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2 >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신지가 계속해서 열반에 관해 물어 보았다.
“슈스케가 그렇게 멋있다고 난리던데 정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작년 파티에서 본 조니 데브랑 리버 피닉서, 카이누 리부스 보다 멋지긴 힘들 것 같은데?”
“당연히 외모로는 그 사람들 못 따라 가지. 그들은 배우면서 음악을 좋아하는 거고, 이 사람은 그냥 뮤지션이야. 생긴 것도 나름 느낌 있긴 하지만 음악이 차원이 달라.”
열반의 음악은 대중에게도 큰 파장을 일으키지만, 누구 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창 감성 충만한 시기에 열반의 음악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성령과 같이 영혼을 강타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사춘기를 겪으며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으로 자신의 자아를 확립 중인 신지도 그들의 노래에 빠져 들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건 뭐지? 이상하게 심금을 울리네.”
“형. 내가 대박이라고 했잖아. 아직 음반을 만드는 중이라 직접 들려주는 수밖에 없었어.”
열반의 리더이자 보컬 기타인 코트니 커베인은 동민이 또 다른 동양인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오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신지가 서니 뮤직스 가문의 아들이라고 소개하자 그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혼신을 다해 라이브를 들려주었다.
아무리 시대를 거역하고, 반항의 정신을 보이는 열반이지만, 역설적으로 성공에 대한 열망 역시 존재했기에, 수 없이 많은 레이블에 데모를 돌렸고,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서니 뮤직이란 말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서니 픽처스이긴 한데 어차피 같은 서니니까 어떻게든 연결 되어 있겠지.’
동민은 열반을 만나기 전 신지에게 미리 서니 뮤직이라고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고, 신지는 서니 뮤직의 중역을 실제로 알고 있었다.
“이야. 대박인데. 내가 음악은 잘 모르긴 하지만, 이 사람들 멋있고, 곡이 좋은 건 사실이야. 분명히 성공 할 거야.”
“형도 그렇게 생각하지? 저기 보컬이 내 기타 선생님이야. 노래도 배우려 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달라서 기타나 열심히 연습 하라고 하더라고.”
두 사람은 열반의 연주를 듣고 흥분 한 채 떠들고 있었고, 동민이 조용히 두 사람에게 제안을 했다.
“너희들 내가 열반 앨범 내는데 투자한 건 알고 있지?”
신지와 슈스케가 고개를 끄덕이자 동민이 이어서 말했다.
“열반은 분명 뜰 거야. 지금 투자를 하지 않는 다면 멍청한 거라고. 둘 다 미래에 회사를 경영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투자 경험을 가져 보는 건 어때?”
동민의 설득에 두 사람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슈스케가 먼저 투자를 하겠다고 말했고, 신지도 함께 하겠다는 말을 했다.
열반의 두번째 앨범인 4번 마인드는 91년 9월에 발매되기에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대부분의 자금은 동민이 투자해 추가 판권을 확보하기가 어려웠지만, 신지와 슈스케는 동민의 도움으로 아주 작은 판권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제 공동 운명체네.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오늘 다 같이 회식 하러 가요. 내가 살게요.”
동민이 신지와 슈스케에게 큰 은해를 배풀었지만, 아직은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잘한 건지 의심하는 두 사람에게 열반과 더 친해질 수 있도록 함께 회식을 하자고 했고, 다 함께 한식당으로 향했다.
“코리안 바베큐라니 이런 건 처음 먹어보는데 정말 맛있네.”
“저도 처음 먹어봐요. 형 말대로 김치랑 같이 먹으니 잘 어울리네요.”
열반의 멤버들은 테이블에서 직접 구워 먹는 양념 갈비를 신기해했고, 슈스케도 한식당은 처음이라면서 맛있게 먹었다.
“지난겨울에 마이클 잭선의 네버랜드에 초대 받아 놀러 갔었어.”
“마이클 잭선이랑도 아는 사이야?”
“몇 년 전에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 받아 가서 알게 됐거든. 이번에는 나혼자 집에의 케빈이랑 같이 갔지.”
동민이 마이클 잭선의 집에 갔다는 것과 이번 겨울 미국을 강타한 케빈과도 아는 사이라고 말하자 열반 멤버는 당연하고, 신지와 슈스케도 관심을 가졌다.
“유명 배우랑 친한 건 알고 있었는데 마이클이랑도 친할 줄을 몰랐네.”
동민을 오래 보아온 신지는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마이클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신도 서니 뮤직을 통해 직접 만나본 적은 있는데 집에 초대 받는 건 생각도 못해 봤다며 부러워했다.
“마이클이랑 이야기 하다 내가 열반 이야기를 했거든.”
코크니 커베인이 자기 밴드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했다는 걸 듣고는 사래가 걸려 콜록 거렸다.
“엄청난 밴드가 나타났다고, 이번에 만든 마이클의 앨범을 뛰어 넘어 1위할 거라고 말했어.”
“콜록! 콜록!”
동민이 마이클 잭선에게 열반이 그를 밀어 내고 빌보드 1위를 차지할 거라고 말했다고 하자 다들 경악했다.
지금은 말도 안 되고, 동민이 헛소리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열반은 역주행을 하더니 연말에 마이클의 덴저러스를 밀어내고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고맙네.”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다가 금방 마이클 잭선의 네버렌드 이야기가 이어졌고, 동민이 코트니 커베인에게 물어 보았다.
“전에 줬던 김치는 다 먹었어요?”
“처음에는 이상했는데 먹다 보니 중독성이 있더라고. 이틀 만에 다 먹었어.”
코트니 커베인은 동민이 챙겨 주었던 김치를 밥도 없이 생으로 다 먹었었고, 지금은 구운 김치를 신기하다며 먹고 있었다.
동민이 그럴 줄 알았다고 식당에 부탁해 김치 두 포기를 포장해 주었고, 열반의 다른 멤버들에게도 김치를 포장해 주었다.
“이상한 거 먹지 말고, 건강한 거 먹어야 해요. 이건 몸에 좋긴 한데 나트륨이 꽤 있으니 고기나 밥이랑 같이 먹어요. 술이랑 이상한 거 먹지 말고요.”
코트니 커베인이 가끔 멍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속이 아프다며 힘들어 하기에 몸 관리하라며 동민이 계속해서 잔소리를 했다.
슈스케에게도 허튼 짓 못하게 옆에서 감시하게 시켰고, 나름 닌덴토 가문에서 바른 교육을 받고 자란 슈스케가 지켜 보고 있겠다고 대답했다.
열반과의 회식을 마치고 신지와 함께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봄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다시 시작되자 또 털미네이터 2 현장에 나갔지만, 4월 초에 모든 촬영이 끝났고, 본격적인 편집이 시작 되었다.
“돈을 쏟아 부어서 그런지 퀄리티랑 스케일이 남다르긴 하네요. 대작이 나오겠어요.”
“다니엘 왔니? 김밥 가지고 왔지?”
특수효과를 입히고 편집하느라 며칠째 밤샘 작업을 해야 했고, 카메룬 감독과 편집팀의 얼굴에는 다크써클이 진하게 내려있었다.
샌드위치와 햄버거에 질린 그들이 동민이 가지고 온 김밥을 보고 환호했고, 식사와 동시에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갔다.
“7월에 개봉 하실 거라고 했죠?”
“스케줄 데로라면 그렇지. 특수효과만 조금 더 손보면 가능할 거야.”
여름방학에는 한국에 갈 계획이라 개봉은 못 보더라고 시사회는 참석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에 홍보 방문은 안 할 거예요?”
“홍보하러 가는 것도 돈인데 예산이 맞아야 가지. 일본에 가는 김에 들리면 좋은데 홍보팀에서 계산해 보고 움직일 거야.”
원래 털미네이터 2는 한국에 홍보 차 방문하지 않았지만, 작년 11월에 동민의 아빠가 배급한 영혼과 사랑이 2천만 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쌓아가고 있기에 한국행을 고민하고 있었다.
올 여름에 개봉하는 나혼자 집에가 성공한다며 홍보차 방문이 가능 할 것 같기도 했다.
“동민아. 큰일 났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사고라도 난 거예요?”
한국에서 걸려온 아빠의 전화를 받고는 동민이 걱정하고 있는데 아빠가 외화 매출 기록을 세웠다며 좋아 하셨다.
“이게 비디오 수익이랑은 차원이 다르구나.”
“대신 망한 영화 수입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해요.”
“너와 쿠안틴이 추천해준 영화만 배급하면 되는데 무엇이 걱정이니? 쿠안틴은 잘 지내고 있니? 여름에 한 번 놀러오라고 하려무나.”
“안 그래도 이번 여름에 같이 가기로 했어요. 별 문제는 없으신 거죠?”
영혼과 사랑은 미리 준비를 한 덕에 원래 역사보다 1.5배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에 엄청난 문화적 바람을 일으켰다.
“괜히 사이비나 영혼 관련 사기꾼이 활동할 수도 있으니 입장 표면이나 단속 잘 하셔야해요.”
“하하. 그런 건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고 나혼자 집에는 조금 더 일찍 개봉 할 수도 있을 것 같구나.”
나혼자 집에의 판권을 동민이 가지고 있기에 한국으로의 수출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 되었고, 영혼과 사랑의 인기와 관객 수가 줄어 들면 바로 상영을 시작할 거라고 하셨다.
한국에서 아빠에게 국제전화로 진행 사항을 들으면서 털이네이터 2 제작 현장 학습을 하다 보니 중학교 마지막 학기가 금방 지나갔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여름 방학이 찾아왔다.
동민은 붙어 있는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기에 별도로 준비해야 할 것이 없었다.
한국으로 출발 하기 전 동민은 삼촌이 만들어준 맞춤 턱시도를 입고 털미네이터 2 심판의 날 시사회에 참석했다.
“감독님 축하 드려요. 정말 신기록을 달성 하셨네요.”
“하하. 네 도움으로 쉽게 기록을 깰 수 있었구나.”
동민이 제작비 기록을 달성한 제임스 감독을 놀렸고, 친한 카메룬도 장난스럽게 받아 들였다.
이번 영화로 자신의 대표적인 필모그래피를 완성하는 슈워츠 아놀드제네거와도 안부를 주고받았고, 자주 보다 보니 더 친해진 린다 해밀턴과 애드워드 필통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너 너무 많이 자란 거 아냐?”
“나도 갑자기 자라는 바람에 엄청 고생했어.”
영화를 찍기 전만해도 동민보다 키가 작았던 애드워드 필통은 어느새 동민보다 커져있었고, 촬영하면서 달라진 키와 목소리 때문에 한 고생을 이야기 하며 투덜거렸다.
아직은 자신이 얼마나 유명해 질지 상상하지 못하고 있는 그 였지만, 동민은 털미네이터의 인기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그의 미래와 역변 하는 모습까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자주 보다 보니 친해져 버렸고, 가능하면 술과 약으로 망가지지 않도록 신경써 주기로 했다.
카메룬 감독의 털미네이터 2 심판의 날 시사회는 예상대로 비평가과 관객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아냈고, 91년 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카메룬 감독에게 다시 축하한다는 말을 건냈고, 그도 대박을 느꼈는지 많은 제작비를 투자한 동민에게 큰돈을 벌어주겠다며 덕담을 돌려주었다.
동민의 도움으로 시사회에 함께 온 쿠안틴은 압도적인 스케일과 완벽한 시나리오에 충격을 받았다.
다음날 까지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쿠안틴을 데리고 동민은 한국으로 출발했고, 다시 돌아온 한국은 알게 모르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 있었다.
“여보세요? 저 88 서울 올림픽 때 뵈었던 동민이라고 하는데 혹시 기억하세요?”
“아! 그 영어 잘하는 미국에서 영화 출연한 꼬마구나. 웬일로 전화를 했니?”
< 07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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