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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29화 (329/349)

제329화

329화. 예기치 못한 결과 (3)

투두둑.

소나기.

아니.

그보다 더 굵직하고 무게 있는 무언가가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린다.

시문과 달리 반투명한 형상일진대.

손오공은 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전신으로 두들겨 맞은 것처럼.

-형…… 님……?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쏟아져 내리는 이 비린 핏방울도 그렇지만.

태산과도 같던 거대한 우마왕의 육신이.

쿠구궁!

떨어져 내리는 핏방울보다도 처참히 무너져내리고 있지 않은가?

비록 반투명한 분신의 상태라곤 하나.

그로 인한 진동을 온전히 느끼는 듯.

-아…….

손오공의 금빛 눈동자는 평소와 같은 이글거림 대신.

불안정한 촛불처럼 흔들렸고.

흡사 운석처럼.

쿠웅!

떨어져 내리는 우마왕의 머리를 마지막으로.

-으아아아아아아!!!

비통에 젖은 울음소리가 발설지옥 전체로 퍼져 나갔다.

* * *

쿠쾅!

콰가각!

쉴 새 없는 폭음과 함께.

발설지옥 특유의 축축한 살점들이 허공을 비산한다.

그 때문일까?

-캬아아악!!

콰즈즉!

괴성을 머금고 튀어 오르는 살점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했고.

실제로 반투명한 분신임에도.

화아아아아!

손오공은 일대가 아지랑이로 일렁일 정도의 강렬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어느 미친놈이 감히……!”

이 초월적인 난동에 발설지옥의 주인 염라대왕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으나 그뿐.

일전에도 그랬지만.

우마왕의 봉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인지.

조각상에서 무너진 육신으로 변한 우마왕.

그리고 날뛰는 손오공을 보곤.

“쯧.”

분노를 토하는 대신 가볍게 혀를 찰 뿐이었다.

또한 천마와의 인연 때문일까?

“하여간에, 천둥벌거숭이 같으니. 제 옆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손오공에게 한심한 시선을 던진 염라는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러자.

스륵.

축지법처럼 공간이 좁혀지며, 시문이 그녀의 곁으로 나타난다.

갑작스레 염라의 곁으로 이동되었으나.

“감사합니다.”

시문은 놀람 대신 가벼운 감사를 표했다.

분신이라도 성좌급이 벌인 난동 아니던가?

염라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상황.

하나.

“흥. 감사는 무슨.”

염라대왕은 가볍게 코웃음을 칠 따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내 도움이 없어도 되지 않았느냐?”

손오공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음에도.

곁에 있던 시문은 여유롭게 그것들을 피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시문은 빙긋 미소를 지을 뿐.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신경 써 주셨잖아요.”

자신이 여유롭게 손오공의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들.

염라대왕이 친히 제 영역권으로 소환해 준 게 없던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어디까지나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니.

“감사를 표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감사를 표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것일까?

“저 원숭이가 저래 보여도 삼황오제는 물론, 석가께도 개기던 놈이다. 너 같은 필멸자는 자칫하다 훅 갈 수가 있어 그런 것뿐이야.”

염라대왕은 변명하듯 말을 내뱉었으나.

“그러니 감사를 표하는 거죠.”

또다시 부드럽게 답해오는 시문에.

“……누가 그놈이 후원하는 놈 아니랄까 봐. 혀 놀림은.”

고개를 홱 돌려 버리는 염라대왕.

검붉은 세상이라 그런 것일까?

거의 귀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왠지 모르게 그녀의 귀가 조금 붉어져 보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시문은 그런 염라대왕의 반응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콰가가강!!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폭음을 자아내는 존재.

손오공의 격노가 한결 짙어진 탓이었다.

‘많이 힘든가 보네.’

괜히 ‘형님, 형님’거렸던 게 아닌 것일까?

분신체라곤 하나.

이렇게 염라대왕이 직접 행차할 정도로 주변을 박살 내고 있음에도.

산산조각이 난 우마왕의 시신엔 일절 피해가 가지 않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우애가 깊은 사이였던 모양이다.

슬슬 진정되기 시작한 것인지.

쾅!

괴성과 폭음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빨리 추스르네요. 듣던 것처럼 무식하고 힘만 센 건 아닌가 봐요.]

때마침 침묵하던 닉스 역시 입을 열었다.

그에.

“고귀하신 밤의 여신을 뵙소.”

염라대왕이 처음으로 정중한 예를 표해온다.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든 것일까?

[오랜만이에요. 염라. 여전히 고혹적이시네요?]

염라대왕의 인사에 밝게 화답하는 닉스.

[하긴, 그러니 그 유명한 색마가 매번 돌아오는 거겠죠. 여전히 뜨겁더라구요?]

물론 특유의 나긋하면서도.

[열기가 이곳까지 다 느껴지던데…… 후후, 젊음이 좋긴 좋아요~?]

장난기 섞인 농담 역시 놓치지 않았고.

천하의 염라대왕도 태초신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일까?

“……여전히 짓궂으십니다.”

아까보다 한층 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염라.

하나.

‘색마?’

시문으로선 작금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당최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에.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이내.

“그나저나 닉스. 저 봉인에 대해선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겁니까?”

우마왕의 봉인에 관해 묻는 시문.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말들도 그렇고. 닉스는 우마왕이 이미 죽은 상태라는 걸 알고 있던 모양인데…….’

곁에 있는 염라대왕이야.

황제에게 모종의 일로 우마왕의 봉인을 직접 받았으니.

우마왕의 죽음에 대해 알고 있었어도 이상할 게 없다지만.

닉스는 우마왕의 봉인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존재 아니던가?

그러나.

[그럼요.]

괜히 태초신이 아닌 것일까?

[황제가 우마왕의 봉인을 처음 발설지옥으로 들고 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죠.]

처음부터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고 말해오는 닉스.

신기한 것은.

이번 일과 연관이 있는 염라대왕의 입장에선, 다소 섬뜩할 수도 있는 발언이건만.

“…….”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침묵한다는 것이다.

닉스가 이 일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물론.

[저번에도 말씀드렸잖아요? 이곳은 모든 저승의 시발점이라는 거.]

이어지는 닉스의 말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시문에게만 그러할 뿐.

-이봐. 다시 말해 봐.

당사자에겐 다른 것일까?

-당신 지금 형님께서 진즉…… 이렇게 되었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고 한 거냐?

어느새 감정을 추스르고 돌아온 손오공은 평소보다도.

-지금 그렇게 말한 거냐고!

화륵!

더욱 타오르는 금안으로 물었고.

[그래요.]

닉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황제가 우마왕의 봉인을 들고 이곳에 온 시점부터. 우마왕의 신성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소멸했다는 걸 알았죠.]

-거짓말!!

버럭 소리를 내지르는 손오공.

-당신이 아무리 태초의 할망구라지만! 봉인된 상태의 형님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알고 그딴 개소리를 하는……!

그는 성난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쳤으나 거기까지.

이곳의 그 누구도 그런 손오공의 성화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

듣지 못한다고 해야겠지.

불과 얼마 전에 두 자매의 격돌이 어디서 빗어졌는지 잘 아는 시문 아니던가.

하물며 같은 저승에 거주하는 염라대왕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자연스레 시문과 염라대왕의 얼굴이 굳어가던 순간.

[내가 착각했네요. 소문대로 무식하고 힘만 센 천둥벌거숭이가 맞았어요.]

-이 태초의 할망구가 뭐라는…….

또다시 언급되는 금기에.

쿠그그그그그!

발설지옥 전체가 뒤흔들린다.

이곳은 엄연한 염라대왕의 영역이고.

타르타로스에 접점이 있는 흑암지옥과의 거리가 상당할 텐데도.

스아아아아!

엄청난 기세로 솟아나는 밤의 기운.

시커멓고 별빛이 담긴 그 격류는 순식간에.

[그 온화한 석가가 왜 손까지 들었는지 알겠어요.]

닉스 본연의 모습과 거대한 주먹의 형태로 조형되었고.

곧바로.

[아주.]

쿠아아아앙!!

[매를.]

쩌어어어엉!!

[벌어요. 벌어!]

빠아아아악!!

손오공을 무참히 두들기는 닉스.

흡사 성좌 전용 압력 프레스에 내려 찍히듯.

찍소리도 못하고 다져지는 손오공에 시문과 염라는 슬쩍 고개까지 돌렸다.

어느 정도 화가 풀린 것일까?

[후!]

무척이나 후련한 얼굴로 숨을 내쉬는 닉스.

그녀는.

[어때요? 이제 좀 정신이 들어요?]

발설지옥 특유의 구조로 인해, 피 먼지가 가득한 곳을 내려다보았고.

-쿠, 쿨럭! 그래…….

피를 한 바가지나 토해 낸 손오공은 몸을 비틀거리며 답했다.

이제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제천대성. 당신의 형님이 죽다 못해, 소멸까지 가버린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에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잇는 닉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추모는 추후에 하더라도, 당장은 감정을 추스르고 앞으로 일을 생각해야죠. 이리 날뛸 것이 아니라요.]

한참 어린 젊은이를 타이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미안…… 내가 괜한 화풀이를 했어. 사과할게.

손오공 역시 진지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그래요. 그 모습이에요. 그래야 황제의 손아귀에 놀아나지 않는 거죠.]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는 닉스.

‘하긴, 자세한 내막까진 몰라도…….’

이를 듣던 시문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소멸까지 간 성좌의 육신을 저런 식으로 봉인시켜 둔 의도는 명백하지.’

신성을 제외하곤 소멸까지 이른 성좌.

그걸 굳이 봉인하여, 이곳 발설지옥의 심처에 꼭꼭 숨겨두고.

저렇게 봉인이 풀리면 산산조각이 나게끔 만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우마왕의 봉인을 해제할 자. 즉, 손오공의 멘탈 박살을 노린 거겠지.’

왜 지구에서도 있지 않은가?

고인 능욕.

혹은 모욕이라 불리는 그것은 고인과 관련된 이들에겐 더없이 끔찍한 일이었다.

하물며 그것이 우마왕을 죽인 존재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더불어.

‘그런 손오공이 큰 실수를 하길 바라고 있을 테고.’

관계야 어떻든 황제는 나름 손오공을 잘 알고 있을 터.

손오공의 성격상, 단신으로 선계를 쳐들어가는 등.

충동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높으니.

진즉부터 그것까지 노리고 판을 짜놨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쯧.”

시문은 인상을 슬쩍 찌푸렸다.

‘황제…… 확실히 듣던 대로 더러운 놈이군. 거기다 치밀해.’

지금껏 성좌들이 황제를 칭할 때 항상 따라붙던 수식어들.

그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짓거리였다.

이는 당사자 역시 잘 아는 것인지.

-당신 말이 맞아. 닉스.

입술을 질끈 깨물며, 주먹을 꽉 움켜쥐는 손오공.

-분명 황제 그 개자식은 내가 미쳐 날뛰길 바라고, 형님의 죽음을 저따위로 능욕한 거겠지.

그러나 그의 화안금정은 모든 것을 살라버릴 것 같던 아까와 달리.

화륵.

더없이 차분하며 안정적이었다.

이를 본 닉스는.

[후후. 과연 석가가 신경을 쓸 만하네요. 상으로 한 가지 알려 줄게요.]

만족스러운 미소를 걸치곤, 우마왕의 시신을 턱짓했다.

[비록 영혼과 근원까지도 소멸해 버렸지만, 우마왕의 신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렇긴 하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손오공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우웅.

희미한 이명과 함께 손오공의 손아귀로 피어오르는 빛.

구체의 형태를 띤 빛은 희한하게도 소의 그것처럼.

2개의 뾰족한 뿔을 달고 있었다.

-비록 잔재이긴 해도…… 이게 있는 한, 형님은 늘 우리 칠대성과 함께니까.

우마왕의 신성을 씁쓸하게 내려다보는 손오공.

하나 그의 해석이 잘못된 것일까?

[좋은 마음가짐이긴 한데.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닉스는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에.

-그럼 뭐야? 잠깐. 설마……!

화안금정을 거세게 피워올리는 손오공.

-당신은 타르타로스의 태초신이니까. 형님을 살려낼 수 있는 거야?!

하나.

[안타깝지만, 그 또한 아니에요.]

또다시 고개를 젓기만 하는 닉스.

[‘그’라면 모를까…… 아무리 태초신이라 해도. 잔재만 남은 성좌를 부활시킬 순 없는 노릇이죠.]

-쳇!

그 말에 손오공은 입술을 댓 발 내민 채.

닉스에게 따지려 했으나 거기까지.

[뭐, 거의 근접하긴 했지만요.]

-근접…… 했다고?

이어지는 닉스의 말에 멍하니 눈을 끔뻑였고.

이는 곁에 있던 염라대왕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밤의 여신이시여.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다소 해괴함이 섞인 얼굴로 닉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해 줄 마음이 없는 것일까?

[후후, 글쎄요? 저도 확신은 할 수는 없는 일이라서요.]

묘한 미소를 머금는 닉스.

그러나.

[저분은 저로서도 한 치 앞을 읽을 수 없거든요. 하지만 이건 확답해 드릴 수 있어요.]

천천히 어느 한쪽을 향하는 그녀의 시선과.

[그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손오공과 염라대왕.

두 성좌의 시선은 자연스레 닉스의 시선이 향한 곳.

“에?”

다소 멍한 얼굴로 눈을 끔뻑이는 시문을 향했다.

‘갑자기 나를 왜…….’

하나 잠시일 뿐.

‘잠깐.’

머릿속으로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고.

“아!”

그것이 닉스가 말했던 ‘가능성’과 같은 의미라는 걸 깨닫는 순간.

[후후, 맞아요. 이전의 우마왕을 ‘부활’시킬 순 없지만…….]

시문의 생각에 동의하듯.

[다른 의미로 살려 낼 순 있잖아요? 예를 들어 ‘탄생’이라든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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