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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24화 (170/265)

< 024 >

미국의 여름방학은 3개월이 넘을 만큼 길긴 하지만, 아이들은 방학 기간 동안 몰라보게 성장했다.

동민은 조금씩 성장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지만, 남자는 중학교에서 급성장을 하고, 여자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부쩍 자라났다.

“이번엔 처음으로 같은 반이네?”

“나도 다니엘이랑 같은 반이 되어서 기뻐.”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이상하게 접점이 없던 앤젤리나와 같은 반이 되었다.

조니 데브가 한국에서 놀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앤젤리나가 삐지는 바람에 달래느라 고생했지만, 다음에 초대하겠다고 약속 하면서 원래의 그녀로 돌아왔다.

“다니엘은 전교 1등이니 선행학습반에 들어가겠네. 그때는 따로 수업 들어가야겠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중학교 수업을 미리 들을 수 있었는데 작년부터 한 번 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동민은 월반 하는 대신 선행 수업을 듣기로 했다.

“다니엘은 어떻게 성적이 좋은 거야? 세탁소에서 숙제만 하고, 따로 공부 안 하던데. 나는 집에서 공부를 더 해도 성적이 안 올라.”

동민의 정신이 성인이었기에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있지만, 그가 경험한 미국아이들은 머리가 좋은 것 같지 않았다.

‘한국인이 똑똑하다더니 사실이었어.’

크게 노력을 하지 않고 교과서 위주로 숙제만 마쳐도 높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동민과 자주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성적을 비교하게 된 앤젤리나에게 인생의 진실을 알려 주었다.

“앤젤리나는 예쁘니까 공부를 잘 못해도 괜찮아. 공부 잘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성공 할 거야.”

동민은 앤젤리나의 미래를 알고 있기에 사실을 말했지만, 예쁘다는 말만 귀에 들린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동민이 앤젤리나와 친하다는 소문이 돌자 몇 여자아이들이 그녀와 친해지려 시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앤젤리나는 다른 아이들에게는 차갑게 대했고, 동민에게만 밝은 모습을 보여주어 다른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해 조금씩 대화가 늘어 가면서 긍정적으로 변했다.

별다른 일 없이 학교와 세탁소를 오가며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 톱건 정산을 끝낸 닐이 마지막 200만 달러 수표를 가지고 찾아왔다.

“몇 달 사이 조금 자란 것 같네요. 여름 방학은 잘 보내셨습니까?”

“닐도 좋아 보이네요. 여름 잘 보냈어요?”

동민의 전속 담당자인 닐은 톱건의 대박으로 인센티브를 많이 받아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동민이 연속해서 대박 영화에 투자하자 부장 급으로 담당자를 바꾸려 했지만, 동민이 닐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며 거절했다.

이후로 닐은 진성 동민 바라기가 되었고, 동민의 요청이라면 어떻게든 들어 주려 노력했다.

“이번에도 영화에 투자 하시는 건가요?”

“현금이 생겼으니 이제 고민해 봐야죠. 리스트 가지고 왔죠?”

닐이 준비해온 투자 가능한 영화를 확인해 보았지만, 올해 톱건으로 큰 재미를 봤고 연말에는 플래툰으로 더 큰 돈을 벌어들이기에 딱히 흥미로운 영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투자하고 싶은 영화가 별로 안 보이네요. 얼마 전에 투자한 픽사 같이 다른 투자처는 없나요?”

“원래는 영화 쪽으로만 투자가 가능하셨는데 VIP 등급으로 신용이 올라가시면서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에도 투자가 가능해 지셨습니다.”

드라마와 TV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예산이 방송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따로 투자를 하기 어렵지만, PPL을 받기도 하고 편성 초기에 지분 투자를 받기고 한다며 설명했다.

동민의 주 분야가 영화이긴 했지만, 성공하는 드라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성공하는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수익률에 있어 영화와 비교되지는 않았다.

롱런을 할 경우 적금 식으로 오랜 기간 안정적인 수입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매년 영화로 큰돈을 부풀릴 수 있는 동민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리스트를 확인하던 동민은 TV 쇼 리스트에서 엄청난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어? 이 프로그램이 지금 만들어 지는구나. 닐 이 프로그램 정보 더 있어요?”

“저도 처음 보는 아침 토크쇼군요. 시카고 아침 토크쇼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들인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민이 눈여겨 본 토크쇼는 시카고의 작은 지역 방송국에서 만든 30분짜리 아침 토크쇼였다.

무명의 흑인 여자 호스트가 진행하는 토크쇼로 금방 망할 줄 알았는데 한 달 만에 지역 동시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올해 전국 방송으로 키우기 위한 투자를 받는다고 했다.

미래에 워낙 유명한 토크쇼이기도 했고, 여자 호스트는 이 프로그램 하나로 3조 이상의 재산을 쌓게 된다.

금방 없어지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25 시즌인 2011년 까지도 방영 되었기에 지금 지분을 받아 두어야만 했다.

“이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싶네요. 호스트를 만나 볼 수 있을까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스필버그 감독의 컬러오브 퍼플에 출연했군요. 영화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 초청하면 올 것 같습니다.”

닐은 동민의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고, 방송국에 투자 의사와 호스트를 만나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 주가 지나자 여성 호스트가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왔고, 닐과 함께 할리우드 세탁소로 찾아왔다.

“세상에 세탁소로 간다고 하기에 무슨 말인가 했는데 정말로 세탁소로군요. 여기 투자자가 있다는 건가요?”

“투자자를 직접 만나시면 더욱 놀라실 겁니다.”

그녀가 세탁소 앞에서 당황스러워 하다 흥미를 느끼고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세탁소에 들어가자 카운터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동민이 있었다.

“어서 오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프리.”

아무리 봐도 초등학생 같아 보이는 동양인 아이가 자신을 환영하자 오프라의 머리가 순간 멈췄다.

“설마 투자자라는 게 저기 숙제를 하고 있는 동양인 꼬마인가요?”

“맞습니다. 다니엘 군은 할리우드에서 아주 유명한 성공적인 투자자입니다. 오브리 인프라 쇼의 투자금 전액을 다니엘 군이 투자하기로 하셨습니다.”

“하하. 이거 쇼를 시작하기 전에 찍는 몰래카메라 같은 건가요? 그렇다면 대단히 성공적이네요. 그런데 방송국에 예산이 이렇게 많았나요?”

오프리 윈프라는 담담한 동민과 닐의 반응과 여러 유명인의 사인이 걸려 있는 세탁소의 분위기에 장난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손에 정식 계약서가 들려 있긴 하지만, 쉽게 믿기 어렵긴 하겠네요. 금방 확인 시켜 드릴게요.”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는 오프리에게 잠시 기다리라 말하고, 동민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저 할리우드 세탁소의 다니엘이에요. 잘 지내셨죠? 잠깐 통화 괜찮으세요?”

누군가와 안부 인사를 하던 동민이 지금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 하더니 오프리에게 바꿔 주었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오프리 양인가? 나 스필버그 감독이네. 내가 자네를 캐스팅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에 토크쇼를 하게 되었다니 축하하네. 다니엘 군은 내가 인정하는 뛰어난 투자자니 믿어도 된다네. 그 녀석이 투자를 하는 걸 보니 토크쇼가 대박 나겠군. 미리 축하하네.”

작년에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던 오프리는 그의 목소리를 알아 들었고, 지금 상황이 사실이라는 것을 받아 들였다.

“스필버그 감독님이 다니엘 군은 할리우드의 숨은 실세라며 시키는 대로 잘 하라고 하시네요. 일단 다시 정식으로 소개 할게요. 오프리 윈프라 에요.”

“다니엘 킴 이라고 해요. 마음 가는대로 투자했는데 운 좋게 잘 풀린 세탁소 꼬마에요.”

오프리 윈프라는 상당히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였는데 자신의 삶을 개척하여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여성으로 성장한다.

어린 시절 가난한 흑인 마을에서 군인 아버지와 평범함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아버지에게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

고작 18살이었던 엄마는 가정부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너무 힘들어 6살 까지 TV도 없고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3살 때부터 뛰어난 암기력과 어휘력을 보이며 시골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할머니가 병이 들면서 엄마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영특한 오프리는 우수한 성적으로 14살에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자신만 유일한 흑인 학생이라는 점과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을 받고 자란 부유한 백인 친구들과 비교 하면서 열등감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었다.

거기다 사촌 오빠의 성폭행이 계속되자 결국 반항아로 변해 집을 나간 그녀는 원치 않는 임신까지 했다.

삐뚤어진 그녀가 감당 되지 않았던 엄마는 새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아빠에게 오프리를 보내는데 아빠와 새엄마가 그녀를 돌보며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몇 주 빠른 출산으로 아이는 2주일 만에 세상을 뜨게 되고, 그녀는 마약과 담배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이도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격려와 지지로 다시 지역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고, 전교 회장에 당선 되는 등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다.

이후 여러 말하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서 점점 유명세를 탔고, 19살에 라디오 진행자로 취직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프리 특유의 감정을 실은 방송으로 8개월 만에 해고당하게 되고, 낮 시간에 진행되는 토크쇼에 몇 번 출연하다 1983년 시카고에서 가장 시청률이 낮은 30분짜리 아침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그녀의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

금방 망할 거라 생각 했던 방송은 한 달 만에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미국 전역에 동시 방송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3만 명이 넘는 인물과 인터뷰를 하게 되고 93년 마이클 잭슨을 인터뷰 하면서 시청자 9,000만 명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당연하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탐 크루스의 명짤도 그녀의 방송에서 만들어 지게 된다.

“투자자께서 많은 시간과 가능성을 가진 분이라니 마음에 드는군요.”

“윈프라 씨도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여기 세탁소에 엄청난 사람들이 와서 중요한 정보를 말해 주고 가거든요.”

“사인들을 보니 그런 것 같네요.”

오프리 윈프라 쇼로 일약 스타가 되는 그녀는 88년에 영화제작 스튜디오와, 잡지 발행사, 촬영장을 갖춘 1만 평 규모의 하포 스튜디오를 설립 하면서 미디어 사업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동민은 2년 뒤, 미래에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그녀의 사업에도 투자할 생각이었다.

“100만 달러로 오프리 윈프라 쇼의 지분 30%를 확보 하셨습니다. 여기 사인해 주세요.”

미리 준비해 둔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오프리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업무상 오긴 했지만, 멀리 오셨는데 선물을 드릴게요.”

“할리우드 세탁소의 선물이라니 기대 되는 걸요?”

“김치라는 한국 피클인데 유산균과 식이섬유가 많아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되는 음식이에요.”

살이 많이 쪄 있는 오프리 윈프라에게 동민은 김치를 3키로나 포장해 주었다.

< 02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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