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12화 (12/265)

< 012 >

오리건의 작은 해변 마을에 살고 있는 마이키는 부모님과 형 브랜드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해면의 아름다운 마을은 골프장으로 재개발 예정이 잡혀 며칠 안으로 이사를 나가야만 했다.

부동산 개발 회사에서 사람들이 계속 찾아 왔고, 걱정을 하고 있는 마이키의 집으로 친구들이 놀러왔다.

말 많고 장난기가 넘치는 마우스는 스페인어를 능숙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자였고, 허풍이 심하고 덤벙대는 뚱보 소년 청크도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마이키의 옆집에 살고 있는 발명가 소년 데이터가 동민의 배역이었다.

“다니엘 연습대로만 하면 된다. 준비 되었니?”

“네 잘 할 수 있어요.”

동민의 첫 장면은 2층 창문으로 이어진 로프를 타고 옆집인 마이키네로 가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높이가 있어 걱정되긴 했지만, 안정장치로 고정 되어 있었기에 한 번에 옆집으로 짚라인을 타고 넘어갔다.

꼬마 4명이 모이자 집안이 시끄러워졌고, 엄마가 아끼는 장식품을 부서트리며 놀다가 동생들을 지키는 형이 잠에 들었다.

조만간 이사를 가야했기에 아이들은 평소 출입이 금지된 다락방을 탐험하기로 했다.

뚱뚱하고 덤벙대는 청크가 구석에 놓여 있는 액자를 건드려 깨트렸고, 안에 숨겨져 있던 지도와 특이한 모양의 펜던트가 나왔다.

“이건 뭐지? 지도 같은데?”

“이상한 글자로 적혀있어.”

“스페인어 같은데? 내가 읽어 볼게.”

장난기 많은 수다쟁이 마우스가 스페인어로 된 지도를 능숙하게 읽어 주었고, 애꾸눈 윌리라는 해적 선장이 자신의 보물을 숨겨둔 지역을 표시한 지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기 그려진 지형이 익숙하지 않아?”

“이 섬은 바닷가에 있는 거랑 똑같은데?”

“혹시 우리가 보물을 찾으면 이사 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보물을 찾기로 결심한 아이들은 감시자 마이키의 형 브랜드를 의자에 묶어 버리고 자전거를 타고 보물을 찾으러 떠났다.

“이놈들 잡히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분노한 타노스, 아니 브랜든은 동네아이가 타고 있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쫓아갔지만, 동생들을 따라 잡을 수는 없었다.

펜던트와 지도를 이용해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찾던 아이들은 외딴 바닷가에 버려진 집이 입구라는 걸 알아내고 집으로 몰래 들어갔다.

하지만, 그 집에는 FBI 가 찾고 있는 범죄자 프라텔리 가족이 지내고 있었고, 아이들은 화장실을 가는 척 몰래 집을 두리번거리다가 지하실에 묶여 있는 덩치가 큰 괴물을 발견했다.

마이키가 괴물을 보고 도망치다 결국 따라온 형에게 잡혀 나가게 되었고, 아이들도 집에서 쫓겨났다.

“너희들 밤늦게 이렇게 돌아다니면 혼난다. 당장 집으로 돌아가.”

“형. 저기에 보물이 숨겨진 곳으로 가는 입구가 숨겨져 있어.”

“그 보물이면 우리는 이사 안 가도 돼요.”

아이들이 아무리 설득하여도 브랜든이 듣지 않았지만, 브랜든과 썸을 타고 있는 안드레아와 그녀의 친구 스테파니가 나타났다.

여자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브랜든은 함께 보물을 찾으러 가기로 했고, 프라텔리 가족이 차를 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숨어 들었다.

“지하실에 분명 입구가 있을 거야.”

“거기 괴물이 있던데 괜찮을까? 거기만 안 가면 괜찮아.”

무서운 사람들이 돌아올까 초조해진 아이들이 집을 열심히 뒤져 보았지만 입구가 나오지 않았고, 덤벙이 청크가 발이 걸려 정수기를 넘어트려 버렸다.

정수기에서 물이 쏟아져 굴뚝 난로에 들어갔는데 물이 지하로 내려가 입구를 찾게 되었다.

“얘들아 이것 봐! 50달러 지폐야!”

지하실에 있는 기계들을 확인하던 동민이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이건 위조지폐 기계잖아?”

“여기 이 사람들 현상금 종이도 있어.”

“범죄자들이었구나. 어쩐지 아줌마가 많이 무서웠어.”

범죄자라는 말에 청키가 겁을 먹고 이건 미친 짓이라며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건물을 나가려던 청키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바닐라 아이스크림 냄새가 난다고 했다.

지하에 있는 대형 냉동고 문을 열자 여러 가지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코 아이스크림도 있어. 안에도 뭔가 많이 있는데?”

청키가 냉동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프라텔리 가족이 죽이고 숨겨둔 FBI 요원의 시체가 나왔다.

“으악! 나한테 오지 마. 저리가!”

시체가 청키에게 쓰러졌고, 아이들도 시체를 냉동고로 밀어 넣고 있는데 프라텔리 가족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서둘러 벽난로 아래 있는 입구로 들어갔고, 청키는 냉동고 안에 시체와 함께 숨어 있었다.

“청키가 없는데?”

혹시나 청키가 들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프라텔리 가족은 윗 층에 있었고, 청키가 벽난로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보물을 찾으러 갈 테니 넌 경찰에게 범죄자들이 숨어 있다고 전해줘.”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청키가 도로에서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운전자는 FBI의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던 프라텔라였다.

프라텔라 가족에게 붙잡힌 청키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와 겁을 주자 사실을 전부 털어 놓았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고, 무서운 협박을 하자, 그동안 컨닝한 것과 몰래 음식 훔쳐 먹은 것을 실토했다.

그 사이 다른 아이들은 동굴에 설치된 함정을 피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민이 함정을 건드려 쇠꼬챙이가 설치된 구멍에 빠졌는데 옷소매에서 튀어나온 틀리가 벽을 잡아 떨어지지 않고 함정을 탈출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만 액션 장면이 많네.’

기발한 아이템이 많은 만큼 동민의 액션 장면이 많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보물에 다가가던 중 바위를 치우자 박쥐 때가 튀어 나왔고, 벽난로를 통해 집 안까지 박쥐가 들어오자 프라텔리 가족은 청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라텔라 가족은 청키를 덩치 큰 괴물이 있는 방에 함께 묶어 두고는 아이들을 따라 보물을 찾으러 나섰다.

“다니엘. 그 멸치 볶음이라는 거 더 있어?”

“거의 다 먹고 조금 남은 게 있긴 한데 배추김치 먹으면 줄게.”

“으. 배추김치는 맵고 짜던데.”

“김치가 얼마나 몸에 좋은데? 너 지금 한국음식 무시하냐? 고기 먹기 싫어?”

영화 촬영이 중반부를 넘어가자 아이들은 재미있는 영화를 함께 찍는다는 추억을 공유하면서 금방 가까워졌다.

어린 몸이지만 성인의 정신이 들어있는 동민은 아이들을 금방 휘어잡았고, 따로 챙겨온 돼지불백과 닭갈비를 만들어 주면서 김치에 입문 시키고 있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함정 장면이 끝나는데 다음 대본은 왜 안주는 거지?”

“그러게 저쪽에도 큰 공사를 한다고 하던데 위험하다고 못 들어가게 하네.”

구리스에 나오는 보물선은 아직 CG로 만들 기술력이 부족해 실물 모형을 600만 달러나 들여서 직접 만들어 버렸다.

아이들이 보물선을 보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보물선이 숨겨진 장소는 아이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다.

‘이런 거 보면 할리우드가 대단하긴 한 것 같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동민도 아이들의 위해 궁금한 척 연기를 했다.

그 외에도 85년도이긴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를 직접 연기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았다.

감독 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사용하는 방식들이 있었고, 몇 가지는 구시대적이었지만, 동민으로서도 배울 점이 꽤 많이 있었다.

‘어린이 영화인데 은근 키스신도 있고, 안드레아는 테니스 치마를 입히다니. 역시 할리우드네. 흥행 공식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어.’

히로인인 안드레아는 동굴을 탐험하느라 구르고 뛰는 장면들이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은근 치마가 펄럭 거리며 노출이 있었다.

어린 몸의 동민도 남자인지라 시선이 힐끗힐끗 갔는데 이런 포인트가 영화에 MSG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영화가 별로고 노출만 많다면 B급이겠지만,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조미료 몫을 잘 해주었다.

“다니엘, 넌 연기 계속 할 거야?”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어. 나는 연기 보다는 영화를 만드는데 더 관심이 많아. 넌 계속 연기 할 거지?”

“응 나는 연기 계속 하고 싶어. 나중에 네가 만드는 영화에도 출연하면 좋겠다.”

주인공 역을 맡은 숀 애스틴은 주연급은 아니더라도 조연으로 꽤 자리를 잡게 되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히려 비중이 작은 형 역할의 조시 브롤린이 악역으로 많은 역에 출연하게 되니 배우의 미래는 알기 힘들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영화 촬영을 이어서 했고, 동민이 출연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감독과 스텝들 옆에서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지 지켜보며 종종 질문도 했다.

동민의 오랜 경험이 들어있는 날카로운 질문에 몇몇 스텝이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할리우드에서 매일 뛰어 노는 동민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의 감독님이라며 자세히 알려 주었다.

“드디어 신발에서 기름을 뿌리는 장면이구나.”

오늘은 동민이 좋아했던 외나무다리를 건너다 따라오는 프라텔리 가족을 따돌리기 위해 신발 뒤꿈치에서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촬영했다.

여러 컷을 나눠서 찍었기에 따로 준비한 특수 신발을 신고 범죄자를 괴롭혔고, 가슴에서 복싱 글러브가 발사되는 액션신까지 촬영했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내가 악당을 괴롭히고 있네?’

동굴 함정의 마지막 장면인 뼈로 만들어진 오르간 연주까지 끝이 나고 한 번의 촬영으로 마치기로 한 워터 슬라이드를 탈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워터 슬라이드를 여러 번 타면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어색해 질수도 있다며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단 한 번 만에 촬영을 마쳤다.

워터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자 아이들에게 비밀로 했던 보물선이 나타났고, 미리 알고 있었던 동민도 거대한 보물선을 실제로 만든 것을 보자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와! 미쳤다. 역시 할리우드라 예산이 넘쳐흐르는구나.’

보물선은 촬영을 위해 급하게 만들다 보니 실제로 물에 뜨는 기능은 없었고, 처치곤란이 되어 그냥 분해해서 버리게 된다.

돈만 있으면 배를 구입하고 싶었지만, 보관할 곳도 없고, 거대한 실물 모형의 보물선을 관리하기는 불가능 해 보였다.

‘촬영이 끝나고 테마파크라도 만들어 보라고 해야겠네.’

아이들이 보물선으로 다가가던 중 물 속에서 대형 문어가 나타나 문어와 싸우는 장면을 찍게 되었는데 동민의 기억에는 이 장면이 없었다.

아주 힘들고 재미있게 촬영했는데 아무래도 통 편집 당하는 것 같았다.

‘이건 어떻게든 살리면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기억에 없는 장면들이 꽤 있구나.”

어떻게 보면 가장 화려하고 액션이 많이 들어간 장면인데 통 편집 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편집은 감독의 재량이었고, 정 안되면 무 편집 감독 판이라도 만들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물을 차지한 아이들을 결국 프라텔리 가족이 따라 잡았고, 보물을 모두 빼앗겼지만, 청키와 그의 절친이 된 괴물 슬로스가 범죄자를 물리치는 장면으로 모험이 끝이 났다.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돌아갔고, 마을이 팔려 나가는 순간 주머니에서 발견한 보석으로 계약이 무산되며 그렇게 영화가 끝났다.

길면서 짧았던 그리스의 촬영이 모두 끝났고, 아이들은 시사회 때 다시 보자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다니엘. 시사회 때 김치 가져다 줘야해.”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김치 조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동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종류별로 가지고 갈게.”

< 012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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