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2 >
케빈 커스트너가 고른 곡을 다 함께 미리 들어 보았다.
컨트리 가수인 돌리 파튼의 원곡이기에 컨트리 느낌이 강하게 들어 있었고, 도입부에도 익숙지 않은 반주가 깔려 있었다.
“도입부는 반주를 없애고 위트니의 목소리로만 시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군요.”
케빈 커스트너가 제안했고, 의외로 그의 안목은 아주 적확했다.
함께 와 있던 음향 전문가가 금방 세팅을 마쳤고, 바로 위트니의 라이브를 눈앞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노래를 시작하자 모든 이들이 귀를 세운 채 집중했고,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넘어갔다.
“앤다~~~~ 이아~”
그녀가 깨끗하고 높은 고음을 깔끔하게 소화했고, 그녀의 노래를 직접 들은 동민의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다니엘. 대박인데요? 이건 무조건 성공하겠어요.”
“내가 잘될 거라고 했죠?”
닐도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며 호들갑을 부렸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녀의 가창력에 이번 영화의 성공을 예감했다.
저렴한 제작비인 2,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총 4억 1,19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케빈 커스트너의 경호원 영화 사전미팅을 마치고, 음반 계약까지 확인한 다음 집으로 돌아갔다.
짧은 겨울방학을 정신없이 보냈더니 봄 학기가 찾아왔고, 동민은 여지없이 학교로 돌아가 세탁소를 오가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다니엘! 떡볶이 먹자!”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딱 맞춰서 왔네.”
오랜만에 떡볶이를 먹으러 드류 배리무어가 세탁소로 찾아왔다.
동민은 즉석 떡볶이를 만들면서 드류에게 앤젤리나 근황을 물어봤다.
“글쎄? 나도 최근에는 연락을 못 해 봤네. 학교에 이상한 애들이 만다면서 투덜거리긴 했는데 그래도 금방 적응할 것 같았어.”
“그렇다면 다행이네. 너도 별일 없지?”
“나야 영화 촬영이 늘어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지. 그리고 다가오는 16살 생일에는 법원에 신청해서 독립 자격을 받기로 했어.”
드류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법적으로 성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16살 생일이 되면 엄마로부터 독립할 거라고 알려 주었다.
그녀의 힘들었던 유아기 시절을 떠올리며 같이 떡볶이를 먹다가 동민이 조심스럽게 궁금해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배우들을 많이 알다 보니 안 좋은 약에 손을 대는 사람이 하나둘 있던데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어? 넌 이제 완전히 손 뗐잖아.”
“으… 그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라서 구하기도 어려웠고, 주변에서 많이 말리고 시설에 보내져서 겨우 그만둘 수 있었는데 어른이라면 쉽게 구할 수도 있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끊기 어려울 거야.”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엄청 큰 사고가 있어서 충격으로 완전 손을 떼거나 시설에 들어가서 강제로 그만두게 하지 않으면 어려울걸? 그런데 누가 신경 쓰이길래 그래?”
“한두 명이 아니긴 한데 일단은 리버 피닉서가 가장 신경 쓰여.”
해가 바뀌면서 92년이 되었고 1년 뒤인 93년에 리버 피닉서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당시 나쁜 사고가 생기면서 급성 중독이 오긴 하지만, 이전부터 술과 나쁜 약물에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동민은 미리 손을 써 중독되기 전에 그를 막을 계획이었다.
‘코트니 커베인도 늦기 전에 손을 써 두어야겠네.’
열반의 리더 보컬인 커베인의 경우 우울증으로 삶을 마감하게 되는데 약물의 영향도 크기에 가능한 막아 보고 싶었다.
드류에게 고민 상담을 마친 동민은 오랜만에 눈꽃 빙수를 만들어 먹으며 그녀와 영화 이야기를 하고 해어졌다.
“여보세요? 카이누 드라큘라 촬영은 언제 시작해요?”
“다니엘이니? 다다음 주에 시작하기로 했어.”
“다행이네요. 그럼 시간 괜찮죠? 리버 피닉서랑 같이 세탁소에 와 줘요.”
동민은 시간이 되면 놀러 오라는 것이 아닌 꼭 와야 한다고 했고, 이틀 뒤 두 사람이 세탁소로 찾아왔다.
“여긴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곳이야. 오면 올수록 매력이 느껴지네.”
“난 장소도 신기하긴 한데 다니엘의 존재가 더 신비롭더라.”
세탁소를 둘러보며 리버 피닉서와 카이누 리부스는 즐거워했고, 휴게실로 이동해 동민이 준비한 음식을 함께 먹었다.
“리버는 내가 추천한 한식당 가 봤어요?”
“한국 절 안에 있는 식당 말하는 거지? 정말 대단하더라. 식사라기보다는 메디테이션 하는 기분이었어.”
“거기는 스티븐 잡스에게도 소개해 준 곳이에요. 로스앤젤레스 올 때마다 들른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도 채식을 하는 리버 피닉서를 위해 야채 김밥을 직접 말아 주었고, 카이누에게는 참치와 소고기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이 작은 김밥은 술안주로 먹어도 괜찮겠다. 모양도 귀엽고 맛도 깔끔하네.”
“이건 마약김밥이라고 하는 건데 앞으로 약 생각이 나면 쓸데없이 이상한 거 찾지 말고 이 김밥이나 만들어 먹어요.”
미니 사이즈의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마약김밥이라고 불리는 꼬마 김밥을 먹으면서 동민의 폭풍 잔소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드류 배리무어 알죠? 그 애가 중독에서 극복하는 데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요? 그리고 로빈스 윌리엄도 한때 중독자였는데 코미디 쇼를 함께 하던 친구가 과다 복용으로 즉사한 이후로는 완전히 손 뗐다고 했어요.”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하는 거야?”
“카이누는 범생이 느낌이라 괜찮은데 전형적인 히피 리버는 영 불안해 보여서 그래요.”
“알겠으니까 잔소리 그만하고 김밥 더 만들어 줘.”
리버가 흘려들으려 하자 동민이 잔소리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협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디 보자 리버는 올해 로버트 래드포드랑 같이 스니커라는 해커 영화 찍을 거죠?”
동민이 잠시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더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필 알덴 로빈슨 감독님이신가요? 여기는 할리우드 세탁소에 다니엘이라고 합니다.”
“…….”
“네, 부탁드릴 게 한 가지 있어서요. 다음 작품에 리버 피닉서가 나오는 거로 알고 있는데 배역을 바꿨으면 하는데 대체 가능하죠?”
“…….”
“알겠습니다.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 다시 전화드릴게요.”
동민이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 리버 피닉서가 설마 하며 물어 보았다.
“정말로 필 로빈슨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날 영화에서 빼라고 한 거야?”
“혹시 모르니 후보 배우가 있는지 물어본 거예요. 제가 이 정도 영향력은 있으니 내 말 흘려듣지 말라는 뜻으로 보여준 거예요. 카이누도 드라큘라백작 영화 나가고 싶으면 평소에 리버 감시 잘해요.”
동민은 어떻게 하면 약에 손을 안 댈 수 있게 할까 고민하다 그냥 협박을 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아무래도 배우이다 보니 영화에 캐스팅되는 것 자체를 막을 경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제 동민이 그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살짝 눈치를 보는 리버 피닉서와 카이누에게 잔소리를 계속 시전했고, 떠나가는 두 사람 손에 김치를 포장해 주며 다 안 먹으면 혼날 거라고 또 협박을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 동민은 다음으로 급한 사람인 코트니 커베인에게 전화를 걸어 약을 멈추지 않으면 방송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했지만, 워낙 반골에 언더그라운드 출신인 그는 별 상관없다고 중얼거렸다.
결국, 약물중독 치료사를 고용해 시애틀로 보내어 그를 관리하도록 했고, 종종 전화를 걸어 계속 잔소리를 퍼부었다.
다음으로는 마이클 잭선에게도 전화를 걸어 네버랜드에 오는 아이들 조심하라고 폭풍 잔소리를 했다.
“어린 녀석들도 방심하면 안 되지. 유혹에 약할 나이니까 더 신경 써야 해.”
갑작스러운 인기에 무너져 버리는 두 사람이 가까이 있기에 애드워드 필통에게도 엄청난 잔소리를 퍼부었다.
아직은 착하고 갑작스러운 인기에 정신이 없는 애드워드는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동민은 혹시 모르니까 꼭 조심해야 한다며 유혹의 순간이 있을 시 자신을 떠올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마지막으로 아직 어린 맥컬리에게는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는 못하고, 마이클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주었다.
봄방학에도 뉴욕으로 날아가 나혼자 집에 2편 촬영 현장에 합류했는데 크리스 감독에게 맥컬리 퀄컴의 아버지가 이상한 것 같다며 맥을 잘 보살펴 달라고 특별히 부탁을 했다.
“다니엘. 너 요즘 조금 이상하더라. 왜 주변에 갑자기 잔소리를 하고 다니는 거야?”
“조니도 요주의 인물이에요. 이상한 하얀색 가루는 밀가루 말고는 절대 손대지 말고, 특히 위노 라이더한테도 조심하라고 해요.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요.”
촬영이 없어 여유를 즐기고 있는 조니 데브가 세탁소로 놀러와 여기저기 잔소리를 하고 있는 동민을 발견하더니 자신도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
위노 라이더의 경우 약물의 부작용으로 도벽이 도지는 바람에 10년 뒤에 커리어가 망가지게 되니 더욱 주의시킬 필요가 있었다.
동민의 성실함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약을 하는 것보다 못 하게 하는 것이 훨씬 올바른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조금 동민을 귀찮게 생각했고, 사춘기가 와서 저러나 보다 하고 흘려듣고 있었다.
“요즘 마약김밥을 많이 말다 보니 단무지가 금방 떨어지네.”
꼬마김밥을 만들다 단무지가 부족하자 동민은 삼촌에게 말하고는 한인타운으로 향했다.
할리우드 남쪽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방향에 한인타운이 크게 있기에 버스를 타고 가면 금방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인 타운은 동민이 갈 때마다 가게가 하나씩 늘어나고 있었고, 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리오나르도와 토미 맥과이어를 불러 조기 교육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단무지를 담고 한국 과자를 고르고 있는데 마트 주인이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로드니 킹을 폭행한 경찰관 4명 중 3명은 무죄, 1명은 재심이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배심원 10명이 백인이고, 한 명은 히스패닉, 한 명은 아시아계로 배심원 구성에도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검사인 테리 화이트는 흑인이지만….”
뉴스에서는 작년 경찰관에게 과잉 진압을 당한 로드니 킹 재판 결과가 나오고 있었고, 뉴스 앵커는 판결이 이상하다는 분위기로 말을 했다.
“쯧쯧. 역시 미국은 백인 편이야. 아직도 저렇게 차별을 하다니 소수 민족은 항상 조심해야 해.”
마트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한국인 아저씨가 이민자로서의 어려움을 한탄했다.
동민은 다행히도 워낙 유명한 지인들이 있기에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은연중에 깔려 있는 차별은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려면 아직 30년 가까이 남아있지만, 미래에는 달라진 기상을 보여 주기에 동민은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행동했다.
그렇게 달라질 한국의 위상을 생각하고 있는데 마트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와 중간중간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와장창!
갑자기 마트 유리창이 깨어지더니 흑인들이 몰려와 마트 문과 창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 082 > 끝
ⓒ 아마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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