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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김치 재벌-11화 (11/265)

< 011 >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한창 잘나가고 있는 스티브 스필버그가 제작을 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는 홍보를 위해 일부러 스티브 스필버그의 ‘백투더 미래’라고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어쨌든 스필버그 감독의 영향력이 있는 것은 확실 했다.

여름 방학이 다가오자 영화 촬영을 앞두고, 리처드 도너 감독과 출연하기로 한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먼 훗날 타노스가 되는 조시 브롤린과 가락지의 제왕의 샘와이즈의 어린 모습을 직접 보자 벌써 부터 촬영이 기대 되었다.

먼저 이번 영화의 감독을 맡은 리처드 도너가 인사말을 했다.

“나는 오멘과 슈퍼맨을 만든 리처드 도너라고 한단다. 만나서 반갑구나.”

척 봐도 유대인 같이 생겼는데 같은 유대인인 스필버그 감독과 깊은 친분이 있어 보였다.

“방학이 시작되면 오리건으로 가서 대부분의 촬영을 하고, 여기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몇 장면만 찍으면 끝날 거다. 재미있는 영화이니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구나.”

감독과 스텝들은 아이들이라 그런지 생각 보다 친절하고, 촬영이 힘들지 않도록 많은 편의를 봐 주었다.

영화 촬영에 관하여 간단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도중, 스필버그 감독과 크리스 콜럼버스 작가가 도착했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 요즘 일이 바빠서 제시간에 오지 못해 미안하오.”

스필버그 감독이 나타나자 아이들이 동요했고, 이미 얼굴을 본 적이 있는 동민의 가슴도 콩닥 거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아마도 너희에게는 재미있는 촬영이 될 거다. 인디아나 존슨과 비슷한데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하려무나.”

첫 미팅은 간단하게 끝이 났고, 스필버그 감독이 동민에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캐스팅 된 이유는 크리스에게 들어서 알고 있지? 이번 영화에 네 역할이 중요한데 스튜디오에 매일 찾아와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 하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이번에 제작을 맡으신 백투더 미래 세트장은 봤는데 그 영화도 아주 잘 될 것 같아요.”

“거기도 기대를 하고 있지만, 네가 나오는 영화도 아주 잘 될 것 같구나.”

“사실은 그래서 그 영화에 지분 투자를 했어요.”

자신이 제작한 영화에 출연한 어린아이와 이야기 하다 갑자기 투자 이야기가 나오자 스필버그 감독이 의아해 했다.

“잠깐. 방금 뭐라고 했니? 내가 잘못 들었나.”

“파라마운트 투자사를 통해 감독님 영화에 투자를 했어요.”

자신이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신기해하며 동민에게 물었다.

“하하. 너 같은 꼬마는 처음 보는구나. 그래도 내 영화에 투자를 한 투자자라니 더 잘해 줘야겠는걸? 그래서 얼마나 투자했니?”

스필버그 감독은 동민이 장사가 잘 되긴 하지만, 평범한 세탁소 가정에서 살고 있고,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몇 백 달러 정도 투자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 2만 달러를 투자했어요.”

“풉! 뭐라고 네가 2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동민을 기특하게 생각하며 커피를 마시던 스필버그가 2만 달러라는 말에 입에서 분무기 발사를 했다.

“어휴. 수염에 다 묻으셨네요. 다 큰 어른이··· 여기 냅킨 있어요.”

“너는 어디서 그런 큰돈이. 아니 영화에 무엇을 보고 투자를 한 거니?”

“제작비로 1900만 달러가 예산으로 잡혀 있더라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미국에서 2억 달러 이상 벌어들이고, 세계적으로는 4억 달러를 넘길 것 같아요.”

“하하. 전부 합쳐서 2억 달러만 넘겨도 소원이 없겠구나. 그래도 4억 달러는 너무 한 것 같네. 좋게 봐줘서 고맙다. 만약 2억 달러를 달성하게 되면 투자자 다니엘에게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마.”

스필버그가 선물을 준다는 말에 동민은 한 치의 망설이 없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그럼. 저는 AMC 에서 나온 드로이안 자동차 모델을 가지고 싶어요. 영화에 나오는 모습으로 튜닝된 것으로요.”

“흠. 그건 예비용까지 2대 밖에 없는데. 그래. 만약 수익이 2억 달러를 넘기면 촬영에 쓰였던 소품은 네가 주도록 하마.”

카메룬 제임스 감독에게도 부탁을 했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고, 결국 스필버그 감독에게 드로이안 자동차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4억 2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는데 2억 달러 정도는 빠르게 넘길 수 있을 거다.

거기다 동민의 말대로 총 매출이 4억 달러를 달성하면 스필버그 감독이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었다.

“그럼 촬영장에서 보자구나. 그때까지 연기 연습 열심히 하고 있으렴.”

“네. 여름 방학에 봬요.”

영화에 출연하는 아이들과도 다시 보자며 인사하고 해어졌다.

다음날 타임머신의 선약을 걸어 둔 동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기분도 좋은데 새로운 구역을 탐사해 볼까?”

최근에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현장은 거의 다 돌아 다녔는데 아직도 둘러보지 못한 사무실과, 드라마 촬영 현장이 많이 있었다.

드라마 촬영도 한창이었지만, 대부분 동민이 잘 알지 못하는 드라마라 별다른 관심이 가지 않았다.

“여긴 시나리오 작가 미팅룸 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는지 궁금하네?”

시나리오 작가 방에 조용히 들어가자 퀭한 눈으로 더벅머리를 한 여러 작가들이 좀비처럼 글을 쓰고 있었다.

“시청자의 머리에 각인 시킬 수 있는 주인공의 트레이드마크가 필요한데 마땅한 게 안 떠오르네?”

슬며시 뒤에서 대본을 훔쳐보던 동민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건 어때요?”

“아이 깜작이야. 꼬마야 넌 누구니? 여긴 어떻게 들어 온 거야?”

다들 글 쓰는데 집중하느라 동민이 들어왔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일단을 중독적인 오프닝 곡이나 배경음악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 하셨지.’가 어때요?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반복 하는 거로요.”

“음··· 괜찮은데? 고맙구나. 이거로 써야겠다. 그런데 넌 누구니?”

할리우드 세탁소에서 온 다니엘 이라며 자기소개를 하자 몇 명이 동민의 소문을 들어 봤다며 알고 있었다.

“네가 스튜디오를 탐험한다는 꼬마였구나. 가끔 기발한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사라진다고 해서 할리우드 전설 이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도움을 받아버렸네.”

동민은 할리우드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고민 중인 사람에게 어린이의 직관인 듯 힌트를 주거나 문제를 해결해 준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민이 할리우드 전설 비스무리하게 소문이 퍼져 버린 거다.

“주연 배우는 리처드 딘 앤더슨이죠?”

“그건 또 어떻게 알았니? 아직 촬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세탁소에 있으면 여러 소문이 들려오거든요. 이 드라마는 대박 날 것 같으니 잘 해 보세요.”

적당한 도움을 주고 전생 생각이 난 동민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딴~ 다다단 따다단. 옛날 생각나네. 나도 맥가이버 머리를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동민이 도와준 드라마는 수많은 공돌이 아빠를 신분세탁 시켜주는 맥가이버였다.

년도에 시작해 92년까지 총 7시즌, 139부작으로 만들어 지는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긴박한 상황과 가제도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맥가이버는 아이들의 우상이자 만능 척척박사였다.

“집에 맥가이버 칼도 있었는데. 언제 부턴가 스위스 아미 칼이라고 불리게 된 거지?”

오랜만에 떠오르는 맥가이버의 추억에 라디오를 분해하던 동민이 이번에 맡은 역할도 맥가이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인 꼬마 발명가 역을 연기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가지 기발한 발명품으로 난관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였다.

“이제 완벽한 것 같은데? 더는 따로 연습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 동양인은 부지런하다더니 꼬마도 이렇게 열심히 하네?”

“형이 도와줘서 연기 실력이 빨리 늘었네요. 첫 영화인데 열심히 해야죠.”

“너랑 있으니 내가 자극 받는 것 같네. 그나저나 김치가 다 떨어졌는데 또 부탁해도 괜찮을까?”

촬영 날자가 다가 왔는데 마지막까지 조니 데브가 동민의 연기 연습을 도와주었다.

조니 데브는 나이트메어 출연 이후 자신의 매력적인 외모로 여러 하이틴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었다.

87년에는 21 점프 스토리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다년간 연기하게 되는데 아직은 그도 잘생긴 유망주였다.

수입 역시 넉넉하지 않았기에 동민이 주는 음식을 자주 얻어먹었고, 입맛이 반은 한식화가 진행 되었다.

“다음 주에 출발 하는 건가? 당분간은 못 보겠네?”

“그러게요. 벌써 여름 방학이 다 되었네요.”

봄 학기동안 연기 연습을 열심히 하며 많은 준비를 했지만, 본격적인 연기는 처음이라 아무리 동민이라도 긴장이 많이 되었다.

그나마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저 없는 동안도 세탁소에 삼촌이랑 숙모한테 인사하러 와요.”

“그래. 그렇게 할게.”

최근에 조니 데브가 자주 세탁소로 놀러 오자 사춘기라 가게에 잘 오지 안 던 미쉘 누나도 부쩍 들리는 일이 늘었다.

숙모도 잘생긴 그를 아주 좋아하셨고, 반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 드디어 동민이 영화 촬영을 위해 오리건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혹시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화 하거라. 전화번호는 잘 기억하고 있지?”

“네. 수첩에 따로 적어두기도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나저나 숙모가 해주시는 밥을 못 먹어서 걱정이네요.”

집밥을 못 먹는다며 불평을 하긴 했지만, 숙모가 싸주신 김치와 반찬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이제 9살이 된 동민이 한 달을 먹어도 다 먹지 못할 여러 종류의 김치와, 장조림, 멸치 볶음과 진미채 까지 들어 있었고, 비상용 쌀마저 챙겨주셨다.

동민이 가지고 가는 짐의 90%가 음식이었다.

꽤 무거웠지만, 다행히 촬영 팀이 차에 실어 옮겨 주었고, 동민은 버스를 타고 오리건으로 출발했다.

오리건에 있는 작은 마을까지는 엘에이에서 차로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았지만, 오리건은 캘리포니아 바로 위에 붙어 있었다.

중간에 휴식 시간까지 더하면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 이였지만, 덕분에 다른 아이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난 이렇게 멀리 가보는 건 처음이야.”

“나도 엘에이에서 처음으로 나왔어.”

“그러고 보니 다니엘은 한국에서 왔으니 비행기를 타 보았겠구나? 어땠어?”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그런지 순진한 면이 있었고, 함께 영화를 찍는 사이다 보니 다들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랫동안 버스 안에 있느라 다들 고생 많았다. 이제 도착 했구나.”

버스에서 내리자 리처드 도너 감독이 아이들 마중을 나와 있었고 옆에는 스티브 스필버그와 크리스 콜럼버스도 함께 있었다.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중간쯤 위치한 오리건의 작은 해안 마을은, 영화 촬영지로 선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버스에서 내려 촬영장을 둘러보자 리처드 도너 감독이 두 팔을 벌리며 환영 인사를 건넸다.

“영화 구리스의 촬영장에 온 것을 환영하마. 함께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자구나.”

< 011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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