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25화 (110/265)

< 125 >

리오를 흥분시킨 영화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첫 작품이자 6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 17번째 009 영화 골든 아이였다.

살인 면허를 받은 MI-6 9번째 요원인 제인스 번드가 나오는 하드보일드 스파이 영화로, 009 시리즈 사상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이자 브로스넌이 출연한 009 중 대표 작품이 되는 영화였다.

제인스 번드가 소련 위성병기 골든 아이를 이용해 영국에 복수를 하고 세계 경제를 붕괴시키려는 과거 MI-6의 동료 006의 음모를 막아내는 스토리였다.

골든 아이가 나오기 전 009 시리즈는 2년 간격으로 나오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80년대 말 미국과 러시아의 냉전이 종료되면서 009 시리즈의 영향력이 떨어지게 된다.

6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009 시리즈 골든 아이는 제인스 번드가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교체되면서 제작지도 많이 바뀌고, 영화의 스타일도 변하게 된다.

“우와! 주인공 제인스 본드가 피어스 브로스넌이네? 거기다 본드 걸은 2명이나 있어.”

“한 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고, 나머지 한 명은 사디스트 여군이네요. 섹시한 프로그래머라니 매칭이 안 되지만, 009라면 가능하겠네요.”

이전과는 다르게 MI-6의 M이 여성으로 교체되었고, 머니페니도 이전과는 다르게 제인스 번드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관계로 나온다.

지금까지의 제인스 번드는 총격전으로 적을 상대할 때 주로 권총을 사용했고, 격투씬도 무술보다는 주변 물품을 이용한 싸움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번드는 권총이 아닌 자동 소총을 난사하고 맨손 격투술을 펼치고, 암살자 타입보다는 전차를 타고 도심에서 적을 박살 내는 무데뽀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번에도 번드 카가 나오는 거야?”

“BMW에서 만든 오픈카를 쓰는 것 같던데?”

이번에는 번드 카를 이동 수단으로만 사용하기에 특수 기능을 선보이지 못하지만, 대신 전차와 헬기를 타고 다니면서 화려한 폭파 장면을 연출한다.

“009 시리즈가 유명하긴 하지만, 16번째 시리즈인 이전 작품에서는 성적이 별로 안 좋았던 거로 알고 있는데 이번 시리즈는 괜찮을까요?”

“스타일을 많이 바꿔서 반응이 꽤 좋을 것 같아요. 액션 장면이 꽤 있는데도 제작비가 6천만 달러밖에 안 드니 부담도 없네요.”

골든 아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시들해지던 009 시리즈를 다시 살린 명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009 시리즈의 팬층도 구작 파와 피어스 브로스넌 파로 확연히 갈리는데 동민은 고전도 좋지만, 흥행에 있어서는 앞으로 나오는 009 시리즈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골든 아이도 6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에서 1억 6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세계적으로 3억 5,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상당히 훌륭한 성적을 기록한다.

추락하는 009 시리즈의 인기 때문에 투자를 꺼려 하는 곳이 많았고, 동민은 최대 3천만 달러까지 투자를 할 수 있었다.

“3천만 달러라고? 그 정도면 절반인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러다 영화가 망하면 어떡하려고 그래?”

“다니엘은 단 한 번도 투자에 실패한 적이 없어. 걱정 안 해도 된단다. 할리우드 투자계에서는 전설로 알려졌으니 이번 009 골든 아이는 흥행에 성공하겠네.”

동민을 신뢰하고 있는 닐은 지분의 50%인 3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고, 리오나르도는 오늘 하루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며 동민을 달리 보며 집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영화가 남아있긴 한데 그건 내일 하는 거로 하죠.”

닐도 지금까지 투자하기로 결정한 영화 서류 업무를 해야겠다며 돌아갔고,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다음 날 점심 세탁소가 아닌 USC 대학으로 찾아온 닐이 마지막으로 투자할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로빈 윌리엄이 나오는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로군요.”

동민이 95년도에 나오는 영화 중 마지막으로 선택한 영화는 터무니없는 힘을 가진 아티팩트급 보드게임에 휘말려 한 남자가 수십 년간 정글에서 홀로 살아가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붕괴되며 그 속에서 파멸해가는 개인의 비극을 다룬 호러 영화가 될 뻔하지만, 다행히 깔끔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가족 영화였다.

이 영화는 가족 영화의 전설이 되어 오랫동안 사랑을 받지만, 개봉 당시에는 의외로 평가를 박하게 받게 된다.

“영화 이름이 특이하던데 주만쥐라니 아프리카 단어인가요?”

“보드게임 이름인데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도 찾아 봤던 작품이네요. 환상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로 만들 수 있을 까요?”

보드 게임을 하다가 벌칙으로 사자와, 원숭이, 코뿔소 떼가 나오기도 하고, 집이 부서지고, 거대 식물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대부분 로보트로 직접 만들어 영화를 제작한다.

주인공인 로빈 윌리엄이 1969년 12살 소년일 때 우연히 발견한 북소리가 들리는 보드 게임을 하다 5나 8이 나올 때까지 정글에서 기다리는 벌칙에 걸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로부터 26년 뒤 1995년 로빈 윌리엄의 실종으로 그의 부모님이 일찍 사망하고 폐가가 된 집을 구입한 노라라는 여자가 이사를 온다.

스키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조카 남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이 남매는 다락방에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듣고 주만쥐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되고, 남동생이 8을 던지면서 로빈 윌리엄이 정글에서 돌아오게 된다.

여기서 남동생의 누나로 주만쥐에 나오는 여자 아이는 동민과 함께 뱀파이어랑 인터뷰에 출연했던 커스틴 더스트인데 여기서도 귀여우면서 상당히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미래에 브링잇온을 거쳐 스파이더 가이의 여자친구로 성장하게 된다.

주만쥐 주사위 게임을 하는 주인공들이 여러 난관과 사건을 헤쳐 나가며 겨우 게임을 끝내게 되고, 로빈 윌리암은 과거로 돌아가면서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나는데 동민은 전생에 주만쥐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었고, 90년대에 10대와 20대를 보낸 이들에게는 구리스와 함께 성전으로 불리는 영화가 된다.

사자가 나타나는 장면이나, 남동생이 반칙을 하다가 벌칙으로 원숭이가 되는 것, 로빈 윌리엄을 사냥하기 위해 쫓아다니는 사냥꾼까지 흥미로운 사건과 사고가 넘쳐흐르는 영화였다.

주만쥐 속편이 2017년에 리메이크 되어 컴퓨터 게임으로 나오는데 전작에서 느꼈던 흥분과 긴장, 재미는 발견할 수 없었다.

흥행은 그럭저럭 하게 되지만, 원작의 팬들로부터 이상하게 만들었다며 원성을 사기도 한다.

아직은 비싼 컴퓨터 그래픽과 로보트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제작비가 6,500만 달러나 들게 되는데 북미에서만 1억 달러를 벌고 해외에서 1억 6,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꽤 괜찮은 흥행을 기록한다.

거기다 2차 시장에서도 꾸준히 팔려 나가며 오랜 기간 수익을 올려주는 작품이 된다.

동민은 주만쥐 시나리오를 보다 보니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출연했던 구리스가 떠올랐고, 이 영화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내년에 나오는 영화 투자는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겠네요.”

“닐도 고생했어요. 작년에 투자했던 영화 중에 올해 말에 개봉하는 작품이 꽤 남아 있으니 결과가 나오면 다시 봐요.”

닐에게는 주만쥐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사실 예전부터 투자를 했던 영화가 하나 더 있었다.

이상하게 95년에는 올해 개봉한 포레스트 캄프나 사자왕처럼 대흥행을 하는 영화가 없었는데 그나마 예전에 투자해 두었던 영화가 최종 4억 달러 가까이 수익을 거두며 95년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게 된다.

동민은 내년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갔다.

“다니엘. 잘 왔다. 안 그래도 슬슬 끝이 보이는구나.”

“괜찮으세요. 많이 지쳐 보이시는데요?”

“영화를 만드는 게 쉬운 것이 아니더구나. 그래도 10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힘이 난단다.”

퓍사에 찾아간 동민은 몇 년 사이 과로로 늙어버린 스티븐 볼 수 있었다.

그는 월트 디주니가 배급하고 퓍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장난감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장남감 이야기는 퓍사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고, 전 세계 최초의 100% 컴퓨터 그래픽 3D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동안 별다른 수익 없이 지출만 있어 왔던 퓍사는 스티븐 잡서의 노력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동민이 중간중간 자금을 지원하면서 버텨 왔다.

원래는 절대 갑인 디주니와 합작 계약을 맺으면서 많이 불리한 조건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이번에는 디주니의 지분을 상당수 소유하고 있는 동민이 참견하면서 퓍사가 유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불리하지도 않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주니 르네상스 작품으로 큰 성공을 이루면서 고무되어 있는 디주니가 장난감 이야기에 뮤지컬 장면을 넣고, 버즈 대신 슈퍼맨을 넣고, 보 핍 대신 바비 인형을 출연시키려고 했지만, 퓍사 제작진의 완강한 거부와, 슈퍼맨과 바비의 판권을 가진 회사에서 거절하면서 다행히도 무산되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개봉한 장난감 이야기가 95년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 같은 해 기업공개를 감행한 퓍사는 네스케이프를 누르고 95년 가장 큰 규모의 IPO를 기록하게 된다.

“움직임은 아주 자연스러운데 그래픽 질감이 조금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동민은 스티븐 잡서가 보여주는 장난감 이야기 샘플 영상을 보았는데 아무래도 초기 3D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많이 조잡해 보였고, 잡서에게 그대로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렇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어? 모션 하나하나를 코드화해서 만들고, 질감을 입혀 물리 엔진을 구현한 거라고. 이 캐릭터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갔는지 네가 몰라서 그래!”

동민의 지적에 흥분한 잡서가 전문적인 용어를 뱉어가며 말했지만, 절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사실 미래에 완벽한 3D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동민의 눈에나 조잡해 보인 거지, 지금 94년 말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주에서 외계인을 납치해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보일 만한 기술 이었다.

실제로도 장난감 이야기는 평론과 관중에게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받게 되고 전설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고생한 건 잘 알고 있죠. 흥분하지 말아요. 성우는 섭외해 놨죠?”

“디주니에서 도와줬는데 카우보이 우디는 이번에 포레스트 캄프를 연기한 톰 행스크가 맡기로 했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판에만 톰 행스크가 우디 목소리를 맡게 되고, 게임을 비롯한 2차 창작물에는 참여를 하지 않는 바람에 그와 목소리가 아주 비슷한 톰 행스크의 친동생인 짐 행스크가 녹음하게 된다.

이외에도 장난감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 영화계의 역사를 바꾼 작품 중 하나가 되는데, 흥행에 성공하면서 전통적인 2D 제작 방식이 점점 사양세를 타고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영화 업계의 대세가 된다.

단순히 3D로 전환해 제작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족애와 우정, 사랑, 동심 등을 깊숙이 담고 있기에 아주 드물게 로튼 토마토 평점에서 만점을 받기도 한다.

거기에다 사자왕을 마지막으로 디주니 르네상스 작품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디주니 애니메이션을 부활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하고, 항상 존재하던 캐릭터만 판매하던 디주니에 새로운 캐릭터 상품을 안겨다 준다.

“이건 장난감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뚜렷한 철학과 주제가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보아도 재미있겠지만, 아이와 함께 온 부모가 보아도 교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만들었어.”

< 12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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