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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48화 (348/349)

제348화

348화. 차원 보상 (3)

이름 모를 초목들.

그 위로.

-까하하!

-여기야! 여기!

-바보~!

어린아이들을 연상시키는 순수한 웃음소리가 쉼 없이 흘러나온다.

그 원인인 알록달록한 광채들.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한 인형, 혹은 장난감과 같은 외형의 정령들이 곳곳을 누빈다.

낙원.

딱 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이곳의 중심.

거대하다 못해, 한눈에 다 담지 못할 정도의 나무 아래로.

“오셨군요.”

이곳과 똑 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햇살을 연상시키는 백금발에 이곳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녹안의 소유자.

“반가워요. 에르넨.”

하이엘프 에르넨이었다.

그녀는.

“후후. 많이 놀라셨죠?”

평소와 같은 따뜻한 미소를 걸치며 화답했고.

“안 놀랐다면 거짓말이겠죠.”

시문 역시 편안한 미소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내.

“그런데 심드라실의 성장치가 최대에 달했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에르넨의 뒤편에 자리한 거대한 나무.

세계수 심드라실을 힐끔하며 본론을 묻는 시문.

그에.

“아. 그게 말이죠.”

에르넨 역시 심드라실을 한번 돌아보고는.

“뭐랄까…… 너무 빨리 성장했다고 해야 할까요?”

다소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빨리 성장해요?”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네. 시문 님도 아시겠지만…….”

에르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심드라실이 다른 세계수처럼 일반적인 성장을 했던 것은 아니잖아요?”

심드라실의 뿌리에 손을 얹었다.

그 말에 무언가가 짐작이 간 것일까.

“아.”

시문의 입에선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니……. 심드라실은 씨앗조차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지.’

지난 특수 아레나였던 ‘자연의 몰락.’

처음 에르넨과 조우했던 그곳은 5용제 니드호그로 인해, 타락하고 부패하던 곳이었다.

다행히도 지금의 이 세계수, 심드라실의 씨앗을 새로 연성함으로써.

에르넨은 구해 낼 수 있었지만.

그 씨앗은 온전한 씨앗이 아닌.

“씨앗 조각이었지…….”

‘조각’의 형태였다.

다행히도 세계수는 영체가 본질인지라.

조각난 씨앗의 형태로도 육성이 가능해, 지금까지 이렇게 연성해 왔었으나.

결국 ‘조각’이란 일부분일 뿐.

결코 완전한 형태일 순 없었다.

이를 증명하듯.

“시문 님의 말대로예요.”

고개를 끄덕여 오는 에르넨.

“씨앗 조각. 그게 바로 이 심드라실의,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온 성장 방식이었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당연히 시문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무리도 아니었다.

‘그래. 세계수도 엄연히 하나의 생명체이자, 자아를 지닌 존재인데…….’

세계수의 씨앗 조각을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시문 자신 아니던가?

‘그동안 너무 계산적으로만 생각했어.’

업적 포인트의 효율성이나 성장 버프 등.

그간 세계수를 계산적으로만 생각해 오지 않았던가?

물론 당시는 지금처럼 성장하지도 못한 상태였고.

연금술사인 만큼 일종의 직업병처럼.

실용성이라는 측면을 활용한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나.

“아니요. 시문 님.”

여기까진 시문의 오해였던 것일까?

“뭘 생각하시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결코 그것 때문은 아니랍니다.”

기척을 느낄 틈도 없이.

스륵.

어느새 시문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조심스레 감싸 쥐는 에르넨.

온화해 보여도 비슷한 키 차이 덕분에.

“당시 시문 님은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을 택하신 거고.”

시문과 같은 높이에서 시선을 맞춘 그녀는.

“저도, 심드라실도. 그 부분에 대해선 늘 감탄과 감사하고 있답니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그저 성장이 너무 빨랐을 뿐이에요.”

“그런가요?”

“네. 설마 이렇게나 빨리 유묘기를 끝내고. 1차 성장기에 도달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유묘기?”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무리도 아니었다.

유묘(幼苗).

말 그대로 어린 모종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

모종과 같이 어린 식물들이나 일컫는 말인데.

“지금 이게…… 유묘라는 겁니까?”

한눈에 담기지 않음은 둘레만이 아닌.

꽤나 장신인 시문으로서도.

고개를 한계치까지 꺾어야 하는 높이까지 포함되는 심드라실.

이 거대한 세계수가 고작 ‘유묘’라니?

“…….”

거의 직각이 될 정도로 꺾었던 시문의 고개가 말없이 되돌아온다.

그런 그를 따스한 미소로 보고 있던 에르넨은.

“후후. 심드라실이 여타 세계수들보다 조금 큰 편이기도 하답니다.”

그런 시문의 놀라움을 덜어 주려 했으나.

“조금 큰 편…….”

아쉽게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어쨌거나.

“여하튼. 씨앗이 조각의 형태이다 보니, 보통 세계수들보다 본체의 성장이 느려야 했는데…….”

“제가 씨앗 조각을 연성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군요.”

“맞아요. 거기다 씨앗 자체적인 진화도 이미 2번이나 있었잖아요?”

“그랬었죠.”

짧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최초의 세계수 씨앗 조각의 연성 값은 업적 포인트 1만 점.

하나 지금까지의 성장으로 씨앗 조각 연성 값은 개당 3만 점까지 오르지 않았던가?

시문은 에르넨이 말하는 상황을 빠르게 눈치챘다.

“영체가 본체의 성장을 못 따라오는 거군요.”

아직 속은 어린아이인데.

몸만 훌쩍 커 버린 상태랄까?

제대로 짚었는지.

“정확해요.”

에르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가브리엘 님께서 내려 주신 축복 덕에, 그 격차가 좀 줄어들긴 했었는데. 결국 다시 이렇게 한계에 봉착한 거죠.”

“음.”

시문은 역시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물었다.

“그럼 달리 방법은 없는 겁니까?”

“근본적으론 시간이 약이긴 한데……. 아마 좋아하시진 않으시겠죠?”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오는 에르넨.

그에.

“부정은 못 하겠네요.”

시문은 웃음기 어린 얼굴로 답했다.

무려 9만 점이라는 업적 포인트가 들어가지 않았던가?

뭐, 당장 투자할 데가 없었다곤 하지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리고 단순한 아쉬움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라는 거. 세계수의 영체에 해당하는 시간을 말하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훌쩍 커 버린 본체와 영체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음.”

시문은 작은 침음을 흘리며.

샤르릉.

손을 내밀어 세계수의 영체를 불러냈다.

과거와 달리.

제법 형상을 갖춘 세계수의 영체.

하나 눈앞의 저 거대한 본체보다는 여러 면에서 덜 자란 형태였다.

그리고.

“시간이라…….”

시문은 묘한 어조로 그런 세계수의 영체를 내려다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잘하면 크로노스의 모래알로 해결되겠는데?’

크로노스의 모래알.

크로노스의 모래시계에서 딱 한 알만 빼 와 연성한 것이지만.

그 효과는 이미 앞선 사례로 경험하지 않았던가?

‘일단 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시문이.

스윽.

손가락을 튕기려던 찰나.

“잠깐만요!”

에르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숨을 고른 그녀는.

“보아하니. 시문 님께서 시간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신 거 같은데…….”

무언가 불가사의한 것을 보듯.

시문을 잠시 바라보더니.

“1차 성장기로 들어서기 위해선,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이 있답니다.”

다소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 * *

끼리릭.

그극.

익숙한 작업 소리가 들려온다.

연구실로 돌아온 시문은 잠시 턱을 괴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자연 친화적인 존재가 더 필요하다라…….’

하이엘프 에르넨.

자신을 대신에 세계수를 관리 중인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자연 친화적인 존재.

그것도.

‘꼭 엘프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저와 손을 섞을 수 있는 이여야 해요.’

하이엘프.

대대로 세계수의 동반자인 존재와 자연적으로 손을 섞을 수 있어야 하는 이라니?

거기다.

‘또 용족과 같은 이들에겐 위치를 숨겨야 하니. 믿을 만한 존재여야겠죠.’

심드라실의 영역과 존재를 믿고 알릴 수 있는 존재여야 했고 말이다.

이로 따져 볼 땐.

‘같은 종족인 엘프가 제일 좋긴 한데…….’

에르넨과 같은 엘프가 베스트이긴 했다.

신뢰 부분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기본적으로 엘프는 정령술과 더불어 자연과 소통하는 종족 아니던가?

실제로 에르넨도.

‘원래라면 이런 조건까진 필요 없었어요. 세계수 곁엔 늘 저희 엘프들이 함께했으니까요.’

늘 세계수의 곁에 상주하는 엘프들 덕에.

‘세계수의 영체도, 저희도.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거든요.’

굳이 그녀와 같은 관리자란 존재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내.

“뭐, 아레나를 돌다 보면 해결되겠지.”

시문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쉬움을 털어 냈다.

‘굳이 엘프가 아니더라도. 계속 아레나를 진행하다 보면 누구든 찾을 수 있을 거고.’

비록 9만 점 치의 성장이 막혀 있긴 했지만.

‘그간의 성장 버프가 사라진 것도 아니니까.’

그 이전의 세계수의 성장 버프 자체는 건재하지 않나?

그런 그의 앞으로.

[NO. 274 지구의 차원 대항전 버프가 부여됩니다.]

[버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인의 각성 확률이 15% 증가합니다.

-지구인의 상위 등급 특성의 등장 확률이 10% 증가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의 아레나 보상이 10% 증가합니다.

-성좌에게 노출될 확률이 5% 증가합니다.

[해당 효과는 다음 차원 대항전까지 유지됩니다.]

차원 대항전의 보상.

차원 버프의 항목들이 우르르 펼쳐진다.

“음.”

그것을 쓱 훑던 시문은.

“버프 내용은 전생과 똑같네.”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 수 자체를 늘려 주는 각성 확률이 15%.

거기다 상위 특성이 등장할 확률이 10%까지.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적다고 느낄 수 있겠으나.

‘지구라는 차원 전체로 보면 상당하지.’

당장 한국의 1%와 세계의 1%만 따져도 그렇지 않은가?

그런 범주가 지구 전체임을 고려해 보면.

차원 버프는 향후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중요한 버프였다.

거기다.

‘앞으로 차원 대항전을 계속 승리할수록. 차원 버프 효과도 조금씩 늘어나니까.’

승리라는 조건이 붙기는 해도.

차원 버프는 일종의 ‘성장형’이지 않나?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읏차!”

자세를 고르며 기지개를 쭉 폈다.

이제 차원 대항전이 끝났으니.

‘세계수도 그렇고. 다시 아레나를 부지런히 뛰어야겠네.’

다시 아레나로 뛰어들어야 할 때다.

근처에 있던 아레나 접속기기로 손을 뻗던 순간.

“응?”

시문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간다.

왜 돌아왔는데도 인사도 없나 했더니.

자고 있었던 것일까?

-흠냐……. 미남 가슴……. 쪽…….

중간 거치대에 축 늘어져, 상상하기도 싫은 잠꼬대를 늘어놓는 현자의 돌.

그 너머로.

‘뭐야. 다들 아직도 남아 있어?’

바스락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좀 더 감각을 집중하자.

‘이건 애들이랑……. 숙부잖아?’

인기척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고.

‘최 비서님도 있나 본데.’

골렘 최창욱의 기척까지 느껴졌기에.

저벅.

시문은 곧바로 거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꺄하하!”

“헤헤! 재밌어!”

뀨우우~.

넓은 거실을 신나게 누비고 있는 세 아이들과.

“할아부지!”

“또 해 줘요! 또!”

그들에게 둘러싸여, 이리저리 치이는 김무열이 보였다.

천하의 철목왕께서 무슨 장난감이라도 된 듯한 모습은 둘째 치더라도.

“그만. 이제 답이나 하거라.”

다소 굳은 얼굴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정말 아무 일도 없었…….”

“숙부.”

시문은 얼른 난입했다.

설마 시문이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일까?

“너. 언제 온 거지?”

김무열은 답지 않게 살짝 당황한 눈치였으나 그뿐.

“최 비서님.”

“예. 시문 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뒤편에 자리한 최창욱과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시문은.

“여기서 뭐 하세요?”

곧바로 김무열을 바라봤다.

그에 차마 ‘차원 대항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있었다.’

라고 말할 수 없었던 김무열은.

“……일이 있어 잠시 들렀다.”

다소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고.

“일이요?”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일이요?”

협회장인 김무열이 자신을 찾아올 일이 딱히 없었으니까.

차원 대항전도 대륙 대표전의 대표들만 뽑혀서 참가하는 만큼.

협회장인 그가 관여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때.

“할아부지이이! 또 해 줘요오~!”

어느새 곁으로 온 시준이가 김무열의 옷깃을 잡아챘고.

“맞아! 미끄럼틀 또 만들어 줘요!”

뀨웅!

시연이와 뀨웅이 역시 그의 옷깃을 잡아 물고 늘어졌다.

그에 괜히 문제가 생길세라.

“얘들아. 할아버지께 그렇게 떼쓰면…….”

시문이 아이들을 떼어 놓으려던 순간.

“쯧.”

짧게 혀를 차며, 허공으로 손을 내젓는 김무열.

그러자.

꾸드드득.

언제부터 열려 있던 것일까?

거실 옆 창문으로 웬 나뭇가지들이 우수수 안으로 들어온다.

거실 옆쪽에 마련된 공중정원.

그곳의 조경에서 이어진 것들이었다.

이미 몇 차례 해 본 것인지.

꾸드득.

익숙하게 얽히고설킨 나뭇가지들은 순식간에 거실을 복잡한 미끄럼틀로 채웠고.

“꺄하하!”

“헤헤! 내가 1등이야!”

뀨우우~.

세 아이들은 순식간에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하는 나무 미끄럼틀을 즐겼다.

그리고.

“…….”

그런 아이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시문의 시선이.

홱.

김무열을 향해 돌아간다.

침묵과 달리 매우 다채로운 눈으로 김무열을 바라보는 시문.

그 시선이 불편했던 것일까?

아니면 아까 끊어졌던 대화가 다시 이어질까 싶은 것일까?

“……이만 가겠다.”

김무열은 자연스럽게.

“최창욱.”

“예. 협회장님.”

그러나 신속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최창욱과 함께 걸음을 나섰다.

하지만 거기까지.

“잠깐만요.”

그를 잡아채는 시문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 김무열은.

“뭐냐?”

내키지 않는 얼굴로 시문을 돌아봤다.

천만다행히도.

“숙부. 그때 숙부 특성의 등급이 SSS급이 되었다고 했었죠?”

시문은 그의 걱정과 아예 다른 질문을 해 왔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무열은.

“그렇다.”

최대한 냉정하게 포장해 답했고.

그에.

“숙부. 저랑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시문은 입꼬리를 씩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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