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9 >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동민은 닐에게 연락해 시애틀에 있는 열반이라는 밴드에 투자해 달라고 했다.
“얼마나 하실 예정인가요?”
“글쎄요. 앨범 만드는데 얼마가 드는지 잘 모르겠네요. 영화 보다는 비싸지 않을 거니 최대한으로 해 주세요.”
파라마운틴 투자사는 영화가 전문 분야였지만, 음악 쪽에도 연관이 있어 어렵지 않게 닐이 맡아서 진행해 주기로 했다.
“영화와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훨씬 더 쉬워요. 진행 되는 데로 보고해 드릴게요.”
“고마워요. 매번 부탁해서 조금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작년에 보너스 많이 받았죠?”
“하하. 더 일을 시키실수록 좋습니다.”
동민과 어느덧 5년 이상 함께 해 온 닐은 이미 파라마운틴 투자사에서 가장 많은 보너스를 받는 직원이 된지 오래 되었고, 영화계 전반에 걸쳐서도 영향력이 많이 높아져 있었다.
동민이 작년에 법인을 설립 하면서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파라마운틴에 있으면서 동민을 도와주기로 했다.
“할리우드 세탁소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거기도 마지막으로 갔던 게 10년은 되는 것 같네. 조만간 한 번 들려야겠다.”
“마이클?”
동민이 세탁소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개성있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마이클 잭선 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전화를 다 해주고.”
“난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자주 전화해,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연락했어. 부탁할 것도 있고.”
마이클은 생각보다 평범한 일상 수다를 떨다가 저번에 동민이 가져다 준 김치와 비빔밥을 다시 먹으려고 했는데 맛이 달랐다며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집에서 직접 만든 거 가져다 준 거예요. 더 필요하면 우편으로 보내줄게요.”
“다음 앨범 녹음 때문에 로스앤젤레스 가야하는데 직접 받으러 갈게. 조만간 봐.”
지난 네버랜드에서의 만남 이후로 동민이 편해졌는지 세계적인 스타 마이클 잭선이 먼저 연락을 하고 찾아오겠다는 말까지 했다.
직접 만나본 마이클은 정말로 착하고 순수한 인물이었지만,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과 앤터테인먼트 실력으로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만큼 구설수를 피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전생처럼 아쉽게 떠나게 둘 수는 없지.”
동민이 마이클 잭선을 생각 하고 있는데 잘생긴 호감형 남자와 그보다 키가 큰 모델 같은 여자가 세탁소로 들어왔다.
“다니엘. 잘 지냈니? 내가 준 자켓을 여전히 전시되어 있구나.”
“탐도 잘 지냈어요? 수련은 잘 하고 있고요? 니콜도 잘 지냈죠?”
세탁소에 들어온 커플은 이염걸의 제자이자 동민의 동문인 탐 크루스 였고, 함께 온 여자는 작년에 결혼한 호주 출신의 배우 니콜 키크만이었다.
작년 질주에 폭풍이라는 레이싱 영화를 촬영하면서 여주인공 오디션을 보러온 니콜 키그만에 탐은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탐은 미미 로저스와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하고, 바로 니콜과 결혼식을 올렸다.
동민도 초대 받아 결혼식에 잠시 다녀왔었고, 니콜과는 구면이었다.
“탐이 여기가 할리우드의 숨은 진짜 맛집 이라며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같이 왔어. 세탁소가 정말 멋지구나.”
“잘 오셨어요. 탐이 요즘 많이 바쁘더니 니콜이랑 시간을 보내느라 그랬나 보네요. 앞으로는 종종 같이 놀러 오세요.”
최근 몇 년 간 탐의 방문이 조금 줄어든 데는 결혼생활의 영향도 있었지만, 종교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전 부인인 미미 로저스의 권유로 사이언스로직교에 입교하더니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난독증이 치료되었고, 그 이후로는 공개적으로 옹호 발언을 할 정도로 열렬한 신자가 되었다.
종교적인 문제는 김치교의 열렬한 신자인 동민이 왈가왈부 할 사항이 아니었고, 그저 묵묵히 김치 포교 활동을 행할 뿐이었다.
“김치를 삼겹살 기름에 구워 먹으니 완전히 다른 맛이 나네요?”
“내가 새로 만든 방법인데 또띠아에 쌈이랑 고기 구운 김치를 넣고 먹으니까 또 다른 맛이 나더라고.”
할리우드 세탁소의 휴게실 식당에서 탐 크루스와 니콜 키크만 부부가 동민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었고, 신기한 경험에 아직 22살의 젊은 니콜이 즐거워했다.
할리우드의 대표 스타 부부가 되는 두 사람이 또 오겠다며 김치를 포장해 돌아갔고, 동민은 얼마 남지 않은 겨울 방학을 카메룬 감독의 털미네이터 2 심판의 날 현장에 들락거리며 보냈다.
“애드워드는 너무 자라서 문제인데 넌 별로 자라지 않았구나.”
“동양인은 천천히 성장한다고요. 대신 나이가 들어도 젊어 보이잖아요.”
“그건 그런데 애드워드가 너무 커 버려 편집할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구나.”
촬영 초기만 해도 아직 소년티가 느껴지는 애드워드 필통이었는데 반년 가까운 시간에 키가 10센치 이상 자라났고, 변성기까지 찾아왔다.
카메룬 감독이 투덜거렸지만, 아직 역변은 찾아오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계속되는 화려한 액션신에 스태프와 배우들이 조금씩 지쳐갔지만, 끝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모두 힘을 내고 있었다.
영화 현장에 들락거리면서 올해 투자할 영화도 이미 결정을 내렸다.
“올해는 투자하는 영화가 별로 없네요.”
“예전에 투자한 털미네이터 2랑 침묵의 양들이 올해 개봉하니 두 영화의 비중이 커서 그래요.”
특히나 털미네이터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 있어 전체적인 투자금액은 오히려 예전 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올해는 스필버그 감독이 만드는 후크선장이라는 영화에 그와의 인연을 위해 조금 투자했고, 디주니에서 만드는 야수와 미녀 애니메이션에도 투자했다.
두 영화 모두 좋은 매출을 기록하지만, 제작비도 워낙 많이 들어가기에 당장 큰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디주니에는 계속해서 영향력을 키울 생각으로 투자했고, 다른 영화에 비해 수익이 떨어진다는 거지 나쁜 투자는 아니었다.
작년에 늑대와 함께 춤을으로 감독 데뷔를 하면서 큰 수익을 벌어들인 케빈 커스트너가 물이 올랐는지 올해도 2편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번에 확실히 유명 배우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매년 2편 이상의 영화를 찍으며 왕성하게 활동 하기는 했다.
올해 그가 출연하는 영화 2편 모두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는데 4천만 달러로 만든 존F케네디라는 변호사 영화는 2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평은 극과극을 달리는데 해외 영화제에서는 최악의 성적을 내지만, 정작 흥행에는 성공했다.
다른 작품은 케빈 커스트너에게 최악의 영화에게 주어지는 골든 라즈베리 상을 안겨주는 로빈슨후드라는 의적 영화였다.
이 영화도 4천 8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지고, 4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을 만들면서 수익면에서는 엄청난 성공을 이루지만, 비평으로는 최악의 평가를 받는다.
동민은 두 영화 제작비의 50%를 투자하며 케빈 커스트너와의 인연을 이어갔지만, 아직 그를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다.
나혼자 집에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맥컬리 퀄컴이 나의 걸이라는 성장 영화에 출연하면서 투자 제의를 받았지만, 너무 잔잔하고 성적도 그저 그렇기에 나혼자 집에 2편에 집중하고 싶다며 투자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스릴러 영화에 투자를 하시네요. 스릴러 영화가 흥행 리스크가 큰 편인데 어떤 기준으로 고르는 거예요?”
“시나리오 흡입력이랑, 배우 감독 조화를 중점적으로 봐야죠.”
“대부분 그렇게 판단하던데 결과는 완전히 다르던 걸요?”
닐이 동민이 투자하기로 한 저예산 스릴러 영화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말했다.
후리티 위먼으로 스타덤에 오른 율리아 로버트가 출연하는 적이랑 동침이라는 영화였는데 2천만 달러에 못 미치는 제작비로 2억 달러 가까이 벌어들이며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
스릴러 영화를 찍으면서 고생한 율리아 로버트가 다시는 스릴러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할 만큼 열심히 연기하는 작품으로 꽤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포트폴리오를 계속 봤더니 배가 고픈데 다니엘은 괜찮아요? 성장기엔 잘 먹어야 한다고요.”
“나도 배가 고프긴 하네요. 오랜만에 다른 메뉴를 먹어 볼까요?”
닐과 함께 91년 투자 계획을 세우다 특별히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갔다.
“역시 다니엘이랑 다니면 비싼데 갈 수 있군요.”
“닐도 이 정도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잖아요. 평소에 세탁소에서 자주 먹었으니 오늘은 닐이 사요.”
동민은 닐과 함께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가 포트폴리오를 펼쳐 놓고 읽으며 웨이터를 기다렸다.
“메뉴는 정하셨나요? 오늘의 추천은 해산물 빠예야라고 주방에서 그러더군요.”
잘생긴 백인 남자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고, 그의 얼굴을 본 동민이 깜짝 놀라했다.
“브래들리?”
“저를 아시나요? 아! 그러고 보니 21 점프 스트리트때 조니 데브 따라 갔었던 할리우드 세탁소 친구였군요. 그동안 많이 자라서 못 알아 봤습니다.”
식당 웨이터는 아직 조연을 맡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브래들리 피트였다.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죠? 세탁소에 놀러와요.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안 온 것 같네요.”
“그날은 어색하기도 했고, 꼬마들이 많아서 별로 재미가 없더군요.”
브래들리 피트가 왔던 날 앤젤리나도 있었는데 벌써 그날로부터 몇 년이 흘렀다.
그때는 아직 촌스러워 보였던 브래들리는 어느덧 남자의 매력을 풍기고 있었고, 식당에서도 팁을 많이 받아 그만 둘 수 없다며 투덜거렸다.
“사실 2년 전에 영화에 주연으로 나올 기회가 있어서 연기를 했는데 마가 끼였는지 영화를 만든 나라에서 전쟁이 터지면서 필름이 분실 되었어.”
다크 사이드 오브 선이라는 영화를 88년에 유고슬로비아에서 찍었는데 내전이 터지면서 필름이 유실되어 개봉이 요원해 졌다며 운이 없다고 아쉬워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동민이 물어 보았다.
“올해는 출연하는 영화 없어요?”
“아직은 없어. 여러 군데 오디션 신청을 하고 있는데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
“이 영화는 어때요? 시나리오 읽어 봤는데 브래들리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동민이 추천해준 역할을 본 브래들리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남자 꽃뱀이네? 이런 역할이라면 자신있긴 한데 영화는 괜찮아?”
“여자 두 명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여성영화긴 한데 시나리오가 정말 좋아요. 좋은 작품이 될 거고, 여성 관객에게 어필하기도 좋은 기회겠죠?”
“좋은 정보를 줘서 고맙군. 카라마리 서비스로 줄게.”
동민이 브래들리에게 보여준 시나리오는 루이스와 델마라는 제목의 리들리 스콘 감독 영화였다.
브래들리가 남자 꽃뱀으로 나와 섹시하면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제2의 제임스 딘이라는 찬사를 듣게 된다.
동민의 추천을 받은 브래들리는 고맙다며 이탈리아 오징어 튀김이 카라마리를 서비스로 주었고, 이 역을 맡게 되면 세탁소에 놀러 가겠다며 약속했다.
파스타와 피자를 맛있게 먹은 동민은 닐이 준 팁에 추가로 꼭 오디션을 보라며 20달러 팁을 추가로 주었고, 세탁소 쿠폰도 함께 주었다.
< 06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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