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할리우드 김치 재벌-9화 (9/265)

< 009 >

어디서 본 것만 같던 잘 생긴 형의 정체는 조니 데브였다.

젊은 그의 모습을 직접 보니 기분이 묘 했다

‘이 형도 미래에 장가 잘못 가서 고생하는데 쉽게 결혼하는 게 습관인가 보네.’

엠버 하드와의 법정 공방이 미래에 유명해 지긴 하지만, 그 전에도 수많은 결혼과 이혼, 약혼, 파혼을 반복하는 조니 데브였다.

그를 직접 보니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것이 왜 그런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여기 앞에 있는 세탁소에 항상 있으니 한번 씩 놀러 오세요. 형은 나중에 유명 스타가 될 것 같으니 특별히 할인해 들리게요.”

“하하. 이번이 첫 촬영인데 팬이 생긴 것 같네. 꼭 놀러갈 테니 조만간 보자.”

스튜디오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냈기에 최근에는 삼촌 눈치가 조금 보였다.

조니 데브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얼른 세탁소로 돌아갔다.

세탁소 카운터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털미네이터 영화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해외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었고, 예상대로 높은 수익을 달성하고 있었다.

카메룬 제임스 감독과 슈월츠 아놀드제네거는 영화 홍보일로 바쁜지 얼굴은 못 본지 꽤 시간이 지났다.

그렇게 뉴스를 보고 있는데 세탁소로 손님이 들어왔다.

“오~ 다니엘. 잘 있었니? 요즘 정말 바빴는데 여기 오니 편안해 지는구나.”

“카메룬 감독님? 안 그래도 방금 뉴스에 감독님 영화가 나와서 보고 있었어요.”

“내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기쁘군.”

“한창 바쁘실 거라 생각했는데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1차 배당이 나와서 다니엘에게 주려고 직접 왔단다.”

영화 티켓 수입이 많이 회수되어 1차 배당이 나왔고, 동민이 받으려면 시간이 더 걸려야 했지만, 카메룬 제임스 감독의 입김으로 먼저 가지고 왔다고 했다.

카메룬 감독이 건네준 수표를 확인하자 1만 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달러를 투자해 100배의 수익을 낸 것이다.

그런데 이게 1차 배당이고 다음에도 비슷한 배당을 받을 거니 단숨에 2만 달러라는 거액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8살 남자아이에겐 정말 큰돈이 생겼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니?”

“앞으로도 계속 영화에 투자 해야죠. 이렇게 좋은 걸 안 하면 안 되자나요.”

“하하. 그래. 너도 할리우드 인이구나.”

삼촌은 자신에게 허락만 받으면 내가 번 돈을 터치하지 않겠다고 하셨고, 영화에 투자하는 것도 반대하지 않으셨다.

할리우드 생태계를 잘 알고 계신 삼촌이기에 투자에 말로 설득하는 것 보다 실패해서 돈을 날리고, 직접 깨 닳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지만, 연도별로 흥행하는 영화를 모두 알고 있는 동민에게 실패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랜만에 카메룬 제임스 감독에게 학교생활과 프로레슬링 선수들 만난 것, 김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세탁소 문이 열리더니 아는 얼굴이 들어왔다.

“여기 있을 거라더니 정말로 있구나.”

“조니형! 벌써 촬영이 끝났어요?”

“오늘 내가 나오는 장면은 전부 끝이 나서 집에 가는 길에 들렀어.”

“카메룬 감독님 여기는 나이트메어에 출연하는 조니 데브 형이에요. 형. 이쪽은 털미네이터의 카메룬 제임스 감독님이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털미네이터의 감독이라고 하자 조니 데브가 깜짝 놀라며 인사 했다.

“반갑네. 하이틴 드라마에 나오면 어울릴 외모로군. 열심히 해 보게나.”

카메룬 감독의 작품과는 인연이 없는 조니 데브였지만, 인맥이 아주 중요한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통성명을 하는 것 자체로도 큰 힘이 되었다.

삼촌에게도 조니 데브를 소개시켜 주었고, 스튜디오에서 친해진 형이라며 앞으로 종종 놀러올 거라고 말해 두었다.

은근 쑥스러움을 타는 조니 데브가 얌전히 동민과 카메룬 감독의 대화를 듣고 있는데 소포 배달이 왔다.

평소 의상 배달이 자주 오기에 삼촌이 받으려고 하는데 수치인 이름이 다니엘이라고 적혀 있었다.

“동민아. 이건 너한테 온 것 같은데? 부피도 크고 무거운 데 받을게 있었니?”

“글쎄요? 엄마가 보내주셨나? 그런 이야기 없으셨는데?”

궁금해 하며 포장을 뜯자 유령 버스터즈에 나오는 프로톤 팩과 뮤온 트랩이었다.

“유령 버스터즈에 나오는 소품이네요. 예전에 선물로 달라고 했는데 빌 머레이 아저씨가 보내줬어요.”

소포에는 덕분에 촬영을 쉽게 했다며 약속대로 프로톤 팩과 뮤온 트랩을 보내준다고 적혀 있었다. 실재로 영화 소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흠집이 조금 있다고 했는데 오히려 더 좋았다.

“유령 버스터즈? 그건 아직 개봉 안했는데 그 사람들도 알고 있었니?”

“예전에 세탁소 오셨을 때 상표권 라이센스 문제로 고민하는걸 도와드렸더니 선물로 주신 거예요.”

“흠. 이런걸 보고 나니 나도 선물을 줘야 할 것 같은데. 필요한 거 없니?”

“T-800의 모형을 같고 싶은데 아무래도 힘들겠죠?”

“그건 두개 밖에 없어서 힘들 것 같구나. 영화 레퍼런스로 남겨 둬야 하거든.”

카메룬 제임스에게는 괜찮다며 다음에 기회다 되면 다른걸 부탁하겠다고 했다.

아직 20살인 조니 데브는 신기하게 생긴 프로톤 팩과 뮤온 트랩을 보고 신기해했고, SF에 관심이 많은 카메룬 감독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런 영업 중이신데 너무 오랫동안 있은 것 같네요.”

“하하. 괜찮습니다. 마침 손님도 없고, 연말이라 의뢰도 많이 줄어서 여유 있습니다.”

제임스 감독이 이제 돌아가야겠다며 삼촌에게 너무 떠들고 가 미안하다고 했다.

조니 데브도 잠깐 얼굴만 보고 간다는 게 오래 있었다며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떠났다.

미래에 아주 유명해지는 인물과 친분이 생긴 동민은 엘에이의 생활이 너무 즐거웠다.

학교에서도 전교생이 동민을 좋아했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 겨울 방학이 찾아왔다.

“미국에서 처음 경험하는 크리스마스인데 산타할아버지한테 받고 싶은 거 없니?”

“산타 없는 거 알고 있어요. 저 때문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직 어린 동민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삼촌이었지만, 그동안 보아온 조카는 많이 조숙한 편이긴 했다.

그래도 첫 크리스마스이니 가지고 싶은 게 없냐고 계속 물어 보시자 고민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삼촌의 집에도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 장식했고, 어딜 가든 캐롤이 흘러 나와 연말 분위기가 났다.

할리우드에 있는 집들은 집 외관에도 전구로 장식을 하면서 서로 예쁘게 꾸며 크리스마스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동민도 들뜨게 했다.

“넌 뭐 가지고 싶다고 했어?”

“아직 안정했는데? 누나는 뭐 같고 싶어?”

“난 고등학생이니까 옷 선물 받고 싶어. 액세서리나 반짝 거리는 것도 좋겠다.”

미쉘 누나와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했는데 2020년을 경험하다 84년으로 돌아오니 딱히 가지고 싶은 것이 없었다.

전부 레트로 골동품 같은 느낌이 들었고, 정말로 가지고 싶은 스마트 폰은 아직 나오려면 수십 년이 남았고, 인터넷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인터넷도 보급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컴퓨터를 가지고 싶긴 한데 너무 비싸겠지? 미래에 가치가 있을 만한 게 뭐가 있으려나?”

고민하던 동민은 큰 삼촌에게 에어조던 신발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커서 신을거니 작은 사이즈 말고 성인 사이즈로 사달라고 했다.

동민이 성인 사이즈로 구해달라고 여러 번 이야기 하자 큰 삼촌이 사이즈 별로 한 켤레씩 사다 주셨다.

“크리스마스 선물 겸 심부름 값이다. 네가 오고난 후로 일이 힘들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편해 졌구나. 앞으로도 사고 치지 말고 열심히 공부 하거라.”

동민이 미국에서 자유롭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학교 성적이 가장 중요했는데 아무리 미국이라도 초등학교 3학년 내용이라 어렵지 않게 전교 1등을 했다.

이후 웬만해서는 큰 삼촌과 숙모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고, 한국에 있는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줄이셨다.

미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한 동민은 주말에 미쉘 누나와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한 유령 버스터즈와 그렙린을 보러 갔다.

“저게 너라고? 얼굴이 잘 안보이는데? 목소리는 비슷한 것 같네.”

“모자를 쓰고 있는데다 어두워서 얼굴은 거의 안 나온다더니 정말이네.”

영화관에서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직접 보자 기분이 이상했다.

감독으로 자신의 이름을 스크린에 올리고 싶었는데 배우로 먼저 올렸지만, 아직은 어리니 언젠가 직접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것 까지 확인하고 영화관에서 나왔다.

“피비 케이츠는 직접 보니까 어땠어? 예뻐?”

“예쁘긴 한데 미쉘 누나가 더 동양적이고 지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어린놈이 말은 잘해요.”

미쉘 누나가 꿀밤을 살짝 때렸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음날 겨울 방학이라 학교에 안가니 세탁소에 일찍 나갔는데 전화가 울렸다.

“할리우드 세탁소 입니다.”

“오! 다니엘이니? 바로 받아서 다행이구나.”

“제가 다니엘이긴 한데 누구신가요?”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란다. 예전에 그렙린 촬영할 때 봤는데 기억하지?”

“당연히 기억하죠. 어제 영화도 보고 왔어요. 감독님이 직접 연출하신 인디아나 존슨까지는 아니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스필버그 감독이 기억하니 다행이라며 전화를 건 이유를 바로 꺼냈다.

“내년에 영화를 한편 찍을 건데 동양인 남자아이가 필요한데 혹시 출연할 생각은 없니?”

“감독님 영화에요? 당연히 좋죠. 그런데 어떤 내용이에요? 제목은요?”

어떤 영화인지 알고 있기에 동민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지만, 만약을 위해 영화 제목을 물어 보았다.

“어린이를 위한 인디아나 존슨 같은 영화란다. 제목은 ···”

“할게요! 아니 꼭 하고 싶어요. 저 출연시켜 주세요!”

스필버그 감독이 제목과 내용을 설명하자 바로 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어릴 적 정말 재미있게 보고 좋아했던 영화에 자신이 출연할 수 있다는 말에 무조건 하겠다는 말을 했다.

“원래는 인디아나 존슨에 출연했던 아역배우를 쓰려고 했는데, 크리스 콜롬버스 작가가 너를 강력하게 추천했단다. 네 영어 발음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게 오히려 외국인 같아 더 좋다고 하더구나.”

원래 출연하는 아역배우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꼭 자신이 해야 했다.

“아! 삼촌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니 바꿔주겠니?”

“부디 잘 설득해 주시길 바래요. 정말 하고 싶어요.”

“하하. 걱정하지 말거라.”

큰 삼촌을 바꿔 주자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다가 동민에게 물어 보셨다.

“다행히 아이들이 많이 출연하는 영화라 여름 방학동안 촬영을 한다고 하는구나. 학교 가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괜찮은 것 같은데 정말 하고 싶니? 연기 하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다.”

“네! 정말로 하고 싶어요. 여름 방학까지 연습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네 엄마 아빠에게도 말해두마. 아니다 네가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 좋겠구나.”

부모님도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라면 허락하실 것 같았다.

동민의 강력한 설득으로 한국에서의 허락까지 받아냈고, 동민은 진정한 데뷔작을 찍게 되었다.

< 009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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