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화
333화. 호문쿨루스 (4)
끼아아아아아악!!!
영혼마저 저릿해질 정도로 강렬한 비명.
그것을 배경음 삼아.
[‘김시문’의 창조의 신성 자격이 보류되었습니다.]
사무적인 시스템창이 시문의 눈앞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는 일시적일 보류일 뿐, 조건 충족 시 언제든 자격 획득이 가능합니다.]
[칭호 ‘용신’에 창조의 신성이 추가됩니다.]
저 끔찍한 비명과는 아무 관련도 없다는 듯.
묵묵히 제 말만을 이어가는 시스템창.
이내.
창조의 신성 박탈의 절차가 끝난 것일까?
[끄, 끄으으…….]
실신하다 못해, 거의 죽어가는 에키드나의 숨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건…… 있을 수 없는…….]
고통.
그리고 불신으로 점철된 그녀의 신음을 끝으로.
키이이이잉!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와 같은 날카로운 이명이 또다시 시문을 엄습했다.
* * *
날카로운 이명과 함께 오던 그 특유의 현기증 때문일까?
“윽.”
시문은 잠시 몸을 휘청거렸으나 그뿐.
꼬옥!
단단한 보호장치를 착용한 듯.
몸을 단단히 잡아주면서도, 보드라운 감각에 시선을 내렸고.
볼 수 있었다.
“아빠!”
제 어린 시절을 많이 빼닮은 한 아이를.
“아빠…… 아파요?”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 때문에…… 아파요?”
아이인데도 뚜렷한 이목구비와 달리.
순박한 두 눈에 물기가 가득 고이는 아이.
그에 퍼뜩 정신을 차린 시문은.
“아니. 난 멀쩡해.”
얼른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네가 잡아줘서, 이렇게 안 넘어졌지. 고맙다.”
따스한 미소와 함께 아이를 쓸어주었고.
손에 감기는 그 부드러운 머리칼만큼이나.
“헤헤! 아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머리를 도리도리 흔드는 아이.
이내.
“참. 그러고 보니…….”
그런 아이를 내려다보던 시문이 말끝을 잠깐 흐린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네?”
시연이처럼 자신을 쏙 빼닮은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것이다.
그것만을 기다린 것일까?
“웅! 나, 이름 없어요!”
어느새 눈가의 물기를 싹 지워버린 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참, 제정신이 아니네.’
시문은 잠시 헛웃음을 머금었다.
‘아무리 바빴다지만, 제일 중요한 일을 놔두고…….’
창조의 신성이니 뭐니.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 있기는 했다지만.
이름 지어주는 것을 깜빡하다니?
시문은 고개를 슬쩍 저으며,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뀨웅이 때는 시연이가 미리 이름을 지어 준 상태였었지.’
애당초 페어리 드래곤으로 탄생시키기 전부터.
시연이는 뀨웅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던 상태.
고로 지금 눈앞의 아이는 시연이를 처음 연성했을 때처럼.
용족에 해당하긴 하여도, 시문이 직접 이름을 지어줘야 했다.
“음…….”
잠시 침음을 흘리는 시문.
‘무슨 이름이 좋을까?’
시연이 때도 그랬지만.
호문쿨루스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을 쏙 빼닮은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가?
‘생긴 것도 그렇고. 어지간해선 나랑 시연이와 비슷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자신의 성과 이름을 따와, 진짜 가족 같은 이름을 지어주고픈 시문이었다.
잠시의 침묵 끝에 시문은 입을 열었다.
“나랑 시혁이가 시자 돌림이고…… 시연도 있으니까…… 그래! 김시준, 어때?”
거기다 남자아이이니.
어감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마음에 든 것일까?
“김시준…… 김시준……!”
시문이 지어준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던 아이는.
“응! 저는 이제부터 김시준이에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고.
[호문쿨루스의 이름이 김시준으로 정해졌습니다.]
[업적 ‘나의 첫 호문쿨루스’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 포인트 50,000점을 획득합니다.]
[업적 공적치 5,000,000점을 획득합니다.]
[업적 공적치가 일정 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름이 결정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업적 보상이 지급되었고.
업적 공적치의 상한을 돌파해서인지.
[업적 상점의 ‘힘 스탯’ 항목이 ‘힘 스탯 +4’ 항목으로 상향됩니다.]
[업적 상점의 ‘민첩 스탯’ 항목이 ‘민첩 스탯 +4’ 항목으로 상향됩니다.]
[업적 상점의 ‘체력 스탯’ 항목이 ‘체력 스탯 +4’ 항목…….]
[업적 상점의 ‘랜덤 스탯’ 항목…….]
우르르 상향되는 업적 상점의 항목들을 끝으로.
화아아아.
시연이 때와 같은 하얀 빛이 시문과 시준을 휘감았다.
그리고.
“언니.”
연구실 한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문을 닮은 또 다른 아이.
“시연이도…… 이제 동생이 생기는 거야?”
시연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곁에 둥둥 떠 있는 플라스크 속 눈알.
현자의 돌을 돌아보았다.
이내.
“언니?”
밝았던 시연이의 고개가 슬쩍 갸웃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
또 다른 창조물이자, 새로운 가족이 정식으로 탄생하는 광경임에도.
현자의 돌의 시선은 어째서인지 가라앉아 있었으니까.
물론 감격스러운 순간인 만큼, 다소 진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나.
“언…… 니?”
오랫동안 봐온 언니의 심경이 평소와 뭔가 다르다는 걸.
시연이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점차 사그라드는 빛을 보며.
-……오빠는 달라…… 다를 거야. 그놈과는…….
입술을 슬쩍 깨물 듯.
눈꺼풀을 파르르 떤 현자의 돌은.
-응? 시연아. 뭐라고 했니?
어느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시연이에게 물었고.
“…….”
본래대로 되돌아왔기 때문일까?
잠시 눈을 끔뻑이던 시연은.
“우웅! 아냐! 동생이 생기니까 좋아서!”
평소처럼 환한 미소로 답했고.
-……그래. 가족이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지.
현자의 돌은 잠시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으나 그뿐.
-그나저나, 혈액까지 전부 오빠 걸로 들어가서 그런가?
곧 여느 때와 같이 명랑하고.
-고놈 참, 오빠를 닮아서 잘생겼네!
밝은 미소로 어느새 환한 빛에서 벗어난 시준이를 바라봤다.
그렇게도 좋은 것일까?
“응! 내 동생. 너무너무 잘생겼어!”
시연이는 폴짝 뛰기까지 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그러니까. 시연이는 좋겠다? 저런 동생이 생겨서.
“응! 시연이 엄청 기뻐! 딴 여자 없이 시연이 동생을 만들어 준 거잖아?”
물론.
“나는 있지, 아무리 언니라도 아빠는 양보 못 하거든. 아빠는 시연이랑 결혼할 거니까.”
-으, 응?
이어지는 시연이의 말과 눈빛은 현자의 돌도 다소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빠는 전부 내 거거든.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전부 다.”
어딘가 섬뜩했지만 말이다.
* * *
널따란 천장.
정확히는 그곳에 떠오른 상태창을 보던 시문은.
“시문 님. 안 오십니까?”
자신을 부르는 굵직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험상궂은 외모의 남자.
밤사냥꾼 박진욱이었다.
“아, 잠시 처리해야 할 게 있어서요. 이것만 끝나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빨리 오십쇼. 다들 아주 궁금해서 난리입니다! 저도 그렇고요!”
“그럴게요.”
박진욱의 성화에 미소로 답하는 시문.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달칵.
그가 연구실의 문을 닫고 나가자.
‘어디 보자. 칭호가…….’
시문은 곧바로 이번 호문쿨루스 제작으로 인한 성장 중 하나.
칭호 ‘연금술사의 선구자’를 확인했다.
[연금술의 선구자] - 성장형
연금술의 신화적인 산물을 모두 연성한 연금술사에게 주어지는 칭호.
-연성 관련에 큰 보너스를 받는다.
-연성에 소모되는 연성력이 55% 감소한다.
-연성의 위력이 45% 증가한다.
인체 연성에서도 정점급 지식인 호문쿨루스를 연성해서일까?
‘전체적으로 옵션이 모두 증가했네.’
연성 보너스는 ‘제법 큰’에서 ‘큰’으로.
연성 위력은 45%에서 55%, 연성 위력은 35%에서 45%로 각각 10%씩 상승해 있었다.
‘역시 성장형 칭호야.’
이를 확인한 시문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것들이 모여서, 호문쿨루스 연성도 가능했던 거니까.’
따로 장비를 지니지 않는 시문의 입장에서 단순 스탯을 제외하면.
이러한 옵션들이 스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주지 않는가?
이번의 호문쿨루스 연성 역시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가 80%에 달성했다 한들.
이러한 보조적 옵션들이 없었다면.
성좌의 신성을 이용하는 호문쿨루스 연성은 어려움이 많았을 터였다.
결정적으로.
‘갱신형도 아니니. 앞으로도 더 성장할 일밖에 없지.’
칭호 왕들의 픽과 달리.
갱신형이 아닌 성장형이지 않은가?
어떤 이유에서든 옵션의 상승밖에 없었기에.
앞으로의 성장에 맞춰, 꾸준히 자신을 뒷받침해 줄 칭호였다.
‘그나저나. 칭호 용신에 창조의 신성이 추가되었다고 했었지?’
연금술의 선구자를 다 훑은 시문은 그 아래.
칭호 ‘용신’의 옵션을 살폈다.
[용신] - 성장형 칭호
현재 공석인 용계의 자리에 앉을 자격을 증명하는 칭호.
-결속된 용족 : 페어리 드래곤, 요룡족
-창조의 신성 : 12% (보류)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옵션.
하지만 그런 만큼 변화된 부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결속된 용족에 새로 추가된 요룡족부터.
‘창조의 신성이라…… 이렇게 표시되나 보네.’
이번에 새로 추가된 옵션인 창조의 신성까지.
시문의 시선은 해당 옵션 중 ‘보류’와 ‘12%’라는 수치를 향했다.
‘보류된 이유는 아까 창조의 신성이 말했던 대로. 내가 성좌가 아니라서겠지.’
아까 전.
창조의 신성에서 제2용제 에키드나와 만났던 당시.
자신과 그녀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창조의 신성은 분명 자신이 성좌가 아니기에.
신성의 보유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리고.
‘조건만 충족하면. 언제든지 자격 획득이 가능하다고 했어.’
그 말은 즉.
‘에키드나가 보유하고 있는 창조의 신성의 본 주인은 나라는 말이 돼.’
현재 2용제 에키드나가 보유하고 있다는 창조의 신성.
그것에 대한 자격 자체는 시문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 된다.
‘뭐, 이상할 것도 없나?’
애당초 자신이 지닌 용족 관련 능력은 모두 용신 티아메트로부터 기원된 것.
물론 드래고노이드와 같이 여러 형태로 발전하긴 했으나.
그 근본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다.
‘용종 탄생 업적도 그래.’
용종 탄생 업적을 대놓고 운운했던 창조의 신성.
자신은 뀨웅이와 시준이로 총 2개.
에키드나는 0개에 수렴했다.
물론 그녀 역시 ‘준 탄생 업적’은 다수 존재했으나 그뿐.
애당초 탄생 업적 1개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부문인지.
‘용종 탄생 업적이 단 2개뿐인데도. 무려 12%의 가치를 지닌단 말이지?’
창조의 신성은 무자비하게 에키드나가 지니고 있던 신성의 12%를 추출해 버리지 않았나?
‘그럼 업적당 6%로 환산했을 때. 단순 계산만 해도 대충 16에서 17개 정도의 탄생 업적이 있어야 100%인가?’
앞으로 16~17개의 용종 탄생 업적만 있으면.
에키드나가 보유한 창조의 신성을 100% 회수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신화급 무구들의 후반부 연성이 그렇듯.
뒤로 갈수록 해당 수치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가 비록 성좌가 아니더라도, 에키드나의 신성은 갉아먹을 수 있구나.’
창조의 신성.
그것의 진짜 주인이 자신인 만큼, 앞으로 탄생 업적이 쌓일 때마다.
2용제 에키드나의 힘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것.
‘뭐, 준 탄생 업적이 있는 것도 보면, 어설픈 연성은 탄생 업적으로 쳐 주지 않는 느낌이지만…….’
하나 이 까다로운 조건에도.
시문은 그리 불안감이나 조급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에키드나는 용종 탄생 업적이 아예 없으니까.’
에키드나의 업적은 ‘용종 탄생’ 업적은 하나도 없고.
오직 ‘준 탄생’ 업적만 다수이지 않던가?
아마 에키드나 본인 역시 창조의 신성에 대한 자격이 없음을 잘 알고 있을 터.
‘이 부분에선 아무리 성좌라도, 나보다 뒤처지나 보네.’
괜히 손오공이나 루시퍼가 창조에 대해 젬병이라고 언급한 게 아닌 모양이다.
‘하긴, 그러니 에이션트 드래곤까지 보낸 것이겠지.’
길드전에 난입했었던 에이션트 그린 드래곤 에트라.
이제야 이해되는 지난 일의 원인에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은.
‘그리고 티아메트의 기억에서도 용신의 신성을 나눴던 걸 보면…….’
용신 티아메트의 피로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로 비추어 볼 때.
‘다른 용제들도 이런 형태의 신성을 지녔을지도 모르겠군.’
물론 창조라는 분야가 유독 특별하니.
아닐 수도 있겠다만은.
‘만약 그렇다면, 나야 좋지. 놈들을 약화시킬 수단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니까.’
그것도 아주 치명적 수단으로 말이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시문은.
꺄아아!
어쩜 이렇게 닮을…….
시준아~~!
문을 뚫고 들려오는 소란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우리 시준이가 인기가 많은 모양이네.”
이내.
“읏차! 그럼 나도 나가 볼…….”
정리할 것을 다 정리한 시문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NO. 274 지구의 차원대항전이 매칭되었습니다.]
한 줄기의 메시지가 시문의 앞을 가로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