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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41화 (341/349)

제341화

341화. 어인족 (4)

예닐곱 살의 아이들이 듣기엔 상당히 거친 말투 때문일까?

“…….”

“…….”

비슷한 외형의 두 아이.

시연이와 시준이는 멍해진 얼굴로 침묵을 이어갔고.

이를 본 도복의 여성.

“호호! 아주 바짝 졸아 버렸네~?”

하선고는 연꽃잎 한 장을 부채처럼 살랑거리며 웃었다.

하나 올라간 것은 입꼬리일 뿐.

“그래도 어쩌겠니? 아비를 잘못 둔 것도 죄라면 죄인 것을.”

차갑게 내려앉은 눈가는 잔혹함이 물씬 흘러나왔다.

이내.

“원망하려면 너희 아비를 원망하렴.”

저벅.

연꽃잎을 살랑인 그녀가 아이들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런 거야……?”

다물어졌던 아이의 입이 열린다.

너무나 작은 중얼거림인지라.

“응? 뭐라고 짖었니?”

미처 듣지 못했던 하선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고.

“너희가…… 할아버지한테 저런 거냐고.”

이번엔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시준.

하선고는 피식 웃음을 흘리곤.

“뭐, 그렇기는 한데…… 굳이 따지자면 저~기, 저 까칠해 보이는 놈이 한 거란다?”

뒤편의 피리를 쥐고 있는 도복의 남성.

한상자를 가리켰다.

갑작스러운 하선고의 삿대질에 미간을 좁히는 한상자.

하나 그것보다.

“하선고, 빨리 처리나 해라.”

하선고가 또 무슨 시비를 걸어올세라.

“싫으면 당장 그 무거운 몸뚱어리를 치우든가. 내가 처리…….”

사전에 차단해 놓으려던 순간.

통.

물 한 방울이 떨어지듯.

맑고 투명한 어떤 소리와 함께.

뻐어어억!

한상자의 머리통이 홱 돌아간다.

그에 휘말린 목과 어깨, 그리고 상체부터 하체까지.

팽이마냥 전신이 팽그르르 돌아가던 한상자는.

꽈아아앙!

묵직한 폭음과 함께 거실의 한쪽 벽면으로 처박혔다.

이곳이 온갖 아레나 부산물과 기술로 건축된 랭커팰리스가 아니었다면.

아마 건물의 어느 한 축이 무너져도, 아주 단단히 무너졌으리라.

미약한 먼지가 걷히고.

후두둑.

잔해물과 함께 드러난 한상자는 함몰된 얼굴 한쪽을 기준으로 소용돌이치듯.

전신이 뒤틀려, 박살 난 벽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

“…….”

이를 말없이 바라보던 두 남녀.

하선고와 이철괴는 잠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뚜둑.

벽면에 처박힌 한상자의 육체가 더욱더 뒤틀리더니.

“이…….”

신음인지 뭔지 모를 소리와 함께.

우두둑.

까득.

순식간에 본 모습을 되찾으며, 처박혔던 벽면에서 빠져나왔다.

흡사 시체가 되살아나는 듯한 그 기괴한 광경이 무서울 법도 하건만.

한상자를 날려 버렸던 사내아이.

시준이는 서늘한 눈으로 복구되는 한상자를 바라볼 뿐이었고.

“이 힘…… 그렇군.”

마지막으로 돌아가 버린 턱을 되돌리며,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는 한상자.

그는 지금껏 무감정했던 얼굴과 달리.

“네놈이었구나. 우마왕.”

더없이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그의 말을 들은 두 남녀.

“뭐, 뭣?”

“우마왕이라고?!”

하선고와 이철괴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무리도 아니었다.

태산만 한 크기의 거대한 몸집.

심지어 그조차도 제대로 된 현신을 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지 않나?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내어 전투태세를 갖추면.

어지간한 행성급까지 자라나는 요괴의 신왕이었고.

선계의 팔선으로서.

그 강대하고 악랄했던 위용을 몸소 겪었던 하선고와 이철괴는 당연히.

“저…… 게?”

고작 예닐곱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아이를 우마왕으로 연상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 잠시일 뿐.

“잠깐.”

“그러고 보니…….”

서늘한 얼굴의 아이.

그 주변으로 흘러나오는 아주 미약한 백색의 기운에 미간을 꿈틀거렸다.

한상자처럼 몸소 겪지 않아서 미처 몰랐지만.

이제 와서 집중해보자니.

“진짜 우마왕의 요력이잖아?”

“비록 실낱같긴 해도, 진실로 요왕의 것이로고!”

우마왕.

한때 요괴의 신왕이었던 그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다.

“그새 미치기라도 했나? 대체 왜 저딴 껍데기를 둘러쓰고 있는 거야!”

“요괴놈들이 다 그렇지.”

더 이상 어린 외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애당초 요괴놈들에게 둔갑이란, 식은 죽 먹기 같은 술법 아니던가?

그런 두 팔선을 지나쳐.

삐리리!

다소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파고든다.

눈에 보일 정도 강렬하게 일렁이는 음파.

그것은 무슨 광선처럼.

핑.

시준이의 이마를 꿰뚫고 지나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나쳐’갔다고 해야겠지.

비록 적합자에 강신한 상태라곤 하나.

“서, 선기가 저렇게…….”

한상자의 선기를 저토록 무심히 흘려버리는 모습에.

“이 빌어먹을 짐승 새끼들! 처음부터 우릴 농간하려는 속셈이었구나!”

악귀처럼 얼굴이 일그러진 하선고가 연꽃잎을 치켜든다.

어느새 완전한 부채의 형태로 조형된 연꽃잎은.

우웅!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심상치 않은 이명을 머금었고.

하선고가 그것을 힘껏 내리치려는 순간.

“시준아.”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췄다.

시준이와 또 다른 아이.

시연이였다.

어째서일까?

아까까지 보았던 아이의 모습이 아닌.

“누나가 힘쓸 땐 뭐라고 했지?”

잘 벼려진 칼날을 보는듯한 기분에.

움찔.

세 명의 신선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슬쩍 떨었다.

천하의 팔선이 고작 아이의 목소리에 몸을 떨다니?

하나 세 신선이 그 불가사의한 현실을 깨달을 겨를은 없었다.

“아무도.”

침묵하던 시준이.

아니, 아이의 탈을 쓴 우마왕이 입을 연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쓰라고 했어.”

그 입에서 나온 내용은 우마왕의 시절 때와 비교하자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소리였으니까.

그렇지 않은가?

‘한 번만 이겨도 온 차원에 제 승리를 알리던 놈이 뭐?’

선계와의 오랜 전쟁.

심지어 굳이 선계가 아니더라도.

나름 값지다 생각했던 승리는 온갖 신계에 자랑하며, 요왕으로서의 위엄에 목숨을 걸던 놈이 우마왕이거늘.

아무도 모르게라니?

하나.

“맞아. 시준아.”

그런 팔선들의 생각을 비웃듯.

“아무도 모르게 해야지, 근데 시준이는 방금 어떻게 했어?”

시연이는 박살이 난 한쪽 벽면을 가리켰다.

“저렇게 해버렸잖아. 저러면 아빠가 눈치챈단 말이야.”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우웅…… 미안해. 누나.”

아이의 탈을 쓴 우마왕은 정말 애새끼라도 되어 버린 것마냥.

“힘 조절이 안 됐어…….”

저 여아의 말에 시무룩하니 수긍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그렇지만 누나, 저것들이 할아버지를 저렇게 했잖아! 어떻게 참아?”

치기를 부리는 아이처럼.

감정을 아낌없이 토하며, 쓰러진 김무열을 가리키는 시준.

그를 따라.

잠시 눈을 감은 김무열을 힐끔한 시연이는.

“시준아, 누나는 네 공격이 잘못됐다고 하는 게 아니야.”

쐐애액!

어느새 날아드는 연꽃잎의 부채.

더 정확히는.

“당연히 이 잡것들은 죽여야지. 단지…….”

터억.

하선고의 팔목을 그대로 잡아챘고.

“무, 무슨!”

꿈쩍도 하지 않는 팔에 깜짝 놀랄 틈도 없이.

우드득!

그녀의 팔목을 그대로 으스러뜨렸다.

“꺄아악!”

고통 어린 비명을 지르는 하선고.

하나 그런 그녀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빠가 절대 알 수 없도록 하라는 거야. 들키면 이런 재미는 아마 끝일 거거든.”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그리고 시준이 너, 보니까 그거 잘하던데? 숨기는 거였나.”

“응? 숨기는 거?”

시연이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준이.

이내.

“아! 이거?”

감을 잡은 것일까.

손뼉을 친 시준이는 하얀빛이 어린 손으로 허공으로 쓱 내저으려다가.

“아니, 아니지.”

잠시 멈칫하곤,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내.

[아! 데릭과 김시문이 버티고는…….]

[김시문! 뭔가 수가 있어 보이는…….]

거대한 TV 화면 속에서.

방금 김시문이 한 행동처럼.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스르르르.

튕긴 손가락을 중심으로 일대가 하얀빛으로 일렁였고.

일렁거림은 빠르게 잦아들었다.

아까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내부.

아니.

딱 2가지는 달랐다.

[아! 데릭과 김시문이 버티고는…….]

[김시문! 뭔가 수가 있어 보이는…….]

[아! 데릭과 김시문이…….]

[김시문! 뭔가 수가…….]

기이할 정도로 시문만 담긴 장면이 반복되는 TV 화면과.

깊은 잠에 빠져 가느다란 숨을 내쉬던 두 중년인.

김무열과 최창욱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 말이다.

그에.

“이건!”

허름한 행색의 노인.

이철괴가 부르튼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창조의 결계라니……!’

창조의 결계.

공간과 공간을 일시적으로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와 구조로 생성되는 결계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에 속하는 결계.

쉽게 말해 공간 자체를 아예 ‘창조’해 버리는 형태의 결계였다.

그리고 창조계의 성좌들이 으레 그렇듯.

‘이건 성좌 중에서도 공간과 창조, 둘 모두에 재능을 지닌 이들이나 가능한 짓이거늘…….’

타고난 재능.

그것도 ‘창조’와 ‘공간’이라는 두 개의 영역을 아울러야 펼칠 수 있는 결계가 아니던가?

하물며.

‘공간 능력이야, 요괴 놈이니 본래부터 일가견이 있었다지만…….’

천한 태생에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다수의 요괴가 결계와 변신에 꽤나 능통했었고.

당연히 그들의 왕이었던 우마왕 역시 공간 능력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하나.

‘창조의 영역은 아닐진대?’

창조의 영역은 아니었다.

물론 분신술 정도는 가능했으나.

그마저도 아우인 손오공 놈에게 밀리는 것은 물론.

‘분신 따위가 창조의 영역에 속할 순 없지.’

고작 제 형상을 하나 더 빚어내는 짓거리는 창조의 영역에 조금도 미칠 수 없었다.

한데 그런 분신술이 고작이던 우마왕이.

‘어떻게 창조의 결계를…….’

어찌 ‘창조’의 영역까지 아우를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곁에 있던 또 다른 팔선.

한상자 역시 같은 생각인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철괴와 같이 경악을 나지막이 내뱉었으나 거기까지.

두 신선은 이 이상의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콰지직!

섬뜩한 파육음.

그와 함께.

“컥!”

철퍽.

흠뻑 젖은 걸레처럼.

오른팔이 아예 뜯겨나가 버린 하선고가 둘의 앞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적합자에 무리하게 강신했기 때문일까?

“끄. 끄어어……!”

좀처럼 고통에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하선고.

이철괴는 얼른 지팡이를 내리쳐.

우웅.

“한상자! 어서 치유를!”

“아, 알았어.”

펼칠 수 있는 최대한의 보호막을 펼치며, 하선고의 치유 시간을 벌려고 애썼다.

하나.

애당초 그런 팔선들에겐 관심조차 없는 것일까?

“시준아, 넌 누구로 할래?”

두 아이는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저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따름이었다.

“나는 저놈! 내 주먹을 버틴 거, 못 참아!”

특유의 자존심이라도 발동한 듯.

승부욕이 가득한 얼굴로 한상자를 가리키는 시준이.

그에 무슨 쓰레기를 던지듯.

“으음, 나도 사실 몸통을 그대로 찢어버릴 생각이었는데…….”

뜨끈한 피가 뿜어져 나오는 하선고의 팔을 툭 내던진 시연이는.

“팔 한 짝으로 도망간 게 기분 나빠서. 쟤로 할래.”

피가 흥건하게 젖은 왼손으로 몸을 일으키는 하선고를 가리켰다.

그러곤.

“그러면 저 늙은이가 남는데…… 우움…… 난 못생긴 건 싫은데…….”

미간을 찌푸리며, 피 묻은 손가락으로 제 턱을 톡톡 두드리는 시연이.

“나도! 누나가 싫으면 나도 싫어!”

시준이 역시 고개를 끄덕여오며, 제 누이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졸지에 생김새로 덩그러니 표적에서 벗어나게 된 이철괴는.

“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이 치욕스러운 상황에 얼굴을 붉혔으나 그뿐.

그는 안중에도 없는지.

“맞아!”

시연이가 피가 흥건한 손으로 찰박 손뼉을 쳤다.

“뀨웅이한테 주자.”

“뀨웅이?”

“응! 요즘 사냥을 못 해서 많이 쌓여 있거든.”

제가 생각해도 아주 좋은 생각인지.

무척이나 기쁜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던 시연이는.

“근데 시준아.”

다소 곤란한 얼굴로 높은 천장을 올려다보았고.

“뀨웅이는 우리보다 약해서. 저것들 잡으려면 현신을 해야 하거든?”

그런 누나의 걱정에.

“응, 그건 걱정하지 마. 누나.”

따악!

듬직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인 시준이 또 한 번 손가락을 튕겼다.

“넓히면 되니까.”

그러자 천장이.

아니.

쩌어어억!

하늘이 열린다.

어느새 높디높았던 거실의 천장은 지우개로 지워낸 것처럼 사라져 있었고.

미처 하늘까진 구현하지 못했던 것인지.

끼기기긱!

섬뜩한 괴음을 토하는 거대한 차원의 소용돌이가 하늘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어.

펄럭!

머리칼이 나부낄 정도의 강풍이 팔선들의 머리칼을 휩쓴다.

어느새 일대는 완전히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고.

소름 끼치는 소용돌이마저 짙은 어둠으로 가려졌다.

이내.

[크르르르…….]

일대를 뒤덮은 거대한 무언가의 으르렁거림과.

“자~ 이제 누가 먼저 죽이는지 내기하기다?”

“응! 제일 늦게 죽이는 사람은 바~보!”

신이 난 아이들의 대화를 끝으로.

성인도 보기 힘든 잔혹 동화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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