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 >
닐과 할리우드 플래닛 이야기를 나누며 다이 할드 3편 투자서에 사인을 했고, 바로 다음 영화로 넘어갔다.
“설마 이번에도 범죄 영화는 아니겠죠?”
“범죄 영화는 아닌데 브루스 윌리가 또 나오긴 하네요.”
“브루스 윌리라면 다작을 하기로 유명하니 충분히 가능하죠. 원숭이 12라… 브래들리 피트가 또 나오네요?”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면서 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원숭이 12라는 영화였다.
브루스 윌리가 다이 할드 3편에 이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어딘가 조금은 나사가 풀린 모습으로 약에 취해 침을 흘리는 연기와 브래들리 피트의 정신병자 연기로 유머스러우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브래들리 피트는 실제로 영화 촬영 전에 템플 대학의 정신병원에서 몇 주 동안 캐릭터를 연구해 연기에 적용하고,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아카데미에서도 남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지만, 유쥬얼 용의자의 케빈 스파이스에 밀려 수상하지 못한다.
영화의 내용은 미래에 무서운 바이러스가 지구를 뒤엎고, 거의 모든 인간이 죽음을 당하게 된다.
용케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만이 지하세계에서 목숨을 연장하며 다시 지상으로 나아갈 연구를 하고 있는데 죄수로 수감 중인 브루스 윌리가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1996년으로 보내지면서 사건이 진행된다.
원숭이 12는 아포칼립스한 분위기와 특유의 SF적인 느낌을 잘 살린 영화인데 비교적 저예산인 2,900만 달러에 제작되어 총 1억 6,8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아포칼립스 SF 영화는 꽤나 탄탄한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 한창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할리우드 플래닛 공동 대표 브루스 윌리와 연기와 외모에 물이 오르면서 할리우드 대표 미남 스타가 된 브래들리 피트가 나오면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내용이 조금 복잡한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테리 길리엄 감독님이라면 컬트적인 영화를 잘 만드시니 궁합이 좋을 거예요.”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브루스 윌리와 주가가 오르고 있는 브래들리 피트의 출연작 원숭이 12에 투자를 마치고 다음으로 선택한 작품은 역시나 범죄 영화였다.
“또 범죄 영화예요?”
“이건 그냥 범죄 영화가 아니라 마르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의 작품이라고요. 거기다 로버트 드니러랑 샤론 스톤스가 나오는 카지노 범죄물인데 당연히 투자를 해야죠.”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중심으로 마피아와 도박사들의 얽히고설킨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였다.
마피아와 라스베이거스의 관계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 있는 영화인데 실제로 라스베이거스는 초기 마피아에 의해 발전하기도 하고, 아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도시가 계속 커지면서 마피아의 영향력이 줄어들긴 하지만, 여전히 여러 분야에 마피아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데 2022년 여름 기록적인 가뭄으로 라스베이거스 미드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럼통에 담긴 시신들이 여러 개 발견되기도 한다.
로버트 드니러와 샤론 스톤스의 물오른 연기가 영화에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옥수수 밭에서 고문을 받는 장면은 훗날에도 계속 회자되고, 현실적인 장면으로 많이 거론된다.
“라스베이거스와 마피아가 합쳐진 영화인데 감독이 마르틴 스코세이지라면 재미없기는 힘들겠네요.”
“제작비가 5천만 달러긴 한데 아마 투자를 원하는 곳이 많을 테니 무리하지 말고 500만 달러만 투자하는 거로 해요.”
“투자 경쟁이 심해서 500만 달러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마르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카지노가 명작이긴 하지만, 사실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한다.
제작비 5천만 달러라는 평균 이상의 예산으로 1억 1,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겨우 손익 분기점을 넘기게 된다.
동민도 투자금을 겨우 회수할 정도의 수익이지만, 그렇다고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꾸준히 수익이 들어오기에 큰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하더라도 투자하기로 했고, 돈은 다른 작품으로 벌면 되었다.
“그럼 여기에는 500만 달러를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어떤 영화인가요?”
동민이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를 보여주자 닐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범죄 영화가 아니네요. 그런데 또 라스베이거스 영화네요?”
“라스베이거스가 배경이긴 하지만, 범죄랑은 상관없는 로맨스 비극 드라마 영화예요.”
“이 영화는 저도 잘 모르는 배우가 나오네요. 니콜라스 코폴라? 제작비도 400만 달러밖에 측정되지 않았는데 이런 영화가 성공할까요?”
동민이 선택한 영화는 상당히 우울하고 암울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은 심각한 알콜중독자인데 술 문제로 부인에게 이혼을 당하고, 양육권도 빼앗기는 데다가 직장에서 잘리게 된다.
술로 인해 인생이 망해버린 주인공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라스베이거스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창녀 세라를 만나 대화만 해 달라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는 자신의 애인이자 포주가 죽으면서 자신을 놓아주고, 다시 주인공 벤을 찾아가 자신의 집에서 지내달라는 부탁을 한다.
두 사람의 감정은 깊어만 가지만, 창녀와 알콜중독자의 어긋난 사랑의 끝에는 파멸이 기다리고 있고, 결국 벤은 그녀를 차갑게 떠나보내지만, 죽기 직전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마지막 엔딩에서는 세라가 알콜중독으로 죽어가는 벤의 품에 안긴 채 막이 내리는데 영화에 나오는 스댕의 천사의 눈동자는 영화를 보는 이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영화가 끝나면 허무함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니콜라스 코폴라는 본명이에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조카인데 가명으로 니콜라스 게이지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에요.”
“이런 무명 배우까지 어떻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거예요?”
“조니 데브가 연기를 하기 전 두 사람이 친했고, 조니를 처음 영화 쪽에 추천한 사람이라서요. 두 사람이 나름 친한데 여기도 놀러 왔었어요.”
이마가 훤한 니콜라스 게이지는 1982년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1983년부터 주연으로 영화에 나오기 시작했다.
딱히 흥행한 작품이 없어 할리우드에서 얼굴을 알리지 못하고, 90년대 초중반에는 영화에 출연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며로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싹쓸이하면서 할리우드 명배우 반열에 오르게 된다.
거기다 다음 해에 마이크 베이 감독과 함께 찍은 영화가 초대박을 터트리면서 90년대 후반을 대표하는 할리우드 배우로 성장한다.
니콜라스 게이지는 한국에서도 상당히 유명해지는데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면서 게서방으로 불리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게서방이 되기 전에는 두 번의 결혼을 했는데 마이클의 전 부인인 리사 프레즐리와도 잠시 결혼 생활을 하기도 한다.
이후 한국인 여성과 이혼을 하면서 유일한 외국인 서방은 웨서방만 남게 되지만, 이혼 이후도 그녀와 종종 데이트하는 장면을 보인다.
짧은 전성기를 뒤로하고 2000년 후반부터는 커리어가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 막대한 이혼 소송 자금과 낭비벽으로 닥치는 대로 연기를 하다 보니 필모그래피가 상당히 망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건 한참 후의 이야기고 지금은 니콜라스 게이지를 할리우드 스타로 만들어 주는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며에 다시 집중했다.
사실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며는 처음 영화관에서 보았을 때는 왜 니콜라스 게이지가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왜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30대를 넘어 40대에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며를 보았을 때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냥 술 먹다가 또 마시고, 더 마시다가 죽는 내용인데 흥행할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비극 로맨스 장르다 보니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이상은 칠 수 있을 거예요. 거기다 제작비가 400만 달러밖에 안 드는데 1천만 달러만 기록해도 손해는 안 보잖아요.”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며는 최종적으로 5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워낙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영화인데다 저예산으로 35미리가 아닌 16미리 슈퍼필름을 사용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멀리하게 되었다.
덕분에 제작비의 대부분은 동민이 차지할 수 있었고, 이번 영화 역시 동민이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
빠르게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며에 투자 결정을 내리고 다음 영화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닐이 다음 영화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라스베이거스 관련된 영화죠?”
“어… 이건 좀 너무 나가는 것 같은데 닐은 이 영화에 관심 있어요?”
“폴 버호벤 감독님 전작인 원초적인 본능도 성공했는데 이번에도 잘 만드시겠죠.”
닐이 동민에게 추천한 영화는 쇼우걸이라는 라스베이거스 댄서를 다룬 영화였다.
폭력과 과도한 노출의 대가인 폴 버호벤답게 쇼우걸을 대놓고 선정성으로 도배를 하게 된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받기 힘든 NC-17 등급을 받게 되는데 그냥 성인 영화와 같은 등급이었다.
한국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데 이 작품이 한국에 수입되는 첫 번째 NC-17 등급의 영화라서 그랬다.
수입사에서 문제가 될 만한 장면은 모두 편집해서 심의에 넣긴 하지만, 그래도 노출이 상당했고, 심의위원장이 직접 방송에 나와 성인용으로 통과하면 문제 될 게 없는 영화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이 영화 이후 영화 등급 심의제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만큼 나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여기에는 투자 안 할 거예요.”
“어? 이 영화는 망하는 건가요? 상당히 자극적이던데요?”
“이런 영화에 투자했다가는 제시카 부모님께 혼날 거예요. 저희 부모님도 나중에 투자했냐고 물어보실 것 같고요.”
동민이 부모님과 제시카 핑계를 댔지만, 사실 쇼우걸은 4,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3,7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참패하게 된다.
그나마 집에서 혼자 볼 요령으로 2차 시장에서 대박이 나면서 비디오와 DVD가 1억 달러나 팔려 나가긴 하지만, 영화관 수익이 형편없어 투자금을 회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쇼우걸은 폴 버호벤의 최악의 작품으로 언급되는데, 95년 골든 라즈베리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최악의 감독상과 최악의 영화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최다 수상 3위를 기록하게 되는데 폴 버호벤은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모든 부분을 수상하며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폴 버호벤 감독님께 말해 둘 테니까 닐이라도 직접 현장에 다녀와요. 저는 제시카 눈치가 보여서 도저히 못 가겠네요.”
“흠흠. 다니엘이 현장을 다녀오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가야겠군요. 투자를 못 하는 건 아쉽지만, 폴 버호벤 감독님께 안부는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동민 역시 쇼우걸에 투자는 하지 않겠지만, 폴 버호벤 감독에게 무편집 원본 영상을 하나 받아둘 생각이었다.
< 12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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