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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95화 (80/265)

< 095 >

어드리 햅번은 아름다운 스위스에 위치한 한적한 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화려했던 그녀의 과거와는 달리 평범한 집에서 직접 요리와 청소, 빨래를 하며 지극히 평범한 삶을 보내며 두 아들을 키웠고, 어느덧 성장한 아들이 분가해 가정을 이루어 따로 지내고 있었다.

“키가 많이 자랐구나. 이제는 청년의 느낌도 나네.”

“한창 자랄 나이니까요. 집이 포근한 느낌이 드네요.”

“그럼. 여기 있는 정원도 내가 직접 다 꾸몄단다.”

원래 어드리 햅번은 93년도에 암으로 사망하는데 아직은 혈색도 좋고 건강해 보였다.

그녀와 가볍게 대화를 하다 조심스럽게 몸 상태를 물어 보았다.

“담당 의사가 5년 정도 이야기를 하더구나. 관리에 따라서 줄어들거나 늘어날 수 있다고 해서 신경 쓰고 있단다.”

“다행이네요. 많이 힘드시겠지만,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으니 기운 내세요.”

“안 그래도 어린이 재단을 만들어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작년에는 아프리카에 잠시 다녀왔지.”

어드리 햅번은 자신도 어린 시절 전생으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렸었다며 배고픔의 고통을 잘 알고 있어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녀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자 그동안 돈을 벌기만 한 동민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친구 한 명을 초대해도 괜찮을까요? 그 친구도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데 선생님을 만나면 심적으로 안정될 것 같아서요.”

“그럼 당연히 괜찮지. 손님방이 있으니 거기서 같이 머물면 되겠구나.”

동민은 어드리 햅번의 허락을 받고,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 주 스케줄 바빠요?”

“촬영은 없는데 연말이라 약속은 있지.”

“약속 취소하고 스위스로 와요.”

“지금 스위스에 있는 거야? 이미 선약이 있어서 힘들겠는걸?”

“어드리 햅번 선생님 집에 있어요. 특별히 초대 허락 받았으니까 빨리 와요.”

“그 어드리 햅번 선생님이라고? 알겠어. 오늘 출발할게.”

영화계에서는 전설과 같은 어드리 햅번이기에 스케줄을 취소하고 바로 날아오겠다고 했다.

동민이 통화를 마치자 그녀의 아들이 가족을 데리고 찾아와 인사를 나누었고,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다니엘 군 덕분에 어머니의 병을 일찍 발견하게 되어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저희 할머니랑 증상이 비슷해서 혹시나 하고 말한 건데 검사를 받으셔서 다행이었죠.”

그녀의 두 아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아 훌륭한 인성을 가지고 있었고, 동민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어드리의 손자 손녀도 함께 왔는데 동민과 나이가 비슷했고, 동민이 할리우드 이야기를 해 주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내년에 진짜 공룡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 하니까 꼭 보러 가. 정말 재미있을 거야.”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었다면 재미있겠네.”

어드리 햅번도 그녀 생의 마지막 영화를 스필버그와 함께 찍었기에 영화 이야기를 같이 나누었다.

그녀가 직접 만들어 준 따뜻한 저녁을 아들 가족들과 함께 먹었고, 동민은 가지고 온 김치를 선물로 나누어 주었다.

“마늘향이 조금 강하긴 한데 항암 효과가 좋아서 오리지널로 가지고 왔어요. 저염식으로 만들었으니 건강에 좋을 거예요.”

소박하지만 그림 같은 가정집에서 포근한 식사를 마치고, 아들 가족은 멀지 않은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갔다.

동민은 아들이 쓰던 방에서 잠을 잤고 다음 날 아침 초대한 사람을 데리러 공항으로 갔다.

“다니엘! 스위스에서 보니 느낌이 다른데?”

“리버. 빨리 왔네요. 안 피곤해요?”

“비행기에서 자려고 했는데 긴장되어서 잠이 안 오긴 하더라.”

동민이 어드리 햅번의 집으로 초대한 사람은 리버 피닉서였다.

그동안 신경을 많이 쓰긴 했는데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내년에 사고를 당하기에 어드리 햅번과 대화를 하면 그가 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허락을 받고 초대했다.

심적으로 섬세한 리버 피닉서라면 어드리 햅번의 영향을 받아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아 살짝 무리해서 그를 불렀다.

“어서와요. 다니엘한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릴 적부터 팬이었어요.”

리버 피닉서는 어드리 햅번을 직접 만난 데다 집에까지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며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나 같은 옛날 사람보다는 요즘 활동하고 있는 젊은이를 만나서 내가 더 기쁘네요. 아들이 쓰던 빈 방이 있으니 편하게 지내다 가요.”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리버 피닉서는 금방 적응하더니 어드리 햅번에게 연기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녀는 예전과 지금은 연기 방식이 다르다며 테크닉 적인 부분은 리버 피닉서가 더 좋을 거라고 했고, 마음가짐이라든지 심적인 부분을 알려 주었다.

“선생님은 미디어가 괴롭힐 때 어떻게 하셨어요? 할리우드는 파파라치가 항상 따라 다녀서 일상을 보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나도 활동 할 때는 파파라치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 나이를 먹고 보니 그들도 이슈를 만들기 위해 그랬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피하기만 하면 더 몰려드니 그들을 통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거예요.”

리버 피닉서는 시대에 앞서 사회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채식을 위한 운동이라든지 동물 복지를 위해 땅을 구입해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려고 했다.

약간 뜬구름 잡는 듯해 보이긴 했지만, 세상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어드리 햅번의 어린이 제단에 금방 설득되고 있었다.

자신도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자신이 길거리 공연으로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했기에 아동 복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선생님. 저도 어린이 제단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어머나. 리버같이 훌륭한 청년이 함께 한다면 정말 고맙겠네요.”

어드리 햅번이 리버의 동참에 진심으로 기뻐하며 동민을 보고 웃었다.

동참하라는 그녀의 무언의 눈빛을 받은 동민이 잠시 망설이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말했다.

“제 지인 중에 어린이를 정말 정말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데 약간 기행을 많이 해서 걱정인데 한 번 만나 보시겠어요?”

“어린이의 미래를 위하는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겠구나. 그런데 여기 누군가를 더 초대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그 사람 집이 아주아주 크니까 우리가 거기로 가면 될 거예요. 한번 물어볼게요. 선생님 손자, 손녀도 좋아할걸요?”

그녀의 허락을 받은 동민은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미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마이클. 올해도 네버랜드에서 아이들 초대할 거예요?”

“다니엘이구나. 당연히 파티해야지. 내일은 불치병에 걸린 아이들이 놀러 오기로 되어있어.”

“마이클도 어린이 재단 운영하고 있죠?”

마이클 잭선은 네버랜드에 아이들을 초대해 놀게 하는 것 이외에도 복지 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 스위스에 어드리 햅번 선생님 집에 있는데 어린이 재단에서 활동 중이시더라고요. 두 사람이 같이 힘을 합치면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 하세요?”

“정말 좋은 생각이구나. 나야 감사하지.”

“그럼 선생님 손자, 손녀랑 같이 네버랜드 가도 돼요?”

“총 몇 명이 오는 거야?”

동민이 어드리 햅번과 그의 아들 가족, 동민과 리버 피닉서가 갈 거라고 하자 마이클이 전용기를 보내 주겠다고 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어드리 햅번도 마이클과 함께 자선 활동을 하면 더 좋을 거라고 판단하고 함께 네버랜드로 가기로 했다.

“할머니 우리 마이클 잭선 보러 가는 거야?”

아이들은 마이클 잭선의 집에 간다는 사실에 좋아했지만, 갑작스럽게 휴가를 내느라 아들 두 명이 고생을 했다.

“죄송해요. 제가 갑자기 진행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네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마이클 잭선의 집에 가 보겠나.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게.”

“나도 마이클 잭선은 처음 만나 봐.”

리버 피닉서도 마이클 잭선을 본 적이 없다며 살짝 설레했다.

“내 동생들도 불러도 괜찮을까?”

“마이클은 아이들이라면 다 좋아하니까 불러요.”

소년 가장인 리버는 세 명의 동생도 네버랜드에 오라고 전화했다.

다음 날 스위스에서 네버랜드에 가까운 공항으로 가는 마이클 잭선의 전용기에 올랐다.

“전용기는 처음 타 봐.”

“나도 처음인데 엄청 좋은데?”

“나는 30년 전에 타 봤단다.”

마이클 잭선의 전용기는 생각보다 작았는데 내부는 아주 고급스러웠다.

전용기가 몇 대 있었는데 이건 혼자 다닐 때 타는 비행기고 월드 투어 때는 스태프들과 장비를 옮겨야 하기에 대형 비행기가 따로 있다고 했다.

작은 공항에 내려 대기하고 있는 리무진을 타고 네버랜드로 이동하자 마이클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마이클 잘 지냈어요?”

“나야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지. 다니엘이 이야기했던 열반에 1위를 빼앗기긴 했지만, 다음에는 어림없다고.”

평소에는 사람 좋아 보이는 마이클이었지만, 자신의 주업인 음악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리버 피닉서와 어드리 햅번, 그녀의 가족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요.”

“오는 길 불편하지 않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돌아가실 때도 전용기를 타실 수 있도록 할 테니 편하게 있다가 가세요.”

네버랜드로 들어가자 리버 피닉서의 동생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오~ 호아킨 피닉서다. 덩치가 조금 있어 보이는데?’

명배우로 성장하는 호아킨 피닉서가 있었고, 피닉서의 동생들과 놀고 있는 맥컬리 퀄컴도 있었다.

“맥. 오랜만이다.”

“올봄에 보고 처음이네요. 다니엘도 오랜만이에요.”

나 혼자 집에 2편을 찍을 때 뉴욕에서 보고는 오랜만에 만난 맥컬리 퀄컴은 2편도 대흥행을 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꼬마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어드리 햅번의 가족과 리버 피닉서의 동생들도 맥컬리 퀄컴을 보고 신기해했고, 아직 선입견이 없는 맥은 금방 그들과 친해졌다.

“다니엘을 통해 훌륭한 일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아닙니다. 어드리 햅번 선생님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을 하고 있지요.”

“세상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은 마이클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미디어 때문에 많이 힘들겠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고 꾸준히 힘내길 바랄게요.”

마이클은 아이들과 대화할 때와는 다른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였고, 두 사람은 금방 어린이 제단 이야기로 빠져 들었다.

리버 피닉서는 동생들과 함께 네버랜드를 구경하느라 바빴고, 어드리 햅번의 아들 가족도 네버랜드 투어를 시작했다.

동민은 이들을 연결시켜 줌으로서 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해 잠시 쉬며 맥컬리 퀄컴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번에 어려운 연기를 하던데 괜찮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아빠가 하라고 하니까 해야지.”

“정 힘들면 이야기 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맥컬리 퀄컴은 내년에 위험한 아들이라는 영화에 정신 이상 사이코 꼬마를 연기한다.

제작비 1,600만 달러에 북미 수익 4,500만 달러를 거두지만,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화에 대중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배우 인생에도 먹구름이 끼치기 시작한다.

잠시 그의 미래를 떠올리다 아직은 자신이 나설 시기가 아니기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 나빠지면 마이클을 통해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맥. 혹시 여기서 조르단이라는 아이를 봤니?”

< 095 > 끝

ⓒ 아마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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