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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콩나물 해장국을 본 브래들리 피트는 정체불명의 채소가 들어간 투명한 국을 먹지 않으려고 했다.
“이 노리끼리한 이상하게 생긴 이상한 녀석은 뭐지? 외계 애벌레같이 생겼는데?”
“나도 처음 다니엘 집에 가서 먹었을 때는 너무 이상했는데 술 마신 다음 날은 항상 찾게 되더군. 내가 보증하니 속는 셈 치고 한번 먹어봐.”
탐 크루스가 동민의 집에서 잠을 자고 처음 콩나물 해장국을 먹은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그날 이후로 탐은 과음한 다음 날이면 꼭 콩나물 해장국을 먹는다고 말했다.
탐의 권유에 브래들리 피트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숟갈 맛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감탄했다.
“적당히 간이 되어 있는데 묘하게 속이 편안해지네?”
“이건 콩이 자라난 건데 해장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고.”
“나도 콩나물 무침은 종종 먹고 있는데 아삭거리는 식감이 익숙해지면 계속 먹게 돼요.”
동민은 그들과 함께 콩나물 해장국을 먹으며 복국이나 북엇국도 해장에 좋다며 내일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뱀파이어랑 인터뷰 촬영을 위해 모두 감량을 많이 한 상황이라 다시 살을 찌울 필요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몸무게를 늘리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아침부터 1일 1국밥을 끝낸 뱀파이어랑 인터뷰 배우들은 인터뷰 장으로 출발했다.
“영화 인터뷰를 호텔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곳으로 가는 거야?”
“기왕 하는 거 이색적으로 해 보려고요. 기대해도 좋아요.”
평범하게 호텔에서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찾아와 하는 인터뷰보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진행하고 싶었기에 아빠에게 부탁해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
탐 크루스와 브래들리 피트, 리버 피닉서는 동민이 가지고 온 한복으로 갈아입었고, 영화 홍보 인터뷰를 하기 위해 경복궁으로 갔다.
“와우! 도시 가운데 이렇게 멋진 성이 있다니 놀라운 걸?”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것 같아.”
비단으로 만든 고급 한복을 입은 미남 배우들이 경복궁을 거닐자 화보 촬영 같은 장면이 연출 되었고, 기자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 좋은데 아직 조선총독부 건물이 남아 있네. 이번에 대통령이 미스터 킴이니까 조만간 없어지겠지?’
내년 여름에 조선총독부가 철거되고 경복궁 복원이 시작되는데 아직은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철거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총독부 건물이 보이지 않는 창덕궁이나 덕수궁을 갈까 생각도 했지만, 건물 자체는 경복궁이 더 화려하기에 이곳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저희가 통역을 위해 미스코리아를 데리고 왔는데 함께 나와도 괜찮을까요?”
“통역은 여기 있는 다니엘이 한국인이니 직접 하는 거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창 활발하게 활동 중인 예능인 이용자가 인터뷰를 하러 왔는데 통역은 동민이 하기로 했다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들 사이에서 인터뷰를 하다니 천국에 온 것 같네요.”
“하하. 영화를 직접 보시면 훨씬 더 멋있는 장면을 많이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남 스타들 사이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기에 이용자가 긴장할 거라 생각 했는데 너무 행복해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분 모두 한국은 처음이신 거로 알고 있는데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어제 도착해서 돌아다닐 기회가 없었지만, 한우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마시는 소맥도 아주 맛있더군요. 아침에는 해장을 하기 위해 콩나물 국밥을 먹고 왔고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한식을 먹었다는 이야기에 원래도 먹는 것을 좋아하기로 유명한 이용자가 관심을 보였고, 어떻게 한국 음식을 잘 먹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여기 있는 다니엘이 미국에서 김치 전도사로 아주 유명해요. 할리우드 스타 중 절반 이상이 다니엘에게 김치를 받아먹고 있지요.”
“할리우드에서 영화배우들이 김치를 먹는다고요? 농담하시는 거 아니시죠?”
“저는 오이소박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요즘은 겉절이에 맛을 들여서 쌀밥이랑 자주 먹고 있어요.”
탐 크루스가 동민 덕에 김치를 오랜 기간 먹어 왔다며 한식과의 인연을 말했고, 채식을 하는 리버는 김치 전문가 같은 면모를 보였다.
“그럼 브래들리 피트 씨도 김치를 드시나요?”
“다니엘이 매번 김치를 보내주긴 하는데 저보다 가족이 더 많이 먹고 있어요. 제 입맛에는 조금 맞지 않더군요. 대신 좋아하는 김치가 있긴 한데 다니엘이 소개해 준 돼지국밥 집에서 먹는 깍두기는 정말 맛있더군요.”
브래들리 피트는 국밥충이었다.
이용자는 할리우드의 미남 스타들이 한국 음식을 잘 알고 있자 처음에는 당황해하다가 금방 음식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영화 홍보를 해야 했으나 동민이 보기에 오히려 한국 음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았다.
“인터뷰가 끝나면 점심시간인데 어떤 음식을 드실 계획이신가요? 제가 맛집을 많이 알고 있는데 추천해 드릴까요?”
“저희 스케줄은 다니엘이 전부 담당하고 있어서 아직 모르겠네요.”
“서프라이즈라서 아직 알려 줄 수는 없고 나중에 영상으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음식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영화 관련해서 인터뷰를 하다가 역시나 이용자가 생각보다 키가 작고, 과도한 다이어트로 깡마른 탐 크루스에게 자신을 안아 올릴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동민은 살짝 난처한 질문에 탐의 메니저를 바라보았고, 그가 통역가에게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저었지만, 탐 크루스가 동민에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더니 문제없다며 가능하다고 했다.
“무거워 보이는데 괜찮겠어요?”
“10키로 넘게 빼기는 했지만, 웨이트는 꾸준히 하고 있어서 괜찮아.”
탐 크루스가 가볍게 이용자를 들어 올렸고, 그녀는 아주 행복한 표정을 했다.
“리버랑, 브래들리도 도전해 볼래요?”
“아니. 난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무리하고 싶지 않아.”
“나는 평소 운동을 한 적이 없어서 힘들 것 같네.”
가장 건강해 보이는 브래들리 피트는 이용자를 들어 올리기를 거부했고, 리버 피닉서는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니엘도 시도해 보는 건 어때? 너도 매일 운동해서 강한 거 알고 있어.”
동민은 매일 아침 이연걸에게 배운 무술을 연습하고 있기에 기본적으로 코어 힘이 아주 좋았다.
거기다 이번에 뱀파이랑 인터뷰를 찍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기에 보기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주연 배우도 아니고 통역이니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네요. 거기다 같은 한국인끼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잘생긴 배우들이 동민에게도 이용자를 안아 보라고 말하는 것을 눈치챈 그녀가 궁금증이 생겼는지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 통역해 주시는 분은 여기 배우들과 친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할리우드에 살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되었고, 저도 영화에 엑스트라로 나오면서 친해지게 되었네요.”
“그럼 이번 영화에도 나오시는 건가요?”
“짧게 나오긴 하지만, 동양인 뱀파이어로 얼굴을 비추긴 합니다.”
한국에 할리우드 세탁소를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적당히 돌려 말했고, 동민이 뱀파이어랑 인터뷰에 나온다는 사실을 듣고는 방송국에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인터뷰 대상은 한국에 잘 오지 않는 할리우드 스타들이었고, 시간이 부족한 관계로 동민은 인터뷰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마지막으로 동민이 연습시켰던 한국 말을 세 배우가 아주 좋은 발음으로 말했다.
“사랑해요. 연예가 방송~”
약속된 인터뷰 시간이 모두 지나가 경복궁에서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했고, 세 사람은 동민에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며 인터뷰 감상을 말해 주었다.
“살짝 이상한 질문들이 있긴 했는데 다니엘이 미리 알려 줘서 대답을 잘한 것 같네.”
“처음엔 다니엘만 특이하게 김치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사람은 전부 김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나는 궁전이랑 한국 전통 복장이 마음에 들었어. 돌아갈 때 하나 챙겨가야겠어.”
희극인인 이용자가 인터뷰 중간에 난처한 질문을 몇 가지 하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동민이 미리 언질을 해 두었기에 인터뷰는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점심시간인데 밥 먹고 다음 인터뷰 가는 거지?”
“아주 특별한 점심을 준비했으니 만족스러울 거예요. 기대해도 좋아요.”
경복궁에서의 첫 야외 인터뷰를 했더니 금방 배가 고파졌고, 기대하고 있는 세 사람 데리고 멀지 않은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밥을 먹는다고?”
“방송 준비가 되어 있는데?”
동민이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광장시장에 있는 먹자골목이었다.
시장 가운데 위치한 야장에는 촬영 장비가 세팅되어 있었고, 다음 인터뷰는 점심을 먹으면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먹기 힘든 메뉴를 고르다 보니 여기로 잡게 되었네요. 어차피 인터뷰해야 하는 거 먹으면서 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좋잖아요.”
아직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성지가 되기 전이라 한국사람이 대부분이었고, 해외 스타가 시장에서 특이한 음식을 먹으며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진용이라고 합니다. 만나 뵈어 영광이네요.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신인 가수 박진용이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젊은 그는 후광이 비치는 할리우드 미남 배우들을 보고는 많이 긴장한 것 같았다.
반면 인터뷰에 참석한 세 명은 음식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하게 음식을 먹으며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네요. 식사는 하셨나요?”
동민이 통역을 해 주자 다들 배고프다며 빨리 먹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거대한 해시브라운같이 생긴 음식은 뭐야? 냄새가 아주 기가 막히는걸?”
“녹두 빈대떡이라는 건데 저기 보이는 맷돌에서 콩을 바로 갈아서 튀긴 거예요.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고, 고기는 안 들어 있으니까 리버도 편하게 먹어요.”
튀김이라고는 감자튀김과, 치즈스틱만 먹어본 세 사람은 녹두 빈대떡 맛을 보더니 너무 맛있다며 추가로 시켜도 되냐고 물어 보았다.
“다른 음식도 먹어 봐야 하니까 기다려 봐요.”
“오! 이건 어제 먹어 보았던 생고기로군.”
다음으로 육회가 나왔는데 브래들리 피트가 반가워하며 젓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고기를 먹지 못하는 리버 피닉서를 위해 양푼이 비빔밥과 수제비 칼국수를 시켜 주었고, 탐 크루스는 왕만두를 맛있게 먹었다.
“분명 시장에서 평범한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 고급 음식을 먹고 있는 것 같네요.”
박진용이 맛있게 먹는 세 사람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말했는데 확실히 잘생긴 사람이 먹으니 달라 보이긴 했다.
처음에는 긴장했던 그도 세 사람이 맛있게 시장 음식을 먹자 조금씩 인터뷰 진행에 익숙해졌고, 편한 분위기에 식사를 하던 세 사람도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다.
“저기 다니엘이라고 했죠? 이거 정말 드실 수 있을까요?”
“리버 피닉서는 못 먹겠지만, 탐이랑 브래들리는 아마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인터뷰 중간에 다음 메뉴가 나오게 되었는데 박진용은 외국인이 과연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가 걱정한 대로 음식이 나오자 리버 피닉서가 놀라며 벌떡 일어났고, 탐과 브래들리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 12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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