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48화 (33/265)

< 048 >

훤칠한 키에 선이 굵은 잘생긴 외모와 특유의 우수가 담긴 눈을 가진 주연발이 다가와 인사하자, 할리우드 배우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중학교를 중퇴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구두닦이부터 택시운전사 까지 10여 가지가 넘는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는 친구의 권유로 1972년 연극배우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다 주연까지 하게 되고, 이후 영화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러다 어느 날 영웅본색의 배우를 몰색하던 오우상 감독이 지역신문을 보다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주윤발의 기사를 읽고 그를 만나본다.

주연발은 만난 오우상 감독은 “따뜻한 마음씨와 현대에서 잃어버린 의협과 기사도의 풍모가 느껴지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그를 캐스팅한다.

영웅본색의 흥행으로 중화권 스타였던 주연발은 단숨에 아시아의 톱스타 자리에 오르게 되고, 한국에서 CF 까지 찍게 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짜우연팟. 당신의 영화는 할리우드에서도 나름 인기가 있답니다.”

주연발은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해서도 영어 이름을 쓰지 않는 배우였다.

아직 영어가 어색한 그는 인사만 겨우 직접 말하고 이후로는 스필버그의 통역가가 두 사람의 대화를 도와주었다.

“피곤해 보이시네요.”

두 사람의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동민이 주연발에게 말을 건넸다.

주연발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그늘이 있었고 피곤과 근심이 살짝 비치었다.

“하하.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린 신사의 눈은 예리하구나. 최근 영화를 너무 많이 찍어서 조금 피곤하긴 하단다. 지금도 촬영을 하다가 바로 여기로 왔거든.”

영웅본색이 크게 흥행하면서 주연발은 비슷한 느와르 필름을 매년 10편씩 만들고 있었다.

너무 무분별한 아류작의 생산은 그를 지치게 하기도 했고, 홍콩 영화의 몰락을 가지고 오기도 한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홍콩 영화계의 몰락을 알고 있는 동민이기에 한창 고생중인 주윤발이 안쓰러워 보였다.

“힘드실텐데 이거라고 먹고 힘내세요. 너무 아니다 싶으면 쉬었다 가는 것도 나쁜 건 아니에요. 양보다는 질이죠.”

“오! 이것은 한국의 인삼이 아닌가? 귀한 선물을 받았군.”

한국에서 바로 온 동민은 인삼 재품을 여러 개 챙겨 왔고, 기력이 쇠한 주연발에게 선물로 주었다.

스필버그의 옆에 있는 동양인 소년 동민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주연발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올해는 도신이 가장 흥행할 거고, 바로 뒤를 성용의 미라클이 따라 오겠네요. 로맨스 영화인 우견아랑도 성적이 좋을 거예요.”

올해까지 많은 영화를 찍는 그에게 홍콩영화 연말 흥행성적을 알려주었다.

아직은 멀었지만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주윤발이 돌아가자 다음으로 성용이 홍금보, 원표와 함께 찾아왔다.

직접 만나본 성용은 정말로 큰 코를 가지고 있었다.

작은 키에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어설프지만, 영어로 스필버그와 직접 대화했다.

원래 문맹이었던 그는 최근 열심히 공부한 끝에 표준 광동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영어도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했다.

“감독님 영화에 자전거 타는 중요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극장에 달려가 본 기억이 나네요. 그해 저도 자전거신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스필버그 영화의 자전거 장면은 성용 스타일의 액션이 아니라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라 안심했지만,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온 몸을 다쳐가며 직접 연기를 하는 것 외에도 80년대 중반이후 영화를 직접 감독하기도 했다.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성용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난 그는 아주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용의 복잡한 사생활과 친중 행보를 알고 있는 동민은 그가 그렇게 달가워 보이지는 않았다.

“저희가 재미있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무리 스필버그 감독님이더라도 이런 건 직접 못 보셨을 겁니다.”

성용의 말에 원표와 홍금보가 자세를 잡더니 세 명이서 화려한 격투 실력을 보여주었다.

멕시칸 스텐드로 선 세 사람은 서로 손과 발을 빠르게 주고받았고, 한명이 넘어지면 다른 두 사람이 싸우다 다시 합류하며 화려하고 정확한 합을 보여 주었다.

동민도 영상으로만 보던 홍콩 엑션을 바로 앞에서 직접 보자 생각 보다 훨씬 박력 있고, 빠르고 위험해 보였다.

짝짝짝.

세 사람의 시연이 끝나자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손뼉을 쳤다.

땀을 닦은 성용이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존경하는 스필버그 감독님을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기념사진을 찍을까요?”

동민도 성용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고, 이 사진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빠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이후 성용과 스필버그는 영화 시장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고, 성용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할리우드에 진출하려면 다니엘의 허락이 필요하겠군요. 여기 어린 친구가 할리우드 영화판의 숨은 투자자랍니다.”

“정말인가요? 꼬마야 혹시 중국인이니?”

“아니요. 한국인이에요.”

“한국이라면 나도 여러 번 갔었지.”

어려서 부터 영화 촬영으로 한국에 여러 번 갔었고, 한국인 여자친구도 사귀었던 그는 알고 있는 한국어를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준수한 성적을 내기도 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그 이기에 일단 만나는 보기로 마음먹었다.

“혹시 할리우드에 오시면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옆에 있는 할리우드 세탁소에 찾아오세요. 저는 거기 있을 거예요.”

“세탁소?”

세탁소로 찾아오라고 하자 이상하게 생각하는 성용에게 스필버그가 직접 방문해 보면 깜짝 놀랄 거라고 알려 주었다.

성용 이후로도 홍콩의 유명 감독들과 투자자가 찾아와 인사를 나누었고, 홍콩 영화계에 큰 손들은 스필버그가 직접 동민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처음에는 그들도 동민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감독인 스필버그가 직접 소개시켜주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순번이 밀린 홍콩 배우들도 직접 인사를 하러 왔는데 한창 예쁜 나이의 왕조현과 임청아, 정만옥을 직접 보자 동민의 입이 귀에 걸렸다.

“하하. 할리우드에서는 여배우를 봐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니 여기서는 정말 행복해 하는구나. 돌아가면 드류에게 알려주어야겠다.”

“그러시면 안 돼요. 안 그래도 태권도를 배우더니 저만 보면 발을 휘두른단 말이에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요즘은 꽤 위협적이에요.”

스필버그 옆에서 수십 명의 사람과 인사를 나눈 파티가 끝이 났고, 주인공이 아닌 옆에서 참관만 했음에도 동민은 녹초가 되었다.

“감독님은 안 힘드세요? 이제는 누가 누군지도 헷갈리는데요?”

“처음엔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 졌단다. 이것도 일의 일부이니 최선을 다 해야 하지. 여기서 만난 이들과 언제 어떻게 연결 될지 모르는 거란다.”

스필버그는 직접 동민을 호텔까지 데려다 주었고, 차 안에서 홍콩 영화계는 어떤 것 같은지 물어 보았다.

“좋은 영화도 있지만, 무군별한 제작으로 거품이 있는 것 같아요. 투자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겠어요.”

“사실 나도 네가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면 말릴 생각이었단다.”

“직접 만나 보니 홍콩 마피아인 삼합회랑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서 무언가 어두운 느낌을 받았어요.”

스필버그는 동민에게 홍콩 영화계가 돌아가는 구조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세계적인 감독인 만큼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동민이 전생에 알고 있던 소문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

“그 홍콩 삼합회라는 곳이 이탈리아 마피아는 비교도 안 되게 무서운 곳 같더구나. 영화 시장 규모만 해도 차이가 많이 나니 굳이 홍콩에까지 투자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필버그의 조언에 따라 홍콩 영화에는 투자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홍콩 영화를 한국으로 수입하기 위한 미팅은 가져야만 했다.

며칠 뒤 아빠와 함께 스필버그의 파티에서 만났던 해외 배급권을 가진 사람을 만나러 갔다.

“어서 오시오. 기다리고 있었소.”

동민이 아빠와 함께 사무실로 찾아 가니 양복을 입은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이 사무실 구석에서 잡담을 하고 있었고, 분위기가 평범해 보이지는 않았다.

“동민아. 홍콩 영화의 한 장면 같구나. 독특하긴 한데 괜찮은 거지?”

“스필버그 감독님이 소개 시켜 줬으니 괜찮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험악한 분위기와는 달리 고객으로 찾아간 거라 그런지 일은 예상보다 잘 풀렸다.

해외 수출을 하면 추가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거라 배급사에서도 기쁘게 받아 들였다.

“안 그래도 불법 복사 비디오가 돌아다녀서 고민이었는데 잘 되었군요. 정식 라이센스를 드릴테니 투명하게 운영해 주시길 바랍니다.”

“요즘 한국에서 홍콩영화의 인기가 높아서 그렇습니다. 사람들도 정품을 좋아하니 직접 유통을 통해 인센티브를 최대한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빠는 의외로 능숙하게 일 처리를 했고, 서로 만족스러운 얼굴로 라이센스 계약을 마쳤다.

“한국에 돌아가시기 전에 영화배우나 현장을 보고 싶으시면 보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와 제 와이프가 참석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아빠는 홍콩 배우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좋아했고, 이미 대부분을 만나본 동민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잠시 개인 시간이 생긴 동민은 홍콩 방송국으로 한 배우를 찾으러 갔다.

이소룡을 보고 영화배우의 꿈을 키운 사람인데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TVB의 배우 훈련반에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자신은 떨어지고 얼떨결에 오디션에 따라간 친구는 합격했다.

이후 엑스트라로 힘들게 활동하다 먼저 합격한 친구가 배우 훈련반에서 1년 만에 ‘왕자’라는 칭호를 얻고 잘나가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겨우 야간 훈련반에라도 들어가게 된다.

친한 친구가 승승장구하며 잘나가는 동안 자신은 엑스트라로 7년이나 고생하다가 작년에 이수현 감독의 눈에 띄어 벽력선봉에서 조연으로 출연해 금상장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게 되었다.

드디어 인지도를 올린 그는 내년에 촬영한 영화에서 큰 흥행을 하면서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되고, 주윤발과 성룡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차지하게 된다.

스필버그의 도움으로 방송국에 들어간 동민은 양조이와 함께 밥을 먹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영화에서 본 모습과 다르게 그는 조용했고,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할리우드에서 온 다니엘이라고 해요.”

“아! 며칠 전 스필버그 감독님 옆에 있었던 아이지?”

파티에 참석했던 양조이가 동민을 알아보았고, 스필버그의 이름이 나오자 양조위의 친구도 관심을 보였다.

“네. 제가 홍콩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여쭤 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 왔어요.”

“영화 이야기라면 나보다 이 친구가 잘 알고 있지. 성치야 그렇지?”

양조이는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주성취를 동민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 048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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