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장. 약혼, 그리고 첫날밤
황제가 귀족들에게 보낸 서신에는 약혼식이 일주일 후에 열린다고 쓰여 있었지만 실제 약혼식 날은 그날이 아니었다.
참석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기어코 장소를 알아내 참석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베르톨트는 그러한 귀족들을 피해 하루 전 스트라우스 후작가의 저택에서 약혼식을 올릴 것을 제안했다. 모두들 탁월한 방법이라며 수긍했고, 그 결과 지금 이렇게 모여 있었다.
약혼식 규모는 매우 작았다. 참석한 사람이라고는 황제와 아델라이드를 제외하고 레니에, 프리트홀트, 휴고, 소니아, 그리고 황궁의 최고 시종장 올란도와 최고 시녀장 안나가 전부였다. 이렇듯 모인 사람은 적었지만 갖출 것은 모두 갖춘 채 식이 진행되었다.
베르톨트는 여느 때와 달리 세련된 검은 턱시도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숨 막힐 정도로 관능적이었다.
어떻게 해서도 가려지지 않는 그의 탄탄한 몸매가 오늘따라 더 단단해 보였고 이마 위로 몇 가닥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자연스러우면서 야성적인 매력을 더해 줬다.
홀에 들어서자마자 아델라이드의 눈에 그런 그의 모습이 꽉 들어찼다. 오늘 아침부터 두근거렸던 그녀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이 쿵쿵거리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오늘 그와 첫날밤을 치른다는 생각에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이제는 숨까지 가빠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었다. 아델라이드는 주저앉고 싶은 것을 참고 억지로 움직여서 융단이 깔린 계단을 내려왔다.
약혼식 진행은 레니에가 했고, 증인은 휴고와 소니아였다. 약혼 증서를 각각 한 장씩 나누어 가진 후, 아델라이드의 손가락에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끼워졌다.
반지가 끼워질 때 아델라이드는 놀라서 눈만 깜빡였다. 그 모습을 본 베르톨트는 나직이 웃으며 반지 낀 약지를 들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
“신경 써서 골랐어.”
“고마워요. 너무… 아름다워요.”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광채가 심상치 않았다. 아델라이드는 후에 이 반지의 경매 낙찰가를 알고는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다.
다 같이 식사를 하고 나서 약혼식이 끝났다. 이제 두 사람이 황궁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사가를 떠나야 할 아델라이드를 위해 베르톨트는 프리트홀트, 소니아와 작별의 시간을 가지라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소니아….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
“저도 따라가고 싶은데…”
아델라이드는 소니아를 살포시 안으며 미소 지었다. 이제 소니아는 자신의 시녀가 아닌, 프리트홀트를 후견인으로 둔 평범한 평민으로 살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이제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우린 다시 친구 하고….”
소니아도 아델라이드도 서로의 촉촉한 눈을 들여다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놀러 올게. 그리고 너도 황궁으로 놀러 와. 알았지?”
기어코 눈물을 툭 떨구고 고개를 끄덕인 소니아는 옆에 서 있던 프리트홀트에게로 아델라이드의 손을 옮기고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델라이드의 팔을 프리트홀트가 살며시 잡았다.
“소니아는 걱정 말거라. 부족함 없이 지낼 거야.”
“네, 걱정하지 않아요. 얼마나 잘 대해 주실지 알아요. 다만 친구가 빨리 생겼으면 해요. …외롭지 않게.”
프리트홀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도 외롭단다.”
깜짝 놀란 아델라이드가 후작을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고 미안한 감정이 파도처럼 들이닥쳤다.
“아버지….”
아델라이드는 바젤에서 돌아오고부터는 후작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그간 매일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보며 아버지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니 프리트홀트는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이렇게 일찍 보낼 줄 알았다면 더욱 잘해 줄 것을….”
“무슨 말씀이세요. 이보다 더 잘해 주실 수는 없어요.”
촉촉해진 눈이 살풋이 웃었다.
“거처만 황궁으로 변한 것이지, 내가 너의 아버지라는 것은 변함없으니 힘들면 언제나 얘기하렴.”
“네, 제가 약혼해도 외무대신의 비서관이라는 것은 변함없으니 매일 뵐 거예요.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래, 그렇지.”
그래도 쓸쓸하고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프리트홀트는 가슴 한쪽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휑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 폐하가 서운케 하거나 힘들게 하면… 주저 말고 돌아와라. 언제라도 환영하니깐.”
아쉬운 마음을 누를 길이 없어 그녀는 아버지를 와락 껴안았다.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제가… 무슨 복이 있어서 후작님을 아버지로 두었을까요?”
“그건 내가 할 소리 아니냐. 내가 무슨 복이 있어 너를 딸로 두었을까?”
프리트홀트가 후후 웃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 * *
마차가 황실을 향해 출발했지만 한참 동안 아델라이드는 스트라우스가의 저택을 뒤돌아보았다. 그러다가 베르톨트의 묵직한 저음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젠 나 좀 봐 줘.”
고개를 돌리니 그의 눈동자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델라이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나머지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베르톨트의 집요한 눈길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폐, 폐하….”
짙은 한숨과 같은 대답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베르톨트는 그녀의 두 손을 꼬옥 쥐었다. 약지에 낀 약혼반지가 반짝였다.
“드디어 우리 둘만 되었군.”
약혼식, 그리고 식사 시간 내내 둘은 그 흔한 입맞춤 한 번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면 손이라도 잡아 서로의 온기를 잠깐이나마 느꼈을 테지만 몇 안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인공이 되어 버린 탓이었다.
두 사람은 사람들의 가깝고도 친밀한 시선과 대화를 받아 내느라 여유가 없었다. 베르톨트가 간혹 뜨겁고 갈급한 눈빛을 보내 왔지만 그저 시선을 피하거나 얼굴을 붉히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의 목구멍에서 그릉 하며 올라오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델라이드는 몸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이 팽팽한 긴장감 때문에 어디론가 숨어 버리고만 싶었다. 그녀는 적당히 할 말을 찾느라 눈을 내리깐 채 눈동자만 또르륵 굴렸다.
“아델.”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파드득 시선을 들어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흘러내린 앞머리, 은근한 눈빛, 꼬리가 살짝 올라간 섹시하고도 멋들어진 입술이 오롯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심장이 너무 뛰어 제발 진정하게 해 달라고 기도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아, 심장아, 나대지 좀 마.’
잡아먹히기 직전의 초식동물처럼 아델라이드는 떨고 있었다. 그것을 알았는지 베르톨트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아델라이드의 입술 위에 머물렀다. 살살 달래고 어르듯 뜨거운 숨결과 함께 그녀의 아랫입술을 물고 핥았다. 윗입술의 가장 통통한 부위를 살짝 물면서 장난을 치더니 어느 순간 입술 사이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럽게 그의 혀가 들어왔다.
“흐응.”
아델라이드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그의 단단한 어깨를 부여잡았다. 안으로 들어온 혀가 그녀의 입 안 곳곳을 맛보다가 어쩔 줄 몰라 방황하는 혀를 그러안았다.
어깨를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베르톨트가 가느다란 허리를 들어 자신의 허벅다리 위로 그녀를 앉혔다. 아델라이드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을 끌어안게 되었고 커다란 손이 아델라이드의 동그란 뒤통수를 잡았다.
자세는 훨씬 편해졌으나 조금의 여유 공간도 없이 상체가 밀착되어,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그의 근육들이 온전히 느껴졌다.
뜨거운 열기에 그가 점점 이성을 잃어 갔다. 부드럽게 입 안을 휘젓던 혀가 갈급하게 그녀의 혀를 물고 빨아 댔다.
베르톨트는 잡은 아델라이드의 머리를 자신 쪽으로 당겨 왔다. 입술을 맞닿은 채 얼굴의 각도를 더욱 틀어 가장 안쪽의 점막을 깊숙이 자극했다.
다시 혀를 물고는 강하게 빨자 아델라이드가 흐느끼듯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야릇한 소리는 그대로 그의 입 안으로 삼켜졌다.
서로의 타액이 섞이고 질척해진 혀와 혀가 얽히고설켜 점점 더 야한 소리가 났다. 베르톨트의 한쪽 손이 가느다란 허리를 쓰다듬다가 통통한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윽…!”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아델라이드는 뜨거운 열감을 이기지 못하고 숨과 함께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베르톨트의 입술이 그녀의 귓불을 지나 하얗고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내려갔다. 애처롭게 뛰고 있는 맥박 근처를 길게, 그리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아델라이드의 허리가 가볍게 떨리며 그의 팔에 손톱을 세웠다. 그녀의 반응이 마음에 드는지 그의 목 깊은 곳에서 낮게 웃는 소리가 올라왔다.
“그대, 이곳이 약하군.”
그의 입술이 타액으로 젖어 반들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다시 베어 물었다.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는 손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었다.
질척하면서도 집요한 혀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든데 허리와 엉덩이를 오가는 손길 때문에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를 제어하기 위해 힘줄이 도드라진 그의 팔뚝을 잡았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드레스 위 그녀의 가슴께에서 지분거렸다. 그가 그곳을 핥다가 옷째로 정점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흐흣, 폐하!”
아델라이드는 발가락이 온통 곱아 드는 느낌이었다. 순간 아랫배를 지나는 이상한 전율 때문에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 마차가 멈추었고 황궁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베르톨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붉게 상기된 뺨과 반들거리고 부풀어 오른 붉은 입술, 목부터 가슴까지 새겨진 붉은 자국. 밭은 숨을 내뱉고 있는 그녀는 그야말로 먹음직스러웠다.
그가 빙긋이 웃고는 그녀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매만져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재킷을 벗어 어깨에 둘러 주었다.
마차 밖에는 시종장과 시녀장을 비롯한 많은 시종들이 두 줄로 기립해 있었다. 베르톨트는 마차 문을 열고 내린 후 아델라이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리자 시종들이 허리 숙여 예를 갖추었다.
베르톨트가 아델라이드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도착한 직후에는 차분하게 걷는 듯하다가 곧 모든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새롭게 단장한 두 사람의 침실로 가까워지자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그녀를 잡은 손은 점점 더 강한 힘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기에 아델라이드는 시종들 보기가 민망하였다.
베르톨트는 침실 문을 거칠게 열고 아델라이드를 먼저 밀어 넣었다. 문이 쾅 소리와 함께 닫혔다.
유능한 시종장 올란도는 황제의 다급한 몸짓만 보고 모든 상황을 짐작했다. 그는 모든 시종을 물리고 호위 기사 둘만 침실에서 멀찍이 세워 두었다.
벽으로 밀쳐진 아델라이드는 자신의 심장이 거칠게 뜀박질하는 것을 느꼈다. 벽과 그의 팔 안에 갇힌 몸이 곧 무너질 것만 같았다.
베르톨트의 입술이 다시금 덮쳐 오고 혀와 혀가 엉겼다. 끈적하면서도 격렬한 키스가, 그렇지 않아도 날 선 감각들에 일제히 불을 붙였다. 어떻게 키스만으로 이런 기분을 이끌어 내는 걸까.
그녀는 너무나도 몰랐고, 황제는 너무나도 키스를 잘했다.
입맞춤 소리와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귓불에서 잠시 머물던 혀가 그녀의 귓바퀴를 훑으며 아래로 내려왔다. 그 질척한 소리에 그녀는 더운 숨을 토해 냈다.
“폐하. 우, 우선 씻, 씻고서….”
잔뜩 쉬어 버린 목소리로, 그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여기서 멈추면 미쳐 버릴 거야.”
베르톨트는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침실 안은 미리 켜 둔 촛불 덕분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침대로 성큼성큼 걸어간 그가 아델라이드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다급한 손길로 베스트를 벗고 나비넥타이를 풀어 던져 버렸다. 연이어 드레스셔츠의 단추도 풀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아델라이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델라이드는 상체를 조금 일으킨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떡 벌어진 어깨와 역삼각형 모양의 상체, 목부터 바지 단추를 풀어 놓은 그곳까지 빼곡하게 이어져 있는 탄탄한 근육들이 환상적이었다. 순간 저 몸을 한번 만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바르작거렸다.
베르톨트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턱을 들어 올려 이마부터 콧잔등, 입술까지 가볍게 키스했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깜빡이며 그의 입술을 간질였다.
그가 손을 그녀의 등 뒤로 가져가 드레스의 지퍼를 내렸다. 그러자 그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우유처럼 새하얀 몸이 드러났다.
옷을 입었을 때는 그리 커 보이지 않던 가슴이 풍만하면서도 그 모양이 너무도 예뻤다.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깜짝 놀란 아델라이드가 흘러내린 옷자락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아. 가리지 마. 너무나 아름다워.”
아델라이드 위로 몸을 겹치면서 그녀의 목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의 체향이 훅 하고 코에 들어왔다.
그의 입술이 가슴골을 지나 둥그런 모양의 가슴을 핥았다. 아델라이드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새어 나오는 신음을 막으려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는 양쪽 가슴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말아 쥐었다가 그 가운데에 있는 선분홍색 정점을 입 안에 넣었다.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졌다.
핥았다가, 살짝 물었다가, 빨아 당기다가 입 안에 넣고 살살 굴리자 정점이 점점 단단해져 갔다. 처음 느끼는 이 생경한 감각에 아델라이드의 입에서는 흐느끼는지 신음하는지 모를 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차 안에서부터 빙글빙글 돌던 머릿속이 잠깐씩 암전되었다가 다시 불이 들어왔다. 온몸의 세포들이 날뛰고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를 저릿저릿한 느낌들이 허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었다.
베르톨트의 입술이 그녀의 가슴에 한참이나 머물더니 아래로 내려가 배꼽 부근을 희롱했다. 그의 두 손이 활처럼 휜 허리를 두어 번 쓸어내리다 허리에 걸쳐 있는 드레스를 잡아 내렸다.
“허리 들어.”
목구멍을 긁고 나오는 듯한 묵직한 음성은 마치 화가 나 있는 듯했다. 아델라이드는 홀린 듯 허리를 들었다.
그의 다급한 손이 드레스를 벗겨서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흰색 가터벨트와 하얀 속옷, 하얀 레이스 스타킹을 입은 늘씬한 하체가 드러났다.
뜨거운 열기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가느다란 목, 가냘픈 몸에 비해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탄력적인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아델라이드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너무나 섹시해서 베르톨트는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하아! 미치겠네.”
“폐, 폐하….”
자신을 내려다보는 뜨거운 눈빛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아델라이드는 가만히 그를 불러 보았다. 그의 눈 속에 욕망의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바지를 벗었다. 이어서 검은색 실크 속옷까지 다급하게 내렸다.
아델라이드는 다른 곳을 보려 했지만 그대로 굳어 버린 채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내릴 때 퉁 하고 튀어 오른 그것을 보고, 그녀의 눈이 놀라움으로 휘둥그레졌다.
지금까지 본 남자의 몸은 그 거지 같은 수에비 국왕의 것뿐이었다. 너무나 끔찍해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았기에 남자의 그것에 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간혹 자신의 몸에 닿아 오는 베르톨트의 것이 우람하게 느껴져서 건강한 남자들은 남다르구나, 하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크기도 크기지만 무척 단단해 보였다.
‘저, 저런 게 들어간다고?’
정말 의아했다. 믿기지 않았다. 아델라이드는 닥쳐 올 미지의 것이 생경하여 본능적으로 몸을 슬금슬금 뒤로 물렸다.
그런 아델라이드를 본 베르톨트가 순식간에 그녀의 위를 덮었다.
“어딜 가려고.”
그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가 가터벨트를 끊고 스타킹을 벗겼다. 여유롭지만 다급했다.
이내 그녀가 걸친 모든 것을 벗겨 버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부끄러워 아델라이드는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강하지만 부드럽게 잡아 제지했다.
그의 입술이 허리에 와 닿더니 아랫배로 이동했다. 입술이 지나는 부위마다 붉은 자국이 남았다. 아델라이드는 어쩔 줄 몰라 두 손으로 엄한 침대 시트만 부여잡았다.
상체를 일으킨 그가 그녀의 가는 두 발목을 잡아 입 맞추더니 점점 무릎께로 이동했다. 작은 불꽃들이 그녀의 발목에서 터지면서 올라왔다. 그녀의 무릎을 할짝거리던 그가 조심스럽게 무릎을 잡아 벌렸다.
아델라이드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끄응 하며 앓는 소리가 나오고 이 긴장감을 이길 수 없어 질끈 두 눈을 감아 버렸다. 그가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샅샅이 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얼굴을 가리려 두 손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의 손이 그녀를 막았다.
“안 돼. 가리지 마.”
어쩌란 말인지. 이렇게 부끄러운데 얼굴도 가리지 말고 눈도 감지 말라니. 부끄러움과 긴장이 한데 섞여서 눈물이 차올랐다.
“하아, 아델….”
그의 짙은 숨이 내뱉어지고 무릎 안쪽부터 다시 키스가 이어졌다. 그가 얼굴을 내려 그녀의 예민한 허벅지 안쪽을 핥고 입 맞추자 그녀의 허리가 다시 휘어지며 신음이 나왔다.
“흐응….”
도대체 이런 감각은 뭐란 말인가. 자꾸만 몸이 찌르르 울리고 손발이 떨려 왔다. 암전되었다가 불이 들어오길 반복하던 머릿속이 급기야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 말라고 그의 머리를 잡으려고 했으나, 결국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들어가는 결과만 가져왔다.
“베, 베르. 흣!”
다리 안쪽 깊숙한 그곳, 그녀의 은밀한 밀지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너무나 놀라 몸이 튀어 올랐다. 그러나 곧 강인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꾹 누르고 혀로 길게 핥아 올렸다.
“제발, 거, 거기… 그러지 말아요. 더, 더럽단… 말…. 흑.”
아델라이드는 거의 울면서 말했다. 그의 혀가 은밀한 그곳을 뒤덮은 살덩이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왔다.
“하으읏. 그만! 안 돼! 흣!”
두터운 혀가 콩알 같은 클리토리스를 둥글게 굴리자 아델라이드가 숨을 헉하고 내뱉으며 허리를 저도 모르게 튕기듯 올렸다.
베르톨트는 예민한 그녀의 반응에 공알을 조금 더 자극했다. 둥글게 굴리다가 강하게 꾹 눌렀다가 아래에서 위로 빨아올렸다. 그녀의 허리가 들썩이며 하얀 허벅지가 바들거렸다.
“아아….”
아델라이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너무도 부끄러워 소리를 안 내려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았다.
베르톨트가 은밀한 그녀의 밀지로 내려와 혀를 뾰족하게 말고는 깊이 내부로 들어왔다. 그의 타액으로 촉촉이 젖은 내부는 그의 혀를 저항 없이 맞았다.
안에 들어온 혀가 크게 한 번 휘젓더니 내벽을 살살 긁어 대며 더욱 깊이 들어왔다. 혀가 움직일 때마다 안쪽 어디에선가 애액이 흘러나왔다. 아델라이드는 간지러우면서도 저릿저릿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고 밭은 숨만 내쉬었다.
“하아…, 아앗.”
길고 두터운 혀가 드디어 돌기가 나 있는 어느 한 지점을 찾아내었다. 그곳을 지그시 눌렀다가 앞뒤로 움직여 마찰을 만들어 냈다.
“하읏! 앗! 아앙!”
갑자기 신음이 크게 터져 나왔다. 아델라이드는 허리가 비틀어지며 몸이 덜덜 떨려 왔다.
베르톨트는 멈추지 않고 클리토리스를 비비다가 다시 그녀의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와 예민한 그 부분을 강하게 비비며 마찰하기를 반복했다.
‘미쳤어. 이게 뭐지? 죽을 것 같아.’
오줌을 누고 싶은 느낌이 찾아옴과 동시에 몸이 붕 들리더니, 번쩍하고 번개가 쳤다. 몸 안으로 전기가 흐르는 듯 전율이 세차게 지나갔다. 그녀의 입에서 젖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악, 하아, 안…돼! 그…만! 아읏!”
맺혔던 눈물이 떨어졌다. 허리를 아무리 비틀어도 베르톨트는 놓아주지 않았다.
몇 번의 전율이 지나가고, 커다란 쾌감의 파도가 그녀를 덮쳤다.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가 까맣게 점멸되었다.
절정이었다. 그의 입으로 혼자만 느껴 버렸다. 사지가 벌벌 떨렸다.
베르톨트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추었다. 아랫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 눈꼬리에 눈물이 대롱대롱 달려 있다가 뺨으로 흘러내렸다. 뜨끈한 손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쥔 그가 눈물을 핥았다.
“정말 민감하네.”
“이, 이건… 뭐예요?”
울먹이는 그녀가,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져 몸을 동그랗게 마는 그녀가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절차 없이 당장에라도 미친 듯이 박아 대고 싶었다. 사나운 포식자의 본능이 허리 아래로 몰려 성기가 더욱더 빳빳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가는 첫 잠자리에서 상처를 받고 그대로 도망쳐 버릴지도 몰랐다. 자신의 몸이 견딜 수 없이 아파 오더라도 차근히, 부드럽게 진행해야 했다.
“내 혀로 절정을 느낀 거야.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베르톨트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세게 두방망이질을 하는 게 심장이 아파 왔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그대… 이게 안으로 들어갈 거야. 처음은 아플지도 몰라. 그러면 내 목을 안아.”
처음이라는 말에 아델라이드가 멈칫했다.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자그맣게 말했다.
“처, 처음 아니에요….”
베르톨트의 허스키한 웃음소리가 낮게 울렸다.
“알아. 내 말은… 나와 처음이란 거야. 그리고… 그대는… 첫 경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아.”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성기로 이끌었다. 아델라이드는 머뭇머뭇하면서 잔뜩 성이 나 이제는 작은 눈물까지 뚝뚝 흘리는 것을 한 손으로 쥐었다. 너무 커서 한 손으로 다 잡아지지 않는 그것을 아주 신기하다는 것이 쳐다보며 뿌리부터 귀두까지 천천히 쓸어 올렸다.
베르톨트가 눈썹을 찡그리며 더운 숨을 내뱉었다.
“아델… 그렇게 하지 마. 조금만 자극이 와도…. 큽!”
그녀는 그가 말하는 도중에도 살며시 쓸다가 쿠퍼액이 매달린 끝을 꾸욱 눌렀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채 그녀의 귀 옆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아우성이야. 이게… 들어갈 거라고. 배려하면서 하겠다고 장담 못 해.”
“괜…찮아요. 배려하지 않아도 돼요.”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자신을 보며 아플 정도로 흥분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잘난 이 남자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자신도 너무 흥분해서 주체하지 못했다. 그가 어떻게든 빨리 해 주었으면 했다.
베르톨트는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 곧바로 그 끝에 자리했다.
그가 서서히 몸을 밀어 넣었다. 둔탁하면서도 단단한 거대한 페니스가 그녀의 안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베르톨트는 그녀의 길이 너무 좁아 힘들었지만, 그녀가 아파할까 봐 표정을 살피느라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주 느릿하게 움직이던 그가 잠시 멈추었다.
아델라이드는 버거웠다. 강제로 열리는 느낌에 어쩔 수 없이 고통이 찾아들었다.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처음도 아닌데, 방금 전 느낀 절정으로 그곳이 번들거리는데도 그의 것을 받아들이기가 버거웠다. 부드럽고 비좁은 속이 그를 꽉 물고 놔주지를 않았다.
베르톨트의 미간이 일그러지며 더운 숨을 토해 냈다. 고작 입구만 들어왔는데도 사정할 것만 같았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좋았다. 경험은 적지만 이런 아찔하고 아득한 느낌이 흔하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후욱. 너무… 조여….”
저절로 주어진 힘이었다. 아델라이드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둥을 빨아들이며 그녀의 내벽이 요동을 쳤다. 그녀가 눈물 젖은 눈으로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 곳곳에 입 맞추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바짝 꼿꼿해진 유두를 물고 혀를 살살 굴렸다.
아래는 꿰뚫리고 있고, 가슴은 혀가 물었다가 잡아당겼다가 하고 있다. 아래와 위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감촉에 그녀가 젖은 신음을 연신 뱉어 냈다. 조금씩 아래가 풀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베르톨트는 그대로 한 번에 밀어 넣었다.
“하악!”
놀란 아델라이드는 단단한 그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베르톨트가 다시 몸을 뒤로 물렸다. 그의 것을 따라 그녀의 속살이 파르르 딸려 나왔다. 다음 순간, 그는 다시 한 번 끝까지 밀어붙였다.
“큭!”
“흐으읏!”
신음이 동시에 났다.
“미친…!”
베르톨트는 낮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정말 미치게 좋았다. 좋을 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이렇게 강렬할 줄은 몰랐다.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몽롱한 그녀의 눈을 집요하게 좇으며 다시 한 번 강하게 쳐올렸다.
“하아앗! 베르!”
짧은 신음과 함께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처음에 몸을 가르던 고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젠 그가 들어올 때마다 불꽃이 일었다.
그녀의 변화를 알아챈 그가 점차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의 다리를 들어 자신의 허리에 감았다. 한층 더 세게 박아 넣어 더 깊은 곳을 찌르자 그녀가 자지러지듯이 소리를 냈다. 그녀의 뽀얀 다리가 바들바들 떨려 왔다.
“아흐윽… 아읏… 베르… 제발….”
“제발? 어떻게…? 큿! 흑! 어떻게 해 줄까?”
베르톨트가 강하게 허리 짓을 했다. 쾌감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무슨 말인지도 모를 말을 뱉고 있는 아델라이드를 한층 더 몰아붙였다.
자신의 아래에서 눈물을 머금은 채 잔뜩 빨개진 얼굴로 흔들리는 아델라이드를 내려다보았다. 제 것을 꽉꽉 조여 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겠지. 정말이지 미치게 야했다.
“하아! 이런… 미친.”
제 것이 그녀의 안이 너무 좋아 날뛰고 있었다. 베르톨트는 더 빠르고 강하게 박아 댔다. 그의 빠른 허리 짓에 이젠 애액이 넘쳐흘러 살이 부딪힐 때마다 침실 안에 찌걱거리는 야한 소리가 났다.
찌걱찌걱.
퍽퍽.
침실 안은 남녀가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는 소리, 거친 숨소리로만 가득했다.
그의 하체가 점점 격렬하고도 빠르게 움직였다. 벌게지고 몽롱해져 가는 아델라이드의 눈을 욕망으로 가득한 검푸른 눈이 붙잡고 있었다. 그의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붉은 입술 사이로 신음이 끊임없이 새어 나오고 풍만한 가슴이 하염없이 흔들렸다.
“조…금만 천천히! 하읏! 흣!”
쿵쿵, 크고 단단한 그의 것이 어디를 누르고 찔러 대도 쾌감을 선사했다. 거기에다 체중까지 실려 퍽 하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면 내벽이 미친 듯이 성기를 쥐었다가 풀어 주기를 반복했다.
베르톨트는 허리부터 척추를 타고 오르는 강렬한 쾌감에 눈앞이 하얗게 점멸했다 밝아지를 반복했다.
섹스가 이렇게 좋은 것이었던가. 이렇게, 죽을 만큼.
“진작에, 진작에 안았어야 했…는데. 큿!”
그 순간, 너무 큰 쾌감이 그녀의 몸을 가로질렀다. 허벅지가 달달 떨려 왔다. 이성적으로는 제어가 되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흐아앙!”
그녀의 입에서 쉴 새 없이 비명이 터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길이 몇 번이고 지나갔다. 몸이 녹아 없어지고 있었다.
눈에 초점을 잃은 아델라이드는 그가 이끄는 쾌락에 속절없이 끌려가고 있었다. 허기진 남자의 움직임은 발정기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이제 아델라이드의 신음은 흐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베르톨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숨소리는 더욱더 거칠어졌고 눈빛은 점점 깊어졌다. 그의 이마에서 땀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움직임이 빨라지자 또다시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며 저절로 그의 성기를 꽉꽉 조였다. 미칠 듯이 오물거리는 감각 때문에 그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짐승의 소리를 내뱉었다.
“큿. 크흑!”
온몸이 저려 오더니 허리부터 불꽃이 화악 일었다. 그가 페니스를 그녀의 안에서 한 번 크게 휘젓다가 강하게 쳐올렸다.
“하악! 앙… 으앙!”
거센 허리 짓에 아델라이드가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절로 터진 울음이었다.
“후앙…! 아, 흐앙!”
“아델! 크헉!”
너무나 격렬한 쾌감에 이러다 어떻게 될까 싶어 겁이 날 정도였다. 그녀의 밀지에서는 애액이 벌컥벌컥 쏟아지다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아델라이드는 그의 가슴을 손으로 밀며 크게 도리질을 쳤다. 그러나 베르톨트는 그녀의 다리를 어깨에 걸고 더 깊고 빠르게 안을 파고들었다.
“아윽! 흣!”
그녀는 몸과 정신이 온통 열락에 젖어 울고 있었다. 그의 성기가 들락거릴 때마다 불꽃이 터졌다.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와 그대로 내장까지 휘젓는 것만 같았다. 그가 주는 감각과 쾌감에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베르톨트는 격렬한 허리 짓을 쉬지 않은 채 조금의 틈도 없이 그녀를 가슴에 안았다. 그녀는 거의 반으로 접혀 그에게 박히고 있었다.
그가 결승선에 다다른 듯 마지막 스퍼트를 내었다. 짐승과도 같은 야생의 헐떡거림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아델라이드의 몸이 비명과 함께 강하게 휘더니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의 내벽이 미친 듯이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쭈우욱 그의 것을 조여 들었다.
“아… 아델…!”
그가 커다랗고 긴 비명과 같은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의 깊은 곳 내벽을 강하게 때리며 길게 파정했다. 그 순간에도 쉬지 않고 허리 짓 하던 그가 이내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아, 하아.”
멈추려 노력해도 아델라이드는 몸의 떨림이 가라앉지 않았다. 모자란 숨을 입으로 들이마시며 속절없이 가라앉고 있었고, 그러면서 아직도 자신의 안에서 잘게 움직이고 있는 성기를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베르톨트가 아델라이드의 입에 깊고 진한 키스를 했다.
지친 아델라이드가 무거워진 눈꺼풀을 서서히 내리며 막 잠에 빠지려 할 때, 등에 단단한 가슴이 와 닿았다. 느른한 목소리가 말했다.
“아직 잠들면 안 돼. 지금부터 시작이야.”
커다란 손이 그녀의 얼굴을 잡고 돌렸다. 곧바로 축축하고 물컹한 혀가 들어왔다.
긴 밤의 시작이었다.
베르톨트는 밤새도록 그녀를 끝의 끝까지 몰아붙였다. 기진맥진하여 눈을 감으려고 하면 뜨끈한 손길이 어김없이 그녀의 약한 부위를 자극하여 잠을 깨웠다.
“흣. 그, 그만.”
몇 번째였을까, 자신의 몸을 감아 오는 그의 손과 혀에 저절로 몸이 비틀리며 소리가 났다. 어느 틈에 살아난 건지 모를 그의 흉흉한 것이 그녀의 엉덩이 골에 닿아 슬쩍슬쩍 치대며 스스로의 존재를 알리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아직도 신음 낼 기운이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너무 느껴서 정신은 아득한데 감각은 살아 있나 보다.
베르톨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그녀를 살살 어르고 달래서 기어이 한 번 더 안았다.
“으응….”
그 마지막 이후로 정신없이 잠들었던 아델라이드는 사락사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청량한 비누 냄새가 훅 풍기는 동시에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왔다. 자신을 단단하게 보듬은 묵직한 중량감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든 찰나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좀 더 자. 난 오전에 처리할 일이 있어 나가 봐야 해.”
그의 손이 허리를 지분거리다가 가슴께로 올라왔다. 입술은 그녀의 코끝에 살며시 내려앉았다.
“정말 가기 싫군.”
이러다가 그가 또 덤벼들까 봐 덜컥 겁이 난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의 가슴께를 손으로 밀었다. 밀었다고는 해도 힘이 없어 밀리지도 않았지만, 베르톨트는 그 의미를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알았어. 다녀오지.”
그가 다시 한 번 입 맞추고는 몸을 떼었다.
순간 아델라이드는 한기가 들었지만 이내 앓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이불 안으로 웅크렸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눈을 감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 *
집무실에 들어선 베르톨트는 시종장 올란도에게서 귀족들 몇몇이 아침부터 황궁을 다녀갔다는 보고를 받았다. 오늘이 약혼식 날인 줄 알고 허탕을 친 귀족들이 약혼자가 누구냐고 묻기에, 올란도는 시종들도 아직 모른다고 전했다고 했다.
베르톨트는 그 말을 여우 같은 귀족 놈들이 곧이곧대로 듣겠냐며 피식 웃었다. 올란도도 희미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라고 믿으라고 그랬겠습니까.”
그저 적당히 둘러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베르톨트는 능구렁이 같은 올란도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칭찬과 신뢰가 깃들어 있었다.
베르톨트가 집무실에서 일을 하는 내내 몇몇 대신들이 뵙기를 청했으나 그는 바쁘다는 핑계로 다른 날 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엄밀히 따져 보면 핑계는 아니었다. 베르톨트는 정말 집중해서 일을 해야 했다. 되도록 빨리 아델라이드 곁으로 돌아가려면 최단기간에 업무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귀족들의 호기심을 받아 주는 하잘것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아델라이드는 기절하기라도 한 듯 잠들어 있다가 무언가 바스락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지난밤의 격렬한 흔적을 보여 주듯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침구를 정리하는 소리였다.
시녀들은 자신들이 잠을 깨웠다는 것을 알고 놀란 나머지 더 주무시라는 말만 남기고는 재빨리 나가 버렸다. 아델라이드는 그 행동거지를 보고는 황제가 시중인들에게 자신을 깨우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음을 눈치챘다.
상체를 한번 일으켜 봤는데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 댔다.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는 한참 동안 숨을 골랐다.
몸은 이대로 더 누워 있으라고 말했지만 이성은 일어나야 한다고 어르고 있었다.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어 시중인들 눈치가 보였던 그녀는 몸이 말하는 것을 고스란히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불을 젖히고 자신의 알몸을 내려다보았다. 구석구석 베르톨트가 만들어 놓은 붉은 자국들이 가득했다. 목은 보이지 않았지만 보지 않아도 뻔했다.
갑자기 새벽까지 그녀의 귓가에 들리던 그의 거친 목소리와 열띤 신음이 생각났다. 순간 열기가 확 올랐다. 아랫배가 저릿했다.
그와의 밤을 머릿속에서 떨쳐 내려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침실 옆에 붙어 있는 목욕탕으로 기어가듯 걸어 들어갔다. 아까 들어온 시녀들이 향유를 떨어뜨려 놓은 듯 탕 안에는 향긋한 꽃 내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탕에 몸을 담그자마자 근육들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입에서 저절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탕에서 나왔다. 가운을 걸치고 침실로 나오니 기다렸다는 듯 아까 전의 시녀 둘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시녀들은 아델라이드의 가운을 벗기고 옷을 입히는 동안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착착 움직였다.
야무진 손길로 시녀들이 모든 치장을 다 끝낸 후, 아델라이드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화장 때문인지 아니면 간밤의 여파 때문인지 어쩐지 평소와 달라 보였다.
“너무 아름다우세요.”
시녀 한 명이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말한 건지 뱉어 놓고는 입을 가렸다. 나이가 꽤 어려 보이는 그녀가 귀여워 아델라이드는 절로 미소가 나왔다.
“괜찮아요. 이름이 뭐죠?”
목소리가 이상했다. 어젯밤에 하도 울어 대서 소리도 작고 잔뜩 쉬어 있었다.
“하대하십시오. 지근 시녀 윤이라고 합니다.”
“지근 시녀 마리안입니다.”
윤은 스무 살이고, 마리안은 스물한 살이었다. 마리안은 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였지만 윤은 매우 어려 보였는데 의외로 성년을 넘긴 나이라 조금 놀랐다. 아델라이드는 두 사람에게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하고 침실을 나섰다.
누워 있고 싶었지만 첫날부터 침실에서 나오지 않으면 뭐라고들 말할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납덩이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온몸의 뼈들이 삐걱대었고 허리가 욱신욱신 쑤셔 왔다.
‘하아… 정도껏 하지.’
후회가 밀려왔으나 그 거친 몸짓에 그만큼 화답한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이었기에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복도를 걷는 그녀의 뒤를 호위 기사 두 명과 윤, 마리안이 따랐다.
황실의 일원이 된 이상 으레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앞으로 어디를 가든 이 네 명이 뒤따를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를 느꼈다.
앞으로 살아야 할 곳을 눈에 익히던 중, 아델라이드는 한 무리의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베르톨트를 보았다. 베르톨트를 둘러싼 그들은 황실 기사들과 레니에였다.
단정히 머리를 넘기고 짙은 남색 셔츠를 입은 그는 멀리서도 눈에 쏙 들어왔다.
‘정말 잘생겼네.’
그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이 생각부터 들었다.
그를 잠시 바라보던 아델라이드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갈지, 아니면 인사를 해야 할지 몰라 잠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때, 베르톨트와 무리들이 아델라이드 쪽을 쳐다보았다.
그의 검푸른 눈이 그녀를 향하는 순간 그가 은근하게 웃는 것이 멀리서도 느껴졌다. 그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델라이드는 갑자기 얼굴이 확 붉어졌다. 걸어오는 모습만 봤을 뿐인데, 새벽녘 자신을 안고 끝도 없이 몰아붙이던 거친 숨결과 목소리가 떠올랐다.
‘어, 어쩌지?’
결국 그녀는 몸을 휙 돌려 베르톨트가 오고 있는 쪽이 아닌 반대쪽을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다다다닥, 뛰듯이 걷는 자신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의 발소리가 들렸다.
도망치듯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 우스웠지만 지금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은밀한 시간을 함께 보낸 그를 이렇게 훤한 대낮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볼 자신이 없었다. 얼굴이 잔뜩 빨개지고 심장이 고장 난 듯 마구 울려 댔다.
하지만 그의 눈에 띈 이상 도망갈 구멍은 없었다.
모퉁이를 돌 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팔과 허리를 낚아챘다. 휙,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이 돌려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그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아델라이드를 뒤따르던 네 명은 보이지 않았다.
“왜 도망가는 거지?”
밭은 숨을 내쉬는 자신과 달리 베르톨트는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도, 도망이라뇨. 그냥, 생각나는 게 있어서….”
‘아, 정말…. 이 눈빛에 언젠간 몸이 타고 말 거야.’
귀까지 붉어진 그녀의 목소리가 옅게 떨려 왔다. 언제나 어디서나 이 세상에서 아델라이드만 존재하는 듯 바라보는 베르톨트의 뜨거운 눈빛 때문에 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주저주저하던 그녀는 살며시 시선을 들어 그의 검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목소리에서 묻어나던 장난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진득하니 가라앉아 약간 슬퍼 보이기까지 하는 눈동자만 있었다.
“내가 무서운 건가? 어…제 그렇게 몰아붙여서?”
목소리에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아델라이드는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럼? 이 행동은 뭐지?”
그가 손을 내려 그녀의 손을 잡고는 손가락에 입을 맞추었다. 할짝, 잠시 새빨간 혀가 나왔다가 사라졌다.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았다.
“모르겠어요. 숨이 안 쉬어져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녀의 청회색 눈동자가 물기에 젖어 촉촉했다.
“자꾸 어…젯밤이 떠올라서….”
아델라이드는 정말이지 너무 부끄러워 어딘가로 숨고만 싶었다. 고개를 떨어뜨려 그의 단단한 가슴에 이마를 콩 하고 박았다.
그가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가슴이 울렸다.
“놀랐잖아. 그대가 나를 무서워하는 줄 알고.”
그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의 체향만이 그가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숨인 것처럼, 그렇게 몇 번을 들이켜고 나서 목덜미를 깊게 빨았다.
“흐읏.”
몸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느낌에 아델라이드가 신음을 흘렸다. 베르톨트는 그녀를 벽으로 더욱 밀어붙이며 얼굴을 기울였다. 동시에 그녀의 입술이 더운 감촉에 뒤덮였다.
그의 손가락이 등을 훑고 허리로 내려왔다. 손가락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다른 손은 부풀어 오른 가슴을 그러쥐고는 그 정점을 엄지로 꾸욱 눌렀다.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꽈악 잡았다.
“사, 사람들이 봐요.”
그러나 그에게서 나오는 열기는 도무지 식을 줄을 몰랐다.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더 아래로 내려갔다. 아델라이드는 눈동자를 또르르륵 굴리며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돌연 그의 목 깊숙한 곳에서 그르렁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가 그녀를 밀어 넣은 곳은 접객실인 것 같았다. 티 테이블과 커다란 소파가 놓여 있었다. 베르톨트는 그녀를 소파에 밀어붙여 눕히고는 그녀의 위로 올라갔다.
“나도, 오전 내내 품 안에 있던 그대가 생각나서 죽을 맛이었어. 어서 빨리 일을 마치고 침대로 갈 생각밖에 없었는데….”
물컹한 살덩이가 아델라이드의 혀를 감았다가 풀었다. 입 속을 돌아다니던 그의 혀가 그녀의 목덜미로 미끄러졌다. 곧바로 그녀의 가슴께 단추 사이를 지분거리고 드러난 정점을 찾아 입 안 가득 물었다.
“하아…. 으응….”
베르톨트는 정신없이 그녀를 탐했다. 대륙 최고의 기사이니 보통 체력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지만 이렇게 절륜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꾸 도망가지 마. 그럼 더 잡고 싶잖아.”
그가 목을 긁으며 으르렁거렸다. 아델라이드는 이제 지칠 대로 지쳐서 얼굴은 소파에 묻고 엉덩이만 들려 그에게 하릴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엔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소리도 죽였지만 이젠 그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녀를 자지러지게 만드는 그의 기술 때문에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뒤에서 헐떡이는 남자를 뒤돌아보았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사랑받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돌아본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곧바로 입술을 부딪쳐 온다. 혀가 깊숙이 들어와 그녀의 입 천장을 몇 번 긁고는 서로 혀를 맞부딪히며 타액을 교환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그의 허리는 부지런히 움직였고 어느샌가 올라온 손이 흔들리는 그녀의 유방을 잡고 그 정점을 비틀었다.
“흐응…. 앗… 그, 그러지 마아….”
신체 어느 한곳도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상태에서 정점을 자극받자 찌르르 몸이 울렸다. 그 순간 내벽이 그의 성기를 쫄깃하게 조였다.
“하아… 정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큭!”
베르톨트가 상체를 일으키며 목을 한껏 뒤로 젖혔다. 그녀의 안이 너무 좋아 제 것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몸을 내려 뒤에서 그녀를 꽉 안으며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넣어 다리를 조금 더 벌리게 했다. 그러곤 페니스를 귀두 끝까지 빼었다가 있는 힘껏 꽝하고 박아 버렸다.
축 처져 있던 아델라이드의 상체가 퍼뜩 크게 튀어 올랐다. 강한 힘 때문이기도 했지만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오면서 자극점을 강하게 쓸었기 때문이었다.
“허헉!”
눈물이 나고 타액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입이 열리고는 다물어지지 않았다. 계속 귀두만 남기고 빼냈다가 몸 깊은 곳으로 강하게 박기를 여러 번, 아델라이드가 비명 같은 신음을 지르며 자지러졌다.
“제, 제발…, 헉! 하앙! 앗! 하읏! 앙! 너, 너무…. 하읏! 깊…어! 악!”
아델라이드의 시야가 불꽃처럼 터지고 격렬한 쾌감에 사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베르톨트는 멈추지 않았다. 맘 같아서는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말 씹어 먹고 싶었다.
그 지독한 정염과 소유욕이 진한 정사로 표현되었다.
몇 번의 절정을 연속으로 겪은 아델라이드는 까무룩 어두워지는 시야를 느끼며 정신을 놓았다. 접객실에서 세 번이나 안겼을 때였다.
그렇게, 아델라이드가 반 탈진 상태가 되어 손가락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그때가 되어서야 정사는 끝이 났다.
남자는 한 번 끝나고 나면 다시 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베르톨트는 끝나고 나서도 꺼지기는커녕 줄지도 않았다. 그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한 그녀를 담요로 감싸 안고는 침실로 향했다.
황제는 약혼자를 맞이하고 일주일 동안 정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침실을 나오지 않았다. 약혼자 역시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약혼자가 프리트홀트의 양녀, 아델라이드라는 것이 알려졌지만 귀족들이 이를 실제로 확인하기까지는 일주일 이상 걸렸다.
일주일 후, 외무부로 출근한 아델라이드는 눈에 확 띌 정도로 살이 빠져 있었다.
그나마 베르톨트가 특별히 명해 대륙의 온갖 보양식을 먹고 있었고 마력으로 몸의 기운을 북돋아서 이 정도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밤낮으로 지나치게 강건한 황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탓에 지쳐서 출근은커녕 침실 밖으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일주일 만에 해쓱해진 그녀를 본 프리트홀트는 낮게 욕을 뇌까렸다. 아델라이드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욕설을 듣고는 깜짝 놀라 눈만 깜빡였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외무부 앞으로 안달루스 제국의 황실 인장이 찍힌 외교 문서가 날아들었다. 정식으로 사절단을 파견하겠다는 의사가 담긴 통지서였다. 목적은 바젤의 삼림권 협상이었다.
“안달루스가 바젤의 삼림권 일부를 주장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베르톨트가 묻자 외무대신인 프리트홀트가 대답했다.
“고서에 이르기를 툴루즈와 바젤은 원래 쌍둥이 형제 신으로, 몸이 약한 동생 바젤을 형인 툴루즈가 보살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툴루즈가 죽게 되고 바젤은 형의 몫까지 살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툴루즈가 죽기 전에 바젤에게 준 것이 바로 짙푸른 녹음이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듯 툴루즈는 바젤과 인접해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나무가 없습니다. 정말 모든 나무가 바젤로 옮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요. 그래서 바젤에서 가공된 목제품이 중간 유통 단계를 거쳐 결국엔 대부분 툴루즈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산과 소비가 모두 툴루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니 삼림권의 절반을 달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황제는 헛웃음을 흘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는 듯 눈초리가 서늘해졌다. 그는 자신의 옆에 앉은 레니에를 바라보았다.
“논리가 없군요. 그렇게 고서나 야사에 의해 정사를 논할 수는 없지요. 안달루스가 이렇게 나오는 속뜻이 무엇일까요?”
레니에는 안달루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삼림권이 아니라 분명 다른 곳에 있는 것이라 확신했다.
“레니에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분명 그들에게 다른 속셈이 있을 것입니다. 사절단에 황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의심이 갑니다.”
순간 황제와 레니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녀? 알렉시아 황녀가 온다고?”
“네, 황녀가 명단에 있었습니다.”
베르톨트는 침음을 삼켰고 레니에는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눌렀다. 잠시 침묵하던 황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델라이드 주변의 경비를 강화시켜야겠어.”
지금쯤 베르톨트의 약혼 소식이 대륙 전체에 퍼졌을 것이다. 베르톨트를 향한 집착과 소유욕이 지독한 황녀다 보니 약혼 소식을 듣고 사절단에 합류했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녀의 목적이 아델라이드라면, 그리고 벨라루아든 누구를 시켜서 에드가를 인질로 잡고 있다면 그것을 빌미로 아델라이드에게 어떠한 것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황제는 자신의 생각을 레니에와 프리트홀트에게 말했다. 세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대처할 수 있도록 갖가지 경우를 가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오랫동안 논의했다.
이렇듯 셋의 행동은 같았지만 속내는 조금씩 달랐다. 베르톨트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아델라이드를 위해서였고, 레니에는 주군과 어쩌면 다시 볼지 모를 에드가를 위해서였고, 프리트홀트는 주군과 자신의 딸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잘 해결되길 바라는 것에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어서 대처 방안은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한편, 아델라이드는 휴고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안달루스 사절단으로 알렉시아 황녀가 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는 가장 먼저 벨라루아가 떠올랐다. 어쩌면 에드가 소식을 듣거나 잘하면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겨났다.
그러나 황녀만큼은 몹시도 부담스러웠다. 벨라루아를 수족처럼 부리는 것만도 무서운데 베르톨트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또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더더욱 두려웠다.
아델라이드가 사절단 명단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을 때 휴고가 나직하게 물어 왔다.
“무섭습니까?”
잠시 멍해 있던 그녀가 휴고를 바라보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글쎄요. 아니…, 사실 좀 무서워요. 황녀는 지독한 독을 쓸 정도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폐하를 갖고 싶어 했어요. 그 마음이 무서워요.”
“음…. 그리고 에드가 님을 잡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네. 저의 과거도 알고 에드가까지 붙들고 있다면, 저의 약점을 제대로 쥐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렇다면 저희도 그쪽의 약점을 하나 갖고 있어야겠군요.”
“약점이 있을까요?”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휴고는 빙그레 웃었다. 이번 일이 재미있다는 듯 그의 온몸에서 여유가 넘쳐흘렀다. 무엇이 그를 자극했는지는 몰라도 놀라운 속도로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델라이드의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