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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31화 (116/265)

< 131 >

‘Call of Duty’ 의무의 부름이란 뜻의 용어로 한국에서는 영장 혹은 입영통지서라는 단어로 쓰였다.

연한 연두색의 종이 통지서에는 ‘귀하는 체력과 자질이 남달리 우수하여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토를 수호하는 숭고한 사명을 받아 현역병으로 입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뭐야? 오빠 이번에는 전쟁 영화에 출연하는 거야?”

제시카는 한국인이 아니기에 한국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동민은 자세히 그녀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럼 오빠는 대한민국에 있는 군대에 가서 특수 훈련을 받고 북조선 괴뢰를 무찔러야 한다는 거야?”

무언가 설명이 많이 과장되긴 했지만, 아주 희박한 확률로 그럴 수도 있기에 대충 넘어갔다.

“안 가면 안 돼? 오빠랑 2년이나 헤어져야 하는 거야?”

설명을 들은 제시카가 펑펑 울며 군대에 가지 말라고 매달렸지만, 동민은 이미 영장을 받은 상황이었다.

사실 동민은 88 서울 올림픽 때 도와준 것으로 미국 외무부에게 시민권을 받았기에 한국 국적을 포기한다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전생에 군대를 다녀온 경험이 있기에 최근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전 국뽕 클럽 회장으로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스티브 유라는 인기 절정의 가수가 군대에 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가 입영 거부를 하는 바람에 천하의 매국노가 되어버리고, 한국 입국 거부를 당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동민은 군대를 다녀오겠다고 결심했다.

거기다 미래에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엄청나게 높여주는 DTS마저 활동을 중단하고 군대에 다녀오기에 동민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신성한 의무를 다할 생각이었다.

‘훈련소 다시 들어가고, 이등병 생활할 거 생각하니까 아직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긴 하지만, 그래도 2회차이니 비교적 덜 고생하겠지?’

아무리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지만, 강력한 자기 암시가 최대 2초를 넘기지 못했다.

“나도 가기 싫은데 이건 의무적인 거라서 어쩔 수가 없어. 휴가 때 가능하면 미국에 들려 볼게. 그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지?”

“응. 몸 건강히 무사히 돌아와야 해.”

동민은 고무신을 꼭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제시카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안 된다.”

“오빠야말로 한국 가서 한눈팔면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동민은 졸업까지 입영을 미룰 수 있었지만, 90년 대 후반이 되고 나이를 더 먹으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계획으로 빨리 군대에 다녀오기로 했다.

마침 95년이 되면서 2년 2개월까지 복무를 시키던 애매한 기간이 2년으로 고정되기에 시간 낭비를 없앨 수 있었다.

‘제시카도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니 돌아오면 많이 자라 있겠지?’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쓰이긴 했지만, 아직 중학교 3학년인 제시카와 데이트를 할 때마다 조금의 죄책감이 있었는데 군대에 다녀오면 고등학생이 되기에 일부러 일찍 가는 이유도 있었다.

제시카가 동안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고등학생이면 성인과 다르지 않게 성숙하니 조금 편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을 거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무신을 선물한 로맨틱가이 동민은 걱정하는 착한 제시카를 달래주고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동민의 입대 소식을 들은 그녀의 아버지는 그 사실을 매우 반겼는데 그도 직업 군인이었기에 동민의 선택을 존중해 주었다.

“한국에 파견 나가 있는 미8군 친구가 있으니 잘 말해 두겠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대한민국 육군으로 갈 거라 그분을 뵐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시카의 부모님은 동민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집으로 초대해 여러 조언을 해 주셨고, 몸 건강히 다녀오라며 제시카는 다른 남자 못 만나게 감시해 주겠다고 하셨다.

친한 감독들 말고는 제시카에게 가장 먼저 입대 사실을 알렸고, 이후로 친한 배우들에게도 군대에 간다고 말했다.

“군대라면 내가 잘 알고 있지.”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조니 데브가 찾아와 군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초창기 시절 플래툰 촬영을 위해 동남아에 가서 군사 훈련을 받은 적이 있기에 아는 척을 했다.

남자라면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하는 걸 뿌리칠 수 없기에 2주 훈련받은 조니 데브도 20년 만기 전역을 하고 직접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처럼 온갖 썰을 풀었다.

“내가 정글에서 베트콩의 총알을 피해 달리다가 무전을 날리는데 옆에서는 박격포가 터지고.”

“그건 전부 영화에 나온 장면이잖아요. 실제 군대랑은 많이 다르다고요.”

“나는 진짜 군인한테 정식 훈련을 받은 몸이야. 야전 침대에서 한 달 가까이 생활했다고.”

“후훗. 그 정도로 군대 다녀왔다고 이야기하기엔 조금 부끄럽군. 자네는 M134 개틀링 건을 들고 쏘아보지 못했지?”

화력이라면 할리우드에서 투톱을 달리는 코만도 출신의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도 동민이 군대를 간다는 말에 찾아와 군 생활 썰을 풀고 있었다.

사실 아놀드는 실재로 군대를 다녀왔다.

그가 만 18살일 때 오스트리아군은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었고, 육군 병사로 입대하게 된다.

그는 훈련소 시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훈령장 뺑뺑이를 유산소로 생각하고 뛰었고, 보이는 의자는 죄다 딥스 머신으로 사용했다.

매달릴 수 있는 모든 것에서는 풀업을 했고, 기상시간이 6시인데 자신은 5시에 일어나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건 아놀드나 가능한 거라고요. 전 바디 빌딩에 관심 없으니 적당히 군 생활을 채우고 돌아올 거예요.”

“한국군에도 꽤 훌륭한 전차가 있다고 하더군. 내가 무거운 걸 좋아해서 육군 기갑병과에서 M47 패튼 전차의 조종수로 복무했었지. 지금은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M47 패튼 331호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진행 중이야.”

자신이 운전했던 M47 패튼 전차에 애정이 많은 아놀드는 직접 구매해 한동안 박물관에 기증해 두다가 2014년도에 다시 가져가 집에 보관하며 종종 타고 다니게 된다.

“그래도 탈영한 사람한테 군대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네요.”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 만 18세까지만 참가할 수 있는 바디 빌딩 대회라 꼭 나가야만 했지. 대회가 끝나고 바로 부대에 복귀는 했어.”

탈영까지 하면서 나간 대회에서 아놀드는 우승을 차지하고, 당당히 걸어서 부대에 복귀하게 된다.

군법상 잠시 영창 생활을 하게 되지만, 거기서도 꾸준히 맨몸 운동을 하고, 장교들은 그의 사정을 이해하고 전차 조종수에서 단백질을 마음껏 섭취할 수 있는 조리병으로 보직을 변경해 준다.

“벌써 30년 전 이야기로군. 그때 군대는 낭만이 있었지.”

아놀드는 1947년 생으로 60년대 중반에 오스트리아 군 생활을 했다.

세삼 그의 나이가 생각났지만, 바디 빌더라서 그런지 아놀드는 나이에 비해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은근 꼰대에 들어선 아놀드의 30년 전 구식 군대 이야기를 한참 들어야 했고, 며칠 뒤 군대 영화와 인연이 꽤 깊은 탐 크루스가 찾아와 또다시 군대 썰을 풀었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았으면서 왜 이렇게 조언을 하는 거예요?”

“내가 웬만한 군인들보다 더 많은 보직을 간접 경험 해 봤다고. 영화를 찍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훈련을 받은 줄 알아? 거기다 군 변호사 역할을 맡기 위해 군대 구조와 계급, 행정을 공부하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지. 이런 고급 조언은 나 말고 다른 데서 듣기 힘들 거야.”

군대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건 한국뿐만이 아니었고, 미국 할리우드 배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배우들이라 그런지 자기 과시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었고, 동민이 군대를 한다는 소리에 다들 신나하며 찾아와 썰을 풀어 되었다.

심지어 마이클 잭선까지 찾아와서 자신의 전 부인 리사 프레즐리의 아버지인 엘비스 프레즐리의 군 생활을 말해 줬다.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지금은 시대도 다르고, 미군이랑 한국군은 다르다니까요.”

“네가 걱정되어서 그런 거지.”

“정 걱정되면 한국 투어 왔을 때 면회라도 와 줘요.”

“그래. 한국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찾아갈게.”

동민은 농담으로 말했지만, 1년 뒤 마이클은 정말로 동민을 찾아가고 부대가 발칵 뒤집히게 된다.

군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저씨들의 방문이 끝나고, 정말로 동민을 걱정하는 친구들이 찾아왔다.

“다니엘. 군대 간다면서? 얼마나 갔다 오는 거야?”

“2년밖에 안 된다고? 기왕 가는 거 5년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놀리듯 말하는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의 얼굴을 때리고 싶었지만, 차마 리즈 시절의 얼굴을 때리지는 못했고, 등짝 스메시를 날려 주었다.

“남의 이야기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야? 군대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곳이라고.”

“괜찮겠어? 다니엘은 너무 예쁘게 생겨서 남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드류 배리무어가 섬뜩한 말을 했지만, 나름 뒷배가 든든한 동민에게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 굳게 믿었다.

“다들 여기 집 주소 적어줘. 내가 군대에서 편지를 보낼 테니까 답장 바로바로 보내야 해. 사진도 첨부하는 거 잊지 말고.”

“다니엘이 군대에 간다니 남동생을 입대시키는 기분이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냈던 앤젤리나 졸리가 가장 동민 걱정을 많이 해 주었다.

그녀는 연기 학교로 진학해 연기 실력을 쌓고 있었고,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더 진해졌다.

착한 토미 맥과이어도 동민에게 조심히 다녀오라며 편지를 꼭 써주겠다고 답했고, 스파이더 가이가 되는 그를 보자 얼마 전에 함께 영화를 찍은 키어스틴 더스트가 생각났다.

아직은 토미 맥과이어가 할리우드 스타 자리에 오르지 못했지만,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하고 있었고, 몇 년 뒤 스파이더 가이로 자리를 잡게 되니 그에게 조만간 좋은 역을 맡을 수 있을 거라고, 힘내라고 말해 주었다.

오랜만에 모두 모인 네 사람과 세탁소에서 떡튀순을 함께 먹었고, 예전에 함께 한국에 놀러 갔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다니엘 여자친구 생겼다던데 본 사람 있어?”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 사진은 본 적 있어. 귀엽게 생겼더라.”

리오나르도가 제시카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고, 그녀가 아직 중학생이라고 말하자 꼬마와 사귄다며 친구들이 동민을 놀렸다.

드류와 앤젤리나도 처음에는 동민을 이상하게 보다가 지진으로 인해 제시카를 만났던 일을 말해 주자 너무 로맨틱하다며 좋아했다.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고, 내년에 두 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리오나르도를 축하해 주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좋은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한국 군대에 간 동민을 가장 많이 면회 올 사람이 찾아왔다.

“다니엘이 군대에 가도 투자는 계속하는 거죠?”

“지금이랑 똑같이 하면 되는데 닐이 세탁소가 아닌 부대로 찾아오기만 하면 돼요.”

< 13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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