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9 >
나혼자 집에로 정신없던 봄 학기가 금방 지나갔고, 여름 방학이 다가왔다.
“한국 언제 가는 거야? 비행기는 예약 했어? 얼마나 있을 건데?”
“아직 방학 시작도 안 했다고. 나도 얼마 나 있을지 몰라. 넌 여름 스케줄 없어?”
“올해는 완전히 비워뒀어. 이번 여름은 열심히 놀기만 할 거야. 빨리 일정 정하라고!”
방학이 가까워지자 드류가 매일 찾아와 한국에 놀러 가자며 동민을 괴롭혔다.
그녀의 집요한 공격에 7, 8월은 날씨가 많이 더우니 그나마 조금 덜 더운 6월에 한국에 다녀오자고 했다.
“알겠어. 앤젤리나 에게는 내가 이야기 해 둘게. 6월이면 며칠 안 남았네~.”
기분이 좋아진 드류 배리무어가 방방 뛰며 기뻐하다 돌아갔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세탁소에 있던 동네 아저씨가 한 마디 했다.
“올 여름에 친구들이랑 한국에 놀러 가나보네. 나는 초대 안 해주냐?”
“아저씨, 아니 감독님은 작품 홍보 차 방문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가시면 저도 같이 가서 가이드 해 드릴게요. 그런데 왜 여기서 작업 하시는 거예요?”
“이상하게 여기서 일하니 집중이 잘 되네. 거기다 최대 투자자님께 바로 컨펌 받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
세탁소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동네 아저씨의 정체는 얼마 전까지 어비스의 충격으로 혼자 소주를 기울였던 카메룬 제임스 감독 이였다.
짧은 방황을 하더니 금방 회복한 카메룬은 바로 다음 작품 작업에 들어갔고, 동민에게 제작비를 뜯어내기 위해 세탁소에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동민이 카메론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옆에서 읽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저, 아니 감독님. 도대체 제작비로 얼마를 쓰려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일부를 부담한다는 거지 전액을 내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이야~ 다니엘이 벌써 시나리오를 보고 제작비를 추측할 만큼 컸구나. 처음 봤을 때는 귀여운 꼬마였는데 이제는 사춘기 소년이라 그런지 예전이랑은 많이 달라졌네.”
말을 돌리는 카메룬을 동민이 노려보자 쑥스러워 하며 말했다.
“나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이지 회계사가 아니라고. 제작비야 영화만 잘 만들어지면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회수 할 수 있잖아.”
“그런 분께서 어비스로 재산을 탕진하고 여기서 무전취식하고 계시는 거예요?”
“다니엘도 처음에는 얼마나 귀여웠는데 세월이 참 야속하구나.”
“알겠어요. 시나리오가 좋은 건 사실이니까 자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데로 하세요. 가능한 선에서는 약속대로 최대한 투자 할게요.”
카메룬이 다음 작품에서 제작비로 얼마나 많은 돈을 쓸지 알고 있는 동민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하하. 그래. 남자라면 자로고 새로운 역사를 써야하지 않겠어? 내가 최대 제작비 기록을 달성해 볼게.”
카메룬이 농담같이 이야기 했지만, 그는 1억 달러를 살짝 넘긴 1억 2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쓰면서 사상 최초로 제작비 1억 달러를 넘긴 영화를 만들게 된다.
동민이 5천만 달러를 투자하더라도 지분의 절반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투자를 안 할 수도 없는 것이 카메룬 감독이 올 가을 부터 작업에 들어가는 영화가 털미네이터 2 심판의 날 이었기 때문이다.
형보다 뛰어난 아우 없다는 할리우드 공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작품이 되는데 1억 달러의 제작비가 들긴 하지만 5배인 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게 된다.
어찌나 영화를 잘 만들게 되는지 2020년에 이 영화를 봐도 “왜 이 영화는 클래식 자동차와, 복고 스타일로 만들었지?”라고 생각이 들지 30년 전에 만들었다 고는 믿기 힘든 퀼리티로 만들어 버린다.
미래 저항군 지도자인 존 코너를 살해하기 위해 미래에서 온 액체형 사이보그 T-1000과 존 코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에서 다시 프로그래밍을 한 T-800의 전투와 추격이 이어지는데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최고작으로 걸작으로 남게 된다.
전작의 단점은 보안하고 장점은 극대화 시킨 후속작의 훌륭한 모범 사례가 되는데 화려한 액션과 감탄이 나오는 액체 CG로 볼거리가 풍성하면서도 스토리 적으로 아주 뛰어난 완성도를 유지한다.
털미네이터 2의 시나리오를 읽고 있던 동민은 동네 아저씨 같은 카메룬을 보면서 머리에 뭐가 들어 있기에 이런 걸작을 만들 수 있는 건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럼 다니엘만 믿고 제작비 걱정 없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하마.”
카메룬 감독의 말에 잠시 뒷골이 땅겼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제작비 기록을 갱신하기에 맘 편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T-800, 존 코너와 사라 코너 모자간의 갈등과 화해, 개개인의 개성과 차이점을 완벽하게 성정해 놓고 세 주요 인물이 삼위일체처럼 유기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는데 카메룬 감독이 뜬금없이 헛소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존 코너가 딱 네 나이인데 역대급 반전으로 미래의 저항군 사령관이 동양인 혼혈이었다라고 만들어서 널 주인공으로 해 줄까?”
“헛소리 하지 말고 시나리오에 집중 하세요. 전장에 엄마 아빠가 다 나왔는데 어떻게 존 코너가 동양인이 된단 말이에요. 거기다 저는 영화에 나올 생각 없으니 존 코너는 매력적인 배우로 캐스팅 잘 해 보세요.”
시나리오를 쓰느라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카메룬 감독이 종종 헛소리를 했고, 그때마다 동민은 혹시나 털미네이터의 시나리오가 바뀌지 않을까 하고 긴장하며 그에게 정신 차리라며 잔소리했다.
‘그러고 보니 존 코너를 연기한 에드워드 필통도 참 꽃미남이었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는 거지?’
털미네이터 2가 엄청나게 흥행하면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대표작이 되어 버린다.
왕성한 영화 활동을 하고 있는 아놀드와 린다 해밀튼의 대표작이 될 정도니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에드워드 필통은 과도한 관심으로 인생이 꼬여버린다.
할리우드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성공하면 대부분 인생이 망가져 버렸는데 자주 보는 드류 배리무어가 그랬고, 얼마 전까지 함께 영화를 찍었던 맥컬리 퀄컴도 힘든 삶을 살게 된다.
그래도 두 사람은 잘 극복하고 나이 들어서는 잘 살게 되는데 에드워드 필통은 술과 담배, 약에 중독되고 무엇보다 역변의 아이콘이 되면서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하게 된다.
세계적인 꽃미남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던 그가 어찌나 망가지는지, 팬들은 그를 네안데르탈인으로 부르게 된다.
잠깐이나마 털미네이터에 자신이 출연하는 상상을 한 동민이 몸을 부르르 떨며 앞으로도 엑스트라나 조연으로 잠깐 출연하는 건 몰라도 스타가 되어 피곤한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했다.
털미네이터 2로 슈퍼스타가 되는 에드워드 필통을 생각하다가 맥컬리 퀄컴이 생각나 부모님과 관계가 틀어져 힘들어 할 때 옆에서 챙겨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좋은 영화가 만들어 질 것 같으니 마무리 잘 하시고 이 시나리오 노트는 기념으로 저한테 주셔야 해요.”
“시나리오 원본을 달라고 하는 걸 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이번에야 말로 대작을 만들 테니 한국에 잘 다녀 오거라.”
또 다시 시간이 흘러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함께 놀러 가는 아이들이 모두 세탁소에 모였다.
“드디어 가는 구나. 은근 설레는데? 그런데 한국이 어디에 있는 거야?”
“일본 옆에 있데. 그런데 한국에 가는 김에 일본도 들렸다 오면 안 돼?”
몇 년 전 올림픽이 열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아직 한국은 알려지지 않았고, 일본이 미국을 앞지른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 시대라 아이들은 일본에도 가보고 싶어 했다.
“난 일본에 가 봤지. 후훗.”
어려서 부터 스타가 된 드류는 일본에 2번 가 보았다고 자랑했지만, 너무 어렸기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 들떠있는 아이들과 다르게 동민은 마지막까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저 인간이랑 같이 가도 괜찮을까? 하루가 다르게 얼굴에 잘생김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데 같이 다니면 비교 당하지 않을까?’
짧은 겨울 방학동안 잘생겨진 리오나르도는 봄 방학 동안 더 잘생겨졌고,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나 정도면 괜찮은데?”를 외치던 동민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거기다 앤젤리나도 중학생이 되면서 모델 같은 포스가 풍겨 나오기 시작했고, 이 멤버로 한국에 가게 되면 엄청난 주목을 받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동민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비행기에서 부터 승무원 누나들이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토미 맥과이어를 엄청 챙겨주었고, 함께 있는 앤젤리나와 드류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머머. 앤젤리나. 아가씨가 다 되었구나. 너무 예뻐졌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공항에 마중 나온 엄마가 훌쩍 자란 앤젤리나를 보고 반가워하셨고, 연말 파티에서 본 드류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얼굴을 하고도 자체발광 중인 리오나르도를 보고는 감탄하셨다.
“어머나. 우리 아들 친구들이 전부 잘 생기고 예쁘네. 평소에는 동민이가 세상에서 가장 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미안해 아들. 호호.”
믿었던 엄마마저 리오나르도에게 잘 생겼다며 칭찬하자 동민은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래. 리오나르도랑 비교하면 누가 오징어가 안 되겠어? 잘생기고 매력적인 토미도 리오 옆에 있으니까 평범해 보이잖아. 기왕 한국에 온 거 재미있게 놀고 가야겠다.’
김포공항에서 바로 압구정에 있는 집으로 이동했고,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아이들을 위해 첫 식사는 배달을 시켜 주었다.
“우와~! 피자도 아닌데 집으로 배달이 되네?”
“어떤 음식이야? 익숙한데 맛있는 냄새가 나.”
“이건 후라이드 치킨 같은데?”
동민은 미국과는 많이 다른 코리안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통닭을 주문했고, 아이들은 처음 먹어보는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 통닭과 적당히 고소하고 바삭거리는 후라이드에 난리가 났다.
“같은 치킨인데 왜 이렇게 다른 맛이 나지?”
“다니엘,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는 코리안 치킨 안 팔아? 너무 맛있는데?”
아이들은 시끌벅적하게 치킨을 먹다가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고 재미있어했고, 피곤했는지 금방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동민은 첫 한국 코스로 명동을 둘러보았고, 거리가 조금 있지만, 남대문 시장까지 걸어갔다.
“우와. 시장이 엄청 크네?”
“맛있어 보이는 것도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남대문 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종류별로 사 먹었고, 잘생기고 예쁜 외국인 아이들이 몰려다니자 시장 상인들도 서비스를 많이 챙겨 주었다.
“다니엘. 저건 뭐야?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저건 달고나 라고 하는 건데 설탕을 녹여서 베이킹 파우더를 넣은 거야. 바늘로 모양을 파면 상품을 주는데 한번 해 볼래?”
동민과 아이들이 길가에 앉아 별과 물고기, 곰 모양을 바늘을 찔러가며 만들었다.
“어? 부서졌다.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
“찌르지 말고 긁어봐.”
“나도 부서졌어.”
디캐프리오와 맥과이어가 가장 먼저 탈락했고, 앤젤리나가 마지막까지 도전하다 실패했다.
“이 몸이 직접 보여 주어야겠군. 이건 요령이 있다고.”
친구들이 실패하자 동민이 가장 어려운 별 모양을 선택하더니 바늘을 내려놓고 달고나를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
< 05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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