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65화 (50/265)

< 065 >

“우와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다!”

“진짜 크네?”

아놀드를 처음 본 리버 피닉서와 카이누 리부스가 그의 광활한 등짝을 보고 신기해했다.

두 사람이 할리우드 배우인 것을 알아본 아놀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예쁘게 생긴 남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다니엘은 아주 인간적으로 생겨서 좋아하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작 인간 같이 생기지 않은 건 아놀드 에요!”

동민이 잘생기지 않았다는 걸 돌려 깐 아놀드에게 발끈하여 소리쳤지만, 탈 인간적으로 생긴 리버와 카이누 앞에서 동민은 지극히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분노한 동민은 이염걸에게 배운 소림사 권법을 냉혈한 사이보그 로보트인 아놀드에게 시전 했고, 강철 근육으로 방어력이 높은 아놀드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두 사람이 티격 거리면서 한결 가벼워진 분위기에 리버와 카이누도 장난이라는 걸 알고는 재미있어했다.

“오랜만에 오긴 했는데 여기서 먹었던 삼겹살 생각이 아는군. 혹시 재료가 있다면 먹을 수 있을까?”

“마침 상추랑, 깻잎도 신선한 거로 오늘 사 오셨던데 잘 되었네요. 먹으러 가요. 두 사람도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먹어요.”

동민이 밥을 먹자는 말에 리버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고, 카이누는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한국 음식에는 채식 메뉴가 많으니까 고기가 안 들어가는 거로 만들어 줄게요.”

리버 피닉서는 아직 채식주의가 유행을 시작하지 않은 시절부터 철저하게 채식을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물고기를 잡아 처리하는 과정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 살아있는 생물을 먹지 않게 되었는데 좋게 이야기하면 섬세한 감성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엄청 피곤한 스타일 이였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별의별 인간군상을 경험한 동민에게 리버 피닉서 정도는 높은 난이도에 속하지도 않았다.

“카이누는 고기 먹을 수 있죠?”

“응. 나는 고기 좋아해.”

“그럼 카이누는 아놀드랑 같이 삼겹살 먹고, 리버는 비빔밥 만들어 줄게요.”

동민의 영향으로 한식당에 자주 방문했던 아놀드는 혼자서 능숙하게 삼겹살을 굽었고, 동민은 리버를 위해 비빔밥을 만들었다.

“설마 거기다 음식을 만드는 거야? 너무 크지 않아?”

“양푼이 비빔밥은 크고 양이 많을수록 맛있는 거예요.”

동민이 커다란 양푼이에 쌀밥과 보리밥을 왕창 넣고, 열무김치, 무생채, 고사리, 상추를 함께 비볐다.

거기다 식은 된장국과 거기 들어 있는 두부를 추가했고, 볶은 고추장과 참기름을 첨가해 양념을 더 했다.

“설마 이걸 우리 둘이 다 먹는 거야? 카이누랑 아놀드는 고기를 먹고 있다고.”

양분이 비빔밥의 엄청난 양에 리버가 기겁했고, 비벼지는 비빔밥을 본 아놀드는 군침을 흘렸다.

“청년. 나도 먹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놀드랑 카이누는 한 공기만 줄 거예요.”

동민이 두 사람에게 맛만 보라며 비빔밥을 조금만 덜어 주었고, 아직 산처럼 쌓여 있는 양푼이 비빔밥을 본 리버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난 이거 다 못 먹어. 너무 많아.”

“일단 먹을 수 있는데 까지만 먹어요. 나도 같이 먹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동민의 재촉에 리버 피닉서가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조금 퍼서 맛을 보았다.

“맛있어! 그냥 아무거나 넣고 섞은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맛의 발란스가 좋아. 그리고 뭔가 영혼의 빈자리가 채워지는 느낌이야.”

리버 피닉서는 너무 맛있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본격적으로 편한 자세를 잡고 입에 퍼 넣기 시작했다.

평소 약한 맨탈으로 소년 가장 역할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리버는 양푼이 비빔밥이 가져다주는 묘한 만족감에 정신줄을 놓고 숟가락을 움직였고, 동민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먹었다.

“윽. 배가 너무 불러.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네?”

“몸에 좋은 재료들이 들어있어서, 많이 먹어도 부담가지 않아요. 다음에는 이거 말고 돌솥 비빔밥이라고 고급 버젼으로 만들어 줄게요.”

“맛있을 것 같군. 나도 먹고 보고 싶다.”

“아놀드는 털미네이터 촬영 끝나고 먹으러 와요. 나도 자주 갈 거니까 퇴근하고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돌솥 비빔밥 설명을 들은 아놀드가 자신도 먹고 싶다며 만들어 달라고 했고 그의 옆에서 삼겹살을 쌈 싸먹고 있던 카이누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난 돼지고기가 이렇게 맛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 베이컨 만드는 부위라고 해서 기대 안했는데 너무 고급스러운 맛이야.”

“카이누는 다음에 오면 육회 비빔밥 만들어 줘야겠네요. 리버 올 때 같이 와요.”

식사가 끝나고 카이누 리부스, 리버 피닉서,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는 디저트로 동민이 만들어 준 눈꽃빙수를 사이좋게 먹으며 영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털미네이터 후속편을 찍으신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제작비가 1억 달러를 넘겼다던데요? 카메룬 감독님은 대단하신 것 같아요.”

“카메룬 감독이 대단하긴 하지만, 같이 일 해보면 뒷담화를 엄청 까게 될 거다.”

아놀드는 털미네이터 1편을 찍게 된 과정과 동민이 주인공이 아닌 T-800을 추천해 줬다며 동민과의 인연을 말해주었다.

“거기다 이번에 만들어지는 2편은 다니엘이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했어. 덕분에 카메룬 감독이 예산 걱정 없이 돈을 펑펑 쓰게 되었지.”

“설마 여기 앉아 있는 다니엘 말하는 거예요?”

동민이 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는 말을 듣고, 카이누와 리버가 기겁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다니엘이 투자한 영화는 꼭 흥행한다는 거야. 지금까지 할리우드의 그 어떤 투자자와 비교해서 말도 안 되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 그래서 다니엘의 투자를 받은 감독은 자신감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어.”

동민이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이 있기에 선택받지 못한 감독들이 실망을 하지는 않았지만, 동민의 투자가 흥행 보장 수표와 같기에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었다.

“거기다 작품 보는 눈이 예리해서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영재교육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두 사람이 아놀드의 이야기를 듣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자 동민이 말했다.

“두 사람, 같이 촬영하는 영화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있죠? 그 영화 주제가 어려운 만큼 흥행은 그냥 그럴 건데 아주 예술적인 작품이 될 거예요. 고민하지 말고 열심히 찍어요. 그리고 카이누는 페트릭 스웨이지랑 같이 찍는 폭풍 안으로도 적당히 흥행하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갈 거니까 페트릭 에게 연기 잘 배우고요.”

폭풍 안으로는 FBI 요원인 카이누가 지금 영혼과 사랑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은행 강도 페트릭 스웨이지를 수사하기 위해 서핑을 하는 영화였다.

페트릭의 얼굴 덕에 무난한 흥행은 기록하게 되고 이 영화는 훗날 질주의 폭풍이라는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쳐 비슷한 플롯으로 영화가 만들어 지게 된다.

“그래. 왠지 네 말을 들어야 할 것 같네. 어차피 나의 개인적인 오하이오는 나가기로 마음먹었으니 잘 할 생각이었어. 두 달 뒤에 촬영이 시작 되거든.”

동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놀드가 궁금한 것이 있다며 물어 보았다.

“그런데 아까 보여줬던 쿵푸는 언제 배운 거야? 티는 안 냈는데 사실 꽤 아팠어.”

“홍콩에 갔을 때 성용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여기 찾아와서 중국의 무술 대회 챔피언을 소개시켜 줬어요.”

동민이 이염걸이 두 달간 여기 머물렀던 이야기와 그에게 직접 배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재미있어했다.

아무래도 남자들이다 보니 쿵푸 이야기를 좋아했고, 동민이 살짝의 양념을 더해 성용과 이염걸을 저세상 등급의 인물로 만들어 썰을 풀었다.

“탐 크루스가 그에게 직접 배웠다니 안 그래도 날쌘 녀석이 더욱 빨라지겠군.”

동민의 작은 오지랖이 엑션 스타로 성장하는 탐 크루스의 엑션 연기를 더욱 맛깔나게 성장 시키게 되었다.

그렇게 남자 4명은 눈꽃빙수를 마무리 하고, 한국 과자까지 먹으며 3시간이나 더 수다를 떨었고, 삼촌이 이제 마감시간이라며 내 쫓은 후에야 자리를 정리했다.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또 놀러와도 괜찮지?”

“돌솥 비빔밥 먹으러 와야죠. 마음이 허 할 때는 양푼이 비빔밥 비벼 먹어요. 재료는 따로 챙겨 줄게요.”

“이보게 청년들. 김치를 많이 먹어야 나처럼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다네. 아스딸라 비스타 베이비~.”

아놀드가 마지막까지 동민의 어시스트 하며 김치 드립을 날렸고, 아놀드와 카이누, 리버 피닉서의 두 손에 김치를 들도 돌아갔다.

동민은 지금까지는 우연히 만나거나, 자신이 현장에 찾아가서 할리우드 인물들을 만났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이렇게 세탁소로 불러들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꽤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행이도 리버는 아직 약에 손을 대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지금 부터 관리한다면 불행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다 사고가 나는 날짜는 다행히 동민이 기억하고 있었고, 장소 역시 조니 데브가 운영하는 라이브 클럽이기에 미리 조치를 취해둘 생각이었다.

“다니엘. 드디어 작년에 투자했던 영화가 완성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개봉은 또 내년에 한데요.”

“이 영화는 스릴러라서 크리스마스 시즌이랑은 어울리지 않아서 그럴 거예요.”

“보통은 길어도 반년이면 촬영이 끝나고 편집도 금방 하던데 이번에는 유독 오래 걸렸네요.”

작년에 동민이 범죄 스릴러 소설가인 토마스 해리가 출간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지는 영화의 제작비 절반을 투자했는데 이제야 편집이 끝나고, 필름이 완성되었다며 닐이 연락했다.

촬영은 작년 말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편집에 상당히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하다 보니 개봉 타이밍을 놓쳐 버렸고, 크리스마스를 피해 내년 상반기로 날을 잡았다.

“영화 시사회는 언제 한데요?”

“시사회도 내년 초에 한다고 하네요. 다니엘이 일어보라고 해서 원작을 읽어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연쇄 살인마 정신과 의사라니 작가도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심리적인 묘사를 절묘하게 해야 하니 편집이 어렵긴 했겠네요.”

“음향에도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하던데 제작진들이 녹초가 되어 있더라고요.”

총 제작비 1천 900만 달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2억 8천만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훌륭한 흥행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작품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추가로 각색상까지 받게 된다.

역사상 그랜드 슬램을 기록한 영화는 총 3편 밖에 되지 않는데 1935년작 어느 날 밤에 생긴 일과 1976년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가 유일했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려면 남녀 주인공 모두가 주연상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한명에게 집중되는 영화의 특성상 둘 다 받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번에 완성된 영화는 어찌나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영화인지 영화에 아주 짧게 나오는 박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동민의 귓가에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06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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