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7 >
올해는 큰 수익을 안겨줄 대박 영화가 많았기에 동민은 기분 좋게 새 학기를 보냈다.
“다니엘. 이번 봄 방학에는 뭐 할 거야? 한국에는 안가?”
“응. 이번에는 시카고에 갈 거야.”
“시카고에는 무슨 일로 가는 거야?”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님 만나기로 했어.”
한국에 가고 싶은 드류가 동민에게 봄 방학에 한국에 안가냐며 떡볶이를 먹으며 물어 보았고, 시카고에 간다고 말해주자 드류 배리무어가 실망하며 말했다.
“크리스 감독님은 사람이 좋긴 한데 너무 착해서 현장에서 보면 힘들어 보이더라. 그러면 여름에는 한국 가는 거지?”
“아직 몰라. 그런데 넌 한국에서 뭐 하려고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 거야?”
“앤젤리나가 거기서 먹은 떡볶이가 맛있었다고 했단 말이야. 나도 한국 시장에서 파는 떡볶이 먹어 보고 싶어.”
“다니엘. 올해 한국 가면 나도 놀러 가도 돼?”
옆에서 함께 떡볶이를 먹고 있던 앤젤리나도 드류가 한국에 놀러 가면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앤젤리나는 부모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올 여름에 혹시 내가 못 가게 되면 둘이 같이 우리 집에 다녀와. 부모님께는 미리 말해 둘게.”
세탁소 휴게실에서 돈까스를 먹고 있던 리오니르도가 한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가고 싶다고 했다.
“너희들 가게 되면 나도 같이 갈래. 토미 너도 같이 가자.”
“그래. 여름 방학은 기니까 괜찮을 거야.”
토미 맥과이어도 여름 방학에 한국에 놀러 가겠다고 했고, 동민은 선택권 없이 여름 한국행이 정해져 버렸다.
‘다들 유명해 지기 전이니 지금 다녀오는 게 좋겠지?’
성인이 되면 편한 것도 있지만, 주변의 상황과 시선을 신경 써야하지만, 아직 학생인 지금은 편하게 한국 구경을 시켜줄 수 있었다.
“알겠어. 부모님한테 미리 말해 둘게. 우리 집에 빈 방이 많으니까 다 같이 가도 괜찮을 거야.”
동민이 함께 한국에 가겠다는 말에 드류가 신나했고, 다들 앤젤리나에게 한국이 어땠는지 물어 보았다.
앤젤리나는 신촌이라는 동네에서 독수리 다방에 들러 이상한 음료를 마셨던 이야기를 해 주었고, 어딜 가나 사람들이 공짜로 음식을 준다고 했다.
예쁜 외국인 아이가 신기한 어른들이 맛보라며 계속 간식을 챙겨 주는 바람에 항상 배가 불러 있었다고 말하자 식욕이 왕성한 두 남학생이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동민까지 아이들만 5명이 모이자 휴게실이 시끄러워졌지만, 삼촌은 드디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조카를 보며 오히려 좋아 하셨다.
거기다 그동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던 자금 관리도 동생인 동민의 아버지에게 넘기면서 걱정거리가 사라져 편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드류는 시간 괜찮아? 작년에는 영화를 2편이나 찍었잖아.”
“올해는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도 없고, 잠시 쉴 생각이라서 시간은 많아.”
여기서 가장 왕성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드류 배리무어는 작년에 이별 없는 아침과 유혹이라는 영화에 출연했지만, 큰 주목은 받지 못했다.
원래 드류는 지금쯤 술과 담배, 약물에 중독되어 패인 생활을 하다가 우울증까지 겹쳐 자살 시도 끝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지만, 동민의 K태권도 교육과 스트레스 발산을 위한 정기적인 떡볶이 투입으로 지금은 아주 건강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종종 동민에게 시비를 거는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내 내년에 16살이 되면 스필버그 감독님 양녀가 된다고 했었지?’
철 없는 엄마와 소송 끝에 내년에 성인으로 인정받고 독립하게 되는데 스필버그 감독이 그녀의 대부가 되어준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약혼과 동거, 결혼을 밥먹 듯이 하게 되는데 그 것 까지는 동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시끌벅적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금방 봄 방학이 시작 되었고, 동민은 닐과 함께 시카고 외각에 위치한 부자 동네로 향했다.
“벌써 봄방학인가? 오는데 힘들 지는 않았니?”
“이제 저도 법인이 생겨서 편하게 비니지스 타고 왔어요. 그런데 여기 분위기가 왜 이래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촬영 중인 영화 세트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 했다.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가 제작비를 1천만 달러만 측정하는 바람에 경험이 부족한 신인 스태프만 고용해야 했고, 세트나 촬영 장비를 봐도 엄청나게 절약하고 있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도 딱히 밝아 보이지 않았다.
“별 문제 없으니 걱정 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별 문제가 없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이 영화 제작비의 절반인 500만 달러를 투자 했으니 자세한 현재 상황을 들어보아야겠어요.”
동민의 말에 크리스 감독이 한 숨을 쉬더니 스태프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힘겹게 말을 꺼냈다.
“예산에 맞춰서 영화를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 보다 촬영 기간이 늘어나고 세트 제작비가 늘어나면서 제작비를 오버해 버렸어. 워너브라더스에서 비용을 결제해 줘야 하는데 그쪽 분위기가 이상해.”
이 영화는 크리스 감독이 예산을 아끼기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프리 프로덕션 도중에 제작비가 1천 5백만 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큰 기대 없이 저예산으로 만드려던 워너브라더스는 제작비가 계속 증가하자 촬영을 엎기로 결정하게 되는데, 아예 현장에서 스테프들에게 제작이 중단 되었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한다.
“내가 연기자 출연료를 아껴 보겠다고, 내 딸과 아내, 심지어는 장모님까지 출연 시켰다고. 주인공 집에 신고 받고 출동하는 경찰은 장인어른이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처절하게 제작비를 아껴가며 영화를 만드는 동안 영화의 제작자이자 각본을 쓴 존 휴즈는 우연히 폭스사의 간부와 회장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지게 된다.
그 자리에서 존 휴즈는 영화 각본을 이야기 해 주고 폭스 회장은 대박의 냄새를 느끼는데 영화가 예산 오버 문제로 파투가 날지 모른다고 하자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폭스가 예산을 대신 대주겠다고 제안한다.
영화를 엎는 것은 제작사 내부의 일로 아주 민감한 부분이기에 폭스사는 비밀리에 준비를 하게 되고 워너에서 취소를 발표하자, 폭스는 판권을 사들여 제작을 계속 하게 된다.
결국 영화는 폭스 배급으로 개봉되고, 1천 8백만 달러를 투자해 만든 영화는 세계적으로 4억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매년 연말 춥지 않게 연금을 벌어다 주는 효자 노릇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폭스가 꿀꺽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먹어야지.’
작년에는 개인 투자자로서 판권을 사는데 문제가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법인을 설립했기에 영화 판권을 사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를 접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기에 폭스가 접근하기 전에 빨리 존 휴즈와 워너브라더스 담당자를 만나 설득해야 했다.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현장을 보여 주도록 하마.”
작년 봄 방학에 보았던 스필버그 감독의 영혼은 그대 곁에와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의 촬영장 이였지만, 아이들을 잘 다루는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답게 현장의 분위기는 생각 보다 나쁘지 않았다.
“저기 우리 영화의 주인공이 있구나. 맥! 잠깐 와보렴.”
크리스 감독이 나혼자 집에의 주인공 케빈을 부르자 매년 늙지도 않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온 8살의 그 케빈이 쪼르르 달려왔다.
‘오! 아직 뺨이 뽀송뽀송한 어린 케빈이다!’
동민이 신기하게 맥컬리 퀄컴을 보고 있자 크리스 감독이 소개시켜 주었다.
“이쪽은 케빈 역을 맡고 있는 맥컬리 퀄컴이고, 여기 있는 형은 할리우드에서 온 감독님과 친한 다니엘이란다. 구리스에 데이타로 출연 했었지.”
케빈은 동민이 구리스에 출연했다는 말을 듣고 신기하게 보았고, 동민도 실제로 만나본 케빈을 신기하게 보았다.
“여기 감독님은 좋은 분이니까 믿고 시키는 데로만 하면 될 거야. 딱히 힘들지는 않지?”
“네. 감독님이랑 스태프분들이 잘해주셔서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얼굴에 귀여움이 가득한 맥컬리와 영화 촬영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의 남자가 나타나 대화에 끼어 들었다.
“넌 누군데 내 아들과 이야기를 하는 거냐?”
“킷 퀄컴씨 이분은 저희 영화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 다니엘씨 입니다.”
케빈의 친아버지인 킷 퀄컴은 어려 보이는 동민이 투자자라는 말에 이상하게 생각 했지만, 지분의 50%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한 발작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투자자라고 하더라고 내 아들과 이야기 하려면 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드류 배리무어와 함께 할리우드 최악의 부모로 항상 손꼽히는 킷 퀄컴을 직접 만나 보자 소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민은 킷 퀄킨을 사늘하게 바라보다 문뜩 자신의 자금이 50%나 들어간 영화를 워너브라더스에서 마음대로 엎는 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닐. 만약 제작사에서 투자자의 동의 없이 영화 제작을 중단시킨다면 어떻게 되는 거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계약서를 직접 만든 제작사에서 더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하겠죠? 그래도 일부는 보존해 줄 겁니다.”
닐의 설명을 들은 동민은 찝찝하게 기다리는 것 보다 나혼자 집에의 제작비와 판권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 존 휴즈씨도 여기 있나요? 제작비에 관련해서 대화를 했으면 해서요.”
“여기서 가까운 학교 체육관에 있을 건데 연락해 둘 테니 가서 만나보렴.”
나혼자 집에는 스튜디오가 아닌 시카고 외각에 있는 마을에서 촬영했는데, 집이 그대로 남아 있어 미래에 팬들이 종종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고 가기도 한다.
집 내부에서 영화를 촬영하기에는 장비가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아 가까이 있는 학교의 체육관을 빌려 스튜디오를 만들어 두었다.
동민은 닐과 함께 존 휴즈를 찾아 갔고, 다행히 그는 아직 폭스 회장과의 만남을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 드디어 소문으로만 들었던 다니엘을 직접 만나 보는군요.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저도 크리스 감독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말은 편하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영화의 최대 투자자이신데 잘 해드려야죠.”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존 휴즈에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전해 들었고, 워너브라더스와는 동민이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영화 제작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동민의 자금력을 알고 있는 그가 안심하고 동민을 믿겠다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며 고마워했다.
“다니엘. 여기까지 왔는데 도와주면 안 될까?”
“또 영화에 출연하라고요? 갑자기 이런걸 시키면 어떻게 해요.”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거잖아. 네 돈으로 만드는 건데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
동민의 등장으로 마음의 짐이 놓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제작비를 아껴야 한다며 동민에게 액스트라로 출연해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동민은 시카고 공항에서 케빈의 가족이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 콜럼버스 감독의 장모와 아내, 딸의 옆자리에 앉는 승객 역할을 했고, 닐 역시도 무료로 액스트라 출연을 해야 했다.
여러 장면에서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액스트라로 출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고, 맥컬리 퀄컴과도 친해졌다.
짧은 봄 방학이 금방 지나갔고, 동민은 할리우드로 돌아가 세탁소 바로 옆에 있는 워너브라더스 본사로 나혼자 집에 판권을 사기 위해 찾아갔다.
< 057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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