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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L.L. 마르틴은 슈퍼히어로물과도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미국 중서부의 명문인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언론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기자로 취직하려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잡지에 SF 단편을 투고하며 지냈다.
그러다 1971년 SF 전문지인 ‘갤럭시’에 단편 ‘히어로’가 게재되면서 SF 작가로 정식 데뷔했다.
그는 꽤 훌륭한 필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1973년에는 SF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고상과, 네뷸러상에 후보로 올라가고 이듬해인 1974년 중편 ‘리아에게 바치는 노래’로 휴고상을, 1980년에는 호러 SF단편 ‘모래왕’으로 휴고와 네뷸러를 동시에 수상하며 SF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러나 잡지 투고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몇 년 동안은 대학에서 언론학과 영문학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전업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집필에 전력을 다한 필생의 야심작 판타지 미스터리 장편 ‘아마겟돈 랙’을 완전히 말아 먹으면서 1983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할리우드로 진출해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할리우드에서 SF드라마 환상특급과 고딕 판타지 요소가 강한 야수와 미녀의 대본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다 슈퍼히어로물인 와일드카즈 시리즈를 창시하고 편찬하면서 SF 출판계와 접점을 유지했다.
마불 유니버스 못지않은 다양성을 자랑하는 공유 우주를 마르틴은 포함한 십여 명의 작가들이 함께 장, 단편을 쓰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 나간다.
이렇게 골수 SF, 판타지, 슈퍼히어로 매니아인 조지 마르틴은 당연하게도 마불 유니버스에 관심을 넘어 매니아적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동민이 마불 스튜디오의 관계자라는 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렸다.
“뭐. 자네가 마불 코믹스의 관계자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 사실이 다니엘북스와 계약을 해야 할 이유로 보이지는 않는군.”
“불과 얼음의 노래는 장편으로 쓰여질 것 같은데 사실 영화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군요. 저랑 계약을 하시면, 시즌 드라마로 만들어 드리죠. 거기다 마불 코믹스에서 만화책도 출간해 드리겠습니다.”
원래 그의 소설은 왕좌의 전투라는 드라마와 코믹북으로 나오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조지 마르틴이 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자네는 그런 지시를 내리기엔 너무 어려 보이는데?”
“당장 결정하시라는 건 아니에요. 필요하시다면 담당 직원을 보내 정식 계약서를 보여 드려야지요. 마불 스튜디오 투어도 시켜 드릴 수 있고요.”
조지 마르틴이 일단 믿어 보겠다며, 드라마는 아니더라도 마불 스튜디오에서 코믹북 제작을 해 준다면 계약을 하겠다고 답했다.
동민은 닐이 스코틀랜드에서 돌아오면 조지 마르틴에게 보내 계약을 진행하게 할 생각으로 할리우드 세탁소 쿠폰을 그에게 주었다.
“이런. 자네가 그 전설의 할리우드 세탁소의 다니엘이었군.”
“제 소문을 들어 보셨어요?”
“시나리오 작가들 사이에 전설처럼 드라마를 성공하게 도와준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꼬마 아이라고 하더니 지금 보니 성인이로군.”
“그때는 제가 어리긴 했었죠.”
조지 마르틴은 동민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할리우드 세탁소라면 믿을 만하다며 출판 계약을 하겠다고 동의했다.
그의 확답을 듣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가는 길에 어떻게 그의 집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세탁소에 도착하자 박호찬이 동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샌디에고에 갔다면서? 빨리 왔네?”
“다행히 길이 많이 막히지는 않더라고요. 형은 적응 잘하고 있어요?”
“마이너리그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바로 진출했다고 치켜세워 주더니 바로 마이너로 내려보내서 편하게 배우고 있어.”
박호찬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마이너에서 공을 던지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승부욕에 불타오르며 열심히 영어 공부와 투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일본인 선수가 로스앤젤레스로 온다던데 만나 봤어요?”
“일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온다고?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누가 오는 거야?”
“아직 진행 중인가 보네요. 저도 건너 들은 거라 자세히는 몰라요.”
동민은 박호찬과 함께 활약했던 일본 야구의 영웅 노모 히데가 미국으로 왔을 거라 생각 했는데 그는 내년인 95년에 로스앤젤레스에 합류하게 된다.
일본을 접수하고, 1964년 무라카미 이후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한국 언론에서 박호찬과 라이벌 관계로 보도가 나가는 바람에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둘은 상당히 친한 사이가 된다.
박호찬은 대학에서 활동을 하다 프로 야구 경험 없이 메이저리그로 건너왔는데 반대로 노모는 일본 프로 야구에서 전설을 쓰고 넘어오면서 박호찬과 친하게 지내며 많은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회오리 투구법으로 유명한 노모 히데는 프로 첫 데뷔인 1990년 투수 트리플 크라운 및 최다탈삼진을 달성하며 신인왕과, MVP, 사와무라상을 싹쓸이한다.
특히 탈삼진 능력이 아주 뛰어났는데 일본에서 4년 연속 탈삼진왕을 차지하고. 데뷔 이후4년 연속 다승왕 또한 차지하면서 일본 야구계의 최고 투수로 군림했다.
박호찬에 비해 반의반도 안 되는 2백만 달러라는 저렴한 이적료를 받고 메이저리그로 건너와 아시아 역대 최고의 가성비 투수로 평가된다.
박호찬이 지인들만 초대해 비공개 결혼식을 할 때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 중 유일하게 노모만 초대되어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지 보여준다.
“일단 빨리 영어나 마스터해요. 예전에 내가 보내줬던 영어 교재로 공부했으면 마이너리그 안 갔을 수도 있었잖아요.”
“열심히 하고 있다니까. 그리고 네 말대로 마늘 냄새 이야기하더라. 어쩔 수 없이 네가 보내준 김치로 먹고 있어.”
마이너리그로 내려와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박호찬은 빠르게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가 동민과 삼겹살을 먹다가 집으로 돌아갔고, 얼마 뒤 동민은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이동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 가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왜 여기서 결혼식을 하는 거지?”
도미니카 공화국 국제공항에 내린 동민은 택시를 타고 한 성당으로 이동했다.
“다니엘. 여기에요.”
“맥컬리도 왔구나. 그래도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맥컬리 퀄컴과 이야기를 하고 있자 검은색 정장을 입은 마이클 잭선이 도착했다.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마워.”
“당연히 와야죠. 그런데 왜 여기서 결혼을 하는 거예요?”
“미국은 파파라치가 너무 많아서 싫어. 난 외부의 참견 없이 순수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어.”
동민은 마이클 잭선과 엘비스 프레즐리의 딸 리사 프레즐리와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날아왔다.
따스한 태양과 아름다운 해변, 포근한 기후가 좋긴 했지만, 동민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혼식은 생각보다 훨씬 평범하게 진행되었고, 현지 신부님이 스페인어로 주례를 했고, 옆에서 영어로 동시통역을 해 주었다.
마이클과 리사는 10살 차이가 났는데 특이하게 35살인 마이클은 초혼이었고, 25살의 리사는 두 번의 이혼 경험과 두 명의 아이가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 이후 뉴욕에 있는 도람프의 빌딩에 신혼집을 차리고 신혼생활을 하지만, 9개월가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하게 된다.
예전의 동민이라면 이해하지 못 했겠지만, 할리우드 배우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이 정도는 평범하게 받아 들여졌다.
일단 결혼식에 하객으로 왔으니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해 주었고, 마이클의 커다란 사건도 막았으니 이번에는 이혼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바로 돌아갈 거예요?”
“응. 결혼식이 끝나면 바로 공항으로 갈 거야. 넌 더 있다가 갈 거야?”
“마이클이 며칠 있다가 가라고 해서요.”
맥컬리와 작별 인사를 하고 동민은 바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비행기에서 앞으로 닥쳐올 맥컬리의 고난과 시련이 떠올랐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하기에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드디어 커다란 일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미국에서는 7월에 개봉한 포레스트 캄프와, 사자왕이 여름 극장을 달구고 있었다.
두 영화 모두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관객들로 상영관을 계속해서 확장했고, 스코틀랜드를 다녀오자마자 특이한 성격의 조지 마르틴과 또다시 계약을 하느라 투덜거리던 닐을 기쁘게 만들었다.
“다니엘. 아직 여름인데 벌써 작년의 수익을 넘기고 있어요. 겨울 시즌에 개봉하는 영화까지 합치면 올해는 엄청나게 큰 수익을 남길 것 같네요.”
“올해 투자한 영화가 많긴 했죠. 그래도 아마 올해 최고 흥행 영화는 사자왕이랑, 포레스트 캄프가 될 것 같네요.”
이번 가을에만 해도 개봉할 영화가 많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쿠안틴의 폴프 픽션이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하고, 뱀파이어랑 인터뷰 홍보를 위해 방한도 해야 했다.
고등학생이었다면 학기 중이라 시간을 내기 힘들었을 건데 USC 영화학과에 미리 알아보니 영화 관련 일이라면 수업에 빠져도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
아직 가을 학기가 시작 하려면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고, 영화 촬영 현장에 가보고 싶었지만, 웬만한 영화는 이미 촬영이 끝나 있었다.
그래도 촬영 중인 작품이 있었고, 어디를 보러 갈까 고민하다 세탁소와 가까운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한창 촬영을 친구들 드라마 세트장에 가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평소대로 자전거를 타고 스튜디오에 가려고 하는데 제시카가 찾아왔다.
“오빠는 왜 이렇게 바빠?”
“미안해. 대학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
한국에서 그녀와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로스앤젤레스에 돌아와서는 오히려 제시카를 만날 시간이 없었다.
연이어 스코틀랜드와 샌디에고에 다녀왔고, 마이클의 결혼식에도 참석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제시카를 위한 선물을 사 오는 것은 잊지 않았다.
“이건 샌디에고 코믹콘에서 사 온건데 환타스틱 4에 나오는 인비저블 우먼 피규어야.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음. 오빠 선물 고르는 센스가 별로였구나.”
제시카가 피규어를 보고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0년 후에 그녀가 환타스틱 4에서 인비저블 우먼 역을 맡게 된다.
피규어가 제시카와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추억할 겸 샌디에고에 간 김에 사 왔고, 스코틀랜드에서는 고급 캐시미어 목도리를 사 왔지만,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착한 제시카는 투덜거리면서도 동민이 사 온 선물을 기뻐하며 받아 갔다.
제시카는 여름 방학 동안 하이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었고, 동민이 그녀를 보기 위해 자주 스튜디오에 들렀다.
“오빠. 나 떡볶이가 먹고 싶어.”
“또? 어제도 먹었잖아. 오늘은 다른 거 먹자.”
한국에 다녀오면서 한식에 눈을 뜬 제시카였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분식을 엄청나게 좋아했다.
떡볶이를 먹으려는 그녀를 설득해 김밥과 라면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겼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보니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게 되었다.
< 11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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