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30화 (330/349)

제330화

330화. 호문쿨루스 (1)

끼리릭.

그극.

익숙한 작업소리.

그 속으로.

“히야! 이거 어마어마한데?”

휘파람 소리와 함께.

“야. 김시문. 너 정말 연금술산지 뭔지가 맞기는 하구나?”

장난기가 그득한 목소리가 울려온다.

금빛 머리칼과 꼬리, 그리고 같은 색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까지.

저승이 아닌 이승이라서일까?

“그나저나. 정말 가능한 거냐? 아니. 가능한 거지?”

발설지옥 때와 달리.

완전히 온전해진 모습으로 물어오는 손오공.

어지간히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 아니. 아니지. 너라면 가능하겠지.”

손오공은 선물상자를 앞둔 아이처럼 이글거리다 못해.

“당장 여기 구조만 봐도 딱 느낌이 오거든!”

반짝이는 시선을 쏟아냈다.

그에.

“다시 말하지만, 나도 확신은 못 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하는 시문.

무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손오공 너, 지금 그 질문만 7번째거든?”

작금의 질문만 벌써 7번을 넘어가지 않던가?

하나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인지.

“캬핫! 너라면 분명 가능할 거야! 내가 감 하나는 또 죽이잖냐!”

“그 소리도 7번째다.”

“뭐 어떠냐? 형님만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백만 번이고 천만 번이고 할 수 있다고!”

“그 말 역시 7번…… 하아, 아니다.”

도돌이표와 같은 손오공의 말에 더 이상 대꾸도 하지 않는 시문.

벌써 7번이니 지치는 감도 있지만.

‘저놈이라면 진짜로 백만 번, 천만 번씩 말할 수 있어.’

손오공의 성격상.

그리고 그가 태초신에게도 개기는 성좌임을 고려해 보면.

저 말은 분명 틀린 말이 아닐 테니까 말이다.

거기다.

‘뭐, 저것도 다 절실한 마음 때문이겠지만…….’

우마왕과의 우애가 상당해 보이지 않는가?

저런 손오공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었다.

자신 역시도 그러한 마음에 최대한 부응해주고 싶고 말이다.

하지만.

“손오공?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해둘게.”

현실과 이상은 늘 다르기에.

현실적인 것들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었고.

“닉스가 가능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결국 말 그대로 가능성이야.”

특히나 연금술사인 시문으로선.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호문쿨루스 제작은 나도 경험이 아예 없는 분야라, 실패할 가능성도 꽤 있어.”

시문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고.

이를 느낀 것인지.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다.”

손오공 역시 연구실 내부를 둘러보던 장난기를 쏙 빼고 답했다.

“연금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탄생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지고한 일인지는 아니까.”

탄생.

이를 더 포괄적으로 보자면.

“그건 창조의 영역이잖냐.”

창조라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가?

“성좌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니까. 나 같은 놈들이 그 증거잖아?”

손오공은 자신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였고.

처음 듣는 말에.

“성좌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시문은 의외라는 눈으로 물었다.

그리고.

“당연하지. 너희로 치면 뭐랄까…… 그래! 차원계나 시간계. 그런 쪽 재능을 타고나는 것과 비슷한 거야.”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어지는 손오공의 설명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시문.

무리도 아니었다.

차원계나 시간계와 같은 타고난 재능의 영역에 빗댄 것도 그렇고.

‘그래서 창조에 대해서, 성좌들이 그렇게 민감했던 거구나.’

일전 페어리 드래곤인 뀨웅이를 연성했을 당시.

쏟아졌던 성좌와 신계들의 반응을 잘 알지 않는가?

‘용제들조차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었지.’

제 2용제 에키드나.

그녀가 지닌 가장 강력한 전력 중 하나인 에이션트 드래곤을 보낼 정도로.

이 ‘창조의 영역’은 성좌들 사이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지니는 느낌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음.”

시문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진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때는 그래도 키메라 연성이라, 근간이 되는 뼈대라도 있었는데…….’

페어리 드래곤.

뀨웅이를 연성했던 방법은 키메라였고.

그 근간이 되는 드래곤 헤츨링의 육체와 정령왕의 힘이 있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도 우마왕의 육체와 신성이 남아 있다고는 하다만…….’

지금도 재료 자체는 존재하긴 했으나.

‘그 급도 다르고, 형태부터 전부 내가 직접 다듬어야 하니까.’

그때처럼 헤츨링의 육체에 정령왕의 기운이 엮인 상태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생명체 자체를 손수 ‘탄생’시켜야 하는 부분이었기에.

페어리 드래곤 때와는 그 난이도 자체가 다른 상태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하긴, 괜히 인체 연성에서도 정점급 지식이 아닌 거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게 어디 간단한 일이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시문은.

“손오공. 넌 이만 돌아가.”

어느새 연구실을 누비고 다니는 손오공을 돌아봤다.

당연히

“엉? 왜!”

정색하며 반문하는 손오공.

그도 그럴 것이.

“형님을 살리는 일이잖아!”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 아니던가?

스스로 입으로도 창조의 영역이라고 말한 만큼.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와야지!”

무엇이든 돕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상태였다.

하지만.

“너, 창조에는 아예 재능이 없다며.”

“그, 그거야!”

앞서 본인의 입으로 말한 대로.

창조에는 재능이 아예 없지 않은가?

결정적으로.

“거기다…….”

파츠측.

손오공의 주변으로 튀어 오르는 스파크.

이미 앞서 여러 성좌들에게도 겪어봤지만.

“여기에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한테 피해가 크잖아.”

이렇게 분신을 지구에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제재와 소모가 이어지고 있지 않나?

“…….”

일순 조용해지는 손오공.

이내.

우웅.

2개의 뿔이 달린 빛의 구체.

우마왕의 신성을 내민 그는.

[성좌 제천대성이 업적 포인트 100,000점을 지급합니다.]

무려 업적 포인트 10만 점이라는 거금을 건네며.

“현재 인과와 갤럭시 아레나의 규정상, 내가 줄 수 있는 전부다. 부디…….”

잠시 입술을 깨물더니.

“형님을 잘 부탁한다.”

슬쩍 고개까지 숙여왔고.

그것을 말없이 보던 시문은 손오공이 건네는 값어치가 아닌.

“……최선을 다할게.”

그것에 담긴 진심을 건네받았다.

* * *

사각.

펜이 무언가를 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며칠간.

일정한 간격으로 쉬지 않고 들려왔던 그 소리는.

사각.

마지막이 늘 그렇듯.

“이것도 아냐.”

따악.

한숨 어린 목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로 마무리되었다.

스르르륵.

순식간에 사라지는 온갖 형태의 문양들.

그렇게 다시 백지가 되어버린 종이를.

아니.

우마왕의 육체 조각을 보며.

“하아…….”

시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어떤 연성식을 넣어도 꿈쩍조차 하지 않아.’

지난 며칠간 이어졌던 철야.

정말 플레이어로서의 육체를 최대로 활용해, 잠까지 줄여가며 작업을 해왔건만.

아직 첫 단계의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 아니던가?

심지어.

‘성좌의 육신이라서 그런가? 인체 연성이 아예 먹히질 않으니 원…….’

무려 80%의 완성도를 지닌 옵시디언 타블렛이거늘.

우마왕의 육체는 그 어떤 연성 반응도 일으키질 않았다.

‘여기서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를 더 올린다 해도, 여전히 연성 반응은 안 일어날 거 같은데…….’

애당초 그럴 업적 포인트도 없었으나.

지금까지의 양상으로 보아, 옵시디언 타블렛의 완성도를 90% 이상으로 올린다 해도.

우마왕의 육신에 연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은 들지 않았다.

“하아, 역시 호문쿨루스라 이건가…….”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시문의 왼쪽 눈에서.

-형. 꼭 우마왕의 육체를 사용해야 해?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시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마안에 깃든 루시퍼였다.

-사실 나도 창조에 재능이 있는 타입은 아니라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굳이 형태에 얽매일 필요가 있냐는 거지.

“형태?”

시문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지자.

-그렇잖아? 형은 저 망할 원숭이 놈의 부탁으로 우마왕을 다시 만드는 거 아냐?

“좀 다르긴 한데…… 맥락은 비슷한 느낌이지.”

-그럼 대충 아무 그릇에다가, 우마왕의 신성만 담아주면 되잖아.

뚱한 목소리로 답하는 루시퍼.

-뭐하러 친절하게 육체까지 예전 걸로 신경 써 줘?

녀석은 손오공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애당초 성좌의 육체는 같은 성좌도 다루기가 힘든데.

루시퍼는 연신 뾰족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하나.

당사자인 시문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것인지.

‘맞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시문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한 얼굴로 우마왕의 육체 조각을 바라봤다.

‘애당초 호문쿨루스는 새로운 생명. 즉, 아예 새로운 존재로 탄생시키는 지식이잖아?’

어떤 형태, 어떤 방향이든.

애당초 머리카락 한 올까지 직접 설계가 가능했기에.

호문쿨루스의 연성 난이도가 이리 상상을 초월하던 것 아니던가?

‘애당초 한번 죽어 버린 성좌의 육신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어.’

아무리 우마왕이 강대한 성좌였고.

그 육체 역시 범상치 않은 힘을 지녔다 한들 그뿐.

‘어차피 저 육체도 점차 죽어 가는 마당이기도 하고.’

봉인이 풀려서인지.

조각난 우마왕의 육신은 시신이 부패하듯.

이 순간에도 그 신성이 소멸되고 있었다.

해서 더욱 기를 쓰고 연성을 노렸거늘.

‘성좌의 육체라는 재료에 너무 욕심을 부렸어.’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마왕의 신성을 담아낼 그릇. 그걸 하나하나 전부 직접 설계하면 돼.’

물론 상당히 고된 작업이 되겠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막막함은 없을 것이고.

‘어차피 베이스가 되는 프로토타입은 참고할 만한 게 있으니까.’

비록 호문쿨루스가 아니긴 하나.

어느 정도 기초가 되는 베이스는 이미 한번 만들어 본 상태 아니던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문이 곧바로 연구실 한구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시문의 심상 속에서.

“거참.”

청안과 홍안의 오드 아이를 지닌 검은 머리의 미소년.

“꼴랑 그거 말했다고 저렇게 척척 알아듣네?”

루시퍼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이내.

“아니면 내가 창조의 영역을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나도 힘만 되찾으면, 한번 시도해 봐야겠는데?”

그렇게 중얼거린 루시퍼의 시선이.

“근데 변태 할망구.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뒤편의 검붉은 돌을 힐끔한다.

물론.

쿠그그그그!

“노, 농담! 농담이지! 누님! 하핫!”

곧바로 뒤흔들리는 심상 세계에 얼른 손사래를 치는 루시퍼.

진동이 가라앉자.

“흠흠! 누님. 혹시 저 녀석이랑 뭐, 싸우기라도 한 거야?”

목을 가다듬은 루시퍼는 평소와 같이 능글거리며 물어왔고.

-딱히? 내가 오빠랑 싸울 일이 뭐가 있다고.

현자의 돌은 건조하게 답해왔다.

“그래?”

루시퍼의 고개가 갸웃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데 왜 날 시키는 거야? 그리 대단한 조언도 아닌데. 그냥 직접 말하면 되는 거잖아.”

방금 ‘형태에 얽매이지 말라’는 조언.

그것은 다름 아닌 현자의 돌이 루시퍼에게 전달하라 시킨 말 아니던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거기다 누님은 이미 첫날부터 말해주고 싶은 눈치던데…… 왜 이제 와서 이러는 거야?”

시문이 했던 지난 며칠간의 철야 때의 일까지 물었다.

하지만 그뿐.

-그건…….

뭐라 말하려던 현자의 돌은.

-……난 관여해서 안 되기도 하고. 내가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도 있겠지…….

“엥? 누님?”

-그놈과는 저렇게 다른데도…….

“뭐, 뭐라고 하는 거야? 같이 좀 알자고.”

루시퍼조차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릴 따름이었다.

이내.

현자의 돌이 아예 침묵해버리자.

“커험! 그나저나 누님. 왕년에 외모가 아주 죽여줬다며?”

괜히 머쓱해진 루시퍼는.

“왜 그런 형상으로 있는 거야? 나 눈요기라도 좀 하자니까~.”

평소와 같은 능글거림으로 답할 뿐이었다.

* * *

달그락!

눈으로 좇기 힘든.

그러나 무척이나 정교한 움직임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머리칼도, 눈도.

그 어떤 이목구비도 없는 무채색의 인형.

그것을 장인처럼 다듬던 시문은.

“됐다!”

밝아진 눈으로 이마에 흐르던 땀을 쓱 닦아냈다.

현재 그의 스펙이 탈 인간임은 물론.

드래고노이드까지 한 상태임을 돌이켜 보면.

상당한 공을 들인 상황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후우.”

고갈된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듯.

한 걸음 물러나 숨을 고른 시문은.

“이제 주입과 안착만 하면 끝인데…….”

인벤토리에서 두 개의 뿔이 달린 빛의 구체, 우마왕의 신성을 꺼냈다.

그러곤.

저벅.

무채색의 인형에 한 걸음 다가가.

다소 긴장된 얼굴로 가슴 정중앙에 움푹 파인 부분을 가만 바라보는 시문.

이유는 간단했다.

‘될까……?’

지난 작업에 몰두하느라.

잊고 있었던 감정이 슬금슬금 머리를 들이민 것이다.

‘설계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짰고, 검수도 부위별로 10번을 넘게 하긴 했는데…….’

외양이야 저렇게 아무것도 없는 무채색의 인형으로 보이지만.

키이잉!

활성화된 오딘의 눈엔 인간의 그것처럼.

아니.

인간의 것을 넘어선 수많은 혈관과 내부 요소들이 3차원의 홀로그램처럼.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비치고 있지 않나?

그것을 보는 시문 본인조차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럴 수밖에.

‘그간 아껴둔 최고급 재료들을 모두 때려 박았지.’

호문쿨루스의 제작을 위해 지난 아레나와 주기적인 구매를 통해 아껴두었던 재료들.

S급은 기본이요.

SSS급을 넘는 그 귀한 것들을 아낌없이 투자하지 않았던가?

덕분에 재료 저장고도 반절이나 비어버린 상황이었다.

고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뭘 더 하고 싶어도 더 이상 해낼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러니.

‘이젠 믿자.’

이젠 믿고 실행해야 할 때였다.

‘내 설계와 실력을 믿는 거야.’

그렇게 마음먹은 시문이 또다시 한 걸음 다가간다.

무채색의 인형과 가까워져서일까?

우웅.

손에 들린 우마왕의 신성이 미약한 반응을 흘렸고.

시문은 그것이 원하는 대로.

무채색의 가슴 정중앙에 마련된 자리로 그것을 장착했다.

아니.

스르륵.

알아서 흡수되었다고 해야겠지.

우마왕의 신성이 무채색의 인형 속으로 스며들자마자.

“현아야!”

곧바로 신호를 보내는 시문.

중요한 순간이라서일까?

-……응.

평소와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로 답한 현자의 돌은 곁에 있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주르륵.

처음부터 투명한 선들이 연결돼 있었던 것일까?

아까는 보이지 않던 수많은 붉은 선들이.

정확히는 그 속에 담긴 혈액이 무채색의 인형에게로 주입되었고.

지난 고된 작업의 성과를 증명하듯.

스르르르.

마치 하나의 생명이 실시간으로 조형되는 것처럼.

무채색의 인형 속을 유형하며, 복잡하고도 정교한 선들을 이어 나갔다.

감히 위대하다고도 일컬을 수 있는 그 광경에 코끝이 찡해지는 것도 잠시.

‘좋아. 내 혈액은 성공적으로 안착했어.’

시문은 어떤 문제도 없이 안정적으로 무채색의 인형을 채우는 자신의 혈액을 살피곤.

‘이제 우마왕의 신성만 안착시키면 돼.’

붉게 물든 인형의 가슴 정중앙.

유일하게 하얀빛을 머금고 있는 그곳을 향해 손을 내민 시문은 위대한 진리.

아르스 마그나 융합의 힘을 끌어올려.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요구치에 맞는 연성을 이루기에는 연성력이 부족합니다.]

[현자의 돌이 부족한 등가교환을 성립시키기 위해, 업적 포인트 100,000점을 요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생명의 탄생과 연관된 작업이기 때문일까?

‘10만 점이라…….’

지금까지 3천 점을 요구해왔던 것과 다르게.

무려 업적 포인트 10만 점이라는 무시무시한 대가를 요구하는 등가교환창.

그러나 손오공에게만 업적 포인트 20만 점을 획득한 상태였기에.

‘뭐.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데 이 정도쯤이야. 오히려 싸게 먹히지.’

시문은 주저 없이 ‘예’를 택하곤.

아르스 마그나(Ars Magna) 융합(融合).

자신이 깨달은 위대한 진리로 우마왕의 신성과 준비한 그릇을 융합시켰다.

그러자.

파츠츠츠츠츠!!

우마왕의 신성이 자리한 가슴 정중앙에서 엄청난 연성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그에 맞춰.

부글부글!

그릇에 담긴 시문의 혈액 역시 위대한 진리와 성좌의 신성으로 용암처럼 들끓었다.

이어.

“아, 안 돼…….”

시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든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마왕의 신성이!’

이번 호문쿨루스 연성에 핵심이 되는 우마왕의 신성.

이번 호문쿨루스의 설계상, 생명의 근원인 심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그것이.

‘왜 뛰질 않는 거야?!’

꿈쩍도 하지 않는 탓이었다.

‘왜지? 혈액도, 신성도 안착 자체는 정상적으로 됐는데?’

시문이 혼란에 연신 우마왕의 신성을 살피려는 그때.

-오빠! 나 때문이야! 나!

잠자코 있던 현자의 돌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뒤가 다 잘린 말임에도.

“갑자기 그게 무슨…… 아!”

곧바로 탄성을 흘리는 시문.

‘맞아! 저건 나와 시연이를 베이스로 만든 그릇이고. 나한테는 현자의 돌이 있었지!’

현자의 돌.

신화급 무구는 물론.

자신을 회귀시키기까지 해준 자신의 또 다른 심장.

아니.

어쩌면 심장보다도 더 중요한 존재이지 않던가?

그런 자신을 베이스로 삼았으니.

‘우마왕의 신성은 심장이 아니라, 더 중요한 현자의 돌에 자리 잡은 거야!’

우마왕의 신성은 심장이 아닌, 그보다 중요한 현자의 돌에 안착한 것이다.

시문은 즉시 인벤토리로 손을 집어넣었고.

‘역시. 사람은 보험을 들어놔야 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아껴두었던 이번 데뷔전의 보상.

‘특별 랜덤 박스’를 곧바로 오픈했다.

따르르르르륵.

익숙한 효과음이 들려온다.

시문은 다급한 눈으로 아공간 같은 박스의 내부를 응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갤럭시 아레나! 줄 게 없다면 제가 직접 요구를…….”

보상에 대해 먼저 요구하려던 찰나.

[플레이어 김시문에게 적절한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드디어 남들과 같은 메시지와 함께.

[특별 랜덤 박스의 보상으로 ‘파라켈수스의 인공 심장’을 지급합니다.]

박스 안으로 떠오르는 무채색의 심장.

그에.

‘파라켈수스한테 이런 것도 있었어?’

시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나 거기까지.

연금술의 성좌였으니, 이상할 것도 없겠다 싶은 시문은 얼른 그것을 들고.

파츠츠츠츠!!

요동치는 우마왕의 신성을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이것만을 기다렸다는 듯.

쩌억!

먹이를 노리는 슬라임처럼 쩍 벌어진 육체가 ‘파라켈수스의 인공 심장’을 집어삼켰다.

이내.

우우우우우웅!!

더 이상 연성 스파크가 아닌.

우마왕의 신성이 보이던 특유의 이명과 함께 어마어마한 빛이 폭사되었고.

그것에 파묻힌 시문은 일전에 딱 한 번 겪어보았던.

“아아……!”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희열에 감탄을 토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앞서 한번 겪어봤기 때문일까?

‘뀨웅이를 연성할 때 느꼈던 그 영역…… 그래. 이게 창조의 영역이자, 또 다른 진리구나…….’

어떤 것인지는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 시문.

그것을 깨닫는 순간.

[새로운 용종을 탄생시켰습니다.]

[용종의 명칭을 정해주십시오.]

일련의 메시지가 떠올랐고.

희열에 취해, 그것을 멍하니 보던 시문은.

“요룡족(妖龍族)…….”

본능적으로 흘러나오는 이름을 머금음으로써.

[용종의 명칭이 요룡족(妖龍族)으로 지정됩니다.]

[당신을 주시 중인 일곱 성좌가 감탄을 터뜨립니다.]

[성좌 제천대성이 안도와 환호를 토합니다.]

[선계의 성좌들이 갑작스러운 생명의 탄생에 눈살을 찌푸립니다.]

[요계의 성좌들이 갑작스러운…….]

[베다의 성좌들이 갑작…….]

[명계의 성좌들이…….]

[거계의…….]

잊혔던 신화가 새로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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