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7 >
사실 동민은 미래에 유명해지는 사인방과 친해지기 위한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 참여했다.
고등학생의 신분에 팔자에도 없는 춤과 노래를 배우며 괴로워했지만, 브리트니 스티어, 저스틴 팁 벌랙, 크리스티나 아구에로, 라이온 고즐링과 친해질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친해져야 하는데 너무 어색하네.”
하지만,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는 20명이 넘는 멤버가 있었고, 평균 연령보다 살짝 나이가 많은 동민이 친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인방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되는 나이였고, 어린 시절 중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에는 자신들이 느끼기에 넘기 힘든 높은 벽이 있었다.
처음에는 촬영이나 연습이 끝나고, 세탁소로 초대해 친해지려 했는데 아이들의 주된 관심은 영화가 아닌 춤이나 음악이었고, 20명을 전부 세탁소에 데리고 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나마 동민의 입장에서 가장 만만한 라이온 고즐링과 몇 번 대화를 나누었고, 가수로 성장하는 세 명과는 아직 친해지지 못했다.
“브리트니요? 글쎄요. 저도 아직 친해지지 못해서요.”
라이언 고즐링은 은근 아싸였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서 동민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지만,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뭐. 앞으로 기회가 있겠지.”
아직 시간이 많이 있기에 천천히 친해지기로 마음먹은 동민이 다시 안무라기보다는 율동에 가까운 춤 연습을 시작했다.
“크크크. 정말로 하고 있네. 아주 잘 어울리는 걸?”
흐느적거리는 동민의 율동을 스태프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놀리며 다가왔다.
“리버? 여기는 어떻게 온 거예요?”
“이렇게 재미있는 걸 볼 수 있는데 당연히 찾아와야지. 앞으로 평생 놀릴 거리가 생겼네.”
리버 피닉서의 곧 다가올 불행한 미래를 알고 있는 동민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를 들볶았고, 복수를 하고 싶었던 그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서 녹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헉. 리버 피닉서다.”
“너무 잘생겼어.”
틴에이저의 우상인 리버 피닉서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난리가 났고, 동민이 그와 허물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다.
“주변에 볼일 있어서 지나가다가 잠시 들린 거야. 바로 가 봐야 해. 그럼 열심히 연습하고 네가 나오는 에피소드는 녹화해 둘게. 동생들이 좋아할 거야.”
떠나려는 리버 피닉서에게 동민이 한 가지 부탁을 했고, 그가 피식 웃더니 그를 선망의 눈빛으로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예들아. 김치 잘 먹어야 한다. 다니엘에게 확인하고 김치 잘 먹고 있으면 또 놀러 올게.”
리버 피닉서가 윙크를 하며 김치를 먹으라고 하자 남자아이들은 알겠다며 고개를 격렬히 끄덕였고, 여자아이들은 얼굴이 벌게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잘생긴 남자만 좋아하는 더러운 세상. 삐뚤어질 테다.”
동민이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투덜거리자 리버가 웃으며 너 정도면 잘생긴 동양인이라며 그런말 하면 혼난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다니엘. 리버 피닉서랑 친해?”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야?”
“너무 잘생겼어.”
“김치 가지고 왔어? 김치 먹어야 해.”
리버 피닉서가 떠나자 아이들이 동민의 주변으로 몰려 들어 질문을 퍼부었고, 금방 인기남이 될 수 있었다.
그가 다녀간 이후로 조금은 인지도가 높아져 떡볶이와 김밥 등 한국 음식을 더 쉽게 먹이게 되었다.
“크크크 정말이네. 생각보다 춤을 잘 추는데?”
“어? 넌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이번에도 스태프들 뒤에서 동민을 직관하러 온 사람이 있었고, 아이들이 그를 보더니 또 다시 호들갑을 피웠다.
“너도 내가 촬영할 때 보러 왔었으니 나도 와서 구경해야지. 이렇게 재미있는 걸 놓치면 안 되지.”
리버 피닉서 다음으로 동민을 보러 온 사람은 털미네이터 2편으로 월드 스타가 된 에드워드 필통이었다.
아직은 역변이 오려면 한참 남아 있기에 꽃미남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번에도 여자아이들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왔다.
“여기 온 김에 너도 출연 할래?”
“미안하지만, 내 매니저와 상의한 뒤 말해 줘. 회사에서 하라고 해도 내가 안 하겠지만. 크크.”
에드워드 필통은 쑥스러워하며 춤을 추는 동민을 보고 너무 즐거워했고, 이번에도 아이들은 동민을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야. 가기 전에 아이들한테 인사 좀 해 주고 가.”
동민이 에드워드에게 부탁하자 그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먹기 힘들어도 먹다 보면 맛있으니까 김치 잘 먹으렴. 다니엘 너무 괴롭히지 말고.”
아이들이 알겠다고 말한 뒤 사인해 달라며 몰려 들었고, 오늘 너무 재미있는 걸 보았다며 행복한 표정과 함께 에드워드가 돌아갔다.
에드워드 필통이 오면서 한 번 더 아이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올라간 동민은 좋기도 하면서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거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설마 또 다른 사람이 오는 건 아니겠지?”
동민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찾아왔다.
“이런 데 놀러 와도 괜찮아요?”
“배우가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게 잘못 된 건가?”
“디주니랑은 전혀 관련 없는 영화만 찍었잖아요.”
“사람의 미래는 모르는 거지. 내가 디주니 영화에 나올 수도 있지.”
이번에 동민을 구경하기 위해 놀러온 사람은 주가가 뜨겁게 오르고 있는 외모 전성기의 탐 크루스였다.
하이틴 스타인 리버 피닉서와 에드워드 필통과는 존재감이 다른 배우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탐 크루스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요?”
“다니엘이 춤추는 모습을 보니 좋아서 그렇지.”
“신혼이라 그런 건 아니고요?”
“그것도 있지만, 사실 최근 들어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어서 모든 일에 즐거움이 넘치고 있어.”
그러고 보니 탐 크루스가 사이언스교에 한창 심취해 있을 시기였다.
니콜 키크먼과 결혼하기 전에 입교해 본격적으로 종교 활동을 하게 되는데 시기상 사이언스교에 푹 빠져 있을 타이밍이었다.
그가 종교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하기에 여기는 디주니 스튜디오라며 전통적인 미국 종교 이외에는 발언을 조심하는 게 좋은 거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도 주변을 살짝 둘러보더니 조만간 세탁소에 놀러 가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겠다고 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동민에게 포교 활동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이미 김치교에 심취해 있는 동민을 개종시키기는 불가능했다.
“돌아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한 마디만 해 주고 가요.”
동민의 부탁을 들은 탐 크루스가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건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Eat Kimchi Kids.”
선망해 바라지 않는 유명 스타가 김치를 먹으라고 하자 아이들은 그러겠다며 맹목적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스태프들도 이제는 정말 김치를 먹어야 하나 하며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탐 크루스 까지 동민을 보러 오자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의 핵인싸로 자리 잡은 동민이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것을 알려주었다.
“이게 코리안 스타일 댄스야.”
미래에 사이가 유행시키는 강북스타일을 흉내 낸 코리안 스타일 댄스를 알려주었다.
멋있는 댄스를 알려 주고 싶었지만, 남자 아이돌 댄스는 아는 것이 없었고, 여자 아이돌 댄스는 많이 알고 있었지만, 차마 알려 줄 수가 없었다.
“오~ 오 오오 오빤 코리안 스톼일~.”
동민의 몸 개그에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좋아했고, 몇몇 남자아이들은 말춤을 따라 추기도 했다.
“춤 말고 노래도 알려 줘요.”
가창력이 좋은 크리스타나 아구에로가 한국 노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이 노래는 난이도가 조금 있긴 한데 소울이 아주 충만한 노래야. 강력한 감정이 녹아있는 곡이지.”
잠시 목을 가다듬은 동민이 심호흡을 하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아~~~리라앙. 아~~~리라앙~ 아라아리이오오오오~~ 아~~ 리라앙 고개를 넘~ 어간다.”
처음 듣는 노래에 아이들이 별로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몇 감수성이 뛰어난 여자아이들이 노래가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한 민족의 한이 들어있는 노래야. 이 곡을 마스터 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슬픈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겨.”
동민의 사탕발림에 아직 순진한 아이들이 아리랑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평소 까불거리며 발랄한 모습을 보이던 저스틴 팀벌랙이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보자 재이 있으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친해져 녹화를 진행하는 사이 조니 데브도 놀러 왔고, 드류와 앤젤리나도 동민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친한 카메룬 제임스 감독도 놀러와 동민을 놀리고 돌아갔다.
“크크크. 이 장면을 개인적으로 촬영하지 못한다는 게 정말 아쉽구나.”
“배우들이 왔을 때는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는데 감독님을 보고는 아무런 반응도 없네요.”
카메룬 감독과 서로 놀리며 티격거렸고, 아이들은 그를 못 알아보았지만, 대신 디주니 스태프들은 카메룬 감독에게 다가와 사인을 받아 갔다.
그리고는 결국 끝판왕이 디주니 스튜디로로 찾아왔다.
“와~! 마이클 잭선이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이클 잭선은 동민을 보러 온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 온 것 같았다.
동민과는 잠깐 인사를 나누고는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멤버들과 함께 노느라고 정신이 없는 그였다.
“월드투어 간다고 안 했어요? 바쁜 줄 알았는데?”
“봄 지나고 갈 거야. 아직은 시간이 있어. 그리고 다니엘이 디주니 클럽에 나온다는데 당연히 보러 와야지.”
“나보다 아이들을 보러 온 것 같은데요?”
“겸사겸사 온 거야.”
춤과 노래에 소질이 있고, 가수를 꿈꾸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기에 마이클 잭선이 나타나자 난리가 났다.
남자아이들은 서로 앞 다투어 마이클의 노래를 부르며 안무를 보여 주었고, 마이클은 평소 네버랜드에 초대하던 아이들과 다르게 음악적 소질이 뛰어난 꼬마들을 보자 행복해 했다.
“마이클 내가 문워크를 얼마나 잘하는지 봐요.”
저스틴 팀벌랙이 마이클의 안무를 보여 주었고,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 있는 아이들 중 그가 가장 뛰어난 춤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와우. 정말 잘하는구나. 노래도 할 줄 아니?”
저스틴이 노래를 하려고 하자 아이들이 서로 노래를 보여주겠다며 소리를 질렀고, 시장 바닥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동민은 정신이 없어 잠시 뒤로 물러섰지만, 마이클은 이런 상황을 너무 좋아했고, 한 명 한 명에게 노래할 기회를 주고 있었다.
“마이클. 죄송하지만, 이제 다시 촬영을 해야 합니다.”
“아. 미안해요. 제가 방해를 했네요.”
아직 노래를 부르지 못 한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하자 마음이 약해진 마이클이 촬영 스태프에게 아이들을 네버랜드에 초대해도 괜찮은지 물어보았다.
“다니엘은 여러 번 왔으니까 같이 오면 문제없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저 녀석이 나이에 비해 사려가 깊어서요.”
“다니엘이라면 믿을 만한데 제가 결정 내릴 사항이 아니라 답변드리기가 어렵네요.”
“그럼 네버랜드를 빌려드릴 테니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촬영을 거기서 한 번 하는 건 어떨까요?”
< 097 > 끝
ⓒ 아마기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