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53화 (38/265)

< 053 >

‘리오? 이상하게 낯이 익은데 누구지? 리오날 메시는 아닌데?’

동민은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리오라는 학교 선배는 쉴세 없이 이야기를 했다.

“난 4살 때 우유 광고에 나오면서 부터 연기를 시작했어. 이후로 쭉 연기를 해서 학교 성적은 자신 없지만, 연기는 자신 있지.”

“난 연기가 어려웠는데 대단하네. 지금까지 맡았던 역은 작가들이 전부 나한테 맞춰 줘서 다행히 어려움 없이 연기 할 수 있었어.”

리오라는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학생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새로운 남학생이 다가왔다.

“리오. 누군데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는거야? 어? 넌 구리스에 나왔던 데아타 맞지?”

“뭐? 구리스에도 나왔었어? 진짜네? 나 그 영화 진짜 좋아하는데.”

동민은 새롭게 나타난 남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 토미?”

“어? 내 이름을 알고 있네. 나도 나름 유명한 건가?”

동민은 리오에게 다가와 말을 건 사람을 보자마자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스파이더가이에 주인공이 되는 토미 맥과이어였다.

그리고 토미 맥과이어의 절친 이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 리오 혹시 풀 네임이 뭐야?”

“내 이름이 조금 멋있긴 한데 풀 네임은 리오나르도 빌헬름 디캐프리오야. 아빠가 이탈리아, 독일 혼혈이고 엄마는 러시아계 독일인이라 이름이 특이해. 넌 한국인이니 다른 이름이 있겠구나.”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라는 말에 동민이 자세히 그를 보자 정말로 그 리오나르도 디캐프리오였다.

백인들은 보통 빨리 성장하는데 리오나르도는 10대 후반까지 어린 외모를 유지하다 늦게 성장기가 오면서 시대의 꽃미남으로 자라난다.

지금은 동민보다 나이가 많지만,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어려 보이기까지 했다.

‘두 사람이 10대 초반부터 절친 이었다더니 정말이네.’

토미 맥과이어와 디캐프리오는 수십년간 우정을 유지하는데 미래에 맥과이어의 딸 루비의 대부가 되어준다.

리오나르도가 세계적인 배우가 되면서 소속사에서 토미 맥과이어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하는데 단호히 거절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들어온 스파이더가이 배역을 거절하고 토미 맥과이어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그를 스타로 만들어 준다.

동민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두 사람을 봤을 법도 한데 둘 다 드라마 출연으로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고 학년도 달라서 지금껏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거기다 토미 맥과이어는 미래의 얼굴이 남아 있지만,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너 예전에 탐 크루스 바이크 탔다면서? 그 사람이랑 친한 거야?”

“탐이라면 요즘 바쁘긴 한데 지난달에도 만나서 같이 쿵푸 연습했어.”

“쿵푸? 너 쿵푸도 할 줄 알아?”

동민이 중국 쿵푸 챔피언에게 직접 배웠다고 말하자 아직은 어린 두 남학생이 흥분했다.

“우와! 보여줘! 쿵푸 보고 싶어.”

“여기서는 나도 쪽팔리고, 학교 끝나고 사람 없는데서 보여줄게.”

방과 후 동민은 디캐프리오와 맥과이어를 세탁소 뒷 공터로 데리고 갔다.

“여기 세탁소 진짜 멋있다.”

“이것 봐. 정말로 쿵푸 마스터 사진이 있어.”

두 사람은 아역배우 출신답게 세탁소 벽에 걸려 있는 유명 배우와 감독의 사인에 열광했고, 성용과 이염걸이 동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들떠 있었다.

삼촌은 동민이 또래의 남자아이들을 초대하자 드디어 정상적인 친구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쿠안틴이 오늘 쉬는 날이라고 일찍 와서 수련하고 있으니 뒷마당에 가 보렴.”

“잘 되었네요. 같이 대련하면 되겠어요.”

세 남자 아이들이 뒷마당으로 달려갔고, 그곳 에는 팔다리가 기다란 쿠안틴이 많이 안정된 자세로 태극권을 흉내 내고 있었다.

“우와! 진짜 갱스터 같이 생겼다. 분면 고수일 거야.”

“엄청 힘이 쌜 것 같은데?”

쿠안틴을 보고 긴장하면서 묘하게 기대하는 두 아역배우를 보고 동민이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쿠안틴. 준비 되었으면 대련할까요?”

“오늘은 내가 꼭 이겨주지. 그런데 이 녀석들은 네 친구들이니?”

“같은 학교 고등학생인데 둘 다 아역배우 하고 있어요.”

악당 같이 생긴 쿠안틴은 아직 어린 두 사람을 보고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리오나르도와는 함께 영화를 만드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데 동민 때문에 일찍 만나게 되었다.

“자. 그럼 시작할까? 잘 부탁드립니다.”

쿠안틴과 동민이 포권을 지며 인사 했고, 곳 바로 화려한 대련이 시작 되었다.

성인에다 팔 다리가 훨씬 긴 쿠안틴이 훨씬 유리했지만, 그는 심각한 몸치였고, 두 달 동안 이염걸에게 집중 교육을 받은 동민이 그보다 3수 정도는 뛰어났다.

고수가 본다면 형편없는 허우적거림 이었지만, 무술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 소년 두 사람이 보기인 이소룡의 영화를 보는 착각이 들었다.

“우와! 멋있어. 뒷골목에서의 결투라니!”

“다니엘은 강하구나. 어른이랑 둘이서 대결하는데 다니엘이 더 많이 때리고 있어.”

기술적인 면에서 동민이 훨씬 뛰어났지만, 아직 중학생이기에 위력이 실리지 않았고, 쿠안틴은 피하거나 막는 대신 그냥 몸으로 때우는 전법을 펼쳤다.

두 사람이 열심히 연습한 초식을 펼치고 있는데 두 소녀가 나타났다.

“아직도 푸닥거리고 있는 거야? 태권도 발차기가 최고라니까.”

“오늘이야 말로 정말 달라진 실력을 보여주지.”

중2가 되면서 성격이 까칠해진 드류가 동민은 도발했다.

쿠안틴과의 대련을 멈추고 드류와 겨루기를 준비 하는데 지켜보고 있던 두 남학생이 흥분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 나왔던 드류 배리무어 맞지? 다니엘이랑 친한가봐?”

“스필버그 감독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태권도장 끝나고 여기 밥 먹으러 자주 왔어요.”

함께 온 앤젤리나가 드류가 어떻게 여기 왔는지 알려 주었고, 세 사람은 동민 이야기를 하면서 겨루기를 지켜보았다.

“얍!”

약간 통통한 드류가 옆차기와 돌려차기를 했고, 동민은 태극권의 묘리를 이용한 흘리기와 이화접목을 통한 반격을 하려 했으나 그냥 푸다닥 거리며 막는 척을 했다.

동민의 동작은 화려하기만 할 뿐 두 달 배운 실력으로는 2년간 수련한 드류의 빠르고 정확한 발차기를 막고 반격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염걸에게 태권도를 배운 드류와의 겨루기를 예상하고 파훼법을 따로 하사받았기에 초반에는 일부러 대등한 흐름을 만들다가 드류가 자신감을 가지고 방심하는 타이밍에 비기를 꺼내 그녀를 넘어트렸다.

“우와! 대박!”

“진짜 멋있다.”

화려한 겨루기에 흥분한 두 남자아이가 소리 질렀고, 패배에 억울한 드류가 눈물을 글썽이며 앤젤리나에게 달려가 복수를 해 달라고 했다.

“알겠어. 내가 드류의 복수를 해 줄게.”

동민과 드류의 겨루기를 보고 호승심이 불타 오른 앤젤리나가 동민과의 겨루기를 준비했다.

“오늘 내가 여기 뒷골목의 최강자임을 증명하게 되겠군.”

드류와의 겨루기에서 승리를 쟁취한 동민은 자신이 생겼고, 앤젤리나도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드류보다 훨씬 오랜 기간 태권도를 배웠고, 다리고 긴 앤젤리나의 발차기는 빠르고 정확하며 위협적이었다.

“우와. 발이 안보여.”

“태권도도 멋있네.”

동민은 강력한 발차기를 겨우 피하고 막으며 진땀을 흘렸고, 연속된 대련에 지쳐서 인지 유효타를 조금씩 허용했다.

수세에 몰린 동민이 파훼법을 펼쳤지만 지쳐서 인지 정확하지 못했고, 드류와의 결투를 지켜본 앤젤리나는 걸려들지 않았다.

“안 되겠군. 앤젤리나는 고수이니 비장의 수를 선보일 수밖에. 나한십팔장!”

결국 동민은 소림사의 절기인 나한십팔장을 외치며 장법을 난사했다.

“꺄!”

동민의 빠른 손바닥이 인체 급소 중 하나인 명치 옆 심장이 위치한 자리에 다았고, 부드러운 감촉에 동민이 움찔하며 멈추자 앤젤리나가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감쌌다.

“아니. 그게 아니고 급소를 공격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이 변태 자식!”

드류가 달려와 동민에게 날아차기를 먹였고, 쓰러진 동민을 두 여학생이 마구 발로 밝아 주었다.

넝마가 되고 있는 동민을 쿠안틴과 리오나르도, 토미가 지켜 보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미안해.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사과하는 의미로 떡볶이 만들어 줘.”

앤젤리나는 삐진 척 토라져 있었고, 드류는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두 여학생은 떡볶이를 먹기 위해 세탁소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겨루기를 하게 되었고, 동민에게 결투를 빌미로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떡볶이는 애들이 먹는 거니까. 쿠안틴은 돌아가요.”

“나도 먹고 싶은데? 저번에 한국에서 먹었을 때 맛있었단 말이야.”

“애들끼리 노는 자리에 끼고 싶어요? 다음에 만들어 줄게요.”

동민의 말에 많이 먹는 덩치 큰 어른을 쫓아내고자 드류와 앤젤리나가 쿠안틴을 노려 보았고, 그가 어깨를 늘어트린 채 비디오 매장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쿠안틴은 오늘 동민과 앤젤리나의 겨루기를 보며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경험을 했고, 훗날 영화에 이 장면을 넣게 된다.

“늦었지만, 인사해. 여긴 오늘 학교에서 친해진 리오나르도랑 토미야.”

떡볶이에 정신이 팔린 두 여학생은 대충 인사를 했고, 떡볶이를 정신없이 먹다가 달걀노른자를 떡볶이 국물에 풀어먹으며 마무리 했다.

“생긴 건 지옥에서 올라온 요리 같은데 이상하게 맛있네?”

“난 이런 음식은 처음인데 신기하다.”

리오나르도와 토미는 떡볶이를 잘 먹긴 했지만, 여학생 보다는 덜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것을 예상한 동민이 남자들의 영원한 친구인 제육볶음을 만들어 주었다.

떡볶이를 조금씩 맛만 보던 두 남학생은 제육볶음이 나오자 젓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남자들은 왜 양념 고기볶음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나야 말로 여자가 왜 떡볶이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던데.”

예전에 앤젤리나가 우울해 한 적이 있어 떡볶이를 만들어 주었고, 그 이후로 종종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하다가 르네가 합류 하면서 둘은 자주 떡볶이를 먹게 되었다.

태권도를 쉬고 있는 지금도 가끔 떡볶이가 생각나면 세탁소로 찾아왔는데 오늘 리오나르도와 토미 멕과이어랑 겹치는 바람에 미래의 할리우드 배우 모임이 되어 버렸다.

동민이 우연히 마련된 자리에 무슨 일이 생길까 하고 흥미를 가졌지만, 별일 없이 떡볶이를 다 먹은 앤젤리나와 르네가 돌아갔다.

“오늘 덕분에 재미있는 걸 봤네. 여기 종종 놀러 와도 괜찮지?”

“나야 대부분 학교 끝나고 여기 있으니까 언제든지 놀러 와도 괜찮아. 내가 없어도 삼촌이 맛있는 거 만들어 주실 거야.”

동민은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토미 맥과이어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고, 나이도 조금 밖에 차이나지 않았기에 편하게 놀러 오라고 했다.

활기가 넘치는 리오나르도는 세탁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토미 맥과이어와 함께 정말로 자주 놀러 왔고, 동민이 없더라도 김치와 쌀밥에 김을 올려 알아서 밥을 챙겨먹고 돌아갔다.

“다니엘. 오랜만이다. 이 녀석들은 학교 친구들이니?”

< 053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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