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 >
시나리오와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인한 동민은 리버 피닉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리버 뭐 해요?”
“다니엘이니? 나야 사만다랑 같이 있지. 안 그래도 김치 다 떨어져서 놀러 가려 했는데 연락했네.”
리버 피닉서는 작년에 촬영한 “사랑이라 불리는 것”이란 영화에서 여주인공으로 나온 사만다 마티즈와 사귀고 있었다.
“요즘은 몸에 나쁜 거 안 하고 있죠?”
“또 물어보는 거니? 사실 작년까지는 몰래 조금 했는데 어드리 햅번 선생님을 뵙고 난 이후로 손도 안 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리버 피닉스가 약물과다로 급사하는 사건이 한 달 정도 남았기에 동민이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었다.
확실히 전생에 비교해 약물에 손을 뗀 것 같았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되기에 10월 31일에 조니 데브가 운영하고 있는 클럽 바이퍼 룸 근처에 못 가게 할 생각이었다.
“알겠어요. 내년 영화 투자할 거 확인하고 있는데 리버가 나온다는 영화가 있어서 연락해 봤어요.”
“내가 라디오 방송 작가로 나와서 인터뷰 하는 영화 말하는 거지? 잘생긴 배우가 많이 나와서 긴장되긴 하더라.”
“리버까지 나오면 확실히 난리가 나긴 하겠네요. 그럼 몸조리 잘하고 또 연락할게요. 김치는 공장에 이야기해서 보내줄게요.”
리버 피닉서가 나오기로 한 영화는 뱀파이어랑 인터뷰라는 흡혈귀 영화였다.
이 영화에는 탐 크루스, 브래들리 피트, 안토니 반데라스와 리버 피닉서가 출연하기로 하면서 제작 전부터 주목을 받고 있었다.
잘생긴 남자가 넘쳐나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여성팬들의 관심이 폭주했다.
여배우로는 미래 스파이더가이의 여자친구가 되는 커스틴 더스트가 나와 12살의 나이에 골든 글러브 여우조연상에 지명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뱀파이어라고 하면 야만적이고 잔인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영화로 인해 매혹적이고 환상적이며 섹시한 이미지로 신분 세탁하게 된다.
사실 이 영화에는 동성애적 암시가 많이 들어있는데 브래들리 피트와 탐 크루스의 미모가 이러한 논란을 찍어 눌러버린다.
리버 피닉서의 사후에 만들어지는 영화이다 보니 급하게 대역을 찾게 되어 크리스티안 슬레이터가 역할을 맡게 된다.
그래서 영화 크레딧 마지막에 ‘리버 피닉서를 추억하며’라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런 자막이 나오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닐. 뱀파이어랑 인터뷰 닐 조던 감독님이랑 미팅 잡을 수 있죠?”
“감독님이 참 좋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시네요. 성공하실 분이에요. 다니엘이 만나고 싶은데 거절할 감독은 할리우드에 없으니 바로 스케줄을 잡아 볼게요.”
뱀파이어랑 인터뷰는 6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북미에서 1억 달러, 해외에서 1억 3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괜찮은 성적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버 피닉서가 출연하니 매출이 조금 더 오를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거기다 뱀파이어랑 인터뷰는 동민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었는데 바로 영화 홍보를 위해 내한을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는 탐 크루스 혼자 내한을 하여 희극인 이영지와 인터뷰를 하고 무거운 그녀를 안아 올리면서 이슈가 되었다.
탐 크루스의 첫 번째 내한이기도 하고, 이때 좋은 인상을 받은 탐은 이후로도 한국을 자주 방문해 좋은 팬 서비스를 보이고 돌아간다.
“이번에는 내가 있으니 내한 규모를 더 크게 만들어야지.”
한국에 가서 할 일들을 상상하며 즐거워하고 있는데 전화 통화를 마친 닐이 오늘 바로 미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잠시 후 닐 조던 감독이 할리우드 세탁소로 직접 찾아왔다.
“오! 여기가 그 유명한 할리우드 세탁소로군요. 드디어 와 보네요. 반갑습니다. 닐 조던이라고 합니다.”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닐 패트릭입니다. 이쪽은 제 고객이신 다니엘 킴이십니다.”
동민은 닐 패트릭 감독, 아니 닐 조던 감독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제작비의 1/3인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해 주었다.
닐 조던 감독은 동민의 투자는 흥행 성공이라는 할리우드의 소문을 알고 있었기에 기뻐했고, 동민이 원하는 건 최대한 수용해 주겠다고 했다.
“제가 딱히 바라는 건 없고 해외 홍보를 조금 더 활발하게 해 주셨으면 해서 연락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배우들의 비주얼이 뛰어나다 보니 일본이나 한국, 홍콩에 직접 홍보를 위한 방문을 한다면 성적이 훨씬 더 잘 나올 것 같아서요.”
동민이 내한을 위한 밑밥을 깔자 닐 조던 감독이 미간을 좁힌 채 동민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 이상하게 오한이든 동민이 조건을 조금 낮춰 주었다.
“사실 제가 한국인이라 한국에서 규모를 크게 진행했으면 하는데 정 부담스러우시면 비용은 저희 쪽에서 지불하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유명 배우가 여러 명 움직이다 보니 비용이 꽤 많이 발생하는데 통 크게 동민이 지불할 의사도 있었다.
“정말입니까? 안 그래도 한국의 영화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 내한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희야 감사하죠.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닐 조던 감독이 동민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죄송하지만, 잠시 일어서 주시겠습니까? 네. 뒤로 돌아 주시죠.”
닐 감독이 동민에게 일어서 달라고 했고, 동민을 돌리며 자세히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동민이 자리에 앉자 닐 감독이 조건을 말했다.
“아시다 시피 영화에 나오는 뱀파이어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입니다. 주로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스페인 배우도 있고, 흑인 멤버도 있지요. 하지만, 동양인 뱀파이어가 없어 조금 아쉬웠는데 다니엘 군의 얼굴에 살짝 창백하게 화장을 하고 스모키 포인트를 준다면 정말 섹시한 동양계 뱀파이어가 완성되겠군요.”
슈퍼 미남들 사이에 있어서 그렇지 동민도 상당히 잘생긴 얼굴로 성장했고, 닐 조던 감독은 그런 동민을 알아보고 비중이 높지 않은 엑스트라로 꼭 영화에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고등학생이라 살짝 가냘픈 느낌도 있었는데 뱀파이어로 나오기에는 딱 좋은 조건이었고, 동양인 특유의 살짝 찢어진 눈도 묘하게 섹시한 느낌이 들었다.
“잘되었네요. 다니엘은 은근 여러 드라마랑 영화에 나와서 연기도 꽤 잘하잖아요.”
동민이 거절하기 위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닐이 옆에서 방해를 했고, 내한 행사에 모든 배우를 보내주겠다는 조건으로 동민의 영화 출연이 확정되었다.
‘그래. 내한하려면 배우들이랑 친해져야 하는데 영화 함께 찍다 보면 더 친해질 수 있겠지?
이미 톰 크루스와 리버 피닉서와는 아주 친했고, 브래들리 피트와도 상당히 가까운 동민이었지만, 이 사실을 굳이 무시하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중이 높지 않은 역이고 많은 장면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아도 된가는 것 이였다.
뱀파이어랑 인터뷰 참여와 투자가 확정되자 닐 조던 감독에게 잘 부탁한다며 김치를 선물로 주었다.
시간이 늦어 나머지 투자는 다음에 하기로 했고, 동민은 다음 날 오랜만에 디주니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다니엘! 오랜만이에요.”
“핫도그 만들어 줘요.”
“난 치킨 먹고 싶어.”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 들렀더니 아이들이 간신 먹고 싶다며 달라붙었고, 동민은 한인 식당에 연락해 배달 주문을 해 주었다.
동기인 4인방과도 인사하며 대화를 나누었고, 세탁소에 놀러 오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애니메이션 제작팀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동민은 작년에 프로젝트가 시작된 디주니 역사상 최초의 순수 각본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곳을 찾아갔다.
디주니는 원래 존재하는 동화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왔는데 이번에 최초로 각본을 직접 만든 작품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는데 충격적이게도 처음 제작에 들어갔을 때 제작진이 “5천만 달러라도 벌면 소원이 없겠다’며 아주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작비만 4,500만 달러가 들어가는데 5천만 달러면 적자라는 말이었다.
제작 도중 감독이 교체되기도 했고, 디주니 스튜디오의 A급 정계 멤버는 포카환타스에 투입 되었고, 여기에는 나머지 직원이 모여 만들고 있는 B급 프로젝트였다.
제작자들 역시도 자신들이 만드는 애니메이션은 B급이라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고 분위기도 칙칙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대박 날 거라니까요. 분위기가 왜 이래요? 기운들 내요.”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한 동민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자주 들렀고, 매번 힘내라며 잔소리를 했다.
오늘도 김밥을 여러 줄 주문해 나누어 주었다.
“다니엘, 날을 잘 맞춰서 왔구나. 오늘 우리가 그리는 모델이 직접 스튜디오에 방문하기로 했거든.”
“작업자가 가는 게 아니고 여기로 직접 불렀다고요?”
“대단하지? 오늘은 다들 기대하고 있어.”
동민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잠시 후 관계자로 보이는 여러 사람이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어? 저 사람은 엘틴 존 아니야?”
“옆에 있는 남자는 한스 짐버야!”
엘틴 존과 유명 영화 음악 감독인 한스 짐버가 스튜디오에 들어오자 작업자들이 웅성거렸다.
“여러분. 애니메이션 OST가 완성되어 직접 들려드리기 위해 두 분께서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박수 주세요~”
그랜드 피아노가 스튜디오로 들어오더니 엘틴 존이 직접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제작자들은 자신들이 그린 장면을 상상하면서 황홀한 기분에 빠져 들었고, 한스 짐머가 들려주는 박진감 넘치는 음악에는 손에 땀을 쥐며 빠져 들었다.
“이 음악이라면 영화가 완전히 달라지겠는걸?”
“이렇게 좋은 OST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동민도 엘틴 존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니 녹음된 버젼과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영국의 유명 가수 엘틴 존은 전성기가 꺾이며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번 OST가 대박이 나면서 완벽하게 부활하게 된다.
디주니와 엘틴 존의 협업은 양쪽에도 엄청난 시너지를 주며 대성공을 하게 되고,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 알린 그는 이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들의 연주가 끝나가 제작자들의 환호가 이어졌고, 엘틴 존과 한스 짐버는 제작자들이 그린 애니메니션 작화를 직접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디주니 경영팀에서 다음 일정을 말해 주었다.
“모델이 도착했습니다. 사진과 영상 촬영은 회사에서 직접 할 테니 플레쉬 터트리는 실수는 하지 마시고, 가능한 눈에 직접 담으시고, 스케치를 그려 주세요.”
모델이 도착했다는 말에 모두들 침을 삼키며 긴장과 기대를 동시에 했다.
잠시 후 검은색 천이 씌워진 커다란 상자가 끌려왔다.
사람 키보다 높은 상자는 스튜디오 가운데 자리를 잡더니 준비를 마치고는 검은색 천을 벗겼다.
“우와!”
“세상에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
우리 안에는 거대한 숫사자와 암사자가 한 마리씩 들어 있었고, 새끼 사자도 두 마리 함께 있었다.
< 10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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