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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45화 (345/349)

제345화

345화. 마무리 (4)

짙은 바닷물에 잠긴 원형의 투기장.

그 중앙으로.

“종리추. 그놈의 말이 사실이었군.”

묵직한 진동을 머금은 목소리가 울린다.

8미터의 거구.

그리고 그 체격에 걸맞은 어인족 최강의 플레이어라는 타이틀까지.

“실로 딱 마스터 수준의 존재감이로구나. 한데…… 트리아이나를 다룬다는 말이지?”

그 모든 것을 갖춘 웨이르는 흥미가 가득한 눈으로 시문을 내려다보았다.

동시에.

“아쉽군.”

작게 혀를 차는 웨이르.

“종리추 그놈보다 약하다면야…….”

바윗덩이만 한 주먹을 꼼지락거린 그는.

“기껏 큰 비용까지 털어 넣은 복수의 의미가 없으니!”

파앙!

파공음까지 남기며, 거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쏘아졌다.

이내.

우드득!

섬뜩한 파골음이 들려온다.

하나 이는 웨이르의 거대한 주먹이 자아낸 소리가 아니었다.

웨이르의 거대한 주먹이 도달한 곳은.

콰아앙!

석조바닥.

즉, 아케쉬의 투기장의 맨바닥이었으니까.

기습적인 일격이 빗나갔음에도.

“호오?”

작은 감탄을 흘린 웨이르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새 2미터의 백금색 용인의 형태로 허공으로 날아오른 시문.

더 정확히는 헤엄쳐 올랐다고 해야겠지.

“김시문, 네놈…….”

웨이르의 일격 덕분인지.

출렁!

거세게 출렁이는 바닷물.

그것으로부터 여유롭다 못해, 자연스레 어우러진 움직임은.

“바다의 종족이었나?”

어인족인 웨이르가 줄곧 봐오던 어느 바다 생물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으니까.

“한데 이상하군.”

더욱 신기한 것은.

“저번 경기에서 너희 동족들은 화이트 돌핀의 움직임을 보였는데…….”

앞선 4경기.

아케쉬의 해저 동굴에서 역으로 기습해 오던 지구 측 플레이어들.

그들이 수중 동굴을 헤엄치던 움직임은 분명 날쌘 화이트 돌핀의 것이었거늘.

“네놈은 뭔가 다르구나.”

작금의 시문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그것과는 아예 딴판이지 않은가.

뭐랄까.

“네 동족보다 훨씬 더…….”

지구의 플레이어들이 보여주었던 화이트 돌핀의 것보다 더.

‘진보되었어.’

그 뒷말을 삼키는 웨이르.

무리도 아니었다.

사실상 어인족의 일종으로까지 분류될 수 있는 바다 생물이 화이트 돌핀이다.

한데 그보다 더 진보되었다?

이 말은 즉.

작금의 시문은 웨이르 본인과 같은 어인족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일 터.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음…….”

웨이르의 큼직한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데 왜 용력이 느껴지는 거지?’

물론 현재 시문의 외형 자체도 어느 드래고니안의 그것과 다름이 없긴 했지만.

용족 고유의 기운인 용력까지 느껴지는 것은 이야기가 매우 달랐다.

어인족과 맞먹는 수영 능력에, 용력을 지닌 용족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가령 어인족의 철천지원수인.

“네놈…… 나가와 무슨 관계냐?”

최상급 용족 ‘나가’라든지 말이다.

제대로 짚은 것일까?

“호오, 움직임만 보고 거기까지 알아내?”

이번엔 허공을 유영 중인 시문 쪽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고.

그에 확신한 것인지.

“얌이시여, 이곳의 단절을 허락하소서.”

스륵.

굳은 얼굴로 바윗덩이 같은 손을 내젓는 웨이르.

그의 손에선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보석들이 흩뿌려졌다.

그러자.

[플레이어 ‘웨이르’가 음소거를 요청합니다.]

[성좌 얌이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나가는 모든 대화는 음소거됩니다.]

순식간에 적용되는 음소거.

이내.

“포세이돈께서 후원하는 이라, 내 어느 정도는 우대해줄 생각이었다만…….”

지금껏 본 적 없는 어두운 얼굴로 시문을 바라보던 웨이르는.

“그 잔악한 나가놈들과 한통속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점점 노려보는 눈빛으로 변했고.

화아아아!

그것이 살기까지 머금는 순간.

쩌적.

그가 서 있던 바닥에 금이 간다.

아무리 어인족이라 한들.

분명 물속일진대.

쐐애애액!

어마어마한 속도로 쏘아지는 웨이르는 그 체구 때문인지.

흡사 거대한 건물 한 채가 득달같이 날아드는 느낌이었다.

응당 놀랄 만한 상황이건만.

따악.

그저 손가락을 튕길 뿐인 시문.

하나.

“어림없다!”

이전 경기들로 인해.

시문이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이 어떤 전조인지 응당 깨닫고 있는 웨이르는 곧장.

쩌억!

포문과도 같은 거대한 아가리를 열었다.

와아아아아앙!

강렬한 음파가 터져 나온다.

시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나한테 음파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

이미 앞선 4경기에서 그의 음파를 막아 낸 전적이 있을뿐더러.

조금 전 패배했던 종리추가 이곳 아케쉬의 투기장 역시.

앞선 아케쉬의 해저 동굴처럼 수중 곳곳에 권능이 분포하고 있음을 알려 주지 않았나?

한데 음파 공격이라니?

보통이라면 코웃음을 치고 역공을 가했을 테지만.

‘뭔가 싸한데…….’

웨이르는 전생에서도 어인족 최강의 위치를 유지했던 플레이어.

그런 존재가 아무 생각도 없이 공격을 내지를 리가 만무했기에.

‘일단 피하자.’

웨이르의 음파를 막아 낼 수 있는 수단.

[기간틱 웨일의 신체조직]을 연성해 뒀음에도, 시문은 용력을 최대로 활성화하다 못해.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천마군림보까지 이용하여.

키이이이잉!!

곳곳에 분포된 권능과 공명해 오는 웨이르의 음파 범위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선택은 훌륭했다.

음파의 진원지에서 꽤나 멀어진 상태이거늘.

“어?”

시문은 한창 달리고 있는 자동차 위에 올라선 것처럼.

그 여파만으로 몸을 휘청였으니까 말이다.

[기간틱 웨일의 신체 조직]을 연성해 두어서일까?

‘이 음파…… 앞선 음파들과 뭔가 달라.’

앞선 4경기에 겪었던 음파 공격과는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낀 시문.

하지만 신체 조직을 연성한 것이지.

기간틱 웨일이라는 종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기에.

뭐가 어떻게 달라진 건지 감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잠시일 뿐.

“제법 눈치가 빠르구나. 하나…….”

어느새 지척까지 들이닥친 웨이르가 가공할 만한 강기의 주먹을 휘둘러옴과 동시에.

“이젠 피할 수 없으리라!”

와아아아앙!

피할 만한 모든 방향으로 음파를 쏟아내었다.

본체로는 바윗덩이만 한 강기가.

주변으론 [기간틱 웨일의 신체 조직]마저 뚫어버리는 행동 불능의 음파를 마주한 시문은.

우드득.

이전보다 더 섬뜩한 파골음과 함께 상앗빛의 갈기들을 활성화시키며.

우웅!

강맹하고 저돌적인 기운.

패황쇄를 머금은 주먹을 마주 내질렀고.

두 주먹이 마주치는 순간.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다.

* * *

깊은 수중임에도.

자욱한 흙먼지가 원형의 투기장 가득 퍼져 나간다.

하나 잠시일 뿐.

가라앉는 모래처럼.

삽시간 내려앉은 흙먼지는 순식간에 잠적을 감추었다.

그 속에선.

“네놈…….”

혼자 오롯이 서 있는 8미터의 거대한 고래 어인족.

웨이르의 얼굴이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분명 상대인 시문은 방금의 충돌로 깊은 도랑을 파낸 채.

수십 미터나 밀려나 있는 상태이거늘.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도리어 공격을 받은 것은 본인인 것처럼.

웨이르의 얼굴은 도통 풀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무리도 아니었다.

“왜 피하지 않은 거지?”

방금의 충돌.

분명 파골음과 함께 시문의 체구가 조금 더 커지기도 했고.

그 주먹이 머금은 검은 마기 역시 패도적이었으나 그뿐.

“네놈이 아무리 잘나도. 내 주먹에 대항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어인족 최강의 플레이어라 일컬어지는 웨이르의 주먹은 받아낼 수 없었으니까.

2미터와 8미터라는 어마어마한 체구의 차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랭크부터가 차이 나는 상황 아니던가?

게다가.

“네놈은…… 권능을 공명시키는 나의 음파를 막아 낼 또 다른 수단이 있지 않은가?”

일전 4경기에서.

시문은 분명 맵에 분포된 권능을 아예 무효화시키지 않았던가?

당시 음파로 해저 동굴에 분포된 권능들을 공명시키던 웨이르였기에.

머나먼 거리임에도.

권능을 무효화시킨 둥근 형태의 일정 영역을 알아차린 상태였다.

고로.

“공명된 음파 쪽으로 피하는 것이 맞는 판단이었을 터인데?”

해당 기술을 사용하여, 움직임을 제한했던 외각 쪽으로 빠지는 게 정상적인 판단이었거늘.

“설마…….”

저벅.

웨이르는 점차 굳어가는 얼굴로 한 걸음 내디뎠다.

“날 능멸하는 것이냐?”

시문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일까?

“그런 놈으로까진 보지 않았거늘, 과연…… 추잡한 나가 놈들과 연이 닿을 만한 행태구나.”

피어오르는 웨이르의 분노는 점차 형상화되어.

파스스슥!

일종의 용오름처럼 일대를 쓸어나가기 시작했고.

“오냐, 상대를 욕보이는 것을 그리 즐긴다면. 나 역시 마찬가지로 대응하는 게 도리일 터.”

우웅.

그것은 곧 짙은 남색의 강기가 어린 주먹으로 휘감겼다.

그리고 웨이르가.

“사지를 하나하나 저며주마!”

그 무시무시한 주먹을 휘두르려던 찰나.

“푸핫!”

웃음기 어린 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길게 파인 도랑.

그 끝에서 몸을 일으키는 2미터의 용인.

시문은.

“쿨럭!”

상앗빛의 갈기에 피를 토하며, 비릿한 입가를 쓱 닦아냈다.

그럼에도.

“믿을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분명한 오해라고 말해두지.”

피를 닦을 때 올라갔던 시문의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것이 비웃음이 아니라는 걸 느낀 것일까?

“오해?”

흉흉했던 웨이르의 기세가 한층 누그러진다.

“그래, 오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곧 무언가에 둘러싸이기라도 한 듯.

“난 네 음파가 아케쉬의 해저 동굴 때와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했을 뿐이거든.”

제 주변을 훑으며 말했고.

“그런가, 한데 보아하니…… 알아낸 모양이지?”

눈매를 꿈틀한 웨이르는 묵직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다행히도? 최대한 가까이서 확인하려고 한 거라…… 쿨럭! 나름 비싼 값을 지불했으니까.”

뭐, 그 사자 가죽 아니었으면 시도도 못 해 봤겠지만.

그렇게 읊조리며 입가의 피를 재차 닦아내는 시문.

그러나 내려올 줄 모르는 그의 입가처럼.

“생각보다 별거 없더라? 그냥 맵 자체에 분포된 권능의 농도만 더 진해진 정도지.”

시문의 눈매 역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4경기 때처럼 없앨 필요 없이…….”

이제 어느 정도 몸을 추스른 것일까?

장난기 어린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지은 시문은.

“나도 이용하면 되겠더라고?”

따악.

그 말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10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하게 떠오르는 등가교환창.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다면, 무려 10만 점이라는 등가교환비 정도.

하나 시문은 망설임 없이 ‘예’를 택했고.

소모된 업적 포인트는 손가락 끝으로 뭉치더니.

팔랑.

한 장의 종이가 되어 눈앞에서 팔랑거렸다.

아까까지 보였던 시문의 태도에 비하자면.

너무나 실없는 결과.

그에 웨이르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스륵.

팔랑거리던 종이는 시문의 가슴 정중앙으로 스며들었다.

종이가 흡수되었다는 것 말곤, 거창했던 발언이 비해 뭔가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이어지는 광경은 그렇지 않았다.

화아아아아아!!

일대의 바닷물을 휘감은 채.

마치 오징어나 문어의 그것처럼.

시커먼 기운을 풀풀 흘리며, 저돌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기운.

그것이 마기라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스으으읍.

치솟았던 마기들이 어느새 숨을 들이마시는 시문의 입가로 빨려든다.

미약한 소용돌이마저 보이는 그 광경에.

“어림없다!”

웨이르가 퍼뜩 거대한 아가리를 벌렸다.

와아아아아앙!

공간을 일렁이며 뿜어져 나오는 음파.

그것은 곧 일대의 권능들과 교감하며.

키이이이이잉!!

강렬한 음파가 되어 나아갔고.

‘김시문, 당최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다만…….’

파앙!

바닷물을 박찬 웨이르는 공명된 음파가 시문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네놈이 이곳의 권능을 무효화하지 않겠다면, 나로선 계속 이용해 줄 뿐이다!’

짙은 남색의 강기를 휘감아, 공명하는 음파에 몸을 실었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음파의 파도.

그리고 그것을 타고 날아드는 웨이르의 거체는 가히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건만.

스윽.

숨을 한계치까지 머금은 시문은 그런 웨이르와 음파의 세례를 정면으로 마주했고.

보글.

작은 물방울들과 함께.

그의 입이 열리는 순간.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후(天魔吼).

현재 이곳이 수중임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가아아아아아알!!!

쿠그그그그!

강대한 소리가 일대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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