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14화 (99/265)

< 114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첫 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여름 방학 비슷한 시간이 생긴 동민은 가장 먼저 한국에 다녀오기로 했다.

부모님이 고등학교 졸업식에 오고 싶어 하셨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에 부모님이 오시는 건 동민이 원하지 않았다.

대신 대학교 졸업식에는 꼭 참석하는 것으로 했고,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오랜만에 디주니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완성되어 가는 사자왕 애니메이션을 확인하고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촬영장으로 갔더니 아이들이 울상을 하고 있었다.

“다니엘! 다음 주에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마지막 회를 찍고 이제 끝이래.”

“나도 들었어. 너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월트 디주니가 직접 기획한 역사와 전통의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은 계속해서 떨어지는 시청률로 결국 올해 마지막 회 촬영을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크리스티나 아구에로는 워낙 노래 실력이 뛰어나기에 디주니에서 계속 관리할 예정이었고, 브리트니 스피어는 고향에 돌아가 지내다 이후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된다.

저스틴 팀벌랙은 엠싱크라는 보이그룹으로 데뷔하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되고, 라이온 고즐링은 무명 생활을 거쳐 로맨스 영화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아직 중학생인 4인방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이 없어지면서 당장 여름 방학 동안 스케줄이 없어졌다.

“조만간 한국에 다녀올 건데 다들 촬영 없으면 같이 갔다 올까? 비용은 내가 다 감당할 거니까 너희들은 몸만 오면 돼.”

이제 백수가 되는 동기 4명에게 한국을 경험시켜 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여름에 스케줄도 없고, 4명의 부모와도 이미 아는 사이였기에 허락을 받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미 친구들을 한국에 초대한 적이 있기에 드류 배리무어와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도 동민의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고 말하자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쉽게 허락을 받아 왔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이랑 제시카랑 나이가 같구나. 제시카도 함께 한국에 갈 수도 있겠다.’

제시카와 4인방은 전부 같은 학년이었다.

제시카만 데리고 한국에 간다면 그녀의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같은 나이의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허락받을 수 있었다.

오히려 제시카가 자신이 데리고 가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도 못 간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일이 더욱 쉽게 해결되었다.

“이쪽은 제시카야. 너희들이랑 동갑이니까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

“반가워 나는 브리트니라고 해. 네가 다니엘 여자 친구구나.”

동민은 브리트니와 제시카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자아이들이야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마음은 본인들도 모르는 것이기에 동민이 고생을 해야 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와 크리스티나 아구에로를 견제하는 제시카에게 브리트니와 저스틴이 애매한 사이인데 조만간 사귀게 될 것 같다고 말해 주었고, 크리스티나는 다행히 제시카를 마음에 들어 하면서 동민의 신경을 덜어 주었다.

어쩌다 보니 한창 말을 듣지 않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을 통솔하게 된 동민이었지만, 앞으로 유명 스타가 될 이들에게 한국을 경험시켜 줄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우와! 나 일등석 처음 타 봐요.”

“난 해외여행이 처음이야.”

최근 들어 재산이 넘쳐 나는 동민은 기왕 가는 거 편하게 가기 위해 자신과 5명의 아이들 모두 일등석으로 예매했다.

거기다 예상 밖으로 크리스티나가 어릴 적 일본에서 오래 살았기에 아이들을 통솔하며 동민은 제시카만 신경 쓰면 되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비행기에서 내린 동민은 아이들에게 환영 인사를 날렸고, 바로 집이 있는 압구정으로 갔다.

“여기는 강이 엄청 넓네?”

“사람들이 전부 동양인만 있어.”

아이들은 처음 방문한 한국을 신기하게 생각했고, 동민의 집에 머물면서 한국 체험을 하며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남대문 시장과, 경복궁, 명동을 구경 시켜 주며 대표적인 한국의 관광지를 돌았다.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음악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다 보니 한국에서 신화를 쓰고 있는 서대진과 아이들도 소개시켜 주었고, 음악 방송 녹화 현장에도 데리고 갔다.

서대진과 아이들은 동민과 함께 온 백인 중학생을 귀여워했지만, 미래에 이들이 유명해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그 춤은 그렇게 추는 게 아니에요.”

저스틴은 이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춤을 가르쳐 주기도 했고, 크리스티나가 노래를 부르자 다들 그녀의 실력에 놀라워했다.

방송국과 서대진과 아이들 연습실을 다녀온 다음 날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동대문 의류 상가에 간다고 하셨다.

“저는 남자아이들이랑 따로 놀 거니 편하게 다녀오세요.”

“너희들도 옷을 사야 하니 같이 가자꾸나.”

“아니에요. 남자들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니 저희 신경 쓰지 마시고 마음껏 쇼핑하고 오세요.”

여자아이들이 3명이나 있기에 동대문에 따라갔다가는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 있는 동민은 라이온과 저스틴 핑계를 대고 겨우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나도 쇼핑 가고 싶은데 왜 우리는 같이 안 가는 거야?”

“거기는 쇼핑 지옥이야. 한 번 가면 10시간을 돌아야 하는데 자신 있어?”

“무슨 쇼핑을 10시간이나 한다고 그래?”

그냥 남자아이들을 함께 보내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저스틴과 라이온을 위해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

“대신 더 좋은 곳으로 데리고 가 줄게.”

동민은 한국의 고유문화인 피시방을 소개해 주려 했으나 아직 한국에는 피시방이 생겨나지 않았다.

알아보니 서초동에 BNC라는 세계 최초의 인터넷 카페가 올해 오픈하긴 했지만, 게임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피시 통신과 간단한 업무를 보는 카페였다.

아쉽지만, 리오와 토미를 중독시킨 오락실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동전 바꾸는 법을 알려 주자 알아서 잘 놀았고, 동민도 오랜만에 격투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이고 집에 돌아가 쉬고 있는데 엄마가 아이들과 이민 가방을 끌고 집에 들어왔다.

“설마 그게 전부 옷이에요?”

“전부 옷은 아니고, 악세사리도 많이 샀단다. 아이들이 워낙 예뻐서 어울리는 게 너무 많더구나.”

여자들이 펼쳐 놓은 엄청난 수의 옷을 보자 저스틴과 라이온이 동민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여자아이들이 오늘 사 온 옷을 보며 좋아하고 있는데 엄마가 동민을 따로 불러내었다.

“동민아. 제시카랑 사귄다는 게 사실이니? 예쁘긴 하다만, 너무 어린 것 아니니?”

“올 초 지진 때 함께 있다가 그렇게 되었어요.”

동민이 어떻게 그녀와 사귀게 되었는지 엄마에게 설명했다.

“아들보다 제시카가 걱정이구나. 착한 아이이니 상처 주지 말고 잘해 줘야 한다.”

다행히 엄마는 동민의 편이었고, 예쁘고 착한 제시카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

부모님께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엄마가 들으면서 알게 되셨고, 아들의 여자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옷을 훨씬 많이 사게 되었다.

약 3주 정도 한국에 있으면서 부산과 동해안도 가고, 유명 산에 등산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한국은 잘 몰라서 기대 안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

“다음에 또 오자.”

“떡볶이가 미국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맛있었어.”

한국에서 재미있게 놀다 보니 미국에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동민은 이번 방학에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으로 돌아온 동민은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웬 출판사를 차리는 거예요?”

“앞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미리 선점해 두려고요.”

이번에도 당연히 닐이 서류 업무를 도와주었고, 다니엘북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했다.

사무실과 대표 명함이 생긴 동민은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날아갔다.

“다니엘 형.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코트니 커베인은 어때?”

“감정 기복이 심하긴 한데 형이 붙여준 심리 상담사가 고생하고 있지.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한 것 같아.”

동민을 마중 나온 슈스케는 작년 미국 음악계의 신성이 된 코트니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원래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올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슈스케에게 감시를 부탁했고,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였다.

슈스케와 코트니 커베인을 찾아가 김치를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고는 미팅을 잡아 두었던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작은 서점에 방문했다.

“반갑습니다. 여기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예상과 아주 다른 모습을 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그래서 이런 사업에 관심이 더 많지요.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다니엘북스의 대표인 다니엘입니다.”

동민은 94년 7월에 막 창업한 온라인 서점에 투자하고 싶다며 약속을 잡고 찾아왔다.

아마존익스프레스라는 이름의 회사는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회사는 이후 물류 회사로 성장하게 된다.

대표인 지프 베죠스는 아직 모발을 유지하고 있었고, 작년에 결혼해 부인과 함께 창업해 알콩달콩하게 지내고 있었다.

미래에는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43조라는 세기의 위자료를 물게 되지만, 지금은 착하게 생긴 범생이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온라인 비지니스에 관심이 있으셨군요. 앞으로는 웹상의 거래가 활성화될 겁니다. 저희 시스템을 보여 드리죠.”

지프 베죠스가 직접 아마존익스프레스 홈페이지를 보여 주었는데 94년에 만든 사이트라 그런지 너무나도 사용하기 불편해 보였다.

“인터페이스를 잘 정리 하셨네요. 실주문은 많은가요?”

“지난주에 다니엘 씨가 주문하신 영화 제작론 이외에 3건의 주문이 있었습니다. 이제 오픈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아 덜 알려져서 그렇지 앞으로 매출은 계속해서 오를 겁니다.”

아마존익스프레스가 얼마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는지 잘 알고 있는 동민은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 2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업이나 주식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동민이었지만, 아마존익스프레스 프라임이라는 OTT 서비스가 생기면서 지프 베죠스의 일생을 자세히 조사하게 되었고, 이외에도 몇 스트리밍 회사의 역사는 꼼꼼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지프 베죠스는 투자가 필요했고, 적절한 타이밍에 방문한 동민은 어렵지 않게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마존익스프레스 지분의 20%라는 엄청난 수확을 거둔 동민은 지프 베죠스에게 코트니 커베인의 사인이 들어간 열반 앨범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김치도 맛을 보라며 종류별로 주고 나왔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시애틀에서의 볼일을 마쳤고, 로스앤젤레스가 아닌 영국으로 가는 장거리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114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