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00화 (85/265)

< 100 >

오랜만의 동민의 전화를 받은 워런트 버핏은 아주 반가워했다.

“벌써 고등학교 2학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구나. 올해는 꼭 주주 모임에 참석하도록 하거라.”

“학기 중이라 계속 못 갔는데 이번에는 꼭 시간을 빼서 가도록 할게요.”

버크쇼 해더웨이의 대주주중 한 명이 된 동민은 워런트 버핏과 직통 전화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고, 개인 포트폴리오도 버크쇼에서 관리해 주고 있었다.

“디주니의 주가가 꽤 많이 올랐더구나. 경영자가 바뀌면서 내부 구조가 많이 개선되었어.”

“그동안 너무 방만하게 운영하긴 했죠. 가지고 있는 캐시카우가 워낙 많아서 조금만 신경 써도 금방 좋아질 것 같았어요.”

워런트 버핏과 근황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이크소프트 주식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크소프트라면 최근 주가가 너무 올랐는데 괜찮겠니?”

“마이크소프트 윈도우 프로그램이 운영체제 시장을 독점해서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 다만 네가 원한다니 요청대로 주식을 모아주마.”

워런트 버핏은 소비재와 전통 산업을 좋아했고, 위험 부담이 적은 확실한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었다.

소프트웨어나 IT 산업 쪽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동민의 이야기를 듣고 마이크소프트를 개인적으로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이크소프트가 급성장하면서 앞으로 IT 버블이 생기고 2000년에 버블이 터진다는 정도는 주식을 잘 모르는 동민도 알고 있었고, IT 버블 시기에 주식으로 재미를 조금 볼 계획이었다.

‘코인에도 미리 투자하고 싶은데 언제 나오고 어떻게 사는 거지? 코인이 처음 나오고도 오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뉴스에 나오면 그때 사면 되겠다.’

세세한 것까지 알고 있는 영화처럼 연도별로 자세한 건 모르지만, 굵직한 경제 흐름은 알고 있기에 거기에 맞춰서 투자하기로 했다.

“그럼 4월 30일 버크쇼 해더웨이 주주총회 때 봬요.”

“그래. 너도 이제 고등학생이니 정기적으로 얼굴 좀 비추거라.”

워런트 버핏과 통화를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불조심 여사 촬영을 도와주다 봄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로 돌아온 동민은 대학 진학을 위해 SAT 공부를 시작 했는데 전생에는 그렇게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회귀한 이후로는 머리가 좋아져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억력도 좋아지고, 언어능력도 더 좋아져, 영어는 원어민 수준이고, 중국어와 일본어고 잘하게 되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었다보니 스페인어도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었다.

공부에 집중하다 보니 4월 30일이 금방 다가왔고, 이번에는 삼촌 없이 혼자서 오마하에 있는 버크쇼 해더웨이로 출발했다.

다행히 학교에서는 주주총회를 현장학습으로 처리해 주어 결석 처리가 되지 않았다.

“키가 많이 자랐구나. 드디어 버크쇼 해더웨이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것을 환영한다.”

“워런트 할아버지는 그대로 시네요.”

조그마한 시골 중소도시인 오마하는 매년 5월 초 전 세계에서 버크쇼 해더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로 축제 분위기가 펼쳐진다.

아직은 워런트 버핏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는 사람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동민의 예상 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오마하로 몰려 들었다.

버크쇼 해더웨이의 주주총회는 네브래스카주 시골 도시 오마하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는데 버크쇼 자회사의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는 쇼핑데이, 칵테일 파니, 마라톤 행사까지 다양한 행사가 3일 연속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자본주의의 우드스탁이라 불리며 전 세계 자본가와 주식인의 파티가 열리기에 호텔은 이미 반년 전부터 빈 방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결국 방을 구하지 못한 동민은 워런트 버핏의 자녀가 독립해 빈방이 있는 그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집이 아늑하네요.”

“내가 결혼하고 1958년에 구입한 집이란다. 와이프랑 둘이 살기에는 너무 크긴 하지만, 아이들이 자란 추억이 있어 계속 지내고 있지.”

그는 엄청난 재산에 비해 상당히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시골 도시인 오마하 외각에 있는 집은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이 지내는 집이었고, 자동차는 오래된 구형 캐딜락 세단이었다.

그의 집에서 부인인 수잔이 해 주는 미국 가정식을 먹으며 그에게 할리우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는 영화배우나 감독 이야기보다 동민이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얼마나 수익을 만드는가를 더 재미있어했고, 가수가 되고 싶었던 그의 부인 수잔은 배우나 감독 이야기를 좋아했다.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 하는데 진로는 정했나?”

“USC 영화학과에 진학하려고요. 저는 영화감독이 되는 게 꿈이에요.”

“내가 보기엔 감독보다 제작자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둘 다 할 수 있으니 감독도 괜찮겠구나.”

워런트 버핏과 대화를 나누다 손님방에서 잠에 들었고, 행사 기간 동안 그의 옆에 붙어 다니며 주주총회를 구경했다.

세계 각국의 자본가와 투자자들이 워런트 버핏의 옆에 있는 잘생긴 동양인 소년을 궁금해하자 동민을 버크쇼 해더웨이 대주주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작년의 투자 결과와 앞으로의 투자 방향을 알려주는 발표회가 시작되자 콘서트장과 같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정장을 입은 아저씨들이 할아버지인 찰리 멍거와 워런트 버핏을 보고 환호를 지르는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모든 행사가 끝이 나고 동민은 워런트 버핏의 집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집까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는 할리우드로 제가 초대할게요.”

“그래. 유명 배우를 직접 보는 것도 재미있겠구나. 네가 있다는 세탁소가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

버핏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오면서 동민은 웬만하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분명 영어인데 처음 듣는 단어가 왜 이렇게 많아?”

동민은 영화 쪽은 전문가이지만, 경제나 회계, 주식과는 거리가 멀었고, 2박 3일 동안 오가는 대화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수업을 듣고 디주니 스튜디오에 놀러가 미미 마우스 클럽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닐에게서 연락이 왔다.

“다니엘이 요청했던 엑스폴더 사전 미팅 날자가 나왔어요. 참석하실 거죠?”

“당연히 가야죠. 이번에 뽑힌 배우들도 나오는 거죠?”

작년에 투자한 텔레비전 드라마 엑스폴더의 배우가 정해졌고, 사전 미팅이 잡혀 투자자인 동민도 참석하기로 했다.

닐의 차를 타고 방송국으로 가자 담당 피디와 주연 배우인 몰더와 스콜리가 앉아 있었다.

지금은 무명이지만 이 드라마로 유명해지는 젊은 모습의 스콜리와 몰더 요원을 직접 보자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던 드라마 배우를 보자 영화 배우와는 다른 느낌이 있었고, 영상과는 다른 일상복을 입고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 두 사람은 나름 신인 티도 났고, 긴장한 듯한 모습도 재미있었다.

“이쪽은 이번 드라마에 가장 큰 제작비를 투자한 다니엘 씨 입니다.”

몰더와 스콜리는 사전 미팅장에 들어온 동양인 소년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다 최대 투자자라는 말에 깜짝 놀라하며 악수를 했다.

“드라마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사전 미팅까지 찾아 왔네요. 저는 없다고 생각하고 진행하시면 되세요.”

두 사람은 프로듀서에게 역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고, 몇 장면은 직접 대본 리딩도 했다.

성공한 엑스폴더 덕후 동민은 행복한 표정으로 가지고 있던 시나리오 첫 장에 몰더와 스컬리의 친필 사인을 받았다.

“이 드라마 분명 대박 날 거니까 두 분 힘내시고, 다음에 또 보아요.”

기념사진까지 찍은 동민은 세탁소로 돌아가 흐뭇한 표정으로 엑스폴더 시나리오를 읽고 있었다.

“결국 사인을 받아 왔구만. 드라마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봐.”

“쿠안틴. 아니 쿠안틴 티란타노 감독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하하. 넌 그냥 평소대로 쿠안틴이라고 불러. 쿠안틴 감독님이라고 불리니 좋기도 한데 이상하게 쑥스럽더라.”

개들의 저수지로 여러 영화제 투어를 다녀온 쿠안틴이 오랜만에 세탁소로 찾아왔다.

그가 칸 영화제로 떠나기 전 엑스폴드의 시나리오를 함께 보았는데 돌아오니 동민은 배우의 사인이 담긴 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있었다.

“영화제는 어땠어요?”

“너무 좋았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매력적인 영화가 넘쳐났고, 전 세계에서 온 영화인의 축제였지.”

쿠안틴은 세계의 예술영화 감독과 배우를 만나 영화 이야기를 나눈 것이 너무 즐거웠다며 그동안의 여정을 말해 주었다.

흥분한 그의 말이 점점 빨라지고 끊임없이 쏟아졌지만, 쿠안틴에 적응한 동민은 별 어려움 없이 알아들었다.

“내가 없는 동안 너도 큰일이 있었다면서?”

“그 이야기라면 꺼내지 말아요. 이후로 텔레비전 채널을 못 돌리고 있어요.”

“나도 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디주니 체널을 녹화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녹화해서 보여줄게.”

동민이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 나온 걸 전해 들은 쿠안틴이 놀렸고, 살짝 혈압이 오른 동민이 주제를 바꿨다.

“이제 입봉했으니 다음 작품 만들어야죠. 이제는 제작비 지원도 더 들어올 건데 생각해 둔 시나리오 있어요?”

동민은 그가 내년에 쿠안틴 티란타노를 명감독의 반열에 올려주는 초 흥행작을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디까지 준비가 되었는지 궁금해하며 물어 보았다.

“이번에도 갱스터 영화를 준비 중이긴 한데,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있어.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은데 장면이랑 시간 순서를 복잡하게 섞고 있는데 이게 조금 어렵네.”

쿠안틴 티란타노의 출세작이 되는 다음 작품은 800만 달러가 안 되는 제작비로 미국에서 1억 달러, 전 세계에서 2억 1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거두면서 할리우드에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역대 황금 종려상을 받은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 하다가 화씨 9/11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이후 한국에서 만든 흥행 1위 기록을 새로 쓰면서 3위까지 내려오지만, 시대 물가를 반영하면 더 뛰어난 흥행 기록을 달성한다.

쿠안틴 특유의 욕설과 폭력성이 아주 강하게 나오는데, 영화에서 F 단어만 250번이 나오고 시간 순서가 자기 멋대로인 것으로 유명해진다.

그의 취향을 담아 느와르물을 패러디한 범죄 영화로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하고, 의미도 없고 알 수 없는 대화와 장면도 엄청나게 등장한다.

“다음 영화 첫 장면에 한국 이야기를 넣을 거야.”

“한국인 흉보는 내용이겠네요.”

“시나리오 보여준 기억은 없는데? 어떻게 알았지?”

첫 장면에서 주류매장은 베트남인, 한국인처럼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이 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돈 내놓으라고 해도 못 알아들어서 꼭 총을 쏘게 만든다는 대사를 한다.

거기다 전 세계 최초로 영화를 개봉하는 나라가 한국이라서 쿠안틴은 한국 극장에 혼자 찾아가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한국 텔레비전에서 무명 감독과 인터뷰도 하게 된다.

< 100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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