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3 >
오늘 만난 슈스케는 더 친해질 기회 없이 금방 닌덴토 미국 지사가 있는 시애틀, 레이먼드로 돌아갔고, 동민은 신지의 초대에 못 이기는 척 베버리힐즈에 있는 그의 집으로 놀러갔다.
오랜만에 장어 덮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동민이 비싸 보이는 저택으로 들어가자 서니 픽처스 대표 이사인 겐도가 집에 있었다.
“네가 신지의 학교 친구인 다니엘이구나. 네 이야기는 파라마운트에서 들어 보았단다.”
신지의 아빠는 서재에서 요상하게 생긴 납작 안경을 쓰고 양손 깍지를 낀 채 입을 가리고 동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 에니매에션의 유명한 장면을 떠올린 동민이 설마 신지가 로버트에 탑승하는 건 아니겠지 라는 망상을 잠시 했고, 서니 픽처스 대표 겐도는 신지와 친하게 지내라며 바쁜지 다시 서류 업무에 집중했다.
“아버지가 무뚝뚝하신 것 같네?”
“많이 바쁘셔서 나도 자주 뵙지 못하는데 오늘은 집에 계셨네. 아빠가 널 기억하고 있다니 신기하긴 하다.”
동민이 영화에 활발히 투자를 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걸 겐도는 알고 있었지만, 신지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냥 할리우드 관계자들이 많이 오는 세탁소에서 지내면서 유명 감독과 배우들과 친하다고만 알고 있었다.
“집이 좋긴 하네. 나도 이사를 가야하나?”
동민은 자신의 재산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몰랐지만,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베버리힐즈의 부동산이 미국에서도 아주 비싼 편에 속했지만, 잘나가는 서니 픽처스 대표보다 더 좋은 집을 살 정도로 돈을 벌었지만, 지금 지내고 있는 삼촌집이 편해 딱히 이사 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장어 덮밥 먹고 싶다고 했지? 장어는 일본에 오래된 전통 식당에 가야 맛있는데 다행히 할리우드에도 잘 만드는 요리사가 있더라고.”
할리우드에 있는 고급 일식집에서 장어 도시락을 직접 배달까지 해 주었는데 일본에서 살아 있는 채로 공수한 장어에 특제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 은은한 짚불로 여러 번 구웠다고 설명까지 해 주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깔끔하면서 깊은 맛이 나는 장어를 맛있게 먹었고, 잘 먹는 동민을 보고 신지는 이것도 먹으라고 여동생 아스카의 도시락 까지 주었다.
“동생은 장어 별로 안 좋아해.”
“사양하지 않을게. 고마워. 맛있네.”
“가위손가락 촬영장에 또 놀러 갈 수 있을까? 위노 라이더 누나 예쁘던데.”
“촬영이 거의 막바지인 것 같던데 확인해 보고 알려 줄게.”
위노 라이더는 예쁘고 보이쉬 한 얼굴과는 다르게 꽤나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신지는 직접 만나 대화까지 해 본 그녀에게 푹 빠져 있었다.
동민은 금사빠 친구가 더 큰 상처를 입기 전에 식사를 마치고 세탁소로 돌아가면서 중요한 비밀을 한 가지 알려 주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 하지 않아서 비밀이니까 너만 알고 있어. 위노 라이더랑, 조니 데브 둘이 사귀고 있어.”
이미 위노 라이더와 자녀 계획까지 세웠던 신지가 좌절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세탁소로 돌아간 동민은 정말로 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미러둔 숙제에 집중했고, 새로운 중학교 3학년이 시작 되었다.
여름 방학동안 부쩍 자라난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 했고, 이번에는 같이 듣는 수업이 없는 토미 맥과이어와,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와는 점심시간에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학기가 시작되자 동민의 생활도 일상으로 돌아가 학교와 세탁소, 스튜디오를 오가면 이전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닐이 찾아왔다.
“역시 다니엘 님의 예언은 항상 정확하네요. 의심했던 저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러는 거 지겹지 않아요?”
“이번에는 정말로 애매했단 말입니다. 설마 했지만, 제작사에서도 이렇게 결과가 좋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메가 히트를 기록하는 나혼자 집에는 크리스마스에 개봉하기에 편집을 마무리하고 대기 중이었고, 봄에 기대라고는 전혀 없었던 제작비 1,400만 달러의 후리티 위먼이 4억 7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초대박을 터트렸다.
유치한 스토리와 감동도 없는 내용이었지만, 원래 영화판은 예상을 뒤엎는 곳이라 캐스팅부터 무명이라며 말이 많았던 율리아 로버트는 이 영화 하나로 슈퍼 스타가 되었다.
감독인 게리 마샬과 율리아 로버트,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리차르드 기어, 세 사람의 영화 경력 최고 흥행작이 되어 앞으로도 기록을 뛰어 넘지 못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었다.
“법인으로 투자 하셔서 비율 배당은 못 받으시는 대신 판권 지분이 생기셔서 장기적으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극장 매출에서 제작비랑 비용 빼면 예전보다 들어오는 돈이 줄겠지만, 비디오와 2차 매출까지 길게 보면 훨씬 더 많이 벌어들이실 거예요.”
지금까지는 파라마운트 투자사를 통해 일정 매출을 넘기면 비율대로 정산 받아 왔지만, 이제는 법인을 설립하면서 수익 구조가 달라져 버렸다.
닐의 말대로 당장의 수입은 줄어 들겠지만, 판권 지분이 생겼으니 길게 보면 훨씬 더 좋아졌다.
“그런데 여름에 개봉한 영혼과 사랑이 더 심상치 않네요. 초반 반응은 그냥 그랬는데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영혼과 사랑은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긴 했지만, 주로 코미디 장르를 만들어 온 주커 형제의 제리 주커에게 감독을 맡길 만큼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제리 주커 감독 역시 이 영화가 커리어에 있어 최고 작품이 되고, 오히려 이후에는 묻혀 버린다.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인 2천 2백만 달러로 만들어 90년 최고 흥행작이 되는데 멜로 영화 하나로 총 매출 5억 달러를 넘겨 버린다.
“한국에서도 잘 준비 하고 있죠?”
“이번이 첫 필름영화 수입이라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아버님께서 영화관은 이미 계약을 하셨고, 포스터를 여러 시안으로 만들고 계시더군요.”
닐은 11월에 한국에서 개봉을 준비 중이라며 11월에는 자신이 직접 한국에 출장을 갈 거라며 진행 상황을 알려 주었다.
“예상보다 우피 골든버거의 연기가 정말 좋더군요. 그녀가 영화에 맛을 살려 줬어요.”
영혼과 사랑은 뉴욕에서 만들어졌기에 현장에 못 가보았고, 시사회가 열렸을 때는 한국에 있었기에 동민도 얼마 전에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다시 보니 CG가 많이 어설퍼 보였지만, 이정도만 해도 사람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고, 남자 주인공은 정말로 귀신같았다며 웅성거렸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혼과 사랑 이야기를 하며 특수효과 까지 넘어가다 보니 투자를 시작한 다른 영화가 이어졌다.
“아무리 감독님이랑 친하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닌가요? 성공 한다고 하더라고, 수익률도 나쁠 것 같고요.”
“어쩌겠어요. 작년에 미리 약속해 버렸는데 이렇게 제작비를 많이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정확하게는 카메룬 감독님이 제작비 많이 쓴다는 거 알고 있었지만, 기록을 갱신할 줄은 몰랐네요.”
할리우드 영화계는 지난봄까지만 해도 세탁소로 시나리오를 쓰러 오던 카메룬 제임스 감독의 털미네이터 2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작년에 어비스로 거하게 제작비를 말아 먹고도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제작비로 투입한 다는 소리에 다들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시나리오를 읽고는 지갑을 열어 버리는 상황이 연출 되었다.
동민은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 한편 제작비에 맛 먹는 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도 겨우 50%의 지분을 확보 했다.
워낙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가기에 청소년 관람 불가였고, 투자자들이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동민이 절반을 투자 하면서 나머지 절반은 비교적 쉽게 마련할 수 있었고, 영화는 큰 어려움 없이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투자를 안 할 수 가 없더군요. 1편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2편은 화려한 액션과 인물간의 갈등구조가 너무 훌륭했어요.”
“거기다 어비스에서 CG 사용하는 요령을 익히셨으니 이번에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특수효과를 사용 할 수 있을 거예요.”
비슷한 시간대에 만들어진 영혼과 사랑과 비교를 하면 기술이 10년 정도 달라 보일 정도로 카메룬 감독은 뛰어난 영상을 뽑아낸다.
“다니엘 군이 워낙 여기저기 돈을 많이 써서 이번에 후리티 위먼이 성공하지 못 했다면 투자금이 부족할 뻔 했네요.”
“그만큼 노는 돈 없이 알차게 투자하고 있다는 거니까 별 문제는 없겠네요.”
자신의 자산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던 동민은 중간에 포기하고는 닐에게 자산 보고서를 만들어 오라고 시켰다.
투덜거리던 닐이 돌아가고 며칠 뒤 털미네이터 2 작업으로 한창 바쁜 카메룬 감독이 세탁소로 찾아왔다.
“여긴 이번에 존 코너의 어린 시절 배우로 뽑힌 에드워드 필통이란다. 너와 나이가 같아서 친하게 지내라고 데리고 왔지.”
“안녕. 만나서 반가워. 감독님 에게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동민은 카메룬 감독과 함께 온 에드위드 필통의 리오나르도 보다 잘생긴 외모에 잠시 당황하다가 미래에 망가지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회복하고 인사했다.
“시나리오가 정말 좋던데 축하해. 감독님이 조금 독하긴 해도. 시키는데로 하다보면 좋은 작품이 만들어 질 거야.”
에드워드 필통은 무명이다 못해 털미네이터 2가 데뷔작이었고, 아직은 착한 아이 같아 보였다.
이후로 너무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인성이 망가져 버리지만, 지금은 지극히 평범했고, 살짝 쑥스러워 하면서도 세탁소의 독특한 모습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에드워드. 여기 왔으니 이제 김치를 먹어 봐야겠구나. 이번 영화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찍는 만큼 다니엘이 자주 나타나 김치를 들고 다니며 스태프와 배우에게 먹일 거란다. 미리 적응하지 못하면 그때 고생 할 수도 있어.”
동민의 김치 사랑을 잘 알고 있는 카메룬 감독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에드워드 필통에게 김치를 먹으라고 했다,
아직 감독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꽁떡 같이 믿을 에드워드가 자신 있는 모습으로 김치를 먹다 콜록 거렸고, 동민도 오랜만에 보는 김치 초보에 묘한 정복감을 느꼈다.
“다음 달에 촬영이 시작하지? 그럼 아놀드도 만나 봤겠네?”
“응 정말 크더라. 아놀드도 네 이야기를 해 줬어. 털미네이터 T-800역을 추천해 준 게 다니엘이라고 하던데?”
“그런 적이 있었지.”
미국에 처음 와서 만났던 아놀드와 카메룬이 떠올랐고, 어린 나이에 털미네이터 1에 100달러를 투자하면서 부풀린 돈으로 여기까지 키워 온 것이 생각났다.
그만큼 털미네이터 영화와 아놀드, 카메룬은 동민에게 중요한 존재였고, 이번에 만들어 지는 후속작은 현장에서 직접 과정을 자세히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니엘. 지금까지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에드워드 옆에 있으니 정말 못생겼구나.”
마지막에 더해진 카메룬 제임스 감독의 말로 동민을 자신이 알고 있는 털미네이터 2의 수많은 옥의 티로 복수해 주기로 다시 다짐을 바꾸었다.
< 06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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