다고 계속 부탁을 하네. 단역이긴 한데 군대 가기 전에 잠깐 출연할래?”

“드라마면 세 달 정도 촬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방송국에서 사활을 걸고 만드는 작품인데 주 4일 방영해서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짧고 굵게 방영한다고 하는구나. 이제 1월 초니까 네가 군대 가기 전에 끝나긴 하는데 생각 있니?”

“나가고 싶지는 않은데 아빠 지인이니까 이야기는 한번 들어 봐야겠네요. 드라마 제목이 뭐래요?”

“샌드 시계라고 하더구나.”

< 13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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