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화
342화. 마무리 (1)
키이이이이잉!!
소름이 돋다 못해, 전신을 진탕할 정도로 울리는 강렬한 메아리.
아니.
음파의 파도에.
“커헉!”
“으아아악!”
지구 측 대표들은 모두 머리나 몸을 부여잡고 휘청거리기 바빴다.
딱 두 명.
따악.
드래고노이드와 더불어 손가락을 튕긴 시문과.
“음…….”
인상적인 턱에 멋들어진 수염이 난 데릭을 제외하곤 말이다.
시문은.
‘역시 데릭. 직접적인 권능이 담긴 음파가 아니라 그런지, 멀쩡하네.’
다소 놀라움이 섞인 눈으로 그런 데릭을 힐끔했고.
데릭 역시.
‘또 뭔가 술수를 썼나 보군. 설마 나와 같은 특성까지 보유한 건 아니겠지?’
묘한 불안감이 섞인 눈으로 시문을 흘낏했다.
그렇게 음파로 진동하는 세상 속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뭐. 든. 해. 봐. 라.
평소보다 큼직하게 입을 열어 신호를 보내는 데릭.
지금껏 적대해오던 그의 말이 다소 우습기도 했으나.
그와의 악연을 떠나.
‘시작부터 전력을 다 잃을 순 없지.’
당장은 차원 대항전이 우선이었기에.
슬쩍 고개를 까딱인 시문은 정면의 동굴.
정확히는 그 앞에 자리한 물웅덩이를 가리켰다.
랭커조차 맥을 못 추게 하는 강력한 음파 때문일까?
출렁!
물의 표면은 폭풍이라도 들이닥친 것처럼 거세게 출렁이고 있었고.
시문이 무얼 뜻하는지 알아차린 것인지.
마찬가지로 고개를 까딱인 데릭이 물웅덩이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이내.
촤아아악!
갑작스레 치솟는 물웅덩이.
그 사이로.
“죽어랏!”
암살계로 보이는 후드의 어인족 하나가 순식간에 클로를 내질러왔다.
그러나 그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음에도.
저벅.
시문은 무심하게 고개를 돌려, 신음하는 랭커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샤르크나 오르토마 정도가 아니고서야, 지금 시점에서 데릭을 상대할 어인족은 없지.’
작금의 어인족들 중에서 1대1로 데릭을 이겨낼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시점에서의 데릭은 지구의 최고 플레이어 중 하나 아니던가?
아니나 다를까.
무시무시한 음파의 파도를 뚫고.
빠각!
“컥!”
묵직한 타격음과 어인족의 단말마가 머리에 연성된 [기간틱 웨일의 신체 조직]을 타고 흘러든다.
피식 웃음을 흘린 시문은.
따악.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5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익숙한 등가교환창이 떠오른다.
가볍게 ‘예’를 택하자.
파츠측.
가벼운 연성 스파크와 함께 흘러든 빛은 곧바로 허공에 응집되더니.
순식간에 천사상이 조각된 작은 궤짝의 형태로 변했고.
“지고한 언약에 따라 선언하노니…….”
시문은 어느 독실한 종교인과 같이.
“이곳을 지성소(至聖所)로 지정한다.”
다소 엄격한 목소리로 지성소를 지정해, 미카엘의 무구인 ‘성궤’를 발동시키자.
아아아~.
성궤에 자리한 천사상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성가가 흘러나왔고.
그와 함께 흘러나온 백금의 물결이 일대 전체로 퍼져나갔다.
“욱!”
“허억!”
오랜 시간 호흡을 하지 못했던 사람처럼.
랭커들이 하나둘씩 호흡을 내쉬며, 몸을 가누기 시작했고.
제법 빠르게 몸을 가눈 랭커 중 한 명.
“혀, 형. 방금 그건…….”
동생 김시혁이 식은땀을 닦아내며 물어왔다.
“음파 공격이야.”
시문은 허공에서 노래 중인 성가를.
더 정확히는.
“이곳 아케쉬의 동굴 내부에 분포된 권능을 이용한 음파 공격.”
성궤의 힘에 밀려나는 미증류의 기운.
권능을 바라보며 답했다.
하나 더 높은 경지인 동생 김시혁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권능의 공명이라고?”
“어디에요?”
김시혁은 어느새 다가온 이유정과 함께 휘둥그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문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마 안 보일 거야.”
당연했다.
아무리 잘 나가는 랭커라 한들.
“이미 내가 다 밀어내기도 했고.”
오딘의 눈이나 성궤와 같은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원래 이런 맵들에 분포해있는 권능은 느낄 순 있어도, 알아보긴 어렵거든.”
미세하게 분포되어 맵의 특성으로 자리하는 권능은 수색이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된 것일까?
“뭐랄까. 일종의 공기처럼 말이죠?”
“맞아.”
이유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기랄…… 아직도 골이 울리네.”
“난 속까지 메스꺼워…….”
“시작부터 맵 특성에 당하다니!”
“이래서야 1, 2경기랑 다를 게 없잖아?”
이제 살 만해진 것인지.
몸을 온전히 일으킨 랭커들은 저마다 음파 공격의 후유증을 토했다.
더불어.
촤아아악!
동굴 내부 곳곳에 위치한 물웅덩이.
정확히는 수중 통로라고 해야 할 그곳들에서 기습을 노리고 튀어나온 어인들은.
“아니 어찌?!”
“웨이르 님의 음파를!”
멀쩡해진 지구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깜짝 놀랐고.
“저 빌어먹을 생선 대가리들!”
“데릭. 여긴 내가 맡을게!”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그간의 복수를 할 기세로.
서걱.
“컥!”
“끄윽!”
나타난 어인족들을 빠르게 처리해나갔다.
음파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진 걸까?
어인족들의 기습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제야 평온을 되찾은 랭커들은 자연스레.
“이제 어쩔 셈이지?”
성궤를 옆에 둔 시문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무리도 아니었다.
데릭을 제외하곤 모두 행동 불능이 될 정도로 강력했던 음파 공격.
그것을 무효화시켰음은 둘째치더라도.
키이이이이잉!!
여전히 동굴 내부로는 웨이르의 강렬한 음파가 메아리치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 성궤의 능력 덕분에 아까와 같은 지경까진 가지 않았으나.
“씨X.”
“더럽게 시끄럽네.”
계속 귓속으로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음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곳이 바로.
아아아~.
시문이 연성한 성궤의 주변이었으니까.
그런 랭커들 사이를 가르고.
“일단 음파 공격에서야 벗어났다지만…….”
중년인 두 명이 걸어 나온다.
데릭과 종리추였다.
그중 데릭은.
“보아하니 그 궤짝의 능력은 지정 장소에만 한정되는 거 같은데…… 맞나?”
시문의 곁에서 노래 중인 성궤를 턱짓했고.
이미 성궤의 시동어부터가 지성소였기에.
“맞아요.”
시문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곤란하겠군.”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는 데릭.
당연했다.
“나야 특성 때문에 상관없다지만. 저 성궤의 영역을 벗어나면, 또 그 꼴이 될 테니.”
처음 음파 공격을 당했을 때도 그랬지만.
데릭 본인이야 특성으로 해결이 가능하나, 나머지는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매번 저 성궤의 영역을 옮겨가며,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스쳐 지나가듯 성궤를 힐끔하며 말을 흘리는 데릭.
그러나 시문은 대답 대신.
미묘한 미소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한 데릭의 말은 분명 아쉬움과 곤란함을 담고 있었지만.
‘이렇게 은근슬쩍 성궤의 능력에 대해 캐묻는다라?’
그 속에 내포된 의도를 전생을 경험한 시문이 모를 리 없었으니까.
‘역시 데릭, 음흉한 건 여전하네.’
아차 하면 눈뜨고 코 베어 가는 수작질.
오랜만에 느끼는 그 음흉함에 코웃음을 친 시문은.
“확실히, 이대로는 4경기가 어렵겠네요.”
성궤에 대한 답은 쏙 빼놓으며, 자연스레 고개를 까딱였다.
“종목이 점령전인데, 점령지로까지의 이동 자체가 문제니까요.”
그런 시문의 말에.
“맞아. 이 영역을 벗어나면, 또 그 꼴이 날 거야.”
“저 음파는 아직도 지X 중이니까.”
동의를 표해오는 랭커들.
그들은.
“우리 쪽도 음파 관련 마법이나 능력 없나?”
“그럼 어떻게 해? 공간계 능력이라도 써야 하나?”
전략 회의 때처럼.
각자 의견을 내며, 전략을 수정하려 애썼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
“이곳의 자세한 지리나 좌표, 정보도 없는데. 공간 능력으로 잘도 가겠다?”
“이 새끼가! 그럼 넌 무슨 수라도 있어?!”
“수가 있으면 이러고 있겠냐?”
다들 갈수록 언성이 높아진다는 것.
무리도 아니었다.
이번 4경기의 종목은 점령전이고.
[차원 아틀란타 – 점령 포인트 47%]
어느새 점령지에 도착한 어인족이 벌써 절반에 가까운 점령 포인트를 획득하지 않았나?
그에 반해.
[차원 지구 – 점령 포인트 0%]
지구 측 플레이어들은 발도 들이지 못해 0%였고 말이다.
점점 분란으로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형…… 이제 어쩌지?”
김시혁이 다소 어두운 얼굴로 물어왔다.
당장 1, 2경기를 져버린 지구다.
단 한 번의 패배가 곧 차원 대항전의 패배로 이어지지 않는가?
게다가.
“내가 잠시 귀에 오러를 덮고 나가봤는데, 농담 안 하고 10초도 못 버티겠더라.”
전투계로서 정점의 오른 플레이어 중 하나가 김시혁이다.
그런 그가 오러를 사용했음에도.
버티지 못했을뿐더러.
“저도 마찬가지예요. 라파엘의 힘으로 버프랑 보호막을 둘렀는데도, 30초를 못 버텼어요.”
김시혁과 달리 성좌 라파엘의 후원을 받는 이유정 역시.
맵 곳곳에 분포된 권능을 공명시키는 음파엔 좀처럼 저항하지 못했다.
그에.
“음…….”
시문은 잠시 턱을 괴고 침묵했다.
‘아케쉬의 해저 동굴은 웨이르 하나만을 믿고 준비하는 맵이었지.’
전생에선 웨이르 원맨팀이라고도 불렸던 어인족.
특히나 이곳 ‘아케쉬의 해저 동굴’은 고래 어인족인 웨이르만을 보고 픽하는 맵이었다.
‘웨이르는 무력만 강한 어인족이 아니니까.’
해저 동굴 전체에 분포된 미세한 권능.
그것과 성좌 얌의 권능을 고래 어인족 특유의 음파에 실어 공명시키는 전략.
어지간한 아레나 종족들도 관련 능력이 없으면 행동 불능이 되기 일쑤였고.
수영이 자유로운 어인족들이 그런 해저 동굴을 누비며 펼치는 게릴라전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어찌 보면 차원 아즐란타에서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전략 중 하나를 마주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말해.
‘웨이르의 음파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으면…… 무조건 이겨.’
웨이르의 음파 공격만 해결한다면.
전투 자체는 그리 힘들 것도 없었다.
‘바닷속만 아니면, 개개인의 무력 자체는 지구가 높은 편이니까.’
또한 1, 2경기와 다르게.
이 해저 동굴의 모든 지역이 수중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 않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시혁이 너.”
시문은 고개를 홱 들어.
“방금 귀에 오러를 둘렀다고 했지?”
김시혁을 향해 물었고.
“어? 아, 응! 참고로 유정이한테 버프도 받아보긴 했거든? 그러니까 한 40초는 버티겠더라.”
갑작스러운 시문의 태도에 당황을 표한 김시혁은 이유정을 턱짓하며 고개를 끄덕여왔다.
하지만 시문이 꽂힌 부분은 다른 부분인 걸까?
“귀. 귀라…….”
귀라는 단어를 곱씹기 시작하는 시문.
애당초 성궤를 사용하기 전부터.
웨이르의 음파 공격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나도 고막과 이어지는 내부 기관들을 전부 연성한 거긴 하지만…….’
고막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연성한 [기간틱 웨일의 신체 조직] 때문이지 않나?
그리고.
‘그 정도면 타인에게 연성해도 괜찮지 않을까?’
옵시디언 타블렛 덕분에.
인체 연성 특유의 단점인 괴상망측한 외형에서 자유롭기도 하지만.
고막을 비롯한 몇몇 기관 정도만 [기간틱 웨일의 신체 조직]으로 연성하는 것쯤이야.
타인에게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거기다.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는 이제 80%니까.’
지난 호문쿨루스의 연성 때문에 80%의 완성도가 넘어가는 옵시디언 타블렛.
‘혹여나 연성이 잘못되어도, 충분히 수습할 수 있어.’
덕분에 인체 연성과 관련된 능력은 이미 수준급에 들어선 시문이었기에.
“유정…… 아니지, 시혁아?”
“응?”
“이리로 와 봐.”
시문은 곧바로 만만한 동생 녀석을 앞으로 불렀다.
감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형, 왜 그래?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른 거야?”
순진무구한 얼굴로 시문의 앞에 서는 김시혁.
시문은 그런 동생을 바라보며.
“시혁아.”
“응?”
“너 형 믿지?”
어린 시절.
동생이 기억하던 그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었고.
그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진 김시혁은.
“무, 물론이지! 난 형이 죽으라면 당장 죽을 수도 있어!”
주먹을 불끈 쥐며, 힘차게 답했다.
죽음까지 불사하는 동생의 태도에.
“그래, 그거면 됐다. 우선 몸 편하게 하고, 전신을 최대한 이완시켜 봐.”
대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시문은 김시혁의 양쪽 귀를 툭툭 치곤 이마에 손을 얹었고.
“이렇게?”
김시혁의 전신이 완벽히 이완되려는 순간.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윽!”
예민한 기관이기 때문일까?
정체 모를 이물감에 김시혁은 제 귀를 부여잡았으나 그뿐.
곧 편안해지다 못해.
“소음이…… 노래가 됐잖아?”
그간 신경을 긁어오던 날카로운 소음의 놀라운 변신에 눈을 끔뻑였다.
* * *
아케쉬의 해저 동굴의 넓은 중앙 공동.
푸른 윤곽선으로 표시된 점령지인 이곳엔 어인족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그중 상어 형태의 어인족.
“이봐 웨이르.”
어인족의 랭커인 샤르크가 점령지 중앙에 자리한 8미터의 거구.
“하던 대로. 일단 일대에 진형은 모두 갖춰놨어.”
웨이르에게 다가가 보고했고.
거대한 입을 벌린 채.
와아아아아앙!
날카로운 음파를 쉬지 않고 뿜어내던 웨이르의 큼직한 눈동자가.
스륵.
허공으로 향했다.
[차원 아틀란타 – 점령 포인트 64%]
[차원 지구 – 점령 포인트 0%]
점령지 천장에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점령 포인트.
웨이르를 따라 그것을 확인한 샤르크는.
“크핫! 기습을 죄다 막아 내길래 얼른 진형을 갖췄는데…… 괜히 졸았나 싶어.”
곧바로 대소를 터뜨렸다.
“하긴…… 우린 이 맵과 전략으로 용족 새끼들도 이겼지. 이봐 웨이르. 혹시 기억나냐?”
신이 난 채로 주절주절 말을 이어가는 샤르크.
“너 그때 고작 마스터 랭크였는데도. 그랜드 마스터급 용족들을 죄다…….”
하나 그런 그의 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음?”
랭커의 기감.
특히나 물에 민감한 어인족의 감각에, 무언가가 걸려든 것이다.
그리고.
“이건…… 화이트 돌핀들의 움직임인데?”
또 다른 바다의 생명체.
‘화이트 돌핀’ 특유의 움직임에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했다.
‘화이트 돌핀들이 여길 왜 와?’
날쌘 화이트 돌핀의 활동 영역은 넓고 푸른 대양이지.
이런 기저의 해저 동굴이 아니지 않은가?
거기까지 닿자.
‘잠깐, 설마…….’
현재 이 해저 동굴에 존재하는 이들에 대한 생각이 스쳤고.
그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촤아아아!!
어인족들이 아케쉬의 해저 동굴에서 늘 그래오듯.
갑작스레 거친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물줄기를 가르고 나타나는 존재를 확인한 샤르크는.
“이런 미친!”
경악을 내뱉었다.
당연했다.
화이트 돌핀의 움직임으로 솟아난 것은 다름 아닌.
“인간 놈들이 어떻게!”
상대측인 지구 측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빌어먹을 생선 놈들!”
“너희 이제 뒈졌어!”
서슬 퍼런 기세를 토하는 지구 측 플레이어들.
그러나 이곳에 모인 어인족들 역시 정상급 플레이어들인 만큼.
“당황하지 마라!”
“우리에겐 웨이르가 있다! 진형을 유지해!”
“놈들이 올라서기 전에 조져버려!”
얼른 진형을 갖추고 대항하는 어인족들.
그런 그들의 뒤로.
쿠그그.
음파를 내뿜던 웨이르의 거대한 아가리가 자리한다.
이어.
와아아아앙!
고래 어인족 특유의 음파를 토해 내는 웨이르.
쏟아진 음파들은 동굴에 분포한 권능들과 공명하며.
키이이이이잉!!
랭커조차 행동 불능에 빠트리는 강렬한 음파로 발전했으나 거기까지.
그의 음파에 직격당한 지구 측 플레이어들은 나뒹굴긴커녕.
“캬하! 웨이튼지 뭔지! 너 노래 잘 부른다?”
“어인족의 아이돌이라도 되냐?”
여유로운 웃음에 농담까지 던져댔고.
“뭐, 뭐야!”
“왜 멀쩡해?!”
아무렇지도 않은 그 모습에 어인족은 대경실색을 했다.
“누가 생선 대가리들 아니랄까 봐~.”
“우리가 아무 대비도 안 하고 왔겠냐?”
“이거 방탄 고막이야! 이 개자식들아!”
지구 측 플레이어들은 보란 듯이 귓구멍을 자랑하며.
“뒈져라!”
“똑같이 머리통을 깨부숴 주마!”
지구 측 플레이어들은 그간의 울분을 토하듯.
모든 공격을 쏟아냈다.
콰가가강!
쿠궁!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폭음과 격전.
미리 진형을 갖추어뒀다 한들.
이번 맵의 가장 큰 이점인 웨이르의 음파 공격을 파훼 당한 어인족들은.
“커헉!”
“끄아아악!”
지구 측의 공세에 빠르게 무너져내리기 시작했고.
“또 이놈만 남았네.”
“방심하지 마! 한 방이라도 맞으면 골로 간다.”
“다 끝난 마당에, 괜히 뒈져서 쪽팔리진 말자고!”
마지막 남은 어인족 최강의 플레이어.
“네놈들! 대체 어떻게 나의 음파를!!”
웨이르는 지구의 포화를 버텨내며 불신 어린 외침을 내질렀고.
일대 다수라는 절대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 와중에도 진형을 유지하다니, 감히 나를 농락…….’
끝까지 진형을 유지하는 지구 측에 분노가 치밀어 오름도 잠시.
어째 무언가를 지키듯.
묘한 원형을 이룬 듯한 지구 측 플레이어의 진형과 그 중심.
‘저놈은……?’
백금색 용족 형상의 플레이어를 확인한 웨이르는.
“네놈이구나! 김시문! 또 네놈이!!”
가진 모든 힘을 끌어올려.
후우우우웅!
그를 향해 거대한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어딜!”
“어림없어요.”
눈앞으로 떠오르는 두 남녀.
김시혁과 이유정의 합공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렇게.
[차원 대항전 4경기가 종료됩니다.]
[지구와 아즐란타의 차원대항전 4경기는 ‘지구의 승리’로 끝납니다.]
2대 1이었던 차원 대항전은 2대2.
지구 측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