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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2. 그와 그 남자, 그 후 (37/39)

외전 2. 그와 그 남자, 그 후

연회 날 황제 부부는 연회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을 본 레니에는 집사를 시켜 그들을 제일 좋은 별채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레니에와 에드가도 곧이어 뒷마무리를 하고 침실로 향했다.

가는 내내 두 사람은 손을 꼬옥 잡고 걸었다. 레니에는 오늘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에드가를 보인 적이 처음이었는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에드가는 오늘따라 매우 근사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개중에는 자신의 정인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데도 끈적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그런 시선이 기분 나빠 연회 내내 에드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누군가 다가오려고 하면 보란 듯이 그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그렇지만 에드가의 미모는 가리지 못하니 도무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연회 때의 그 기억이 떠오르자 레니에는 갑자기 초조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손끝으로 에드가의 손바닥을 톡톡,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에드가가 손을 꼭 잡아 준 순간에야 그것을 깨달았다.

레니에는 그의 손에 평소보다 힘이 들어간 것을 느끼고는 놀라 에드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에드가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자신을 안달 나게 하려고 하는 것인가. 저런 표정으로 웃어 주면 자신이 얼마나 돌아 버릴 것 같은지 아느냐고, 그 말을 꾹 삼킨 레니에는 에드가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제 손가락을 집어넣어 깍지를 꼈다. 깍지 낀 손에서 아까부터 참고 있었던 열기가 올라왔다.

침실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레니에가 기다렸다는 듯이 에드가를 확 잡아당겼다.

벽과 레니에의 사이에 갇힌 에드가가 눈을 살며시 내리떴다. 레니에는 그의 턱을 잡고 올려 그와 눈을 맞추었다.

“아주 미치는 줄 알았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니에는 에드가에게 입술을 겹쳤다. 동시에 손을 내려 에드가의 옷을 바쁘게 풀어냈다.

“흣! 레…니에.”

레니에는 에드가의 셔츠를 풀어 어깨 뒤로 젖히고는 드러난 맨살에 입을 맞추었다. 에드가의 몸이 뜨거웠다.

그도 레니에와 마찬가지로 다급했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레니에에게 키스했다. 입 안으로 들어온 에드가의 혀를 레니에가 잡아채 혀로 비비다가 점막 곳곳을 샅샅이 훑었다.

만지고 입을 맞추고 핥을 때마다 앓는 소리가 났다. 레니에는 그대로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을 만지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에드가, 뜨거워. 어떻게 해 줄까?”

“아…. 하앗…!”

에드가는 레니에의 숨결과 감촉, 열기 때문에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자신도 그 못지않게 흥분한 터라 다리가 휘청거렸다.

“치, 침대로 가…요.”

예전 같으면 입 밖으로 절대 뱉지 못할 말이었다. 모든 게 레니에 덕분이었다.

레니에는 잠자리에서 능숙하게 그를 이끌었고,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없앨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래도 아직 부끄러움이 남아 있었지만 전처럼 두렵지는 않았다.

드레스 셔츠를 젖히고 들어온 레니에의 혀가 그의 맨가슴을 빨고 핥아 올렸다. 유난히 가슴이 민감한 에드가는 그가 주는 혀의 감촉에 젖은 신음을 내며 더운 숨을 뱉었다.

“흐으…읏.”

“침대까지 가지도 못하겠는데.”

레니에의 얼굴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에드가는 다리에 힘이 빠져 문에 단단히 기대어 섰다. 둘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정하면서도 뜨거운 밤이었다.

늦은 아침, 레니에와 에드가는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가 다시 일어난 열기에 한 번 더 사랑을 나누었다.

에드가가 베르톨트와 아델라이드가 일어나 있으면 어쩌냐면서 그를 밀어내어 레니에는 한 번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두 사람은 아직일걸?”

“어떻게 알아요?”

“베르, 아니 폐하가 오래 참아서 요즘 욕구 불만이 장난 아니었거든.”

“그렇다면… 아델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레니에의 대답에 에드가가 걱정스럽게 말하며 미간을 모았다. 오라버니인 그로서는 아델라이드의 건강이 무엇보다 염려되었다. 레니에도 수긍의 의미로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음…. 피곤하긴 할 거야.”

그의 답변을 들은 에드가는 인상이 화악 일그러졌다. 베르톨트는 여동생의 남편이기도 하지만 황제인지라 대하기가 마냥 어려웠다. 그래서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지만 동생을 힘들게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셰프에게 말해서 보신할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라고 해야겠어요. 그리고….”

“그리고?”

“폐하께 조금 더… 좀… 그러니까.”

에드가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좀 살살 안아 달라고 얘기 좀 해 줘요.”

레니에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에드가가 무언가 요구한 적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자신에게 직접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통해 황제에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델라이드에 관한 부탁이고.

“폐하는… 말 안 들을 텐데.”

“그래도 얘기해 줘요. 레니에밖에 없어요. 그런 말 할 사람….”

그의 팔을 잡으며 살며시 웃는 에드가였다. 레니에는 에드가의 이런 표정에 한없이 약했다.

“알았어. 말은 꺼내 보지.”

‘닥치라는 말을 안 들으면 다행이겠지만.’

레니에는 쓴웃음을 지으며 속에 있는 말을 삼켰다.

“아! 레니에, 녹턴에 머무르고 있는 상단한테서 보신용 약재를 구하려 하는데… 괜찮겠어요?”

에드가에게도 개인 자금은 있으나 그는 자그마한 것을 살 때도 레니에의 허락 아닌 허락을 구하곤 했다. 레니에는 에드가가 작은 것도 자신과 공유할 때마다 그가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일어나서 에드가의 볼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었다.

“당연하지. 그대가 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거니.”

레니에의 닭살 멘트에 에드가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레니에는 가끔씩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말을 하는데, 그게 싫지는 않았다. 세르비아의 냉철한 재상께서 자신에게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았다. 에드가가 살포시 웃으며 방을 나섰다.

레니에는 에드가가 나간 끝을 바라보았다. 그의 향기가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듯했다.

이렇게 에드가의 향기와 목소리, 웃음이 느껴질 때면 그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지난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레니에는 에드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동성연애자가 아니었다. 여자들을 좋아했고 또 여자들과 관계도 즐겼다.

그러나 한 번도 여자를 사랑한 적은 없었다. 여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적도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맞는 여성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 생각이 틀렸음을, 에드가를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는 이상하게도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바로 베르톨트였다. 그는 자신보다 더 지독히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면서 사는 친구였다. 황제라는 위치 때문이기도 했지만 천성이 워낙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한 그를 보며 그나마 위안을 얻으려고 그의 곁에서 시간을 보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무심히 흘러가는 삶이었다. 큰 자극도 없었고 큰 즐거움이나 고통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앞에 에드가가 나타났다.

너무 예쁜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워낙 굉장한 미인들을 많이 봐 왔던 터라 무시했었다, 그 살랑거리는 마음을. 그러다가 나중에는 점점 커진 마음이 짓누르는 무게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었다.

에드가에게 닿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너무나 놀랐었다. 자신이 잠시 미친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간절했고 확실했다.

가슴이 에이는 듯한 아픔도, 안타까움도, 허기짐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이 때문에 심장이 죄어들고 뻐근해지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에드가는 그렇게 레니에에게 사랑을 알게 해 주고 떠났다.

에드가를 떠나보낸 뒤에도 레니에는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더욱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만난 에드가를 보고 결심했다. 죽을 때까지 지켜 주고 아껴 주겠노라고.

에드가 대신 검에 베이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을 보며 한없이 울고 있는 그를 보았다. 에드가가 말하지 않아도 그 울음소리만으로, 그 눈빛만으로 그도 자신과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매일 아침 그와 함께 눈을 뜨고 매일 밤 그와 닿는다. 곁에서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손을 뻗어 그를 만진다. 꿈만 같아 불안해지다가도 그의 시선이 닿으면 현실임을 알고 안도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서로의 마음만 확인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레니에가 관계를 원했을 때 에드가는 주저했었다. 둘 다 남자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공부가 필요했다. 그리고 시행착오가 있었다.

처음으로 그를 안은 날, 한순간도 잊지 못한다. 주저하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안달이 났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차고 넘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었다.

에드가는 그 밤 종일 눈을 맞추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랑해요, 레니에.”

그 상냥하면서도 애틋한 말에 레니에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다. 어떤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기쁨이었고 충만함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아찔했고 모든 감각이 춤을 추었다.

원하고 원하는 것을 가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너무 귀하고 소중해서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온전히 두 사람밖에 없었고 서로의 존재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 맞닿은 체온 속에서 평화와 안식을 얻었고 드디어 서로의 우주가 되었다.

충만함으로 가득 찬 그 밤은 그들에게 순간이고 또한 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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