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5 >
미국으로 건너온지 2 년이 되지 않은 시간에 100 달러를 40만 달러로 부풀리고, 아주 작은 지분이지만 백투더 미래 저작권 이라는 평생 연금 까지 생긴 동민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40만 달러면 전생에 벌던 돈보다 많은 금액이었고, 앞으로도 돈을 부풀릴 기회가 수십 년은 남아 있었다.
학교생활 역시 존을 휘어잡고 있으니 동민에게 시비 거는 존재가 없었고, 아이들 사이에 유명해진 영화에 나오면서 이 시대에 동양인 남자가 누리기 힘든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다니엘. 다음 주에 내 생일인데 놀러 올래?”
“제니퍼 생일이라면 당연히 가야지.”
“고마워. 네가 와 준다면 기쁠 거야.”
핵인싸가 된 동민은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고, 생일 파티에 동민의 참여 여부가 성공적인 생일 파티를 상징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긴 하지만, 미국이라 그런지 여자아이들의 발육이 시작 되었고, 동민은 순수한(?) 마음으로 학교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아이들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와~ 집이 정말 좋구나.”
“어서와. 다니엘이 내 생일 파티에 와 주다니 너무 행복해.”
할리우드 초등학교에는 부호들의 자녀가 많다더니 제니퍼의 집은 수영장까지 딸린 거대한 저택이었다.
보통 가정집에 있는 평범한 수영장이 아닌 고급스러운 장식이 되어있는 실내 수영장이 집 안에 있었다.
“생일 축하해. 여기 선물 가지고 왔어.”
“고마워 그런데 선물이 엄청 무겁구나.”
동민은 생일 선물로 자신과 출연진의 사인이 들어간 구리스 브로마이드와 오이소박이 그리고 치킨무를 주었다.
미국 아이들 생일파티에는 치킨과 피자, 햄버거, 핫도그 등 기름진 음식이 많이 있어 치킨무가 궁합이 좋았다.
동민에게 김치를 선물 받은 제니퍼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였고, 다른 여자아이들은 그런 제니퍼를 부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할리우드 초등학교에서 동민에게 김치를 직접 받는다는 것은 인싸가 되었다는 증표와 같은 것이었다.
생일 파티에 온 아이들과 간단히 시간을 보낸 동민은 제니퍼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인사 했다.
“제니퍼가 예쁜 이유가 있었네요. 어머니께서 이렇게 미인이시니 앞으로 더 예뻐지겠어요.”
“어머~. 호호. 제니퍼가 다니엘 이야기를 많이 하더니 생각 보다 훨씬 던 매력적인 아이였구나. 네 덕에 처음으로 한국 식당이랑 한인마트도 가 보았단다.”
“처음엔 김치가 먹기 힘드셨을텐데 훌륭한 선택을 하셨네요. 김치에는 카로틴, 식이섬유, 유산균이 풍부해서 항산화, 항암 기능이 있고, 고혈압과 변비에도 아주 좋아요. 다이어트에도 효과 적이고, 피부알레르기에도 좋은데 젊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죠.”
제니퍼의 어머니는 동민의 유창한 김치 효능 설명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변비와 피부에 좋다는 이야기에 홀라당 넘어가 앞으로 김치를 매일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동민은 학교 친구들의 생일파티를 다니며 집안 식사메뉴의 결정권을 가진 엄마에게 김치를 설파 했고, 영향력이 강한 할리우드의 엄마들이 LA에 조금씩 김치를 유행시키기 시작했다.
열심히 김치를 포교하며 학교를 다니던 중 파라마운트 투자사의 담당 직원 닐이 세탁소에 방문하겠다며 약속을 잡았다.
“다니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요청한 일이 두 가지 밖에 없으니 대충 예상이 가네요.”
“저도 나름 노력했지만, 아직 사원이라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받아냈습니다.”
닐은 동민이 원했던 20만 달러를 전부 투자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 투자의 경우 2만 달러였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20만 달러부터는 작은 금액이 아니고 이번 영화는 정부와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만큼 투자자가 몰려 어려웠다고 했다.
“제가 짬에서는 밀렸지만, 다니엘 군께서 이전 투자 수익이 워낙 많으시었기에 실적으로 설득해 겨우 20만 달러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고생 하셨네요. 저도 당연히 투자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금액이 올라갈 수로 복잡한 일들이 생기나 보네요.”
지분이 늘어 날수록 발언권 역시 생기기에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아지고, 이번은 특히 투자자가 몰려 어려웠다고 했다.
“투자에는 성공했지만, 토니 스콧 감독과의 미팅은 힘들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금액의 투자자가 있기도 하고, 영화 특성상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기에 다니엘 군을 만나야 할 이유를 만들기가 어렵더군요.”
아직 안면도 없는 감독을 초등학교 4학년인 동민이 만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파라마운트의 신입 사원 닐이 동민을 신뢰 하고 있기에 최선을 다 했고, 투자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쉽지만 여기서 만족하기로 하고, 동민은 삼촌에게 확인을 받고 투자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번 영화는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을 것 같군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닐이 돌아가고, 다음 영화의 주인공이 보고 싶었던 동민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투자한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촬영되지 않기에 현장을 방문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비록 감독과 배우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높은 수익률로 돌아올 투자를 성공하였기에 만족하기로 마음먹고 있는데 동민을 찾는 전화가 왔다.
“동민아, 카메룬 감독님이시구나. 세탁소로 오실 건 가봐.”
“여보세요? 카메룬 감독님?”
“다행히 세탁소에 있었구나.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지인도 한명 같이 갈 거다.”
“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조심히 오세요.”
가까운 베버리힐즈에 살고 있는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금방 도착했고 옆에는 야성미 있는 수염에 카리스마 있어 보이는 중년 아저씨가 있었다.
“카메룬 감독님 어서 오세요. 어? 이쪽은 혹시 리들리 스콧 감독님 아니신가요?”
“어린 친구가 나를 알아보다니 신기하긴 하군.”
“제가 이리 말씀 드렸잖아요. 다니엘은 평범한 꼬마가 아니라니까요.”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데리고 온 사람은 에일리언을 만들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카메룬 감독이 만들게 될 에일리언즈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민의 이름이 나왔고, 직접 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매킨토시 128K 1984였죠? 작년에 애플 광고 인상 깊게 봤어요. 정말이지 충격적 이였어요.”
“하하 영화가 아니고 내가 만든 CF 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군.”
리들리 스콧 감독은 원래 CF 감독 출신으로 비주얼리스트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영상을 잘 뽑아냈다.
37년 생으로 나이가 많았는데 영국 출신이라 그런지 그의 외모와 말투가 잘 어울렸다.
수많은 명작을 만들기는 하지만, 흥행 기복이 워낙 심해 자주 영화 제작을 쉬기도 하는데 그때는 열심히 CF를 만들어 적자를 메꾸기도 했다.
“아! 올해 만드신 영화도 괜찮았는데 대중이 몰라보네요.”
“하하. 위로해 주지 않아도 괜찮단다. 내가 시장을 따르지 않고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서 그래.”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올해 만들 레전드라는 판타지 영화는 3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절반도 회수 하지 못하는 참패를 겪었다.
“미스터 킴, 죄송한데 이야기가 길어 질 수도 있으니 대화할 만한 장소가 없을까요? 세탁소 로비에서 이야기 하다가는 영업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요.”
“직원 휴게실을 사용하시면 될 것 같군요.”
동민과 두 감독은 세탁소 직원 휴게실에 앉아 영화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니엘, 파라마운트 투자사랑은 이야기 잘 했니? 이번에도 투자 한다더니 어떻게 되었어?”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전액 투자를 할 수 있었어요.”
리들리 스콧 감독은 동민이 영화에 투자해 돈을 불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가졌고, 어떤 영화에 투자했는지 물어 보았다.
“그 영화라면 내 동생이 찍기로 한 거로군.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다니 재미있군 그래.”
“아! 그러고 보니 리들리 감독님 작품의 주연배우가 동생 분 영화에도 주연으로 들어가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 안 그래도 동생이 배우에 대해서 물어 봤었는데 소개를 시켜주긴 해야겠군.”
리들리 감독은 세탁소에 동생과 배우를 불러도 괜찮은지 물어 보았고, 동민은 후다닥 달려 나가 삼촌에게 허락을 받아 왔다.
잠시 후 동민이 만나고 싶어 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인 토니 스콧 감독이 나타났다.
“세탁소 휴게실에서 미팅이라니 이것 참 멋지군.”
“여기가 할리우드에서 소문이 가장 잘 모이는 곳이랍니다. 이 꼬마가 엄청난 정보상이지요.”
카메룬 감독이 동민을 소개시켜 주었고, 토니 감독은 특별한 장소에서의 만남을 상당히 즐거워하고 있었다.
세 명의 감독이 모이자 금방 영화 이야기로 분위기가 뜨거워졌고, 동민은 행복한 표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제작비가 천오백만 달러 밖에 안 든다는 게 정말이야?”
“미해군에서 전적으로 지원을 해 줘서 비용이 절반이상 줄어 들었어.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니 투자자도 금방 모이더라고.”
“여기 다니엘도 그 투자자 중 한명이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동생에게 세탁소 꼬마인 동민이 2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하자 그가 깜짝 놀라했다.
“네가 2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여기 세탁소 정체가 뭐지?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숨겨진 실세 같은 건가?”
“하하. 비슷하긴 하지만, 제가 잘 알고 있지요.”
카메룬 감독이 동민을 알게 된 과정과 100달러 투자를 받고 2만 달러로 돌려준 일화, 2만 달러로 불어난 금액을 다시 40만 달러로 만든 것을 양념을 가미해 하며 설명했다.
“대단한 꼬마였군. 너는 내 영화가 성공 할 거라고 생각하니?”
“아마 내년에 가장 많은 수익을 달성하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동민의 말을 들은 토니 감독이 기뻐했지만, 그를 보고 있는 동민은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토니 스콧 감독은 예술 영화를 만드는 형과 다르게 대중영화를 만들어 비평가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중 하나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말년에 오랜 암 투병으로 힘들 시간을 보내다 LA의 빈센트 토마스 다리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영화광이었던 동민은 지워진 그의 자살 현장 CCTV 영상을 어떻게든 구해 직접 본 적이 있었는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역시 항암에는 김치가 최고지. 저 감독은 강제로 라도 김치를 먹여야겠다.’
동민이 토니 스콧을 어떻게 하면 김치에 중독 시킬 수 있을까 잠시 고민을 하고 있는데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젊은 백인 남자가 들어와 숨을 헐떡거렸다.
“세탁소 휴게실에 있으시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군요. 동생 분께 소개시켜 주신다고 해서 달려왔습니다.”
휴게소로 들어온 남자가 건치를 보이며 미소 짓자 동민은 잠시 눈이 부시다는 생각을 했다.
“어서 오게, 내 동생 토니는 이번에 영화를 함께 만들기로 했으니 알고 있겠지만, 더 친해졌으면 해서 불렀다네. 이쪽은 털미네이터와 람보 2를 만든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고, 여기 있는 꼬마 신사 분은 할리우드의 숨겨진 실세 다니엘 군이라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탐 크루스라고 합니다.”
< 015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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