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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20화 (105/265)

< 120 >

쿠안틴의 폴프 픽션보다 더 저예산인 600만 달러로 만들어지는 유쥬얼 용의자는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에 동민이 대부분의 예산을 투자하기로 했다.

흥행 보증 수표인 동민이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면 배급사의 관심도 조금 더 늘어날 거고, 원래 역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도 있었다.

워터랜드 투자를 거부했기에 1995년 영화 중 가장 먼저 유쥬얼 용의자에 투자하기로 했고, 서류 작성을 마친 동민은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를 선택했다.

“이 영화는 투자하기 전에 감독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요.”

“이번에도 신인 감독 영화네요. 이 감독은 아예 뮤직비디오랑 광고 감독 출신인데요? 거기다 상당히 젊네요?”

“쿠안틴도 젊은 나이에 성공했잖아요. 광고랑 뮤직비디오계에서는 떠오르는 신성 같은 감독인데 독특한 색감이랑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요. 일단 직접 만나보고 투자 결정을 하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마침 로스앤젤레스 출신이니 금방 부를 수 있겠네요.”

동민이 신인 감독을 직접 만나보고 투자 결정을 하겠다고 한 영화는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흑인 경찰 두 명이 벌이는 액션 코미디 범죄 영화였다.

이틀 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세탁소로 돌아가자 닐과 함께 180 중반의 키에 훤칠한 기럭지를 가진 마초 모델 같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분이 투자자로 유명하신 다니엘 킴이십니다. 다니엘. 이쪽이 이번 영화로 데뷔하는 감독 입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멋진 세탁소에서 지내시는군요. 여기서 총격전을 한다면 명장면이 탄생할 것 같습니다.”

“하하. 사인이랑 소품이 전부 진품이라 그러긴 힘들 것 같네요. 혹시 여기를 모티브로 한 세트장을 만들어 촬영하시는 것이라면 마음껏 활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살짝 바람둥이로 보이는 훤칠한 외모의 젊은 신인 감독은 훗날 “화약! 더 많은 화약!”, “폭발은 예술이다!”를 외치며 시원시원한 액션과 화려한 폭파신의 대가로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액션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흥행 감독이 되는 마이크 베이였다.

마이크 베이는 뮤직비디오와 상업 광고 연출로 명성을 쌓아왔는데, 1995년 상업광고 감독협회로부터 최연소 감독으로 선정된다.

여러 유명스타들의 뮤직비디오도 연출했고, MTV의 여러 후보에 지명되었다.

광고 감독들이 한창 영화계로 진출할 때 마이크 베이도 빌 스미스, 마틴 로랜스 주연의 닥치고 돌격하는 경찰액션영화 ‘나쁜 아이들’로 영화계에 데뷔에 첫 작품부터 1억 6천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첫 작품인 ‘나쁜 아이들’ 이후 뮤직비디오와 광고 감독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다음 해 연출한 작품이 대박이 나면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 감독으로 자리 잡게 된다.

“투자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고 잘생기셨군요. 배우라고 해도 믿을 것 같네요.”

“가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한답니다.”

“성이 킴이면 혹시 한국인이신가요?”

동민이 한국인이라고 하자 마이크 베이는 어릴 적 엄마를 따라 한국에 가 본 적이 있다며 반가워했다.

“상당히 독특한 나라였네요. 가는 식당마다 킴취라는 음식을 먹으라고 공짜로 주던데 먹느라고 고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 마침 다니엘이 김치 공장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여기 오셨으니 기념품으로 김치를 가지고 돌아가야 할 거예요.”

어느덧 한식 전문가가 된 닐은 사람들에게 김치를 먹이는 것을 즐기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미국 백인인 마이크 베이에게 김치를 먹일 모습을 상상하며 좋아하고 있었고, 말이 나온 김에 휴계실에서 마늘이 잔뜩 들어있는 김치로 골라와 맛을 보라며 권했다.

“와우! 입 안에서 매콤함과 알싸함, 아삭함이 폭발하는 맛이군요. 혀 위에서 수류탄이 터진 느낌 입니다.”

마이클 베이는 꽤나 화려한 리액션을 보여주었고, 닐은 호쾌한 그를 마음에 들어 했다.

아무래도 닐도 동민과 오랜 기간 함께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마이크 베이에게 돈 냄새를 맡은 것 같았다.

각본이나 스토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마이크 베이는 모든 비평가에게 항상 돌려까기를 당하게 되지만, 손꼽히는 흥행 감독으로 제작사에게는 큰 사랑을 받게 된다.

비교적 많은 작품을 만들지도 않았지만, 미국 기준으로 스티브 스필버그 다음가는 흥행 순위 2위 감독으로 단순 흥행 성적만으로는 카메룬 제임스, 크리스토퍼 눌란, 로버트 저메스키 등 유명 감독을 능가한다.

단순히 높은 관객수를 동원하는 게 끝이 아니고, 미국과 중국의 대기업 PPL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 자신의 이전 작품에 쓰인 CG와 폭발 장면을 재활용해서 제작비를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해 순이익을 많이 남긴다.

심지어 그렇게 아낀 제작비조차 아득히 넘어서는 흥행을 보여주며 스튜디오와 배급사측에 큰 이익을 안겨주는 걸로 정평이 나게 된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제작된 전설적인 뮤직 비디오 감독 이름도 다니엘 킴인데 혹시 아는 사람인가요? 동일인이라고 하기에는 제작 당시 고등학생일 것 같아 아닐 것 같네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마이크 베이는 동민이 만들었던 서대진과 아이들의 뮤직비디오를 알고 있었다.

미래에 사용되는 기법을 조금 첨가하다 보니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꽤나 이슈가 되었고, 특히 뮤직비디오 감독 사이에서 꽤 유명해진 상황이었다.

“사실 그거 제가 만든 거 맞아요. 가수랑 친하고 기획사 사장이 저희 아버지여서 방학에 한국에 가서 잠시 만들 거예요.”

동민이 직접 만든 뮤직비디오라는 말에 마이크 베이의 입이 떡 벌어졌고, 잠시 후 정신 차린 그가 카메라 워크와 편집 타이밍, 특수 이펙트에 관한 질문을 쏟아부었다.

마이크 베이 역시 뮤직비디오와 상업 광고 감독 출신이라 그런지 블록버스터를 위한 화려한 영상을 아주 잘 뽑아내는 감독이고, 업계 최고 수준의 눈썰미와 특수효과 사용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비주얼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는 천재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투자자라니 정말 마음에 드네요. 꼭 투자를 받아야겠습니다.”

연출 스타일에 목숨을 거는 유쾌한 성격의 마이크 베이는 동민에게 푹 빠져들었다.

마이크 베이는 할리우드의 특이한 감독들 사이에서도 특이한 감독이 되는데 2시간 30분짜리 폭발 효과 몽타주를 만들어 영화라고 개봉하는데 그게 매번 대박을 터트린다.

대본은 대충 만들어 놓고 폭발 효과와 자동차 추격 장면만 죽어라 만들고 서사와 전통적인 편집 문법을 깡그리 무시한 독립영화 같은 정신없는 영화를 만들지만, 이렇게 멋대로 영화를 만들면 10억 달러가 돌아오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베이 영화 대부분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논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폭발 효과를 위해 앞으로, 다시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그 과정에는 수준 낮은 화장실 개그와 몸매 좋은 배우와 모델들의 화끈하고 뜬금없는 노출이 들어가는데 이게 또 기가 막히게 관객들에게 먹혀든다.

대본에 재능이 없는 대신 모든 재능이 뛰어난 시각을 뽑아내는데 몰빵 되어 있는데 카메라 구도와 워킹, 피사체의 공간감, 조명 등을 정교하게 이용해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에 붙잡아 놓은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걷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걷는 속도로, 자동차가 달리는 장면에서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속도로, 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남자의 시선이 움직이는 속도로 카메라가 촬영해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그리고 정적인 장면은 극단적으로 줄여 관객들에게 스크린에서 항상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한다.

이렇게 시각 효과에 있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장인이지만, 문제는 멈출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한 장면과 눈이 즐거운 특수효과가 들어가더라도 쉬어갈 타이밍이 있어야 하는데 대본 쓰는 것과 특수효과 사용을 잘하는 카메룬 감독이 이것을 아주 잘했다.

하지만 마이크 베이 감독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처럼 멈춰 있는 장면이 없는데 배우들이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도 화면에는 항상 무언가 움직이는 사물이 들어있거나 배우들이 움직이면서 대사를 한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역동적인 장면들로 관객을 두드려 패다 보면 관객은 스토리와 상관없이 무언가 대단한 걸 보았다고 착각하게 되고, 이러한 능력이 마이크 베이가 성공하게 되는 원동력이었다.

스토리 없이 너무 화려한 화면에 집중하는 나머지 몇 작품은 흥행에 부진할 뻔하지만, 미국에서 반응이 나쁜 영화가 한국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얻는다.

마이크 베이라고 하면 생각 없이 팝콘을 먹으며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공식이 생겨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즐기기 위한 관객이 생겨버린 것이다.

거기다 마이크 베이 영화 특성상 극장에서 보면 그 재미가 배가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독특한 점은 마이크 베이 감독은 웬만하면 CG가 아니라 실제 물건을 폭파시키는 점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떡칠을 하는 것보다 실제로 물건을 폭파시키는 게 더 싸다는 이유도 있는데, 실제 폭탄을 이용해 폭파시키고 진짜 자동차나 건물을 파괴해 화끈한 시각효과를 전달한다.

문제는 실제로 도폭선을 설치하고 그걸 터트릴 때 배우들에게 언제 어디서 도폭선이 터지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은 마이크 베이의 영화를 찍을 때는 먹고살기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뛰어다니게 된다.

이외에도 마이크 베이에게는 여러 가지 이슈와 소문이 있지만, 동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큰 돈을 벌어다 준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그의 화려한 영상미와 시원한 액션씬을 만드는 법을 직접 배우고 싶기도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인 만큼 대중들의 입맛에는 최고인 감독인 것이다.

“나쁜 아이들 예산이 2천만 달러였죠? 1천만 달러를 투자하도록 하죠.”

“와우! 하시네요. 점점 다니엘이 마음에 드네요. 특별히 원하는 요구사항 같은 건 없나요?”

“시나리오를 보니 경찰이 포르쉐를 타고 추격신을 하던데 기왕 포르쉐를 터트리는 거 화끈하게 날려 주세요.”

“하하. 아주 마음에 드는 요청이네요. 비싼 차니까 더욱 확실하게 날려 드리겠습니다.”

마틴 로랜스와 빌 스미스가 주연으로 나와 본격적인 스타로 성장하는 마이크 베이의 데뷔작 나쁜 아이들은 그의 영화답게 여성은 섹슈얼리즘으로 도배되어 나오고, 자동차 추격전과 폭파 장면, 인종차별적인 대사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래도 그의 초기작이다 보니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있었고, 사건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첫 작품부터 1억 4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흥행 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마이크 베이에게 투자 서류에 사인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 주었고, 돌아가는 그의 양손에는 마늘이 왕창 들어간 김치를 선물로 쥐어 주었다.

“흥행은 잘 모르겠지만, 감독을 보니 확실히 화끈한 영화는 나올 것 같네요.”

“대중의 취향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 거예요. 기대되네요.”

마이크 베이의 나쁜 아이들 투자를 마쳤고, 다음으로 투자할 영화를 선택했다.

“올해는 유독 범죄 영화가 많은 것 같은데요?”

< 12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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