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71화 (56/265)

< 071 >

“한국은 들어 갈 건데 홍콩은 잘 모르겠어요. 딱히 계획은 없어요.”

“한국이면 홍콩도 가까운데 같이 가자. 너 아는 사람도 있다며, 홍콩 영화 촬영현장 직접 보고 싶단 말이야.”

쿠안틴이 찾아와 동민에게 제발 홍콩에 같이 가서 영화계 사람들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말 부터 내 영화를 만들 건데 홍콩영화를 보고 영감을 얻어서 그래. 데리고 가 주면 소원 하나 들어 줄게.”

“음. 딱히 쿠안틴에게 바라는 건 없는데 생각 해 볼게요.”

쿠안틴은 내년에 개들의 저수지라는 120만 달러 저예산 장편 영화를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만들게 된다.

주연발이 나오는 용호풍문이라는 잠복경찰 영화를 오마주로 만들게 되는데 홍콩 특유의 느와르를 직접 느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산은 다 모았어요?”

“내가 모은 30만 달러랑 어떻게 빌린 50만 달러를 빌리긴 했는데 아직 턱없이 부족해. 계속 구하고 있어.”

쿠안틴은 아빠한테 비디오를 추천해 주면서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 있는 만큼 커미션을 받았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홍콩에 데리고 가 줄 테니 이번에 만드는 영화에 날 스태프로 써 줘요. 나도 영화 만드는데 참여해 보고 싶어요.”

“스필버그 감독님이랑 카메룬 감독님에게 배운 너라면 도움이 되겠네 그래 대신 내가 시킨 데로 해야 해.”

“쿠안틴이 감독이니 당연하죠. 난 직접 현장을 경험하고 싶은 것뿐이에요.”

동민이 영화에 투자하면서 큰돈을 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쿠안틴은 처음에는 동민의 투자를 거절했지만, 직접 스태프로 일하고, 홍콩으로 데리고 가는 조건으로 투자를 허락했다.

아주 저예산인 120만 달러로 만들어 500만 달러의 나쁘지 않은 수익을 남기긴 하지만, 동민이 발을 걸친 이상 예산을 늘려 자금 부족으로 인한 퀄리티 저하를 막으면서 조금 더 수익을 늘릴 계획이었다.

‘스필버그, 카메룬 감독은 너무 블록버스터 영화여서 내가 경험하고 배우는 데 한계가 있었어. 쿠안틴의 독립 영화라면 몸으로 배우는 게 더 많을 거야.’

자신만의 색과 개성이 강한 쿠안틴은 동민이 시나리오와 촬영에 간섭하지 않는 조건으로 투자를 허락했고, 그의 영화는 원래 예산인 120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짜리 영화로 예산이 늘어나게 되었다.

동민은 쿠안틴을 위해 지분은 받지 않고, 영화 티켓 판매 수익만 받아 가는 것으로 계약서를 만들었고, 드디어 영화 크리딧에 제작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올리게 되었다.

“야! 이번 봄방학에 뭐할 거야? 시간 있어?”

“아마 대부분 카메룬 감독님 촬영현장에 갈 거야? 왜?”

오랜만에 앤젤리나와 함께 세탁소로 찾아와 떡볶이를 먹던 드류가 동민에게 봄방학 스케줄을 물어 보았다.

“봄에 콘서트 보러 갈 건데 널 데려가 주시려고 친히 물어 보셨다.”

“무슨 콘서트 길래 그렇게 말하는 거야? 마이클이라면 나도 이제 친하다고.”

드류가 콘서트라고 하자 최근 투자를 마친 시애틀의 열반이 생각났고, 얼마 전 데뷔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머라이어 캐리언이 떠올랐다.

“티파이나는 들어 봤지? 내가 조근 친하거든. 그래서 백스테이지 출입증도 받았는데 앤젤리나랑 둘이 가려다가 네가 섭섭해 할 까봐 특별히 한 장 더 준비했지.”

“티파이나? 난 데비깁슨이 더 좋은데. 머라이어도 보고 싶고.”

드류가 동민을 노려보자 농담이라며 고맙다 말하고, 콘서트에 가보는 건 처음 이라했다.

이제야 드류가 만족스러워 하며 티파이나의 투어 오프닝 가수가 요즘 뜨고 있다며 재미있을 거라했다.

영화에만 관심이 있지 음악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동민도 요즘 국민 여동생으로 활동 중인 티파니아와 데비깁슨은 잘 알고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워낙 두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하고, 티파니아의 경우 한국에서 콘서트도 하고, 광고에도 출연하기에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민은 회사에서 훈련 받으며 성장한 티파니아보다 진정한 싱어송 라이터인 데비깁슨을 더 좋아했다.

“너무 재밌겠다. 엄청 기대 돼.”

“나도 빨리 봄방학이 되었으면 좋겠어.”

드류와 앤젤리나가 호들갑을 떠는 걸 보니 오프닝 가수는 남자 인 것 같았다.

일주일이 흘러 봄방학이 찾아 왔고, 매일 카메룬 감독의 털미네이터 2 촬영 현장으로 등교하던 동민은 저녁에 드류와 앤젤리나를 만나 콘서트 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 다 오늘 예쁘게 입었네?”

“백스테이지 들어가니까 신경 써서 입고 오라고 했잖아. 다니엘도 뭐 나쁘지는 않네. 우리 오빠들에 비하면 평범하지만. 호호.”

드류의 기분이 유난히 들떠 있었고, 콘서트 준비로 정신없는 스태프들에게 백스테이지 패스를 보여주고 대기실로 가자 왜 그녀가 그렇게 신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튀에 나왔던 드류 배리무어구나. 만나서 반가워.”

“저도 오빠들 팬이에요. 이렇게 보니 좋네요.”

드류와 앤젤리나가 남자 가수들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 어린 소녀라는 게 실감났다.

“오늘 새로 나온 노래 선보이는데 잘 왔어. 우리도 기대하고 있는 곡이니까 잘 들어줘.”

두 여학생이 얼굴을 붉히고 몸을 꼬며 좋아한 가수는 뉴키즈온더타운이라는 보이 밴드였다.

뉴키즈온더타운은 브랜뉴 에디션이라는 흑인 아이돌 밴드를 데뷔 시키면서 히트를 쳤던 프로듀서 모리스 스타가 만든 보이 밴드였다.

브랜뉴 에디션이 흑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이 백인이었다면 100배 더 성공했을 거라 생각한 그가 자신이 살고 있는 보스턴에서 남자 아이들 5명을 모아 만든 그룹으로 84년에 데뷔했지만, 88년부터 티파니아의 콘서트에 오프닝 가수로 나오면서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었다.

여러 말도 많고 탈고 많은 그룹이지만, 보이 밴드 아이돌의 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주 중요한 그룹이었다.

거기다 아직은 팬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시기이기에 척 봐도 열혈 소녀팬에 시달려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콘서트 준비를 해야 했기에 대기실에서는 짧게 인사만 나누었고, 동민은 드류와 앤젤리나와 함께 VIP 좌석으로 이동했다.

“오늘 신곡이 나온다니 정말 기대 된다.”

“이제 시작하나봐.”

두 사람이 티파니아의 오프닝 가수인 뉴키즈온더타운을 기대했지만, 큰 키에 검은 머리를 한 남자 가수 한 명이 오프닝의 오프닝으로 나와 노래를 시작했다.

드류와 앤젤리나가 처음에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의 발라드를 듣고는 이네 따라 불렀고, 동민도 ‘나는 너의 모든 것’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그를 알아보았다.

“토미 페이저네? 티파니아랑 같은 기획사 였구나. 그래서 한국에서 활동했나?”

오프닝의 오프닝무대에 오른 가수는 토니 페이저라는 싱어송라이터로 90년대 한국과 아시아에서 큰 사랑을 받은 가수였다.

중간에 음악을 그만두고 음반 회사에 들어가 직장인 생활을 오래 하긴 하지만, 20대 그는 아시아에서 정말 유명했다.

미소년 컨셉과 감미로운 미성이 더해져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등 동남아권에서 아주 유명했고, 한국에도 12번이나 방문한다.

거기다 토미 페이저의 할머니나 증조 할머니가 한국인이라 한국 피가 섞여 있다는 것이 그를 더욱 한국에서 인기있게 만들었다.

동민이 당시 좋아했던 청순가련의 상징 하수민에게 직접 만든 곡을 선물하고 영어 이름도 지어줘 질투 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직은 한국에 방문하기 전인가? 티파니아가 한국에 공연 다녀왔으면 같이 갔다 왔겠지?”

토미 페이저의 한국 활동을 떠올리고 있는데 아직 해외 가수 초청이 드문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콘서트를 마친 티파니아가 생각났고, 연이어 조만간 펼쳐질 뉴키즈온더타운의 한국 콘서트가 떠올랐다.

“까~! 나왔어!”

“오빠~!”

토미 페이저가 들어가고 뉴키즈온더타운이 나타나자 드류와 앤젤리나가 소리를 질렀고, 콘서트장 전체가 소녀들의 비명으로 울렸다.

“한걸음! 한걸음! 너에게 다가가겠어!”

뉴키즈온더타운이 신곡이라며 자신들의 인기에 불을 지르고 대표곡이 되는 ‘한걸음 한걸음’을 선보였고, 달콤한 가사에 화려한 댄스와 강렬한 멜로디를 더하니 소녀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미래의 한국 아이돌에 비하면 유치한 수준의 안무였지만, 이제 막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뉴키즈온더타운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무대를 뛰어 다니며 몸을 흔들때 마다 소녀들이 열광했고, 동민도 지금의 공연이 즐거우면서 미래의 참사도 걱정 되었다.

‘여름에 한국가면 콘서트 관련해서 알아보고 조치를 취해야겠네.’

뉴키즈의 오프닝 무대가 끝이 나고 메인 가수인 티파니아가 나와 후끈 달아오른 열기를 이어갔고, 동민도 처음 경험하는 미국 콘서트를 온전히 즐겼다.

“빨리 백스테이지로 가 보자.”

콘서트가 끝나자 드류를 따라 가수들이 있는 백스테이지로 이동했다.

“오늘 신곡 너무 좋았어요!”

“티파이나도 오늘 공연 훌륭했어. 축하해.”

티파니아와 친분이 있는 드류가 뉴키즈온더타운 멤버들에게 먼저 축하 인사를 하고 티파니아에게도 인사했다.

앤젤리나도 그녀와 함께 보이 밴드와 이야기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동민은 그나마 차분하게 있는 토미 페이저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노래 좋았어요.”

“고마워. 동양인 손님이 백스테이지에 들어오는 건 드문 일인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 나도 동양이 피가 흐르고 있어.”

“정말요? 난 한국인이에요.”

동민은 토미 페이저가 한국인 혼혈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했고, 동민이 한국인이라는 말에 토미가 기뻐했다.

“정말? 나도 할머니가 한국 분이셔. 할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 한국 전쟁 때 서울에서 만나셨어.”

토미 페이저는 작년에 티파니아를 따라 한국에 잠시 공연을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자신을 좋아해 줬다며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마 한국에 자주 가게 될 것 같네요. 한국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부모님이 한국에 계시고 아버지도 방송 쪽 일을 하시니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지금 아빠는 영화 수입 일을 하고 있지만, 동민은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생각 중이었고, 내년에 뉴키즈온더타운의 참사를 막으려면 조금 더 일정을 당겨야겠다고 다짐했다.

토미 페이저도 지금 가장 잘 나가는 보이 밴드나 티파니아가 아닌 자신에게 찾아와 말을 걸어준 동민이 고마워 계속 대화를 이어갔고, 로스앤젤레스를 떠나기 전 세탁소에 놀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라이브 콘서트의 맛을 느낀 동민은 마이클 잭선의 콘서트도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잠시 시간을 내어 시애틀에 있는 열반도 만나러갈 계획을 세웠다.

“다니엘은 왜 토미랑만 이야기 했어?”

“뉴키즈랑 티파니아는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 걸기 어려워서. 너희들이 옆에 계속 붙어 있었잖아.”

“그래도 다들 널 궁금해 하던걸? 토미 페이저는 어땠어?”

“그 사람 한국 혼혈이더라. 다음에 한국 공연 가면 따로 보기로 했어.”

앤젤리나와 드류는 토미가 한국 혼혈이라는 걸 신기하게 생각했고, 다음에는 마이클의 콘서트에 같이 가기로 약속한 뒤 해어졌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봄방학을 이용해 동민은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갔고, 이번에는 신지도 함께였다.

< 07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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