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64화 (49/265)

< 064 >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에드워드 필통과 함께 돌아가자 동민은 살짝 지치는 기분을 느꼈다.

미래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배우들을 미리 만나 친분을 쌓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지만, 사춘기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외모를 비교하게 되었다.

미래에야 한국인 남자 아이돌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남자의 주가가 올라가지만,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동양인은 고사하고 흑인의 인권이 이제야 겨우 자리를 잡으려 시도하는 중이었다.

“아니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미남들만 봐서 그래. 나도 이제는 남자 배우 말고 여배우랑 친해져야겠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성장호르몬이 폭발하는지 머릿속에 음란마귀들이 등장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민이 당황해 하고 있었다.

잠시 마음을 다스리고 그동안 만나 보았던 할리우드 미남 배우들을 떠올렸다.

“케빈이랑 에드워드는 지금은 잘생겼지만, 미래에는 내가 이길 수 있으니 넘어가고, 탐 형은 이제 나랑 키가 비슷해 졌으니 통과, 조니 데브형은 자신만의 매력이 있으니 비교 불과고, 리오나르도 외모는 반칙이니까 패스.”

아직 촌스러운 외모를 하고 있던 브래들리 피트는 얼마 전 스튜디오에서 우연히 다시 보았더니 그만의 묘한 매력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중요한 한 사람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유명해지는 배우를 생각하다가 누군가를 잊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고,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다.

따르르릉.

“할리우드 세탁소 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다니엘이니? 어드리 햅번 할머니란다. 잘 지내고 있지?”

이염걸이 세탁소에 지내면서 동민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을 때 방문했던 어드리는 자신의 수명이 5년 정도 남았다는 사실을 전화로 알려 주었다.

“네가 미리 알려 주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고통스럽고, 수명이 짧았을 거라고 하더구나. 지금 부터 조심하고 관리하면 최대한 늦출 수는 있지만, 5년을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마음에 준비를 하라고 해서 너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전화 했단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슬기롭게 해쳐나가실 거라고 믿어요. 이동이 어려우시면 시간 내서 한 번 인사드리러 갈게요.”

“그래. 네가 찾아온다면 나도 기쁠 것 같구나. 내 아들들도 소개시켜 주마.”

어드리 햅번의 전화에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원래 역사보다 3년 정도 그녀의 수명을 연장했기에 오지랖을 부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에 발견했지만, 이미 발병한 상태이고 완치는 힘들다고 했다.

동민은 자신이 잠시지만 어드리 햅번의 수명을 늘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기억나지 않았던 인물이 떠올랐다.

“그래. 그녀석이 조만간 사고를 당하지? 내가 막을 수 있을까?”

동민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은 유망주가 떠올랐다.

한창 활동 중인 걸 알고 있었는데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꽃미남에 연기력마저 뛰어나 많은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는데 너무 커다란 삶의 무게에 어린 할리우드 스타는 술과 약으로 망가져 버리고 만다.

“드류도 회복 시켜 봤는데 이 사람도 가능할거야. 그럼 미래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친동생 호아킨도 만나 볼 수 있겠네.”

그의 사망을 두고 여러 말이 많았는데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민이 살려내려고 마음먹은 배우는 23살에 요절하게 되는 X세대의 우상 리버 피닉서였다.

지금 20살인 리버 피닉서는 배드맨의 악당 조커를 연기하는 호아킨 피닉서의 친형으로 이미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출생부터가 심상치 않은데 그의 엄마는 23살의 나이에 뉴욕 맨하튼에서 사무실 비서로 일하며 컴퓨터 오퍼레이터와 결혼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바래왔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옷 몇 벌과 현금 몇 달러만 가지고 서부로 히치하이킹을 하며 떠났다.

서부로 가는 여행에서 만난 존이라는 남자와 정착해 첫 아이인 리버 주드 보통을 놓게 되는데, 강처럼 흘러가라는 뜻의 리버와 비틀즈 곡 제목인 주드를 따와서 지었다고 했다.

이후 리버의 부모님은 종교적으로 나쁜 포교를 실천하는 사이비 종교에 가입해 남미를 돌며 포교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리버와 동생들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길거리 구걸을 하면서 지내다 종교에 염증을 느끼고 미국으로 돌아와 새 출발을 하자는 의미로 피닉서로 개명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리버와 동생들은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 한 채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며 연명하며 지내다가 우연히 에이전트의 눈에 띄어 10살부터 광고와 드라마에 출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로브 라이너 감독의 스탠 바이 미에서 16살의 나이에 주인공 무리의 리더 역을 맡으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고, 떠오르는 차세대 스타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나저나 리버 피닉서를 어디서 찾지?”

작년에 투자한 인디아나 존슨에 어린 존슨 역으로 그가 잠시 출연했다는 것이 떠올라 닐에게 전화를 걸어 리버 피닉스가 지금 어떤 작품을 찍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내년에는 거스 밴 센트 감독의 나의 개인적인 아이다호에 출연하는 어머니를 찾아 여행하는 남창 역을 맡는데 아주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부탁하신 배우가 바람둥이 길들이기라는 영화촬영을 마쳤다고 합니다. 조만간 시시회가 열릴 예정인데 참석 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고마워요. 그날 데리러 오는 거죠?”

“당연하죠. 혹시나 몰라서 자리는 2개로 준비 했는데 함께 가실 분은 있으십니까?”

“일단은 혼자 가보려고요. 혹시나 같이 갈 사람이 생기면 먼저 말해 줄게요.”

드류와 앤젤리나를 떠올렸지만, 둘 중 한 사람이 섭섭해 할 수도 있고, 최대한 미디어에 노출 되고 싶지 않은 동민은 혼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람둥이 길들이기는 엄청난 정력가인 피자가게 요리사인 이탈리아 출신 주인공이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도 너무 바람을 많이 피는 바람에 부인이 남편을 죽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나 부인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되찾는 코미디 영화였다.

리버 피닉서는 어리버리 한 피자집 점원으로 출연했고, 풋풋한 그의 절친은 액스트라로 정말 잠깐 영화에 출연했다.

“둘이 절친 이라더니 여기서도 같이 나왔었구나.”

동민은 시사회 장에서 리버 피닉서 말고도 그의 옆에 붙어 있는 의외의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얘들아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단다 잠시 와 보렴.”

할리우드의 숨은 큰손 동민의 소문을 알고 있는 로렌스 캐스단 감독이 리버 피닉서와 작년에 엑설런트 어드벤쳐라는 시간여행 코미디 영화로 주연 데뷔를 한 카이누 리부스를 소개시켜 주었다.

“다니엘이라고 할리우드 세탁소에 있는 친구인데 알아 두면 분명 너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다. 친하게 지내렴.”

“안녕하세요. 다니엘이라고해요. 워너브라더스 앞에 있는 할리우드 세탁소에 주로 있어요.”

동민이 20살의 카이누 리부스와 리버 피닉서에게 10개 모으면 한번 무료 도장이 그려져 있는 세탁소 쿠폰을 건네주었고, 두 사람이 신기하게 생각하며 쿠폰을 받았다.

“감독님 오늘 이벤트 행사 같은 건가요? 아이디어가 독특하네요?”

“이건 장난하는 게 아니야. 할리우드 세탁소 쿠폰은 감독들 사이에서 전설로 알려진 특별한 황금 명함 같은 거야. 둘 다 꼭 시간 내서 방문해야해.”

동민은 시사회로 바쁜 감독과 배우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돌아갔고, 바람둥이 길들이기의 로렌스 캐스단 감독은 다음날까지 리버 피닉서와 카이누에게 세탁소로 찾아가라는 말은 20번 넘게 반복했다.

“이야~ 할리우드에 이런 곳이 있었네. 유명 배우들의 사인이 다 있어.”

“이거 진짜로 톱건에서 탐 크루스가 입던 자켓이야?”

“촬영장에 가서 직접 받아 왔어요. 탐도 여기 자주 놀러 오는데 저번에는 여기서 나랑 같이 쿵푸 마스터한테 트레이닝도 받았어요.”

두 사람은 세탁소를 신기하게 구경하고 있었지만, 동민은 두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리버 피닉서는 리오나르도 같이 잘생기긴 했지만, 조니 데브의 살짝 히피스러움이 몸에 배여 있었다.

반면 카이누는 짧은 머리를 하고 국적을 알기 힘든 잘생기면서도 바른 청년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도 여기 사인하고, 나랑 사진 찍어요. 그럼 이쪽 구석에 액자 넣어서 걸어 줄게요.”

“하하. 그래. 이렇게 유명한 배우들이 많은데 우리 이름을 함께 걸어 준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지.”

아직 젊은 두 남자는 동생 벌의 동민이 당돌하게 말하자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사인을 마치고 장난스럽게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왜 여기 찾아오라고 한 거야? 감독님한테 물어 보니까 자세한 건 자기도 모른다면서 찾아가 보라고만 하던데?”

“그냥, 두 사람 다 앞으로 더 유명해 질 것 같아서 초대 했어요.”

“리버는 이미 유명하지 않아? 우리도 딱히 올 생각은 없었는데 세탁소에 초대 받은 건 처음이라 궁금해서 찾아왔어. 그런대 생각 했던 거랑은 많이 달라 보이긴 하네.”

리버와 카이누가 간단한 이야기를 하면서 세탁소 벽면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감탄하고 있는데 우연히 팀 볼튼 감독이 들어왔다.

“다니엘. 드디어 편집이 다 끝났단다. 약속대로 가위손가락을 선물로 가지고 왔어.”

“우와. 감사합니다. 이거 조니가 쓰던 거예요?”

“총 3개 만들었는데 전부 돌아가면서 썼으니까 다 직접 쓴 건 맞지.”

가위손가락 영화가 아직 개봉하지 않아 소품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은 배드맨으로 유명해진 팀 볼튼 감독은 알아보고 깜짝 놀라했다.

“음. 리버 피닉서군. 다른 친구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다니엘이랑 친하게 지내고, 허공에의 질주는 재미있게 보았네.”

팀 볼튼은 놀라하는 두 사람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삼촌과 이야기하기 위해서 세탁소 안으로 들어갔다.

“도대체 여기 정체가 뭐야? 방금 팀 볼튼 감독님이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가시던데?”

“그냥 평범한 할리우드 세탁소에요. 팀 감독님은 의상이랑 소품을 여기서 많이 만들다 보니 자주 오시는 거고요. 가끔은 너무 자주오긴 하지만요.”

두 남자는 팀 볼튼을 보고 작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배드맨 이야기를 하다 동민이 선물 받은 가위로 만든 손가락을 보고 신기해했다.

“이번에 새로 만드셨다는 영화에 나오는 소품인가 보구나. 직접 선물 받을 정도면 정말 친한가 보다.”

“친하기도 하지만, 제작비 절반 이상을 제가 투자했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죠.”

동민이 제작비를 투자했다는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세탁소에 들어오는 커다란 남자를 보고는 그대로 고개가 멈춰 버렸다.

“여기는 그대로구나. 자주 오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이 없더구나.”

“괜찮아요. 바쁘신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도 당분간은 카메룬 감독님이랑 촬영하느라 로스앤젤레스에 계실거니 자주 볼 수 있겠네요.”

모조리 리콜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아놀드가 털미네이터 2 제작이 시작되기 전에 멕시코시티까지 찾아왔던 동민에게 인사하기 위해 오랜만에 세탁소에 방문했다.

< 064 > 끝

ⓒ 돈많을한량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