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90화 (75/265)

< 090 >

동민이 도착한 디주니 스튜디오에서는 내년에 합류할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멤버를 뽑기 위한 오디션이 한창이었다.

동민은 닐에게 시켜 미리 관계자 출입증을 받았기에 오디션장 안까지 참관할 수 있었다.

대기실과 오디션 장 주변에는 미국 전국과 캐나다에서 온 아이들로 바글 거렸고, 함께 온 부모님으로 더욱 혼잡스러웠다.

“옛날 생각이 나네. 나도 어렸을 때 원더 이어스 오디션장 놀러 갔었지. 위니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말썽꾸러기 케빈과 첫사랑 위니를 만나러 갔던 원더 이어스 오디션 생각이 났다.

동민도 초창기에는 몇 번 출연했었지만, 시즌 1이 지나면서 더 이상 나가지 않았고, 아직 휴대 전화기가 있는 시대도 아니라 아이들과도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졌다.

“그러고 보니 아직 촬영하고 있겠네. 내년이 마지막 시즌이었지?”

원더 이어스 스튜디오를 한번 찾아갈까 잠시 생각했지만, 앞으로도 만나야 할 사람이 충분히 많았기에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로비와 대기실을 둘러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오디션장 안으로 들어갔다.

심사석 가까이 앉기는 살짝 부담스러워 구석에 자리를 잡자 심사위원들이 동민을 보고 속닥거리더니 가장 높아 보이는 사람이 뭐라고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오디션을 계속 진행했다.

“한국에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보는 것 같은데?”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한명씩 나와 춤과 노래 연기를 보여 주었고, 막 잘한다는 느낌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주로 들었다.

대충 10명 정도 보고 나자 흥미가 떨어졌고, 동민은 구석에 앉아 가지고 온 영화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저는 멤피스에서 온 어스틴 팀벌랙이라고 합니다.”

“춤과 노래를 잘한다고 했네요. 긴장 풀고 가장 자신 있는 거로 보여주겠어요?”

잠시 신경을 끄고 있던 동민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에 고개를 들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이의 어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스틴 팀벌랙은 금발의 곱슬머리를 하고 아직 어린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는데 노래도 잘 했고, 춤을 상당히 잘 추면서 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음! 치~ 음 치칙! 삐레~!”

어스틴은 마이클 잭선의 노래를 부르며 그의 안무를 따라 했는데 심사 위원이 박수를 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백인 중에 가장 춤을 잘 춘다는 소리를 듣는 어스틴인 만큼 오디션에서의 춤 솜씨는 깔끔했고, 노래 실력도 탄탄했다.

정글 같은 미국 연예계에서 오래 살아남으며 영향력이 줄지 않는 인물로 성장하는 그는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에서 출발해 보이 밴드 활동을 하다 솔로 데뷔를 하게 된다.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만능 엔터테이너로 가장 성공한 아티스트가 된다.

“잘 봤어요. 결과는 집으로 발송되니 이제 돌아가면 돼요.”

“감사합니다.”

아직은 장난꾸러기같이 생긴 어린 어스틴이 자신 있는지 신나하며 오디션장을 나갔고, 심사위원들이 긍정적인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나가고 바비 인형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들어왔는데 뽀얀 피부에 금발과 파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노래가 장기라고 적혀 있구나.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니?”

“위트니 유스턴의 노래를 불러 볼게요.”

작은 키에 발랄해 보이는 소녀가 어렵기로 소문난 위트니 유스턴의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자 심사위원이 집중했고, 동민도 관심을 기울였다.

“When I believe~”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모습을 상상했던 심사위원들은 엄청난 고음과 폭발적인 가창력에 깜짝 놀라했다.

동민 역시 오늘 본 아이들 중에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갔지만, 아무리 얼굴을 보아도 누구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당당해 보이는 아이였지만, 번호표만 달고 있고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기에 호기심이 생긴 동민은 끝에 앉아 있는 심사위원에게 다가가 이름을 확인하니 크리스티나 아구에로라고 적혀 있었다.

‘이 아이가 크리스티나 아구에로라고? 크리스타나가 이렇게 예뻤나?’

크리스티나는 새하얀 피부와 푸른 눈동자, 금발을 가지고 있고, 작은 키에 비해 팔다리가 유독 길어서 바비 인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예쁜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고집이 보였지만, 모든 것보다 그녀는 노래 실력 하나로 듣는 이들을 금방 매료시켰다.

“넌 가수를 해도 되겠구나. 결과는 집으로 연락이 갈 테니 오늘은 고생 많았다. 이만 돌아가거라.”

크리스티나가 씩씩하게 돌아나갔고, 오디션장에는 아직까지 크리스티나가 부른 노래의 여운이 감돌고 있었다.

크리스티나 아구에로는 데뷔 초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위트니 유스턴이나 머라이어 캐리언의 계보를 잇는 차세데 디바 노선으로 각광을 받는다.

집에서의 대중정인 모습에 큰 관심을 받지만, 2집에서는 미디어가 원하는 전형적이고 바른 모범적인 노선을 거부한다.

태닝을 하고 살을 찌워 강한 이미지를 만들고, 섹스어필과 남녀평등을 외치는데 시대를 아주 앞선 과감함을 넘어 과격한 행보를 보이지만, 워낙 실력이 뛰어나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크리스티나는 전 세계적으로 3,3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고 5번의 그래미 상과, 5곡의 빌보드 1위곡을 보유할 만큼 최상급 아티스트로 성장한다.

“노래 실력이 너무 좋은데요?”

“저 친구는 나이가 들면 분명 유명한 가수가 되겠군요. 무조건 합격시켜야 합니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그녀를 합격시켰고, 오디션이 계속 이어졌다.

이후로도 여러 아이들이 오디션을 보러 들어왔고,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 애매한 아이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넌 캐나다에서 왔구나. 준비해 온 걸 보여 주겠니?”

살짝 수줍어하는 백인 남자 아이가 연기를 보여 주었고, 어린 나이에 이상하게 우수에 젖은 연기를 바라본 동민은 긴가민가하는 마음에 이름을 확인해 보았다.

“잘 봤구나. 결과는 집으로 연락 줄 테니 기다려 보거라.”

라이온 고즐링이 오디션을 보고 나가자 심사위원들이 잠시 고민을 했다.

“딱히 특출난 건 없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가는 아이네요.”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요.”

“저런 캐릭터도 필요하니 난 합격입니다.”

라이온 고즐링은 디주니 미미 마우스 클럽 동기들이 대부분 가수로 진로를 정하는데 특이하게 연기자의 길을 택하게 된다.

고즐링 역시도 처음에는 댄서를 하려 했는데 댄서에 도움이 될까 하며 연기를 시작하고, 첫 영화인 리멤버 타이튼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매력에 빠져 배우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여러 단역을 경험하다 2004년에 메가 히트작을 만나면서 스타 반열에 오르고 이미지 변신을 위해 다른 장르에 도전하다 주목을 한동안 못 받게 된다.

그러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에서 다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드디어 탑배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라이온 고즐링의 심사위원 평가는 대부분 합격으로 기울었고, 길었던 오디션도 어느덧 마지막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안녕! 오래 기다렸지?”

“아니에요. 괜찮아요.”

평범한 이웃집 여자아이 같은 친근한 모습의 여자아이가 들어왔고, 살짝 정겨운 남부 사투리를 쓰고 있었다.

“고향이 루이지아나라고 적혀 있구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긴 한데 노래 레슨은 오래 받았어요.”

“그러게 10살 때는 스타서치에도 나가서 꽤 높은 점수를 받았네.”

브리트니 스피어라는 이름의 소녀는 엄청난 미인이라기보다는 옆집 소녀 같은 친근한 외모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포근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아메리칸 스윗하트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친근하면서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탄탄한 춤과 노래 실력을 선보였다.

어려서부터 보인 소질에 부모님이 힘든 생활에도 5살부터 브리트니 스피어가 노래 레슨을 계속 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

살에 애틀란타에서 열린 미미 마우스 클럽 오디션을 봤다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탈락하게 되고, 이때 눈여겨보았던 낸시 칼슨이 뉴욕에 있는 에이전시를 주선해 주면서 뉴욕에 살기 시작했다.

이후 여기저기 꾸준히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드디어 이번에 미미 마우스 클럽에 선발되게 된 것이다.

“아주 잘하는구나. 기본기가 탄탄해.”

“수고했다. 결과는 집으로 발표가 나가니 돌아가도 좋단다.”

심사위원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브리트니 스피어를 보냈고, 그녀를 합격시키는데 모두 동의하였다.

‘그러고 보니 브리트니 스피어랑, 어스틴 팀벌랙이 여기서 만나 사귀게 되지?’

미미 마우스 클럽이 스타의 등용문이긴 하지만, 95년에 프로그램이 폐지되게 된다.

이후 브리트니는 고향에 내려가 지내다가 97년 5인조 걸그룹으로 데뷔하려고 하다 무산되고, 이후 세계적인 레코드 사인 자이부 레코드와 계약하고 창법을 바꿔 98년에 데뷔하게 된다.

교복을 입고 나오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데뷔곡이 미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 국가 1위를 모두 석권하면서 새로운 밀레니엄 대스타의 탄생을 알린다.

이후 2000년 초반부터 중반까지 엄청난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되지만, 2005년 자신의 백 댄서와 갑자기 결혼 하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브리트니가 자신의 백댄서와 사귄다는 소문이 돌고 결혼하겠다고 하자 세간의 반응은 “브리트니 그놈은 안 돼!”였다.

스캔들이 터질 당시 그는 이미 동거하는 여자와의 사이에 아이가 하나 있었고, 브리트니와 결혼할 때는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황이었다.

이후도 여러 상황이 발생하긴 하지만, 전성기의 그녀는 아무도 따라올 수 없었다.

마이클 잭선과 마돈나 이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댄스 가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뉴밀레니엄의 대표 스타가 되는 가수들의 어린 모습과 오디션 현장을 직접 본 동민이 만족하며 심사위원의 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역시나 원래대로 브리트니 스피어와 크리스티나 아구에로, 저스틴 팀벌랙, 라이온 고즐링이 합격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기수는 느낌이 괜찮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매번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만 보다가 어린 친구들을 보니 이것도 나름 재미있네.”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이었으면 동민이 종종 찾아와 친분을 쌓았겠지만, 춤과 댄스가 주를 이루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도저히 찾아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린이 영화와 상업 영화도 좋아하지만, 어린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성인의 정신이 들어 있는 동민의 몸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오늘 오디션은 재미있게 보셨나요?”

“네.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었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책임 심사위원이 다가와 동민에게 인사를 했다.

디주니의 지분을 꽤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그는 동민의 편의를 봐 주었고,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오디션 현장도 직관하게 도와주었다.

“흠. 오늘 오디션에서 괜찮은 친구들이 뽑히긴 했는데 아직 문제가 있습니다. 디주니에 특별한 애정이 있으신 거로 알고 있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어떤 문제가 있나요?”

< 09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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