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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뚝 끊어지는 오스트리아식 악센트가 들어간 영어를 쓰는 190의 키에 터질 듯한 가슴과 허벅지를 가진 사내의 이름은 슈워츠 아놀드제네거였다.
“당연히 잘 알죠. 1970년 ‘뉴욕의 헤라클레스’로 데뷔해 ‘펑핑 아이언’이라는 보디빌더 다큐멘터리도 찍고 얼마 전에는 ‘코난-바바리안’으로 유명해졌잖아요. 그리고 보니 올해는 털미네이터를··· 음 아직 멀었나? 그리고 미래에는 캘리포니아 주. 아니다 이건 아직 말하면 안 되겠네.”
영화와 관련된 유명 영화배우의 인생을 편집한 영상도 여러 편 만들어 보았기에 슈워츠 아놀드제네거의 굵직한 일생은 달달 외우고 있었다.
“나의 필모그래피를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는 어린 팬은 처음 만나 보는걸?”
아직은 덜 유명한 슈워츠 아놀드제네거가 자신의 진정한 팬을 만나 기분이 좋은 듯 동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미스터 킴. 당신과 닮은 것 같은데 아드님인가요? 아주 영특해 보이네요.”
“하하. 가족이니 닮긴 했죠. 아들은 아니고 조카입니다. 최근에 미국으로 이민 왔어요.”
“어린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와서 많이 힘들겠구나. 나도 오스트리아에서 이민 와서 외국인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단다.”
아놀드의 커다란 손이 동민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졌지만, 굵고 단단한 손에 살짝 긴장되긴 했다.
“그럼 지금은 털미네이터 촬영중 인거에요?”
1984년에 전설의 시작이 되는 털미네이터 1이 만들어 지기에 슈워츠 아놀드제네거에게 물어 보았다.
“아직 오디션 중인데 정보력이 대단하구나. 할리우드라 그런지 세탁소 꼬마도 알고 있네?”
아놀드는 최근 인지도가 상승중이라 제작사에서 털미네이터의 주인공인 카일 리스 역을 밀고 있는데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조만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으니 결과가 나오면 나의 1호 어린이 팬에게 꼭 알려주도록 하마.”
아놀드가 자신을 챙겨주자 동민의 기분이 좋아졌지만, 아놀드가 미래에서 온 살인 로봇T-800이 아닌 남자 주인공 카일 리스 역을 맏는 다는 것이 이상했다.
“그런데 슈워츠씨는 털미네이터 역할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남자 주인공인 카일 리스 역을 하시려고요?”
“시나리오를 보니 털미네이터는 은신술이 능숙한 닌자 타입이라 나랑 안 어울릴 것 같더구나. 그런데 어떻게 자세한 내용을 아는 거니?”
아놀드가 예리한 질문을 하자 갑자기 동민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하하. 카메룬 제임스 감독님이 여기도 오셔서 잠깐 시나리오를 읽어 봤어요. 단골이시거든요.”
“제임스 감독님에 여기 단골일거라고는 생각 못했네. 그렇다면 이해가 되는군.”
다행히 삼촌은 옷을 가지러 사라진 상황이었고, 대충 둘러 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와 미국 캘리포니아 엘에이에서 정착하는 것에 관해 대화를 하고 있으니 삼촌이 옷을 가지고 돌아 오셨다.
“슈워츠씨 여기 수선 부탁하신 옷이 있습니다. 핏도 맞고 활동하는데 편하게 만들었지요.”
“여기서 수선을 해 보니 계속 오게 되는군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전에 먹어 보라고 주셨던 백김치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다니엘이 아주 영특한데 벌써 미래가 기대되네요. 또 보자고 나의 어린 팬.”
아놀드가 떠나자 다시 동민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우와. 정말로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오네요. 미국 할리우드에 있다는 게 실감돼요.”
“하하. 아놀드씨의 영화가 최근에 뜨긴 했지만, 저 정도면 여기선 그렇게 유명한 것도 아니란다.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거야.”
동민은 마지막에 그가 했던 다시 보자는 말과 김치가 맛있었다는 대답에 아놀드에 대한 호감도가 200% 증가했다.
‘그래. 역시 김치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슈퍼 푸드야.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도 김치를 먹어서 성공한 거라고.’
중증 국뽕 환자 유교보이 동민은 슈워츠 아놀드제네거를 도와줄 방법을 생각해 보았지만, 이제 막 미국으로 건너온 8살 아이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일단은 미국 생활에 적응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동민은 학교에서 아이들과의 수다로 빠르게 영어 실력을 늘려갔고,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기 시작했다.
아무리 영어로 테스트를 본다고 해도 2020년 미래 40대의 정신이 들어있는 그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었다.
학교 수업이 지루해 지자 영문학 책을 몰래 읽거나 미래에 유명해질 영화나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2주가 흘렀고 세탁소일이 익숙해진 동민은 카운터에서 숙제를 하며 가끔씩 손님 응대를 했다.
“응? 못보던 꼬마구나. 미스터 킴은 안계시니?”
“삼촌은 의뢰 받은 의상을 배달하러 가셨어요. 세탁이나 수선을 하러 오신 건가요?”
“양복 수선을 부탁하려고 왔단다.”
혼자 카운터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데 어딘가 낮이 익은 약간 범생 같은 백인 남자가 들어왔고, 미팅을 위해 양복 수선을 하러 왔다고 했다.
누군지 궁금해 하다 치수를 미리 기입해 두었을 수도 있기에 이름을 물어 보았다.
“미스터 킴의 조카 였구나. 카메룬 제임스라고 한단다. 예전에 측정한 치수가 있을 거야.”
카메룬 제임스라는 말에 동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로 SF와 특수효과의 대가 카메룬 제임스 감독님이세요?”
“내가 특수효과쪽 경력이 있긴 하지만 나를 아니? 내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로저 코먼 아래서 ‘우주의 7인’, ‘뉴욕 탈출’, ‘공포의 혹성’을 찍으면서 특수효과 경력을 쌓으시고 3년 전에 ‘피라냐 2’로 감독 데뷔 하셨자나요. 제작사의 횡포로 고생하긴 하셨지만, 그 망작을 어떻게든 살려 내셨죠.”
카메룬 제임스는 특이한 동양인 꼬마가 저예산 B급 영화 한편을 만든 자신을 자세히 알고 있자 무언가 모를 감동을 느꼈다.
“투자자 말고는 너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거다. 이거 기분이 꽤 좋구나.”
“털미네이터 제작은 잘 되세요?”
“그건 또 어떻게 알았니? 나에 대해 너무 많은걸 알고 있는걸?”
동민의 과한 관심에 제임스 감독이 조금씩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세탁소에는 할리우드의 여러 이야기가 흘러들어와서요. 얼마 전에는 아놀드 씨도 왔어요.”
“뭐 할리우드 안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니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최근 마음고생이 심했던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자신을 알아 봐주는 동민에게 신세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죠스의 성공으로 패러디 작품인 피라냐 2로 데뷔했던 자신의 처지와 털미네이터를 찍기 위해 투자자와 제작사를 찾아다니는 상황을 8살 꼬마에게 털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털미네이터 시나리오를 1달러에 제작사에 팔기로 하셨다고요? 너무 아까 운데요?”
“그렇게 이야기 해주니 고맙구나. 그런데 설마 시나리오까지 읽어 본 것은 아니겠지?”
“그냥 들리는 소문만 들었어요. 스토리가 너무 좋아 무조건 대박이라 생각했을 뿐이에요.”
순간 뜨끔한 동민이 핑계를 대었다.
“아직 삼촌이 돌아오시려면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바쁘신거 아니면 제가 시나리오를 읽어 봐도 괜찮을까요? 저도 미래의 꿈이 영화 감독이라서요.”
“음. 어디 가서 말하지 않는다면 보여주마.”
동민이 자신의 입을 잠그는 제스처를 보이자 제임스 감독이 웃으며 가방에서 시나리오를 꺼내 읽어 보라며 주었다.
이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기에 빠르게 읽어 본 동민이 제임스 감독에게 말했다.
“시나리오는 후속편을 계속 만들 정도로 정말 좋은데 캐릭터 매칭이 잘 안 되네요.”
“벌써 다 읽은 거야? 그리고 캐릭터 매칭이 안된다고?”
“아놀드씨가 주인공인 카일 리스 오디션을 본다고 했는데 약간 무뚝뚝하고 발음도 강하잖아요. 남자 주인공은 조금 날쌔고 말도 잘하는 살짝 능글맞은 사람이 좋은 것 같아요. 미래에서 온 로봇이 날쌘 암살자 스타일인데 이것 보다는 아놀드씨 같이 무뚝뚝하고 기계적인 느낌의 캐릭터가 더욱 털미네이터에 적합하지 않을까요?”
동민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카메룬 제임스가 정리를 마치고 말했다.
“네 말이 맞구나. 어린아이라고 무시할 뻔했는데 대단히 좋은 촉을 가졌구나. 미래에 좋은 영화감독이 될 수 있겠어. 네 의견대로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구나.”
카메룬 제임스 감독의 시나리오로 만든 실질적인 데뷔작인 다크 SF 액션 영화 ‘털미네이터’는 64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되는데 개봉 직후 미국에서만 3,840만 달러, 해외에서는 8,0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게 된다.
약 20배에 달하는 대성공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동민이 우물쭈물 하다가 카메룬 제임스 감독에게 말했다.
“영화가 정말로 대박이 날 것 같아서 그런데 저도 투자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아직 어려서 전재산이 200달러 밖에 없지만, 이거라도 투자 하고 싶어요.”
200달러는 부모님이 비상시 사용하라고 챙겨주신 돈이었다.
84년도에 200달러는 8살 아이에게는 상당히 큰돈이었지만 영화 제작에 들어가는 640만 달러에 비하면 의미 없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하하. 우리 후배님께서는 정말 영화에 진심이구나. 진정한 영화인이라면 성공할 영화에 투자를 잘 해야 하는 법이지.”
어린아이가 자신의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기분이 좋아진 카메룬 제임스 감독이 동민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대신 시나리오에 다니엘의 조언이 들어갔으니 지분을 주는 거로 해서 100달러만 투자를 받고 금액은 1천 달러로 늘려주마. 수익 배당은 1천 달러에 맞춰 나올 거야. 계약서는 다음에 올 때 가지고 오마 그때 100달러를 준비해 두렴.”
20배의 수익이 돌아오는데 1천 달러면 2만 달러의 수입이었다.
거기다 투자액은 100달러 밖에 되지 않으니 200배의 이익이 돌아오는 것인데 갑자기 대박을 맞은 동민이 신이나 잠시 기다리라며 세탁소 휴게실로 달려갔다.
“이건 김치라는 한국 음식인데 동맹을 맺게 된 선물로 드릴게요. 건강에도 좋고 고기랑 같이 먹기 좋은 코리안 스파이시 피클이에요.”
“고맙구나. 나도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 하는데 이런 음식은 처음이구나. 잘 먹도록 하마.”
할리우드에 김치를 전파할 목표를 가진 동민에게 설득 당한 첫 번째 감독은 세계적인 감독으로 성장할 카메룬 제임스 였다.
잠시 후 삼촌이 돌아오셔서 그가 부탁한 수선을 받아 갔다.
“오늘 즐거웠다. 다음 주에 다시 오마.”
그와의 작별 인사 후 1984년에 대박 나는 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세탁소 문을 열고 그 주인공이 들어왔다.
“미스터 킴. 잘 지내죠? 오랜만에 왔네요.”
“여기야 항상 그대로죠. 빌 씨도 좋아 보이시네요. 덴 도 오랜만이에요.”
“못보던 막내아들이 있었군요.”
“한국에서 건너온 조카입니다.”
동민은 세탁소로 들어온 영화배우 두 명을 보고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삼촌과 친해 보이는 그들은 빌 머레이와 덴 에크로이드였다.
< 004 > 끝
ⓒ 돈많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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