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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24화 (324/349)

제324화

324화. 나도 있다 (1)

빛 한 점 존재하지 않는 암흑.

휘이이이!

머리칼과 옷자락을 펄럭이는 저승 특유의 서늘한 바람만이.

그리고.

[당신을 주시하는 여섯 성좌가 감탄을 표합니다.]

‘감탄? 이게 뭐라고 감탄을…….’

눈앞으로 떠오르는 성좌들의 반응만이, 시문이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이내.

‘잠깐.’

고개를 갸웃하는 시문.

이유는 간단했다.

‘여섯? 일곱이 아니라 여섯이라고?’

현재 자신을 주시 중인 성좌는 이번 미카엘의 합류로 총 7명 아니던가?

물론.

‘미카엘은 아직 칭호 왕들의 픽에 합류한 것까진 아니지만…….’

갱신형 칭호인 ‘왕들의 픽.’

합류하는 성좌들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왕들의 픽의 현 추가 스탯은 +6으로.

성좌 미카엘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상할 것도 없었다.

성궤를 연성했다곤 하나.

아직 그로 인한 미카엘의 미션을 수행하지 않은 상태이지 않나?

하나 그렇다 해도 이는 칭호 ‘왕들의 픽’에 한해서일 뿐.

자신을 주시하는 숫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텐데.

뭐, 아예 짐작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천마 때문인가 본데…….’

손오공의 머리털을 공양받아 강림한 천마.

비록 분신체라곤 하지만, 강림했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기에.

‘아직 발설지옥에 분신체가 남아 있는 모양이군.’

아직 그의 분신체가 활동하고 있어, 여섯 성좌로 표기되는 것이라 판단한 시문은.

“으하하하핫!”

이 끝없는 추락을 뚫고 들려오는 광소에 고개를 들었다.

함께 떨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18미터라는 거대한 체구 때문일까?

“으흐! 으하핫!”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연신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벨야치가 보였다.

그는.

“김시문. 어찌 염라대왕의 권속을 상대로 버티고, 천마까지 불러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절망적인 말의 내용과 다르게.

“그런 기행도 이젠 끝입니다.”

진득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하나 마냥 즐겁기만 한 미소는 아니었다.

“흑암지옥! 반신조차 꺼리는 이곳에서…… 필멸자가 미치는 건 순식간이니까요!”

10대 지옥의 마지막인 흑암지옥(黑闇地獄).

그것을 거론하는 벨야치의 입가엔 미친 사람, 혹은 짐승처럼.

진득한 침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에.

“확실히. 필멸자라면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피식 웃음을 흘리는 시문은 물었다.

“보아하니 반신인 기가테스는 아니고, 각성 거인인 요툰 같은데?”

지난 메인 아레나에서 만났던 반신의 거인족 기간테스.

그들에 비하면 요툰은 아무리 각성 거인족이라 한들.

다소 밀리는 감이 있었다.

본디 태생으로 종의 급이 나뉘듯.

각성 거인인 요툰과 날 때부터 반신인 기가테스는 급 자체가 달랐으니까.

용족으로 따지면 상급 용족 드락크 출신의 드라고닉과.

최상급 용족 드래고니안의 차이랄까?

물론 실력적인 측면만 놓고 보자면.

네메아의 골짜기에서 보았던 기간테스보다, 벨야치가 더 강하긴 했다.

그때 당시의 기간테스들은 다이아 랭크고.

눈앞의 벨야치는 마스터 랭크.

그것도 데뷔전의 참가자였으니까.

그러나.

“뭐, 나름 상급 이상의 요툰 같긴 하다만, 결국 요툰이잖아?”

결국 드라고닉과 진화종의 차이처럼.

요툰과 반신 역시 근본적인 차이를 지니고 있었고.

당연히.

“이 흑암지옥은 요툰인 너에게도 유효할 텐데?”

흑암지옥의 영향력에서 멀쩡할 수 없었다.

실제로.

“후후, 저희에 대해 제법 잘 아시는군요.”

웃음을 흘리는 태도와 달리.

벨야치의 얼굴이 점점 망가져 가고 있지 않은가?

하나.

“하긴, 묠니르의 사용자이니. 이상할 것도 없겠군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얼굴 근육이 점차 따로 놀기 시작하는데도.

여유롭게 말을 내뱉는 벨야치.

그는.

“당신의 말대로 저의 태생은 요툰인지라, 정신과 감각이 잠식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사시처럼 이리저리 나뉘는 눈의 초점을 간신히 잡고.

거대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더 정확히는.

“하지만 당신과는 엄연히 다른 실정이지요.”

그 큼직한 손아귀에 있는 시커먼 열쇠라고 해야겠지.

그것을 바라보던 벨야치는.

“제겐 이곳을 벗어날 기회가 있거든요. 물론…….”

뚝.

어느새 추락이 멈춰버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로지 암흑밖에 보이지 않았던 주변은 어느새.

“시왕께서 미천한 저에게 기회를 주셔야겠지만요.”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양풍 궁전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쿠궁!

18미터인 요툰 벨야치마저 소년처럼 보일 정도로.

[따로 전달받은 것이 없거늘…… 어찌 발설지옥에서 다음 지옥으로 가지 않고, 곧장 이리로 온 게지?]

거대한 존재가 단 한 걸음 만에 이곳까지 다가온다.

이면으로 이루어진 머리.

그리고 여러 개의 발에 거인족 뺨칠 만한 흉악한 외견과 육체까지.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존재가 이글거리는 4개의 눈에 시문과 벨야치를 담자.

[대체 어떤 흉악한 죄인이길…… 으음?]

자연스레 고개를 갸웃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눈앞에 두 존재는 10대 지옥의 순서를 따지기 이전에.

[산 자? 산 자가 어찌 이곳에……! 아니, 애당초 지옥에 어찌 발을 들인 것이냐?]

애당초 지옥에 어울리는 존재 자체가 아니었으니까.

하나 거구의 의문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거대한 체구보다도 훨씬 더 높은 동양풍의 궁전.

그 너머에서.

[되었다. 수문장. 문을 열거라.]

염라대왕에 못지않은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거대한 존재는 그 흉악스럽고 살벌한 외형과 달리.

[알겠습니다!]

얼른 답하며 제 뒤편에 자리한 궁전의 문을 쿵 두들겼고.

샘물에 돌을 던진 듯.

두들긴 궁전의 표면에서 둥근 파장이 메아리처럼 퍼져 나가더니.

시문과 벨야치의 일대 역시 거칠게 일렁였고.

어느새 거대했던 수문장과 궁전의 모습 대신.

스스스슥.

웅장하고 강직한 회랑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염라 녀석. 제 일은 어지간해선 남에게 넘기지 않았었거늘…….]

또다시 울리는 염라대왕에 버금가는 위압적인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거인족에 흑암지옥의 파편이라니, 어찌 이런 짓을…….]

아까의 그 큼직했던 수문장마저 우습게 여길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존재가 보였다.

그는 그 위압적인 목소리에 맞게.

철그렁.

전신을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해, 흡사 거대한 이동식 요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를 마주한 벨야치는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미천한 이가 오도전륜대왕께 인사를 올립니다.”

오도전륜대왕(五道轉輪大王).

10대 지옥의 마지막인 흑암지옥을 다스리는 시왕.

그의 궁전 안으로 들어온 여파 때문일까?

초점이 엇나가고 침을 질질 흘리던 얼굴에서 돌아와.

“저는 위대한 거신(巨神) 염제신농을 섬기는 요툰, 벨야치라고 합니다.”

평소처럼 지적이면서도 정갈하게 예를 차리는 벨야치.

그에.

[구태여 예를 차릴 필요 없다. 어찌 돌아가는 일인지는 대충 알겠느니.]

오도전륜대왕은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고작 손사래뿐일진대.

휘오오오.

가벼운 돌풍이 그에게서 펴져 나와, 시문과 벨야치의 머리칼을 휩쓸었다.

이내.

[아무리 염제신농이라지만, 이곳은 엄연한 저승의 영역이거늘.]

벨야치의 공손한 태도와 관계없이, 현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염라 녀석. 어찌 이승의 일에 관여를 해선…….]

쯧!

짧게 혀를 차곤.

안 그래도 무시무시한 얼굴의 미간을 더욱 찌푸리는 오도전륜대왕.

이를 본 벨야치는.

꿀꺽.

저도 모르게 목울대를 꿀렁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아무리 내게 흑암지옥의 파편과 염제신농의 성물이 있다곤 하지만…….’

그를 이곳 흑암지옥의 시왕궁까지 인도해주었던 흑암지옥의 파편.

그리고 강대한 상급 요툰의 육체마저 잠식하던 흑암(黑闇).

어찌 보면 그 악랄한 공허와 다를 바 없는 그것에서, 정신과 육체를 보호해 주었던 염제신농의 성물까지.

그 두 가지로 이곳 오도전륜대왕의 면전까지 도달했다곤 하나.

결국 그뿐이었다.

‘오도전륜대왕이 허락하지 않으면, 난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다.’

애당초 발설지옥은 염제신농이 그곳의 시왕인 염라대왕과 이야기가 되었기에.

나름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이고.

이곳 흑암지옥은 그저 상황의 악화로 인해 입장한 것 아니던가?

당연히.

[어리석은 요툰이여. 염라가 길을 허했다곤 하나, 이곳에 발을 들인 건 너의 선택이다.]

염제신농과 어떤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으며.

흑암지옥행을 허락한 염라대왕조차 작은 언질도 주지 않았으니.

[네가 그리 예를 차린다 하여, 나 오도전륜이 너의 어리석음을 사해 줄 의무는 없음이야.]

오도전륜대왕에겐 벨야치를 신경 써 줄 그 어떤 의무도 없었다.

오히려.

[감히 성좌들의 유흥을 빌미로. 산 자로서 멋대로 지옥을 어지럽힌 죄를 물으면 또 모를까.]

갤럭시 아레나가 규정해 놓은 영역을 벗어나.

이곳 흑암지옥까지 들어선 죄를 물었으면 모를까 말이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물론입니다. 오도전륜대왕이시여.”

여전히 정갈한 예를 차리는 벨야치.

서슬 퍼런 오도전륜대왕의 발언에 위축될 만도 하건만.

“전 감히 흑암지옥의 시왕께 그러한 무례를 범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도 없습니다.”

떨림 없이 말을 이어가던 그는 도리어.

“단지, 한 가지만 고려해주십사 하는 것이 있을 뿐이지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자신보다 수배는 거대한 존재.

오도전륜대왕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당당한 태도에 흥미가 어린 것일까?

[고려라?]

오도전륜대왕의 기암괴석 같은 눈썹이 한쪽으로 슬쩍 올라간다.

그에.

“예.”

눈을 반짝인 벨야치는 얼른 답했다.

“과거 삼황께선 시왕분들과 깊은 관계였다 들었습니다.”

[그래, 그러했지. 신농과도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우린 선계와 가까운 명계이니.]

강철 요새 같은 고개를 찬찬히 끄덕이는 오도전륜대왕.

하나 그뿐.

[그러나 이는 성좌로서도 까마득한 일. 네가 거론할 일이 아니다.]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고.

“물론입니다. 단지 전 염제신농께 깊은 은혜를 받은 몸, 그분에게 보은하기 위해 존재함을 알아 주십사 합니다.”

벨야치는 당황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은혜?]

그에 구미가 당긴 것일까?

[그 말인즉슨, 산 자의 몸으로 이 흑암지옥까지 오게 된 경위가 신농의 은혜를 갚기 위함이렷다?]

철통과도 같던 오도전륜대왕의 얼굴에 부드러운 곡선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예.”

벨야치는 얼른 고개를 숙이며, 긍정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아레나를 통해 검수지옥으로 입장하긴 했지만, 신농의 뜻에 따라 발설지옥까지 발을 들였습니다.”

실제로 벨야치는 염제신농의 임무를 받들기 위해, 데뷔전까지 포기하지 않았던가?

망자의 죄를 판가름하는 명부시왕인 만큼.

[그래. 진실이로다.]

필멸의 존재가 그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도 없었기에.

“대왕께서 이곳에 발을 들인 죄를 물으신다면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단지, 염제신농께 받은 은혜는 마저 갚게 해 주십시오.”

이어지는 벨야치의 말까지 모두 진심임을 확인한 그는.

[과연…… 충직하고 갸륵한 마음이로다!]

거대 요새 같은 외형과 맞지 않게,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당연히.

‘됐다!’

이를 본 벨야치는 속으로 쾌재를 내질렀다.

‘신농께선 오도전륜대왕은 은혜를 갚는 마음을 무척이나 중시한다고 하셨지.’

염제신농을 모시며 언젠가 들었던 성좌들의 이야기.

그중 나름 친밀한 사이였던 명부시왕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던 정성이 지금에서야 빛을 발하는 것이다.

‘신농을 모시는 나의 마음도 모두 진심이니. 일말의 거짓도 없다. 그러니…….’

벨야치는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뒤편에서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상황을 주시 중인 시문을 힐끔하곤.

‘난 이 흑암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만, 김시문 네놈은…….’

아주 미세하게.

‘여기서 끝이다.’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신농과는 확실히 연이 있기도 하고. 너의 깊은 충심 역시 갸륵하니…….]

잠시 말끝을 흐리며, 그 큼직한 손가락을 쿵쿵 두드리던 오도전륜대왕은.

[벨야치. 내 너의 보은을 허할 것이다.]

“시왕의 깊으신 아량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벨야치를 향해 고개를 슬쩍 끄덕이곤.

[하나, 김시문. 너는 아니 될 말이다.]

뒤편에서 묵묵히 서 있는 시문을 바라봤다.

[네가 비록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지니고 있다곤 하나, 지옥의 법도는 지엄한바.]

이미 벨야치의 사면을 허가했기 때문일까?

[응당 정당한 절차를 통해, 네가 어지럽힌 지옥의 위신을 바로잡을 것이다.]

정당한 절차를 논하며, 시문에 대한 재판을 거론하는 오도전륜대왕.

그에 벨야치의 입가엔 회심의 미소가 어렸으나.

“…….”

시문은 그저 묵묵히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이내.

“재밌네요.”

작은 미소를 머금은 시문.

사실 따지고자 한다면.

오도전륜대왕의 말에 항명할 만한 부분은 충분히 있었다.

‘염제신농과 명부시왕 사이에 친분이 있었을 줄이야…….’

벨야치가 오도전륜대왕이 중시하는 보은을 언급했다곤 하지만.

그의 사면엔 삼황인 염제신농과의 친분도 들어있지 않은가?

그러나 본디 인생처럼.

갤럭시 아레나 역시 공정하지 않은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법.

‘뭐, 성좌와의 친분도 능력이니까.’

그것이 가장 도드라지는 분야가 바로 성좌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나도 나름 누리기도 했으니…….’

또한 시문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나름의 이득을 봐오던 상황이었기에.

‘뭐라 할 이유는 없지.’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수긍할 따름이었다.

그래.

말 그대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수긍’ 말이다.

그러니.

‘이런 게 꼬우면…….’

이러한 상황이 전혀 불합리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나도 하면 되니까.’

꼬우면 나도 하면 되지 않는가?

그러한 마음을 그대로 담아.

스륵.

시문은 인벤토리에서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꺼냈고.

이를 본 오도전륜대왕은 눈매를 꿈틀했다.

[내 분명 말했을 터인데? ‘타르타로스의 조각’으론…….]

“압니다.”

감히 오도전륜대왕의 말을 끊어내는 시문.

그에 벨야치와 오도전륜대왕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저도 단지, ‘고려해 주십사’ 하는 부분이 있어서요.”

앞서 벨야치의 발언을 고스란히 인용하며.

사아아.

타르타로스의 조각에 사기를 부여하는 시문.

그에.

[참으로 어리석고 고약한지고! 이런 무지렁이가 어찌 그런 귀물을 얻었는지…….]

오도전륜대왕의 얼굴이 대놓고 찌푸려진다.

[재판을 하지 않아도 알겠도다. 이제 보니 타르타로스의 조각만 믿고 방자하게 살아온 자로구나!]

쿵!

그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주먹을 쿵 내려치며.

[타르타로스의 조각은 일종의 우상, 증표와 같은 것이다!]

어느 지옥의 야차처럼.

일갈을 내지르는 오도전륜대왕.

그럼에도.

[네놈의 사기를 부여한다 하여, 무언가가…….]

“그 또한 알고 있습니다. 단지.”

또다시 그의 말을 끊어내 버리는 시문.

“앞서 말했지만, 저도 ‘고려해야 하실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리려고요.”

그에.

이젠 벨야치마저 걸치고 있던 비웃음을 거둘 정도로.

시왕궁의 분위기가 내려앉는다.

‘미, 미친놈!’

어느새 새하얗게 질린 벨야치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고.

그의 경악대로.

[이 방자한……!]

오도전륜대왕의 격노가 터져 나오려는 순간.

뚝.

시간이 멈춘 것처럼.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던 오도전륜대왕의 거체가 거짓말처럼 멈춰 선다.

이는 착각이 아니라는 듯.

스스스스…….

처음 시왕궁에 도달했을 때처럼.

사방이 물결치듯, 일렁거리기 시작했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서, 설마……!]

오도전륜대왕의 거대한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렁거리는 공간.

그 중심에서.

“저번엔 스틱스를 통해서 오시더니. 이번엔 흑암지옥이라…….”

절로 눈이 감길 정도로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시문 님? 망자도 아니시면서, 이렇게 저승을 자주 들르면 곤란해요?”

감히 상상조차 못 한 존재가 걸어 나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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