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23화 (323/349)

제323화

323화. 발설지옥 (4)

관리자.

전생의 지구에서도 극히 드물게 나타났던 존재.

그마저도 메시지나 공지로 간접적으로 등장할 뿐.

시문으로서도 지난 길드전의 사태 때 말곤,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존재가.

-부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지요.

두 신왕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물론 몸소 행차하기엔 여러 제약이 있는 것인지.

-이 이상은 두 분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잘 아시잖습니까?

메시지의 형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정성은 분명하게 전달된 것일까?

[흥!]

“허허. 여전히 개입 하난 확실한지고.”

염라대왕은 짜증을.

천마는 다소 아쉬움을 표했으나 거기까지.

저벅.

관리자의 부탁대로 두 성좌는 한 걸음씩 걸음을 물렸다.

하나 놀랍게도.

분명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났을 뿐인데.

스스스슥.

두 성좌의 사이는 근 2미터에 가까울 정도로 죽 늘어났다.

이내.

시커먼 어둠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시문은 알 수 있었다.

고작 한 걸음씩 떨어진 두 성좌로 인해.

‘세상이…….’

망가졌던 세상이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마치 구겨진 그림을 쫙 펴는 것처럼.

파스스스.

거대한 충돌을 중심으로 말려들었던 세상이 쭉 펼쳐진다.

그러자.

휘오오오오…….

천마와 염라대왕.

두 성좌의 충돌 지점으로 보이는 시커먼 구멍.

달리 블랙홀로 볼 수 있는 거대한 구멍이 보였고.

“쯧.”

눈살을 슬쩍 찌푸린 염라대왕은 그 위명에 걸맞지 않게, 섬섬옥수와 같은 손을 저었다.

스륵.

시간이 되감기듯.

순식간에 메워지는 구멍.

이내 그것은 두 성좌가 충돌하기 전의 검붉은 하늘이 되었고.

그렇게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발설지옥을 훑은 염라대왕은.

“관리자의 정성을 봐서, 내 이번만큼은 참아 주마.”

이글거리는 검붉은 눈으로 천마를 노려봤다.

그녀의 팔이 또다시 허공을 젓자.

“검수지옥으로 통하는 문도 친히 열어 줄 테니. 당장 꺼져라.”

옆으로 공간이 갈라지며, 검붉은 차원문이 펼쳐졌다.

하나 시문이 손오공의 퀘스트를 완료해야 할뿐더러.

“허허. 내 아직 답을 듣지 못했거늘. 이리 축객령을 내리는가?”

앞서 천마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황제와 염제신농.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존재와 염라대왕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듣지 못했기에.

천마는 인자한 미소를 걸치고 있지만.

“안타깝지만 염라, 본좌가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라네.”

완곡한 거절을 표하였다.

그에.

“네놈이 정녕……!”

이글거리던 염라대왕의 눈이 한층 더 거세게 타오른다.

화아아아악!

그녀의 전신으로 또다시 아까와 같은 기세가 치솟았으나 거기까지.

-잠시.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멈추었던 메시지창이 다시 팝업되었고.

또다시 충돌하려던 천마와 염라대왕은 잠시 그 기세를 일축했다.

-지금 두 분의 충돌 이유가 바로 저 우마왕의 봉인 때문이지요?

관리자의 물음에도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응시하기만 하는 두 성좌.

하나 관리자 역시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었던 것일까?

-이 부분은 저희 측에서 적절한 중재가 가능할 듯싶습니다.

관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고.

그제야.

“무슨 개소리냐?”

조용하던 두 성좌 중 하나.

“너희 따위가 뭘 어찌 중재를 하겠다는 거지?”

염라대왕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말투처럼 몹시도 짜증이 어린 얼굴로 관리자를 흘겼고.

-간단합니다. 염라대왕께선 우마왕의 봉인지와 거인족 출신의 두 플레이어를 완전히 은폐하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 부분은 저희가 책임지고 은폐시켜 드리겠습니다.

이어지는 관리자의 말에.

“허허! 거참. 최근에 들어온 관리자인가?”

천마는 특유의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이는 웃음뿐.

“꽤 오랫동안 활동을 접긴 한 모양이군. 감히 본좌를 앞에 두고 그딴 소릴 지껄이다니.”

실로 살기와 패기가 가득한 천마의 미소는 멀리서 지켜보는 시문으로서도.

오싹!

전신이 슬쩍 떨릴 정도로 강렬했다.

당연하게도.

-부디 고정하시지요. 앞서 전 적절한 중재를 언급했고. 당연히 천마께서도 만족하실 조건을 준비했습니다.

관리자는 곧바로 천마에게도 중재안을 펼쳐 보였다.

-천마께서는 염라대왕께서 어찌 삼황오제의 염제신농과 황제 공손헌원. 두 성좌분과 연이 맞닿은 것인지 궁금하신 것 아닙니까?

꽤 만족스러운 내용이었을까?

“그렇지. 더 정확히는 어찌 공손 놈에게 봉인된 우마왕이 여기 있는지.”

기세를 잠재운 천마는 태산같이 거대한 조각상.

우마왕의 봉인을 바라봤다.

“한데도 어찌 염제신농의 아랫것들을 저 봉인에 접근시키는지가 궁금한 게지.”

그에.

“하!”

대번에 터져 나오는 염라대왕의 헛웃음.

그러나 그녀가 천마에게 뭐라 하기도 전에.

-맞습니다. 그 부분 역시 저희가 풀어 드리겠습니다.

관리자는 한발 앞서 나섰다.

-단, 이는 오직 천마님께만 개인적으로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의외의 답이었을까?

“호오? 정말 알려 주겠다는 겐가? 아니, 애당초 너희도 이 일을 알고는 있었다는 게로군?”

천마의 눈엔 대번에 이채가 어렸고.

반대로.

“누구 마음대로!”

염라대왕은 대번에 눈에 불을 켰다.

“관리자라길래 들어 주었다니.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구나!”

하나.

나름의 할 말이 있는 것인지.

-고정하시지요. 엄밀히 따지자면 규율을 어긴 것은 염라대왕이시지 않습니까?

관리자는 저자세였던 아까와 달리.

무조건적으로 숙이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고.

“헛소리! 난 갤럭시 아레나와 일절 관련이 없다! 관리자란 놈이 그 사실도 모른단 말이더냐!”

그에 염라대왕이 노성을 터뜨렸다.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관리자의 시선.

정확히는 메시지창이 염라대왕에게서 조금 틀어, 그 뒤편을 향한다.

태산같이 거대한 소인간의 조각상.

우마왕의 봉인을 바라본 관리자는.

-‘저것’이 어찌 이곳에 있는지. 정녕 하나하나 따져 보실 생각이십니까?

우마왕의 봉인을 ‘저것’이라 강조하며 되물었고.

“이……!”

염라대왕은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그뿐.

노기를 감추지 못해 몸을 파르르 떨지언정.

그 어떤 반박이나 대답도 내어놓지 못했다.

이를 보던 천마는.

“허허! 고것 참. 염라? 내 자네의 상황은 잘 모르네만.”

허허로운 웃음을 흘리며, 신선과도 같은 수염을 쓸어내렸다.

물론.

“적당히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 황제 놈과 관련이 있다면…… 어지간히도 구릴 텐데 말이지.”

그의 눈은 현숙함이 아닌, 잔혹감으로 가득했지만 말이다.

천마의 말대로.

이대로 상황이 깊어지면 불리하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하면.”

염라대왕은 치밀던 노기를 가라앉히고.

“저 추악한 색마 놈에게만, 이 일의 전말을 고하겠다는 것이냐?”

관리자의 중재에 대해 한 걸음 물러났고.

-그렇습니다. 물론 천마께도 누설 방지에 대한 맹세를 받을 참입니다.

“허어? 감히 본좌의 입을 틀어막겠다?”

반대로 천마가 반문하자.

-저흰 그저 이번 일로 천마께서 ‘정당하게 요구’하시는 의문점에 대해 풀어 드리는 것뿐입니다.

곧바로 그를 향해 돌아보는 관리자.

-애당초 이 충돌의 이유가 말씀하신 저 의문점 때문이 아닙니까? 아니면…….

잠시 말끝을 흐린 그는.

-혹여 ‘다른 목적’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까 염라대왕에게 그랬듯이.

‘다른 목적’이라는 말을 강조했고.

“이거 재밌구먼.”

이를 본 천마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관리자라곤 하지만, 감히 본좌를 취조한다라…….”

그저 뒷짐을 쥔 채.

톡톡.

제 손가락을 일정하게 두드리는 천마.

평범한 노인 하나가 흔히 보일 만한 행동에 불과할진대.

어째서일까?

“…….”

-…….

염라대왕과 관리자의 얼굴에는 짙은 긴장감이 내렸다.

물론 이는.

‘……엄청나군.’

상황을 주시 중이던 시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기세나 감정도 보이지 않는데……. 전신의 근육이 절로 경직됐어.’

현재 시문이 드래고노이드를 한 상태임을 돌이켜본다면.

작금의 천마가 보여 주는 분위기는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었다.

그때.

‘음?’

착각이었을까?

어째서인지 저 위험천만한 분위기와 다르게 스치듯.

천마의 시선과 잠시 맞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좋네.”

영문 모를 위기감이 사라지고.

“내 그리하도록 하지.”

다시 평소의 현숙함과 허허로운 미소를 걸치는 천마.

그는.

-감사합…….

“단.”

관리자의 말을 끊어내며.

“염라대왕은 갤럭시 아레나, 그리고 이번 일과 어떤 관계도 없다고 했으니.”

염라대왕을 바라보았고.

“앞으로 이곳에서 벌어질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말아야 할 것이네.”

이게 무슨 뜻인지 눈치챈 걸까?

“무슨 개소리를!”

염라대왕은 곧바로 반박하려 했으나 그뿐.

“본인의 입으로 일관되게 언급하지 않았는가? 자네는 저것의 그 무엇과도 관계가 없다고 말일세.”

곧 이어지는 천마의 반박과.

“설마…… 거짓인 겐가?”

스산함으로 얼룩지는 천마의 눈빛에.

빠득.

이를 갈았으니 거기까지.

자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관리자와 천마.

두 존재의 시선에.

“……그럴 리가.”

한동안 두 눈을 지그시 감던 그녀는.

“천마. 너의 말대로 난 우마왕의 봉인도, 그리고 저 거인 놈들과도 일절 관계가 없다.”

결국 항복 의사를 표했고.

“크하하하핫!”

쿠르르르르.

대기를 진동시킬 만큼 강렬한 대소를 터뜨린 천마는.

“그래! 그렇지! 명색의 발설지옥의 시왕이자, 명부시왕의 수장인데. 감히 거짓을 고하겠나?”

잔혹한.

그리고 승리감에 도취된 시선으로 염라대왕을 내려다보았고.

모욕감에 두 주먹을 불끈 쥔 염라대왕은.

“천마……. 이는 네놈에게도 적용되는 일이다!”

나지막한 저항을 했으나 그뿐.

“물론일세. 그대의 청렴함을 알았으니. 당연히 물러나야지.”

시문을 흘낏한 천마는 유들유들하게 걸음을 물릴 뿐이었다.

* * *

두 성좌가 물러나서일까?

“꺼헉!”

“크읍!”

눌린 쥐포처럼.

쿠궁.

꼼짝도 하지 못했던 두 거인족의 육체가 드디어 자유를 되찾는다.

하나 기껏 되찾은 자유에도.

룽트니르와 벨야치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이러면…….”

“음…….”

염라대왕과 천마.

두 신왕급 성좌의 충돌과 관리자의 개입.

그리고 중재까지.

그저 신왕급 성좌의 존재감에 땅에 처박히기만 했을 뿐.

저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는 고스란히 들은 상태가 아니던가?

해서.

“여, 염라대왕이시여. 정말 이대로 물러나실 겁니까?”

검수지옥에서 발설지옥으로 넘어오는 루트부터.

발설지옥의 심처인 이곳 우마왕의 봉인지의 안내까지.

“신농님과 약속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염제신농과의 접선으로 자신들을 돕기로 했던 염라대왕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상태였으니까.

그 불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

물러난 염라대왕은 침묵할 뿐.

어떤 답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에.

“이!”

룽트니르가 성을 높이려는 순간.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벨야치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룽트니르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일 텐데.

“성좌분들 사이의 약속은 단순한 말뿐만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도리어 한 걸음 내디디며, 차분히 말을 잇는 벨야치.

그에.

“그렇다.”

침묵하던 염라대왕이 입을 열었다.

“하면 지금의 판단은 염라대왕께 어떤 손해가 주어지겠지요.”

“그 또한 그렇다.”

“그렇다면…….”

말끝을 잠시 흐리는 벨야치.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염제신농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

그의 말이 이어지던 순간.

파츠측.

웬 번갯불이 튀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치이익!

곧바로 모든 힘을 끌어올리며, 허연 김을 전신으로 내뿜는 룽트니르와 벨야치.

특히 벨야치보다 뒤에.

그리고 날아드는 공격보다 가까이 있던 룽트니르는 즉시.

“어림없……!”

우웅!

특성과 강기.

그리고 거인족 특유의 기운인 거력(巨力)이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

앞선 두 신왕급 성좌들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쿠아아앙!

마스터 랭크대 플레이어가 내기엔 다소 격 높은 일격이 허공을 가른다.

하나 거기까지.

파직!

푸른 번갯불을 휘감은 망치.

그리고.

우웅.

그 망치 위로 어린 묵색의 강맹한 기운이 맞닿는 순간.

콰자자자작!!

섬뜩한 파육음과 파골음이 터져 나온다.

이어.

그 부산물로 보이는 뼈와 살점들이 푸른 뇌기를 머금은 채.

후두둑.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렸고.

“…….”

그 잔여물을 맞은 벨야치는 두 눈을 부릅뜬 채.

18미터에 달하는 룽트니르.

아니.

이젠 주먹부터 상반신의 대부분을 잃고, 고작 10미터의 크기가 되어 버린 룽트니르가.

쿠구궁…….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하나 이는 잠시일 뿐.

그간 냉철함이 돋보였던 벨야치답게.

얼른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낸 그는.

“염라시여! 부디 허락을!”

웬 시커먼 형태의 인장 하나를 꺼내 보였고.

“그건…….”

이를 본 염라대왕의 눈이 커지는 것도 잠시.

뭐라 말을 이으려 했으나.

파츠츠측!

또다시 들려오는 묠니르의 뇌기와.

“어서!!”

감히 신왕급 성좌인 그녀에게 언성을 높이는 벨야치의 모습에.

“뭐, 나야 손해 볼 것은 없지. 좋다.”

픽 잔혹한 웃음을 흘리곤.

“이걸로 염제신농과의 약속은 지킨 것이다.”

즉시 허공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휘오오오오오!

처음 그녀가 진신을 드러냈을 때처럼.

벨야치의 주변에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그가 쥐고 있는 시커면 인장으로 빨려든다.

동시에.

파츠츠측!

시문이 쥔 묠니르가 날아들었고.

“으핫! 이미 늦었습니다!”

지금껏 보이지 않던 광소를 터뜨린 벨야치는.

“저와 함께 가시지요! 영원한 무저갱으로!!”

광기 어린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와 함께.

스륵.

벨야치와 시문, 그리고 반신만 남은 룽트니르까지.

일대에 있던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일대에 작은 침묵이 내려앉는다.

어느새 둘을 중재했던 관리자는 모습을 감추었고.

시문과 벨야치가 사라진 지점을 가만 보던 염라대왕은.

“왜 안 막은 거지?”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허. 자네라면 연자에게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나? 거기다…….”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천마.

“언약을 깨는 덴 꽤 거슬리는 제약이 주어지지 않나? 그대가 힘든 모습은 보고싶지 않다네.”

“하! 능글거리긴.”

그의 대답에 코웃음을 친 염라대왕은 입술을 비죽였다.

“분명 타르타로스의 조각을 지니고 있으나 그뿐이다. 천마. 저곳에서 죽지는 않겠지만…… 필멸자의 정신으론 감히 버틸 수 없음이야.”

하나 그런 염라대왕의 말에도.

천마는 특유의 허허로운 웃음을 흘릴 따름이었다.

“웃어?”

그에 염라가 눈매를 꿈틀하자.

“정말 아레나에 관심이 없긴 한가 보군. 저것을 누가 주었는지 전혀 모르는 걸 보니.”

“뭐라?”

영문 모를 미소를 흘리며 답하는 천마.

그는 염라대왕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나저나. 아직 원숭이 놈의 인과도 남아 있는데……. 어떤가?”

능글맞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고.

“오랜만에 염라궁에서 단둘이. 오붓하게 쌍화차라도 한잔하는 것이?”

“정말 여전하구나. 감히 이 발설지옥에서 그놈의 혓바닥을 잘도 놀리다니.”

“허허! 본좌의 혀 놀림은 천마신공에도 뒤지지 않지. 그건 염라…… 그대가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보다 더 음흉해지는 천마의 시선에.

“……개 같은 새끼.”

염라는 몸을 홱 돌려, 검붉은 차원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물론.

우웅.

그 후로도 차원문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고.

이를 본 천마는.

“허허! 그럼 다들 저쪽으로 시선을 돌리시게나.”

묘한 미소로 시문과 벨야치가 사라진 쪽을 턱짓하곤.

“이 이후로 더 관람하다간, 지옥 간다네.”

염라대왕의 차원문 속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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