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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30화 (11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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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뱀파이어랑 인터뷰 홍보를 다녀온 후 시간이 나면 스튜디오에 들러 친구들 촬영 현장을 관람하러 갔다.

“하 유 두인~ 다니엘. 오늘은 간식 가지고 온 거 없어?”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가져다 놨으니까 촬영 끝나고 먹어요.”

“매콤 달콤한 양념이 최고인 치킨을 가지고 왔군. 고마워 친구.”

먹는 걸 좋아하는 조이가 동민을 보고는 간식 이야기를 했고, 마침 그가 좋아하는 양념 통닭을 가지고 왔기에 에피소드 촬영이 끝나고 먹으라고 알려 주었다.

“촬영은 어때요? 이제 조금 익숙해졌어요?”

“시트콤이라 그런지 촬영 방식이 특이하긴 한데 관객 반응을 직접 보는 것도 좋고, 작가들이 현장에서 대본을 고쳐 주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아.”

대본을 읽고 있는 제니퍼와 애니에게 말을 걸었고, 아직 친구들 촬영을 시작한지 몇 달 되지 않은 그녀들은 적응해 가고 있고 말했다.

“시트콤에 게스트도 많이 초대하던데 다니엘도 나오는 건 어때? 이번에 뱀파이어 영화 봤는데 엄청 섹시하더라.”

“그래. 다니엘이라면 작가들도 좋아할 걸?”

“일단 학교 다니느라 시간이 없네요. 방학에 여유가 생기면 한번 생각해 볼게요.”

친구들 시트콤이 시작할 때부터 얼굴을 비추었더니 주인공 6명은 모두 동민과 친해졌고, 드라마에 잠깐 출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당분간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이 없는 동민도 친구들이라면 출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기말 고사 기간이 다가오기에 당장은 힘들 것 같았다.

중간에 잠깐 참여하더라도 시나리오를 워낙 즉흥적으로 바꾸는 드라마라서 일이 주 전에만 출연 의사를 밝히면 합류가 가능했다.

친구들에 출연한 주인공 배우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갔다.

워너 브라더 스튜디오를 오가며 학교를 다니다 보니 금방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고, 전생의 영화 지식과, 현생의 영화 경험이 더해진 동민은 모든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성적도 뛰어나군. 스필버그가 추천한 이유가 있었어.”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신분은 학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

기말고사가 끝나고 다음날 동민은 학장의 호출로 딘 오피스에 찾아가 그와 티타임을 가졌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다른 학생을 위해서 양보했다고 들었네. 여러모로 자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저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많고, 편의를 많이 봐 주셔서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힘을 쓰고 싶었습니다.”

동민은 아직 1학년 첫 학기임에도 학교에 발전 기금을 내고 있었다.

어떻게든 학위를 취득할 예정이었지만, 워낙 여러 일을 하다 보니 학교 측의 배려가 필요했고, 돈이 넘치는 동민은 세금 혜택도 받을 겸 꽤 많은 액수를 학교에 기부했다.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을 한다니 아쉽지만, 돌아올 그날을 기다리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이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돌아와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동민은 학과장에게 연말을 잘 보내라는 덕담을 하고 나왔다.

겨울 방학이 되자 역시 이번에도 빡빡한 스케줄이 잡혀 있었고, 가장 먼저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연말 파티에 찾아갔다.

“감독님 이제는 좀 괜찮으세요?”

“올 한 해 푹 쉬었더니 많이 좋아졌단다. 못난 모습을 보인 것 같구나.”

“그동안 혹사하시기도 했고, 가끔 쉬어줘야 또 좋은 작품을 만드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주 바쁘게 살고 있는 너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이상하구나.”

“전 아직 젊으니까요. 감독님은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스필버그 감독은 작년에 주라식랜드로 흥행 기록을 세우고, 같은 해 개봉한 쉰들러의 방주로 수상까지 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하지만, 쉰들러의 방주를 찍으면서 내상을 입었는지 매년 3편에서 많게는 5편까지 영화를 만들던 그가 올해는 한 편의 영화도 촬영하거나 제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쉰들러의 방주 이후 작품의 세계관이 상당히 변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가족주의적이고 모험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후로는 어둡고 차가운 분위기의 영화가 주를 이룬다.

연출보다는 제작으로 참여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스필버그를 한물간 감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오히려 비평계에서는 입지가 더욱 올라가면서 흥행영화 감독 출신이지만, 작가주의 영화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을 만드는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 잡는다.

지금은 안식년을 가지며 몸과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쉰들러의 방주의 여파가 컸거나 쉬다보니 일하기 싫어서인지 93년에 마지막으로 영화를 만들고는 97년까지 4년을 쉬어 버린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말 파티에는 아주 친한 몇 명만 초대했고, 동민은 스필버그 감독과 꽤 오랫동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나저나 꼭 가야 했니? 개인적으로 알아보니 가지 않는 방법도 많다고 하던데 너의 시간과 젊음이 아깝구나.”

“이미 결정했는걸요. 당장은 피할 수 있겠지만,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확실히 영화를 만들 때 도움이 되기는 하겠구나.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거라. 그쪽에도 아는 사람이 꽤 있거든.”

“학장님한테 연락해 주신 것만 해도 충분히 감사해요. 그냥 조심히 다녀올게요.”

스필버그는 동민이 휴학을 하고 준비 중인 것을 학장을 통해 들었고, 웬만하면 하지 말라며 말렸지만, 이미 동민이 마음을 굳히고 준비를 마친 뒤였다.

“그럼 몸 조심히 다녀오거라. 다음에 볼 때는 남자가 되어 있겠구나.”

동민은 스필버그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연말 선물로 유대인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코셔 김치를 선물로 주었다.

다음으로 동민이 찾아간 사람은 트루스 라이로 흥행에 성공한.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었다.

“뱀파이어랑 인터뷰는 잘 봤다. 너도 이제 다 컸더구나. 아시아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많아진다면 배우의 길을 권하고 싶지만, 사실 배우보다는 투자자가 훨씬 더 갑의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지.”

“감독님이 만든 트루스 라이도 잘 봤어요. 다리는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해 날려버리셨다면서요?”

“원래 철거하기로 되어있던 다리였다고, 다행히 미사일 값은 해군에서 받지 않더구나.”

제작비 1억 2천만 달러라는 신기록을 달성하며 만든 트루스 라이는 세계적으로 3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꽤 많은 수익을 남겼다.

“제작비 기록은 달성하셨던데요?”

“기록을 유지하는 건 항상 기쁜 일이지. 아무에게나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지원해 주지는 않거든.”

“내년에 워터랜드가 1억 달러 예산으로 만들어지던데요?”

“거기는 주연 배우가 직접 영업을 뛰었다고 하더라. 그래도 내 기록을 넘보기는 힘들겠지.”

아직은 워터랜드가 1억 달러의 예산을 쓰면서 트루스 라이의 기록을 갱신하지 못했지만, 태풍으로 세트장이 침몰하면서 1억 7천만 달러로 카메룬의 기록을 넘어 버린다.

이에 굴복하지 못한 카메룬은 또 다른 해양 어드벤처 영화를 만들면서 또다시 최고 제작비 기록을 갱신하기에 케빈 커스터너의 기록은 짧은 기간만 유지된다.

“내년에는 연출은 안 하시고 제작이랑 각본만 담당하시던데요?”

“전 부인인 캐서린 비글로 감독이 연출을 하기로 했지. 영화 주제가 아주 심오한 게 마음에 들었어.”

카메룬 감독은 이미 이혼한 캐서린 비글로 감독과는 꾸준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내년에 스트레인지 데이라는 영화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카메룬 감독으로는 비교적 정상적인 4천 5백만 달러로 영화를 만들게 되는데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을 만들다 보니 8백만 달러만 벌어들이면서 쫄딱 망하게 된다.

동민은 개인적으로 스트레인지 데이라는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확실히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였고, 아포칼립스 예술영화 같은 작품이 두 사람의 손에 탄생된다.

“네가 투자를 안 하는 걸 보니 영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잘 만들어질 것 같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게요. 내년에는 저도 바빠서 투자를 못 한 거니 이해해 주세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로 갈 생각이냐?”

“이미 결정했어요.”

“처음에 봤을 때는 꼬맹이였는데 어느새 다 컸구나. 나는 개인적으로 찬성이다. 분명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카메룬은 동민과 스트레인지 데이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 찍은 트루스 라이 제작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주었고, 뱀파이어랑 인터뷰 방한 홍보도 물어보았다.

“다음에는 나도 한국을 가 봐야겠어. 감독 중에는 아직 같이 간 사람이 없지?”

“쿠안틴이 2번이나 다녀왔죠.”

“아! 쿠안틴도 이제 정식 감독이지. 비디오 매장에서 일하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시간이 빠르긴 하네.”

카메룬은 다음 영화 홍보를 할 때 한국에 같이 가자고 했다.

그와 헤어진 후 며칠 뒤 팀 볼튼 감독이 평소와 같이 세탁소로 찾아왔다.

“감독님. 이번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 잘 봤어요. 그런데 너무 영화인을 위한 작품 아닌가요?”

“그렇긴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그런 영화를 만들겠니? 내가 만족했으니 괜찮단다.”

팀 볼튼 감독은 영화를 못 찍는 것으로 전설적인 에디 우드 영화를 올해 만들었고, 이번에도 역시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데브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내년에는 배드맨 각본 작업만 하시는 거죠?”

“지난 영화 매출이 불만이었는지 감독을 조엘 슈마허로 바꾸더라고. 그래도 각본 작업은 시켜 주니 그거라도 열심히 해야지.”

배드맨 시리즈 3번째 작품인 배드맨 포에버가 내년에 만들어지는데 1억 달러의 제작비로 3억 3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올해 얼굴을 알린 짐 개리가 빌런으로 나오고, 팀 볼튼이 빠지면서 마이클 키튼도 하차하고, 발 킬머가 새로운 배드맨으로 캐스팅되었다.

이번 편에는 니콜 키크먼도 출연하고, 로빈도 등장하게 되는데 그나마 팀 볼튼이 각본에 참여하면서 퀄리티를 아슬아슬하게 유지 하지만, 그가 빠진 4번째 시리즈인 배드맨과 로빈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만들어진다.

팀 볼튼과 배드맨 이야기를 나누니 새로운 배드맨 세계관을 창조한 그답게 꽤 심도 있는 내용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동민보다 삼촌과 더 친한 팀 볼튼이라 잠깐 이야기를 하더니 금방 삼촌에게로 갔다.

연말에 감독들을 만나다 보니 금방 크리스마스가 되었고, 크리스마스 이브는 제시카와 함께 보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특별히 할 것은 없었고, 함께 영화를 보고 저녁식사를 하며 간단한 데이트를 즐겼다.

“오빠. 메리 크리스마스.”

제시카가 동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고, 포장을 뜯어보니 고급 향수가 들어 있었다.

“어떤 걸 줘야 할지 고민했는데 오빠는 따로 쓰는 향수가 없는 것 같아서 내가 마음에 드는 거로 샀어.”

“고마워. 향이 마음에 드네. 제시카 만날 때마다 뿌리고 올게.”

동민도 제시카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는데 선물 박스가 아주 컸다.

“백팩이네? 디자인이 예쁜 게 마음에 들어.”

아직 학생인 제시카에게 핸드백을 사 줄 수는 없기에 명품 책가방을 선물했다.

“응? 가방 안에 뭐가 들어있네? 이건 뭐야? 신발이 특이하게 생겼네.”

“고무신이라는 건데 한국 전통 신발이야.”

“신고 다니기에 조금 애매한 것 같은데 장식으로 써야겠다.”

가방을 받고는 좋아하다가 안에 들어있는 고무신에 제시카가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물어보았다.

동민은 대답 대신 그녀에게 서류 한 장을 건네주었다.

“한국어로 적혀 있는데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이 서류는 콜 오브 듀티라는 거야.”

< 13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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