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13화 (98/265)

< 113 >

제시카의 아버지와 단둘이 드라이브를 하면서 중학생의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듣고 왔다.

“그럼 내 딸을 잘 보살펴 줄 거라고 믿네. 딱히 자네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지켜주기도 했고, 내 딸이 자네를 너무 좋아하니 일단은 봐주는 걸세. 그리고 한 번만 더 눈에 먼지를 불어 줬다가는 내가 자네 눈에 흙먼지를 쏟아부어 버리겠어.”

“앞으로는 인공눈물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안전 운전 하고, 내가 항상 지켜보고 있겠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제시카의 아버지가 성호를 그으며 차에서 내리셨고, 앞으로 지켜보겠다며 두 손가락으로 동민을 가리켰다.

제시카를 태우고 갈 때와는 다르게 동민은 포드 머스탱 보스 429를 얌전하게 몰로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짧지만 많은 일이 있었던 겨울 방학이 끝이 났고, 동민은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기 위해 학교로 돌아갔다.

“다니엘. 너 정말 USC에 갈 거야?”

“이미 정했다고 말했잖아. 너는 동부에 있는 아이비리그로 갈 거라고 했지? 여기도 좋은 학교 많은데 왜 멀리 가는 거야?”

“난 자유를 누리고 싶어. 여기 있으면 아버지의 참견이 너무 심해.”

“그래. 너라면 그편이 더 좋을 수도 있겠네.”

“네 성적이면 하버드에도 입학할 수 있을 건데 아쉽지 않아?”

“난 진로를 영화로 정해서 굳이 좋은 대학에 갈 필요가 없어. 사실 대학을 가지 않을까도 고민했는데 그래도 학위는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할리우드랑 가장 가깝고, 영화 활동을 하면 학점 인정도 해 주는 USC로 가는 거야.”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기이다 보니 명문 고등학교인 할리우드 하이스쿨 학생들은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신지가 동민에게 찾아와 같이 동부에 있는 아이비리그에 가자고 했지만, 동민은 집과 할리우드에서 가까운 USC 진학을 이미 결정했다.

성적과 포트폴리오는 충분했지만, 혹시 몰라 카메룬과 팀 볼튼,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추천장도 미리 받아 두었다.

스필버그 감독은 학과장을 알고 있다며 혹시나 떨어지면 다시 합격시켜 주겠다고까지 말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라 바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들어야 할 수업이 남아있지 않아 일주일에 이틀만 학교에 나가면 되었다.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지만, 쿠안틴의 폴프 픽션 촬영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니엘. 너 여자 친구 생겼다면서?”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 거예요?”

“캐스팅하러 돌아다니는데 브루스 윌리가 알려 주던데?”

동민과 접점도 없었던 브루스 윌리가 어떻게 알고 쿠안틴에게 말해 주었는지 상상도 되지 않았지만, 이미 할리우드에 동민과 제시카가 사귄다는 소문이 쫙 퍼져 버렸다.

그나마 제시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중학생 엑스트라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았고, 다행히 동민이 동양인 특유의 동안을 가지고 있어 도둑놈이라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만나게 된 스토리가 아주 로맨틱하던데? 그래서인지 소문이 더 널리 퍼지는 것 같더라.”

“아마도 살이 많이 붙어서 퍼지고 있겠네요.”

“네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지는 거 아니야? 투자는 확실히 받을 수 있겠네. 크크크.”

쿠안틴이 동민을 놀렸지만, 그는 10년 뒤 자신의 영화에 그녀가 출연한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브루스 윌리와 제시카랑 연인 관계로 나오네.’

그녀가 출연하지 못하게 할까 생각도 했지만, 10년 뒤의 일이기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폴프 픽션 촬영은 언제 시작할 거예요?”

“3월 초에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도 촬영 기간이 짧죠?”

“예산이 넉넉하지 않으니 집중해서 찍어야지. 촬영 스케줄 짜는 게 가장 어렵네.”

봄방학도 있고 학교에 많이 나가지 않아도 되기에 이번에는 거의 모든 촬영에 동민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작비의 대부분을 동민이 투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쿠안틴의 방식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면서 순전히 조감독으로 맡은 역할에만 집중했다.

동민은 그의 작품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개봉한 에이스 벤츄리에도 투자했다고 했지? 짐 게리 천재던데? 표정 연기를 그렇게 할 수 있는 배우는 처음 봤어.”

“아마도 올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될 거예요. 작품 특성상 상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인지도는 확실히 쌓을 것 같네요.”

“이 바닥은 항상 새로운 인물이 혜성같이 나타나 재미있단 말이야. 나도 집중해서 이번에는 상을 받아야지.”

처녀작인 개들의 저수지가 영화제에 초대받기는 했지만, 수상까지는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들고 있는 폴프 픽션은 칸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 노미네이트 되며 각본상을 받기도 한다.

확실히 이전에 없던 스타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든 폴프 픽션 각본은 천재적이긴 했다.

동민이 한참 쿠안틴과 폴프 픽션 촬영 사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구하기 어려운 한정판 차를 구해준 닐이 찾아왔다.

“다니엘이 투자한 드라마 오디션 날짜가 잡혔습니다. 다음 주에 워너 브라더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고 하네요.”

“드디어 오디션이 시작되네요.”

“제작진이 1,000명이 넘는 배우들에게 서면으로 출연 의사를 물어보았더군요. 그중 75명이 대본 리딩에 참여했고, 이번에는 배역당 최종 3명으로 압축된 배우 중에서 최종 오디션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제작진이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네요.”

“이번 드라마에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이시고 있는데 잘될까요? 작년에 투자한 엑스 폴더가 기대보다 너무 잘되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시트콤이라 너무 장르가 다르네요.”

“잘되길 빌어야죠. 일단 느낌은 아주 좋네요.”

동민은 NDB에서 방영하고 워너 브라더에서 제작하는 이번 드라마에 투자가 가능한 최대 금액을 지원했다.

평소보다 더 자세하게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고, 이번에는 오디션에도 직접 관람을 가겠다며 의사를 밝혔다.

일주일 뒤 세탁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워너 브라더 스튜디오에 가자 시트콤 스튜디오를 만들고 있었고, 임시로 만들어진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배역과 어울리는 얼굴이긴 한데 너무 무명이지 않나요? 조금은 인지도가 있는 배우를 쓰는 것이 어떨까요?”

“텔레비전 드라마는 장기 촬영이 될 수도 있으니 스케줄이 일정하지 않은 영화배우를 쓰지 못하는 거 알고 있지 않나요?”

“친근함을 보여주어야 하니 여기서 잘 뽑아 봅시다.”

제작진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배우를 뽑기 위해 토론을 자주 했고,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된 배우는 로스 역을 맡은 데이비드 쉬머였다.

약간 말상의 그는 동민의 선배인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고등학교 출신이었는데 부모님이 변호사로 꽤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마지막까지 에릭 맥코맥과 데이비드 쉬머를 두고 고민하다 시트콤에는 데이비드 쉬머의 얼굴이 더 잘 어울린다며 그가 선택되었다.

다음으로 캐스팅된 배우는 커트니 콕스였는데 그나마 여기서 가장 유명한 배우였다.

하지만, 동민이 알던 것과 다르게 그녀는 모니카가 아닌 레이첼 역으로 캐스팅이 되었다.

그리고 미래에 브래들리 피트와 제니퍼 앤스톤이 모니카 역에 내정되었는데 두 사람은 이후 대본 리딩 중에 서로 역할을 바꾸게 된다.

다음으로 챈들러 역에는 가장 유력한 배우로 존 크라이어가 있었는데 그가 런던에 머물던 중 오디션 테이프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그의 캐스팅이 무산되었다.

존 크라이어가 떨어지면서 영화배우 크레이그 비에코가 챈들러로 뽑혔지만, 함께 오디션을 보러 온 친구 매튜 페리에게 양보하면서 매튜가 챈들러로 캐스팅되었다.

리사 쿠드로는 피비 역에 뽑히긴 했지만, 오디션을 볼 때만 해도 역할이 단역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수정하다 보니 그녀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주요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매트 몽블랑은 제작진이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방송국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바람둥이 컨샙의 조이 역을 맡게 되었다.

광고 모델이었던 그는 코크 음료 광고로 얼굴이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드라마에서는 자리를 못 잡으면서 주머니에 11달러만 남아 있었는데 ‘친구들’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에피소드 당 22,500달러를 받기로 계약했다.

모든 배우들은 동일하게 22,500달러를 받았는데 10년 후 마지막 시즌에는 에피소드 당 100만 달러를 받게 된다.

그렇게 드라마의 전설이자 전 세계 팬들의 친구가 되는 친구들 오디션이 끝이 났고, 동민은 6명의 배우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디션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많이 젊어 보이시는데 제작진이신가요?”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심사위원석 구석에 앉아 있던 동민이 그들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모습을 보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말을 걸자 다들 궁금하게 생각했다.

“저는 이번 드라마 최대 투자자인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서 관계자 권한으로 오디션을 참관했습니다.”

동민이 최대 투자자임을 밝히자 배우들이 조금 공손하게 변했다.

이런 걸 원하지 않았기에 동민은 부담 가지지 말라며 편하게 대해주길 바랐고, 그들에게 워너 브라더 스튜디오 바로 옆에 있는 세탁소에 주로 있으니 시간 나면 놀러 오라며 세탁소 쿠폰과 함께 미국인 입맛에 맞춰 현지화를 시킨 김치를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드라마가 되는 ‘친구들’의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진에게도 김치를 무한 제공하기로 했고, 동민의 밑 작업으로 인해 ‘친구들’ 드라마에 김치가 종종 등장하게 된다.

세탁소와도 가깝고 에피소드를 초대한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만드는 ‘친구들’이기에 동민도 자주 보러 갈 생각이었고, 스튜디오에 배우와 스태프, 관객을 위한 한식을 앞으로 제공하기로 계약도 맺었다.

친구들 시트콤 드라마 준비를 구경하면서 쿠안틴을 도와 폴프 픽션 영화를 만들었고, 틈틈이 시간을 만들어 제시카를 만나다 보니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가 금방 지나갔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기 전 아주 중요한 관문이 하나 남아 있었는데 미국 고등학생에게 정말 중요한 프롬 파티였다.

프롬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여학생은 드레스를 입고 남학생을 턱시도를 입고 학교 체육관에서 파티를 하며 춤을 추는 행사인데 동민의 파트너가 되고 싶어 하는 여학생이 많이 있었지만, 제시카가 있는 동민은 파트너를 만들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중학생인 제시카를 고등학교 졸업 프롬에 데리고 갈 수도 없었고, 제시카의 허락 아래 그녀가 선택한 여학생을 파트너로 프롬 파티에 참석했다.

동민의 핏에 맞춰 삼촌이 직접 만들어 준 턱시도는 기성품을 입은 어색한 남자 고등학생들과 확연히 달라 보였고, 뱀파이어 연기까지 한 동민은 쿼터백을 이기고, 1994년 프롬 킹에 뽑혔다.

제시카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기에 별다른 일탈을 하지 못한 동민은 프롬을 경험해 보았다는 것에 만족했고, 얼마 후 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에는 슈워츠 아놀드제네거와 조니 데브, 탐 크루스, 브래들리 피트, 리버 피닉서가 참석하면서 난리가 났고, 그렇게 동민의 고등학교 생활이 막을 내렸다.

< 113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