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44화 (344/349)

제344화

344화. 마무리 (3)

[차원 대항전 5경기가 시작됩니다.]

5경기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창.

하나 그런 아레나 공지의 내용과 달리.

전략 회의실에 있던 지구 측 대표들 중 그 누구도 소환되지 않고 있었다.

그에.

“뭐야?”

“시작 안 해?”

다들 의문을 표하는 순간.

[차원 아즐란타의 플레이어 ‘웨이르’가 지역 특성 ‘무아의 선출’을 활성화합니다.]

[차원 아즐란타는 지역 ‘아케쉬의 투기장’을 선택한 차원입니다.]

[아케쉬의 지배자가 활성화를 허락합니다.]

[조건이 만족됩니다.]

그 이유를 담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또 뭐야?”

“지역 특성?”

“지역 특성도 있었어?”

갑작스러운 지역 특성의 활성화.

이를 본 지구 측 대표들이 다 놀랄 틈도 없이.

[지역 특성 ‘무아의 선출’이 활성화됩니다.]

[5경기에 참전하는 양측의 플레이어들이 랜덤으로 선출됩니다.]

[참가 인원은 2명입니다.]

지역 특성을 담아 떠오르는 메시지.

이내.

[차원 아즐란타의 플레이어 ‘웨이르’가 지역 특성, ‘응보의 부름’을 활성화합니다.]

지역 특성 발동의 원인인 웨이르가 또 다른 지역 특성을 활성화시켰고.

[차원 아즐란타는 지역 ‘아케쉬의 투기장’을 선택한 차원입니다.]

[아케쉬의 지배자가 활성화를 허락합니다.]

[조건이 만족됩니다.]

2인 랜덤 선출에 이어, 응보의 부름이라는 지역 특성까지 연달아 발동되었다.

[지역 특성 ‘응보의 부름’이 활성화됩니다.]

[차원 아즐란타의 플레이어 ‘웨이르’가 응보의 대상으로 차원 지구의 플레이어 ‘김시문’을 지정합니다.]

알아서 잇달아 활성화되는 아케쉬의 투기장 지역 특성.

그와 함께.

“키, 킴이라고?”

“갑자기?”

“이봐 김시…….”

다른 플레이어들이 손쓸 틈도 없이.

파앗!

빛에 휘감겨 사라지는 시문.

이어.

[남은 인원은 랜덤으로 선출됩니다.]

파앗!

남은 1명의 인원까지 빛에 휘감겨 사라졌다.

* * *

해저 깊은 어느 곳에 가라앉은 듯.

짙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거대한 원형의 투기장.

심해의 생물을 본뜬 듯한 조각상들은 어두운 색감과 어울려, 한층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그 중앙으로.

[5경기의 종목은 ‘2인 대장전’이고, 지역은 ‘아케쉬의 투기장’입니다.]

[지역 특성 ‘무아의 선출’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대장전의 출전 순서가 랜덤으로 선정됩니다.]

밝은색의 메시지창이 떠오른다.

그것을 쓱 읽던 중년인.

“하…….”

종리추는 짧은 헛웃음을 흘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김시문을 지목해 놓고…….’

어인족 최고의 플레이어인 웨이르가 발동시킨 아케쉬의 투기장의 지역 특성.

그것으로 김시문을 지정했거늘.

‘정작 첫 경기 출전은 나라니…….’

첫 경기의 출전은 자신이 뽑히지 않았나?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쯧. 하필 네놈이 걸렸나?”

상대로는 지역 특성을 활성화한 웨이르가 출전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통은 지정자가 첫 경기로 선출되기 마련인데…….”

놀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앞서 랜덤으로 결정된 종목과 맵의 선정에서 모두 이겨놓은 주제에.

“이럴 땐 운이 없군.”

운이 없다는 소리를 대놓고 내뱉는 웨이르.

종리추는 실소를 넘어, 미간을 찌푸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운이 없다라…….”

운이 없다는 소리를 했음은 고사하더라도.

어인족 최강의 플레이어.

그 수식어를 지닌 웨이르가.

“이 몸이 네놈의 상대로 아쉽다는 것이냐?”

지구라는 차원에서 마땅히 그만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아닌.

“끽해야 마스터 랭크인 그놈보다?”

갓 마스터 랭크에 오른 김시문을 더 신경 쓰고 있지 않은가?

이건 그간 김시문이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떠나서.

“어인족 최강의 플레이어란 말은 들었다만, 이리도 오만한 줄은 몰랐군.”

그간 지구 최고의 플레이어 중 하나로 군림해 온 종리추의 입장에선.

여간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하물며 라이벌이라 거론되는 김시혁이나 데릭과 같은 급도 아니고.

김시문이라니?

그러나 그런 종리추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오만하다라…….”

특유의 진동을 머금은 중저음으로 말끝을 흐리는 웨이르.

그는 고래의 그것을 담은 큼직한 눈동자로 종리추를 쓱 훑어내리곤.

“그건 종…… 어쩌고인 네놈이 아니겠나?”

무심하게 답했고.

이름조차 제대로 부르지 못해서인지.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고래놈.”

종리추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냉담해지다 못해, 살벌한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그와 함께.

화아아아!

랭커 특유의 저릿한 기세까지 날아듦에도.

“시건방이라? 네놈은 참 재밌는 인간이로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되레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는 웨이르.

8미터라는 거대한 체격 차 때문일까?

“1경기에서의 결과를 벌써 잊은 건가? 지금과 같은 1대1의 상황에서…….”

5인의 대장전이었던 1경기의 결과를 언급하는 웨이르의 시선은 내려다보는 모양새였고.

“넌 내게 졌을 텐데?”

이어지는 그의 말이 트리거가 된 것인지.

파아아앙!

종리추가 있던 자리로 둥근 파장이 퍼져 나왔다.

에어워크.

거기에 개인의 보법까지 더한 종리추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넓은 원형 경기장을 질주했다.

그런 그의 발목으론.

화르륵!

불길을 휘감은 바퀴 2개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고.

“호오?”

이를 본 웨이르의 눈에 작은 감탄이 어렸다.

‘1경기 때도 나타의 화첨창을 사용하긴 했다만, 이젠 풍화륜까지 사용하다니?’

풍화륜.

선계의 상위서열 성좌인 나타의 신화급 무구.

심지어 1경기 때에도 나타의 무구 중 하나인 화첨창을 사용했었으니.

‘저거라면 육지의 생물도, 바다라는 지형이 족쇄가 될 수 없겠지.’

저 풍화륜이 지닌 격과 위력도 어설프진 않을 터.

실제로.

“그 오만한 머리통에 새겨주마!”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든 종리추는 어느새 지척까지 도달해.

“이 종리추라는 이름을!!”

황금의 강기를 머금은 창을 질러오고 있지 않은가?

그에.

“그래.”

미미하게 고개를 까딱이는 웨이르는 아까의 여유로움을 벗어던지며.

우웅.

움켜쥔 거대한 주먹에 진득한 남색의 강기를 휘감았고.

“기대하겠다. 인간.”

황금색과 남색.

두 개의 강기가 일점에서 마주하는 순간.

쿠아아아아앙!!

허연 거품을 동반한 거대한 폭발이 아케쉬의 투기장을 덮쳤다.

* * *

“오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거지?”

“미친…….”

환호와 감탄, 그리고 경악이 우르르 터져나온다.

모두 상위권 그 이상에 도달한 플레이어들임에도.

“역시 종리추야!”

“상대가 어인족 최강자라며? 그런데 저 정도면…….”

“1대1은 장난이 아니군.”

원형의 회의실 중앙으로 떠오른 5경기의 화면에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물속 특유의 허연 기포가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화면.

덕분에 가시성을 논할 법도 했지만.

그 속에서 어지러이 춤추는 황금색과 남색의 강기.

쿠아아아앙!

쩌정!

그리고 터져 나오는 폭음은 그런 가시성을 모두 씹어먹고.

상당한 수준의 전투를 보여주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 모두가 지구 최상위권의 플레이어들인 만큼.

“막상막하군.”

“종리추가 저렇게 셌었나?”

“그럼 1경기는 대체 왜 진 거야?”

“그땐 바닷물에도 권능이 분포되어 있는지 몰랐잖아.”

작금의 전투가 얼마나 고차원의 수준인지.

또 얼마나 치열한 상황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벌의 그 치열한 접전을 지켜보던 김시혁은.

“형. 누가 이길 거 같아?”

슬쩍 몸을 돌려 물었고.

팔짱을 낀 채.

조용히 화면을 주시하던 시문 역시.

“알면서 왜 묻냐?”

동생 김시혁을 힐끔하며 답했다.

그러자.

“내가 뭘 알겠어? 형도 알잖아. 나 머리 쓰는 쪽은 젬병인 거.”

장난스러운 미소로 어깨를 으쓱이는 김시혁.

하나.

“전투 보는 데 머리 쓸 일은 전혀 없다.”

시문은 그런 동생 놈의 얌체 같은 행동을 놓치지 않았고.

“에이~ 그래도 형은 보는 눈이 있잖아. 그 왼쪽 눈의 특성도 있고.”

그럼에도 김시혁은 능청스럽게 미소 지을 따름이었다.

그런 시문과 김시혁의 사이로.

“하여간에, 그 더러운 성질은 오라버니 앞에서도 어쩔 수 없구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흘러든다.

“어허, 우리 고귀하신 성녀님께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실까?”

옆에 앉아있던 이유정이었다.

그녀는.

“종리추가 질 거 뻔히 보이면서, 굳이 오라버니한테 확답을 받으려는 이유가 뭔데?”

한심함이 가득한 눈으로 김시혁을 흘겼고.

김시혁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것 보세요. 이유정 씨. 그러는 너도 뻔히 다 알면서, 나한테 묻는 이유가 뭔데?”

“흥,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인간은 딱 질색이거든?”

“넌 원래 나 질색했잖아. 뭐 새삼스레.”

“이……!”

눈매를 꿈틀하는 이유정.

평소 같았으면 당장 저 뻔뻔한 면상에 둔기나 그에 준하는 공격을 날렸을 테지만.

어차피 이래봐야 네 손해라는 듯.

“그래. 어느 정도는 알고 있나 본데. 틀렸어.”

이유정은 김시혁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질색하다 못해서 아주 극혐을 하거든.”

담담히 받아칠 따름이었다.

그에.

“이게…….”

김시혁이 눈매를 꿈틀하자.

“유정이 말대로야.”

시문은 익숙하게.

“이대로 가면 아마 종리추가 지겠지.”

불붙기 직전의 두 동생을 갈라놓았다.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역시, 형도 그렇게 생각해?”

김시혁은 이유정을 한 번 째려봐 주곤.

콰가강!

폭음이 터져 나오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8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낸다고 믿기 힘든 속도로 공세를 퍼붓는 웨이르.

한데 그 반의 반도 되지 않는 체구의 종리추는 조금의 밀림도 없이.

아니.

쐐애액!

오히려 넓은 투기장을 종횡무진하며, 웨이르의 움직임을 전부 쫓아가고 있었다.

고로 전투의 양상은 분명 막상막하.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자면.

[아까의 그 시건방은 어디 갔지? 언제까지 그렇게 웅크리기만 할 테냐.]

더 많은 공격을 쏟아붓고 있는 종리추 측이 우세했으나 그뿐.

“저 발목에서 불타는 바퀴도 분명 성좌가 후원해 준 무구겠지.”

1경기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해 주는 가장 큰 요소인 불타는 바퀴.

“근데 말이야.”

풍화륜을 보던 김시혁은.

“난 배후성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저게 얼마나 갈까 싶거든.”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 시문을 돌아보았고.

특성 성흔 덕분에 성좌와의 접촉이 거의 없음에도.

날카롭게 찔러오는 동생의 의표에.

“시혁이 네 생각이 맞아.”

시문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나도 종리추의 입장이 아닌지라, 제대로 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마 저걸 오래 유지하진 못할 거야.”

신화급 무구.

비록 자신은 정당한 절차로 성좌에게 후원받는 것이 아닌.

현자의 돌과 업적 포인트로 연성을 하는 것이긴 했으나.

신화급 무구를 쭉 다뤄 온 만큼, 그쪽 계열의 사정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또한.

“애당초 저 풍화륜 사용에 큰 제약이 없었다면, 1경기 때부터 그냥 사용했을 테니까.”

앞선 경기들에선 나타의 화첨창만 사용했던 종리추 아닌가?

작금의 풍화륜 사용은 어떤 사정으로 급히 이뤄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같은 급의 신화급 무구라도 허가된 격이나 인과, 숙련도에 따라서 그 위력이 천차만별로 나뉘는데…….’

급히 얻은 신화급 무구가 온전한 상태일 리는 없을 터.

아마 현재 종리추의 풍화륜은 불완전을 넘어, 유지조차 버거울 것이 뻔했다.

실제로.

[그만 죽어라!]

우세를 점하고 있음에도.

공격을 쏟아붓는 종리추에게선 왠지 모를 다급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결정적으로.

‘웨이르가 너무 잘 막아 내고 있어.’

수세에 몰려, 방어에만 치중하는 웨이르.

이는 달리 말해.

종리추에게 시간이 없음을 웨이르 역시 잘 알고 있다는 뜻일 터.

이내.

[제법이구나.]

인정의 말과 함께.

쿠웅!

반격을 시작하는 웨이르.

어째서일까?

종리추와 다르게 어떤 신화급 무구나 성좌의 지원이 없이.

까가각!

강기를 두른 주먹만으로 나타의 화첨창을 잘만 막아 내는 웨이르.

이미 1경기에서 한 번 붙어보았기 때문일까?

[네놈! 계속 이따위 주먹질만 해댈 셈인가? 그 빌어먹을 창은 어쩐 것이냐!]

종리추는 1경기에서 자신의 가슴을 꿰뚫었던 창을 언급했고.

[굳이, 그것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여유로운 웨이르의 답에.

[놈!!]

화라락!

격분한 종리추가 살기 어린 일갈과 함께 거세게 타오르는 화첨창을 내지른다.

누가 봐도 위협적인 일격이건만.

“쯧. 뭔 저런 거에 넘어가냐.”

“끝났네요.”

김시혁과 이유정은 다소 한심함이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걸렸군.]

죽 올라가는 웨이르의 거대한 입꼬리.

그와 함께 벌어진 그의 입에서.

와아아아아앙!!

강렬한 음파가 터져 나온 것이다.

놀랍게도.

키이이이이잉!!

4경기 아케쉬의 해저 동굴 때처럼.

수중임에도 일대와 공명한 음파는 어마어마한 일렁임을 자아냈고.

[큭!]

4경기 때처럼 휘청이는 종리추의 신형.

[인정하마, 종리추. 육지였다면 아마 내가 졌을 것이다.]

그 빈틈 사이로.

[하지만…….]

까득!

[이곳은 바다다.]

웨이르의 거대한 주먹이 틀어박혔다.

* * *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종리추.

그의 패배를 추스를 겨를도 없이.

[지역 특성 ‘무아의 선출’이 활성화됩니다.]

[5경기에 참전하는 양측의 플레이어들이 랜덤으로 선출됩니다.]

앞서 발동되었던 지형 특성이 또다시 발동되었고.

그와 함께.

파앗.

소환 빛에 휘감긴 뚜렷한 이목구비의 미남.

시문이 소환되었다.

마찬가지로.

건너편에서 피어오르는 환한 소환 빛.

지역 특성으로 인한 랜덤 선출이기 때문일까?

“드디어…….”

하얀 소환 빛은 어느새 8미터의 거구로 변해 있었고.

그 거체의 주인.

웨이르는 앞 경기와 다르게.

“제대로 대면하는구나, 김시문.”

흥미 어린 눈으로 시문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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