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10화 (95/265)

< 110 >

“여자 친구는 없어요. 너무 바빠서 만날 여유가 없었네요.”

“드류와 친하게 지내기에 잘되길 바랐는데 정말로 친구만 되었나 보구나.”

동민이 가장 친한 여성은 드류 배리무어와 앤젤리나 졸리였다.

드류는 외모가 동민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앤젤리나도 살짝 강한 여자 스타일에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다 보니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아역 배우가 몇 명 있는데 소개시켜 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예전에 드류 배리무어를 연기를 업으로 하는 크리스티안 배일에게 소개시켜주었던 일화가 생각났다.

크리스티안 배일이 잘 지내고 있는지 잠시 생각하던 동민에게 스필버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그럼 왜 여자 친구를 만들지 않는 거니?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배우가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설마 여자한테 관심이 없는 거니?”

“이상한 오해하지 마세요. 저 여자 좋아해요.”

스필버그 감독이 몸을 살짝 뒤로 빼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동민을 바라보자 동민이 자신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었다.

스필버그가 말한 대로 조니 데브와 리버 피닉서, 리오나르도 디케프리오의 주변에는 많은 여자들이 따라다녔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세탁소로 여자를 데리고 오지는 않았지만,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많이 있었다.

연기 지망생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동민은 예쁘면서 선명한 서양 스타일보다는 조금 작고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여자들은 모델 같은 느낌에 서구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오래 살면서 이쪽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동민은 아직도 동양적인 미인을 찾고 있었다.

“대학교 가면 기회가 있겠죠. 아직은 학교 다니면서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여유가 없네요.”

“대학을 간다고 해도 바쁜 건 마찬가지일 테지만 기회가 많아지긴 하겠구나. 지금은 이성을 너무 만나지 않으니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놀아도 안 된다.”

동민을 자신의 제자로 생각하고 있는 스필버그는 한참이나 조심해야 할 여자를 알려 주었고, 잔소리를 듣던 동민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손님이 다가오자 후다닥 도망쳐 버렸다.

“동민아 스필버그 감독님과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한 거니?”

부모님이 한참 동안 스필버그와 함께 있었던 아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사실대로 말하면 또 걱정 하실까 봐 영화 이야기를 했다고 둘러댔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여자 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동민은 정말로 여자 친구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을 시작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여배우들이 여러 명 떠올랐다.

“아.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겠지.”

동민에게 해답이 없는 숙제가 주어졌고, 스필버그의 연말 파티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연말과 연초 행사가 끝이 나자 뱀파이어랑 인터뷰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고, 조금 비중이 있는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된 동양인 뱀파이어 동민은 스튜디오로 출근했다.

“자네가 나오는 장면은 아직 멀었는데 현장에 부지런히 나오는군.”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님의 지시를 들으면 제가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여서요.”

동민의 대답에 닐 조던 감독이 아주 만족했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을 허락했다.

며칠 뒤 동민이 나오는 장면을 찍게 되었고, 복고풍이지만 고급스러운 복장을 입고 창백한 분장을 하고 엑스트라가 해야 할 가장 힘든 일을 맞이했다.

“우리 차례는 언제인지 알아요?”

“글쎄요? 짧으면 3시간 정도 대기하면 되고, 어떨 때는 다음 날 촬영하는 경우도 있어요.”

엑스트라의 숙명은 대기였다.

동민은 주연 배우들이 있는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고 이번 기회에 엑스트라들과 함께 행동하면서 그들의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저 꼬마 아이 연기 봤어요? 실력이 엄청나던 걸요? 분명 커서 유명한 배우가 될 거예요.”

대기 중인 엑스트라들은 커스틴 더스트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

그녀는 뱀파이어랑 인터뷰에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이며 12살의 나이로 골든 글러브 여우조연상에 지명된다.

이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내년에 로빈스 윌리엄과 함께 촬영하는 주만쥐에서 스타 아역배우로 자리를 잡는다.

반면 나혼자 집에로 스타가 된 맥컬리 퀄컴은 열심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이였다.

엑스트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대기하던 동민은 스태프에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물어 보았고, 아직 시간 여유가 많다는 대답을 듣고 스튜디오 주변을 돌아 다녔다.

스튜디오에서는 뱀파이어랑 인터뷰 이외에도 다른 영화가 촬영되고 있었고, 커다란 엑스트라 대기실에는 다른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온 배우들도 함께 있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동민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발견했고, 어떤 영화를 찍는지 물어보았다.

“캠프 노웨어라고 아이들이 여름 방학 캠핑장을 만들어 함께 모험하는 영화에요.”

영화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의 4인방과 비슷한 나이대였고, 몇 명은 동민을 알아보기도 했다.

“디주니 텔레비전에 나왔죠? 그런데 무슨 분장을 한 거예요? 엄청 섹시해 보이는데요?”

“뱀파이어 영화를 찍고 있는데 동양인 뱀파이어 엑스트라를 맡았어.”

“이렇게 잘생긴 동양인은 처음 봐요.”

뱀파이어 분장을 한 동민을 보고 여자아이들 몇이 얼굴을 붉혔다.

귀여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화장실에 가야겠다며 동민이 일어났다.

“나도 화장실에 갈 건데 같이 가요.”

동민이 화장실에 간다는 이야기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예쁜 여자아이가 자신도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길을 잘 모르겠다며 동민을 따라나섰다.

함께 화장실로 가는 여자아이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서양인의 이목구비와 동양인의 얼굴형을 가지고 있었고, 인도와 남미의 느낌도 살짝 들어 있었다.

미국에는 다양한 국적의 혼혈인이 많았는데 10년 넘게 지내다 보니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동민은 알고 있는 배우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난 다니엘이라고 하는데 넌 이름이 뭐야?”

“저는 제시… 꺄!

이름을 알려주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동민에게 안겨들었고, 두 사람은 균형을 잃으며 넘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동민이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누워 있는데 땅이 흔들리며 벽에 붙어 있던 액자들이 떨어졌고, 건물에서도 큰 소리가 났다.

“지진인가 봐.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갑작스러운 지진에 동민은 여자아이를 품에 안은 채 눈에 보이는 책상 아래로 기어갔다.

흔들림이 멈추자 그녀가 정신을 차렸고, 동민의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듣고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더니 품에서 빠져나왔다.

“여진이 또 올 수도 있으니까 건물 밖으로 나가자. 천장에서 떨어질 물건이 없는 야외가 더 안전해.”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너무 놀라서인지 그녀가 일어나지 못했고, 동민이 아직 중학생이라 가벼운 여자아이를 안아들고는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건물을 나가자마자 여진이 따랐고, 두 사람은 다행히 잔디 위에 넘어졌다.

안전한 곳으로 나온 동민은 로스앤젤레스에 큰 지진이 있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에 관련된 것만 관심 가지고 있었던 터라 다른 사건은 자주 잊어버렸는데 1994년 1월 17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샌 페르난도 밸리 지역에 있는 노스리지에서 6.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지진의 피해는 산타모니카, 할리우드, 시마 밸리, 산타클라라에서 가장 컸는데 동민이 있는 할리우드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지역이었다.

이 지진으로 57명이 공식적으로 사망하게 되고, 9,0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행했다.

재산 피해는 약 500억 달러가 발생하는데 미국 역사상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자연 재해 중 하나로 기록된다.

특히 고가 도로가 많이 끊어지면서 도로가 안 그래도 복잡한 로스앤젤레스 교통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한다.

“괜찮니? 다친 곳은 없어?”

“네. 덕분에 무사히 나올 수 있었네요. 고마워요.”

여진이 멈추자 동민은 자신의 품에 깔려 있는 여자아이에게 다친 곳이 없는지 물어보았다.

더 이상 땅이 흔들리지 않자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다행히 무너진 건물은 없었지만, 창문이 많이 깨져 있었고, 금이 간 건물도 보였다.

“건물로 다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니까. 함께 있던 아이들이 대피한 곳을 찾아보자.”

동민이 건물 밖으로 대피한 사람들 중에 캠프 노웨어 출연진을 찾아 다녔지만,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에 발견하지 못했고, 여자아이를 데리고 뱀파이어랑 인터뷰 스튜디오로 찾아갔다.

“다니엘! 무사했구나.”

“다친 사람은 없나요? 다들 괜찮아요?”

다행히 아무도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스튜디오는 소품들이 다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난장판 이였다.

“오늘은 위험하니 집으로 돌아가렴. 이후 스케줄은 다시 알려 주마.”

“그런데 옆에 있는 아이는 누구야?”

사람들이 동민 옆에 가까이 붙어있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를 보고 궁금해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같이 있던 아이예요. 일행을 찾아 주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일단 여기로 같이 왔어요.”

동민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동민도 세탁소가 걱정되어 돌아갈 준비를 했다.

“넌 어떻게 집에 갈 거야? 부모님이랑 같이 왔니?”

“촬영 같이하는 친구 부모님이 태워 주셨는데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단 부모님에게 전화해 볼래?”

지진으로 건물과 도로가 파손되기는 했지만, 다행히 전화는 살아 있었다.

삼촌이 있는 세탁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건물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단층 건물이라 부서지거나 위험하지는 않았다며 조심해서 돌아오라고 하셨다.

“자전거 타고 오길 잘 했네, 도로가 엉망이라 차 타고 가긴 힘들겠어.”

세탁소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고 온 여자 아이가 부모님도 차를 움직일 수 없어 언제 스튜디오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난 삼촌 세탁소가 여기서 멀지 않아서 거기로 가 있을 건데,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겠어? 일단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혼잡하긴 해도 더 안전하지 않을까?”

“저도 세탁소에 같이 가서 부모님을 기다려도 될까요? 여기는 너무 복잡해서 싫어요.”

동민이 잠시 고민하더니 그렇게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스튜디오는 중학생 여자아이 혼자 있기에는 너무 혼란스러웠고, 결국 그녀를 자전거에 태워 세탁소에 함께 갔다.

도로 위에는 멈춰 있는 차들로 복잡했지만, 자전거는 오히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멀지 않은 세탁소에 금방 도착했다.

“삼촌. 괜찮으세요?”

“너도 다치지 않았니? 걱정했구나. 이게 무슨 일이라니.”

삼촌은 어질러진 세탁소를 치우고 있었고, 동민과 함께 나타난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를 보고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일행과 헤어져서 일단 같이 왔어요. 부모님이 여기로 찾아올 거예요.”

< 11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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