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8 >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동민은 세탁소 바로 옆에 있는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세탁소 배달일로 어려서 부터 워낙 자주 다녔고, 직원 대부분이 동민을 잘 알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주차장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찾고 있던 인물이 차에서 내리는 걸 보고 다가갔다.
“다니엘이구나. 잠시 사이 많이 자랐구나. 잘 지냈니?”
“안녕하세요. 회장님. 잘 지내셨죠?”
워너브라더스의 회장 역시 오가며 몇 번 마주쳤었고, 그도 할리우드 세탁소의 동민을 알고 있었다.
“오늘도 스튜디오를 구경하고 있는 거니?”
“아니에요. 오늘은 회장님을 만나러 왔어요.”
자신을 찾아왔다는 동민의 말에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회장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이번에 투자한 영화 때문에 온 것 같구나.”
“봄 방학이어서 시카고 촬영 현장에 놀러 갔는데 이상한 소문을 들어서요.”
워너브라더스 회장은 지금 만들어 지고 있는 여러 영화를 전부 기억하고 있었고, 시카고에서 촬영 중이 나혼자 집에 동민이 투자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아직 확정 된 것이 아니라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없구나. 내부 사항은 기밀이라서 말이야.”
“정보 유출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다리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서 먼저 제안 하려고 왔어요.”
나혼자 집에의 제작을 중간에 접기로 결정내리는 워너브라더스 이지만, 회장은 동민이 영화 투자의 천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동민이 그냥 판권을 넘겨 달라고 하면 대박의 냄새를 맡은 워너브라더스에서 다른 마음을 먹을 수도 있기에 조심해서 접근 해야만 했다.
“제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님이랑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지난겨울에 다음에 만드는 영화에 투자해서 완성까지 도와주겠다고 약속 했었어요.”
“그래서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거구나.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단다.”
워너브라더스 회장과 나혼자 집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영화를 접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는 약속을 지키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거기다 지금 영화 촬영을 중단 한다면 투자한 비용을 못 돌려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혹시나 그런 일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보상이 있을 거다.”
“보상 받으려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수익을 만들려고 투자하는 거예요. 저는 영화 중단하는 거 찬성 못해요.”
동민이 때를 부리자 워너브라더스 회장은 영화에 투자하는 건 항상 위험이 따른다면서 달래려고 했다.
동민은 그동안 익힌 연기 실력으로 흥분해 이성을 상실한 것처럼 행동했다.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거예요. 워너브라더스에서 포기한다면 제가 비용을 전부 내더라도 영화를 완성 할 거예요.”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니?”
동민의 입에서 비용을 전부 부담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회장의 눈에서 순간 반짝임이 일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를 하루 이틀 보아온 것도 아니고, 정 그렇다면 원하는 데로 해 주는 수밖에 없겠구나. 아직은 결정 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영화를 포기하게 되면 너에게 넘겨주도록 하마.”
“가능하면 영화를 꼭 완성시켜 주시고, 혹시나 그러지 못하게 된다면 저에게 알려 주세요. 크리스 감독님과의 약속은 지키고 싶어요.”
지금도 계속 비용이 빠져 나가고 있기에 회장은 빠르게 결정을 내려 알려주겠다고 했고, 이틀 뒤 워너브라더스 측에서 세탁소로 직접 찾아왔다.
“회장님께서 영화를 계속 촬영하고 싶어 하셨지만, 다니엘 군을 위해 판권을 넘겨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여기 관련 서류가 있습니다.”
원래 영화를 접으려고 했던 워너브라더스에서 어떻게 보면 호구로 보이는 동민에게 덤탱이를 씌우기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 해왔다.
“그럼 판권은 100% 제가 가지는 건가요?”
“제작비의 전액을 부담하신다면 그렇게 됩니다.”
회사에 더 유리하게 숫자를 손보고 왔겠지만, 그 정도는 귀엽게 넘어가 줄 수 있었고, 중요한 건 영화의 배급이었다.
“영화를 만드는 건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배급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 부분은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최대한 다니엘군의 편의를 봐주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영화가 완성되면 홍보와 배급은 워너브라더스 측에서 수수료를 받고 진행해 주겠다고 했다.
동민은 정 안되면 판권의 일부라도 주고 유통을 부탁하려 했는데 그냥 돈으로 해결되어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워너브라더스 측에서도 그냥 영화를 접게 되면 투입한 제작비를 날려 버려야 했는데 동민이 돈을 주면서 손해는 보지 않았기에 선심 쓰듯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서류는 자세히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오래 끌어 좋을 게 없으니 이틀 안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거예요.”
“회장님께서 워너브라더스에서 마무리 짖지 못하고 이렇게 되어 미안하다며 최대한 편의를 봐주라고 하셨으니 요청사항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잘못하면 지저분해 질 수 있었던 판권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 되었다.
학기 중이기에 금요일 방과 후 동민은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로 날아가 이런 소식을 전달해 주었다.
“고맙긴 한데 정말 이래도 괜찮은 거니? 나 때문에 네가 손해를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투자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결정이니 신경 쓰지 말고 영화만 잘 만들어 주시면 돼요. 이번 영화는 촉이 오는 게 분명 대박 날거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동민에게 직접 워너브라더스의 판권을 전부 사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다는데 안심하면서도 미안해했다.
“워너브라더스 회장님 만나서 담판 짖고 왔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괜찮아요. 그쪽에서도 미안하다며 최대한 편의를 봐준다고 했으니 부담 가지지 마세요.”
원래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를 포기하고 폭스로 넘어간다는 걸 알고 있던 동민은 순순히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판권을 전부 사들였지만, 100% 자신의 영화가 생기자 관심과 애정이 생겨버렸다.
“다니엘.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만들어 줄 거예요?”
“오늘은 코리안 양념치킨을 준비했지.”
촬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한 달의 기간이 남아 있었고, 동민은 주말마다 시카고에 방문 하면서 스태프와 배우를 위해 항상 한국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코리안 바비큐 라면서 양념 갈비를 구워 주었고, 촬영하면서 먹으라고 김밥도 항상 준비시켰다.
까탈스럽 게 굴던 맥컬리 퀄컴의 아빠 킷 퀄컴도 맛있는 걸 계속 입에 물려주자 많이 유순해 졌고, 맥컬리가 동민과 어울리는 것에 회방을 놓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투자자의 이정도 부탁도 못 들어 주는 거예요?”
“영화의 내용과 아무런 연관이 없잖아.”
영화 촬영 현장에 자주 나타나며 스태프와 함께 일하던 동민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친해지면서 영화에 김치를 나오게 해 달라며 압력을 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100% 지분을 가진 동민의 요구라도 영화와 어울리지 않았기에 크리스 감독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동민의 지속적인 요청에 결국 케빈이 가는 마트 구석에 김치가 진열되었고, 한국 라면도 아주 살짝 나왔지만, 영상을 멈추고 자세히 보지 않는 다면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나왔다.
동민도 더 이상의 요청은 무리라는 걸 알고 있기에 이렇게라도 나오는 것에 만족했고, 그 대가로 크리스 감독이 시키는 데로 액스트라 출연을 더 해야 했다.
주말마다 시카고를 오가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고, 2월에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5월초에 드디어 마지막 장면을 찍게 되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동민은 부쩍 가까워진 스태프, 배우들과 축하 인사를 나누었고, 수고 했다며 보너스를 나누어 주었다.
크리스 감독은 이제 본격적으로 편집을 해야 하기에 또 바빠지겠지만, 배우와 현장 스태프는 일이 촬영이 끝나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고, 좋은 영화가 나오길 바랐다.
“그럼 시사회 때 다시 봐요.”
현장에서 추억을 잔뜩 만든 동민은 친해진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갔다.
“잘 마무리 하고 오셨나요?”
“그럭저럭 잘 끝낸 것 같아요. 시원섭섭하네요.”
공항에는 닐이 마중 나왔고, 나혼자 집에 영화촬영이 잘 끝났는지 물어 보았다.
그동안 시카고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닐이 영혼과 사랑 한국 유통은 아빠가 하는 것으로 잘 마무리 되었다고 알려 주었고, 차 안에서 읽어 보라며 투자 제안서를 하나 건네주었다.
“직접 주연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 거라고 하던데 자금이 부족한지 투자자를 찾아다니더라고요. 혹시 관심이 있으실까 해서 가지고 와 봤어요.”
“케빈 커스트너가 직접 만드는 영화네요? 서부 영화는 인기가 줄어들었는데 열정이 대단하네요.”
닐이 건네준 서류는 막 떠오르기 시작한 케빈 커스트너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게 되는 늑대와 함께 춤을 이라는 영화였다.
지금까지의 서부 영화가 백인 중심이었던데 반해 주인공이 인디언 부족에 동화되면서 원주민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특히 인디언 문화와 복장 고증에 상당히 심열을 기울이는데 해당 인디언 언어를 구사하는 교수를 초빙해 오랜 기간 엑스트라를 교육시키고 아예 교수가 직접 엑스트라로 출연해 긴 대사를 말하기도 한다.
케빈 커스트너의 욕심이 과해 동물과 아이들, 원주민까지 동원 하면서 제작비가 불어나기도 하고, 미런을 버리지 못해 영화 길이를 180분으로 만들어 버린다.
심지어 감독판은 236분인데 영화 한 편을 보려면 4시간이나 걸렸다.
“케빈 커스트너가 사비를 많이 넣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자금이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작품은 좋아 보이는데 시장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고요.”
동민의 반응이 궁금했던 닐은 운전하면서 시놉서스를 읽고 있는 동민의 대답을 기다렸다.
“괜찮아 보이네요. 투자 가능한 최대 금액으로 해 주세요.”
“정말요? 평가가 좋지 않던데요?”
“언제는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나요.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늑대와 함께 춤을 이 개봉할 무렵 많은 평론가들이 케빈 커스트너를 조롱하지만, 막상 보고 나서는 훌륭한 영화라고 칭찬하게 된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2천 2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영화는 흥행과 롱런을 함께 하면서 미국에서만 1억 8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해외에서도 2억 4천만 달러를 거두어들이며 초대박을 터트리고, 인지도가 상승중인 케빈 커스트너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준다.
‘아포칼립스 영화인 워터랜드와 포스트맨을 찍다가 배우로서의 명성과 입지가 아포칼립스가 되어 버리긴 하지.’
성공한 영화 보다 쫄딱 망한 영화로 더 유명해 지는 케빈 커스트너지만, 늑대와 함께 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작이 되고 동민은 고민 없이 투자를 진행했다.
< 058 > 끝
ⓒ 돈많을한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