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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플레이어의 신화급 무기창조-320화 (320/349)

제320화

320화. 발설지옥 (1)

검붉은 세상.

지옥이라는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그 색감 아래로.

츄르륵.

꾸륵.

질척하면서도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맞춰.

끄어어어…….

크허러아학!

구강의 구조.

혹은 혀나 턱이 망가진 듯한 비명이 사방에서 메아리쳐왔다.

그리고 꼭 산의 중턱처럼.

유달리 높고 질척이는 살점 위에 자리한 백금의 용인.

“참 독특한 세상이네.”

시문은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물컹하고 질척한 감촉에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아레니아 방송이라곤 하나.

전생에서 나름 여러 맵과 차원들을 겪어본 시문이었지만.

‘매끈한 살점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니…….’

온통 이러한 것으로 이루어진 차원은 처음 이었으니까.

뭐, 이상할 것도 없었다.

‘전생에서도 십대지옥은 검수지옥이랑 도산지옥, 한빙지옥이 끝이었지.’

애당초 지옥이라는 맵 자체가 대부분 챌린저 랭크부터 등장했기에.

전생에서도 단 3곳만 등장할 만큼, 등장 확률부터가 상당히 희박하지 않던가?

한데도.

“고작 마스터 데뷔전의 참가자가 여길 왔단 말이지?”

챌린저보다 한 단계 낮은 그랜드 마스터 랭크도 아니고.

고작 마스터 랭크, 그것도 갓 승급한 데뷔전의 참가자가 들르다니?

이는 아무리 아레나 최상위 종족인 거인족이라 한들.

상당한 리스크를 동반하는 행위였다.

따라서.

‘아마 검수지옥에서의 발설지옥석처럼. 이곳에서도 버틸 나름의 대비책이 있는 모양인데…….’

그 위험성을 해소시켜 줄 만한 대비책이 있을 것이 분명할 터.

그러니.

‘딱히 마스터 랭크의 거인족이라고 무서울 건 없지만, 최대한 조심히 접근하는 게 좋겠지.’

무력적으로 자신이 있더라도.

일단 기척을 죽이고 최대한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옳았다.

‘놈들이 굳이 데뷔전까지 버려가며, 발설지옥까지 온 이유도 알아봐야 하니까.’

다행히도.

시문에겐 기척을 숨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있지 않던가?

따악.

곧바로 튕겨지는 손가락.

그리고 그 위로.

스으으.

음산함을 품은 잿빛의 기운.

사기가 삽시간에 모여들더니, 왕관과도 같은 투구의 형태로 조형되었다.

죽음의 성좌 하데스의 투구인 퀴네에.

“이걸로 은신은 됐고…….”

따악.

그것을 머리에 쓴 시문은 또다시 손가락을 튕겼고.

쿠르릉!

갑작스러운 천둥소리와 함께.

한 줄기의 벼락이 시문의 손아귀로 내리꽂혔다.

하나 지금까지 사용했던 신왕 제우스의 무구인 아스트라페와는 그 형태가 아예 달랐다.

파직!

푸른 번갯불이 아른거리는 망치.

전생의 노르웨이 출신 하이랭커 중 하나였던 마그너스가 사용했던 무기이자.

아스가르드의 상위서열 성좌 토르의 무구인 묠니르였다.

파츠측.

시문은 연신 스파크가 일어나는 묠니르를 내려다봤다.

‘묠니르는 기본적으로 거인족에 한해서, 말도 안 되는 공격력을 보여주지만…….’

전생의 묠니르의 주인이었던 마그너스.

그가 거인 학살자라 불리게 된 것은, 단순히 거인족에 대한 막대한 공격력을 지녀서만이 아니었다.

‘회수 기능이랑 거인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추적 기능도 달려 있지.’

묠니르를 던지거나 잃어 버렸을 때의 회수.

그리고 어느 정도 제한은 있지만, 거인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까지 겸비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나.

‘여기 발설지옥에 입장한 거인은 바로 특정이 가능하니까.’

이곳 발설지옥에 발을 들인 살아 있는 거인은 딱 정해져 있지 않은가?

“자, 묠니르? 가서 찾아봐.”

거인족을 찾고자 하는 의지.

그것을 담아, 전방으로 가볍게 묠니르를 내던지자.

후웅.

묵직한 파공음을 머금은 묠니르가 죽 날아가더니.

갑자기 허공에서 뚝 하고 멈춰 섰다.

그러곤.

츠측.

작은 스파크를 머금으며, 무언가에 이끌리듯.

머리 부분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파직!

갑작스레 격렬한 스파크를 내뿜었고.

‘찾았나 보군.’

그것이 목표를 성공적으로 찾아낸 것임을 직감한 시문은.

파앙.

에어워크를 밟으며, 어느새 한쪽으로 날아가는 묠니르의 자루를 붙잡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파츠츠츠측!

엄청난 뇌기를 내뿜으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묠니르.

그 자루를 쥔 시문은 조금이지만.

“어……?”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광석화라 해도 부족함이 없는 속도로 날아가는 묠니르.

그 자루를 쥔 손아귀에서.

파직.

‘이거 좀 따끔한데?’

약간의 따끔함을 느끼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대체 왜지?’

시문의 얼굴엔 의문이 서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네메아의 사자를 잡던 당시엔 멀쩡했는데?’

지난 메인 아레나인 ‘네메아의 골짜기.’

그곳에서 만난 기간테스들과 네메아의 사자에게 묠니르를 사용했을 당시엔.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았던가?

심지어.

‘아스트라페랑 아르스 마그나로 융합까지 시켰는데도. 아주 멀쩡했는데…….’

또 다른 신화급 무구인 아스트라페와 융합해, 아르스 마그나인 ‘두 뇌신의 불협화음’을 사용했을 때도.

시문에겐 어떤 통증이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었다.

한데 고작 정전기 정도의 수준이라지만.

갑작스레 통증이 느껴지다니?

그에.

‘전생의 마그너스처럼 야른 그레이프르라도 연성해야 하나?’

시문이 토르의 또 다른 신화급 장비인 야른 그레이프르를 생각하는 순간.

[성좌 토르가 ‘하! 그것 보게. 내 뇌기도 대단하지 않나?’ 코웃음을 칩니다.]

시문의 눈앞으로 성좌 토르의 반응이 떠올랐다.

그는 지금의 상황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지.

[성좌 토르가 ‘제우스! 보고 있소? 내 비록 상위서열 성좌이긴 하나, 그대에 뒤지지 않는 뇌신이오!’ 가슴을 탕탕 칩니다.]

어딘가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여왔으나 그뿐.

반격은커녕.

[성좌 제우스가 ‘쯧. 누가 상위서열 아니랄까 봐…… 격 떨어지는군.’ 가볍게 혀를 찹니다.]

[성좌 토르가 ‘뭐, 뭐라?!’ 콧김을 훅 내뿜습니다.]

제우스의 반응에 곧바로 눈이 뒤집히는 토르.

하나 올림포스의 신왕인 그에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지.

[성좌 제우스가 ‘이 아이의 연성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더 강한 묠니르를 연성한 여파일 뿐이거늘.’ 토르를 내려다봅니다.]

제우스는 흔들림 없이 말을 이었고.

[성좌 토르가 ‘하! 말 잘하셨소. 그렇게 따지면 당신의 아스트라페도 마찬가지지 않소?’ 코웃음을 칩니다.]

토르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성좌 토르가 ‘한데 그쪽의 뇌기는 어떤 타격도 없지. 격이 떨어지는 것은 오히려 그쪽이 아니오?’ 비죽 입꼬리를 끌어올립니다.]

[성좌 제우스가 ‘하! 내가 일일이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 한숨을 푹 내쉽니다.]

이내.

[성좌 제우스가 ‘잘 들어라. 나의 아스트라페는 이 아이가 자주 다루기도 했고, 뇌기임에도 안정성이 상당하지.’ 한심한 시선을 보냅니다.]

[성좌 제우스가 ‘그에 반해 너의 묠니르는 자주 사용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주인인 네놈조차 장갑을 낄 정도로 오로지 파괴를 위한 무식한 무구라 그런 것이다.’ 이젠 시선조차 보내지 않습니다.]

제우스의 극딜에 아예 대꾸조차 하지 못하는 토르.

[성좌 오딘이 ‘제우스? 네가 이해 좀 해. 애가 맨날 쌈박질만 하다 보니까. 머리가 많이 부족해.’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딘의 한숨에 한동안 침묵하던 토르는.

[성좌 토르가 ‘그…… 김시문? 앞으로는 나의 묠니르도…… 좀 애용해 주겠나?’ 축 처진 채, 힘없이 말을 건넵니다.]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필멸자인 시문이 보아도 안타까운 반응을 보내왔고.

“어…… 노력하겠습니다.”

애써 손을 내민 시문을 끝으로.

[성좌 토르가 ‘정말 고맙네!’ 눈치를 살피며 슬쩍 미소를 짓습니다.]

[당신의 다른 성좌들이 헛웃음을 흘리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토르의 수모는 끝을 맺었다.

그에.

‘토르면 상위서열 중에서도 나름 격이 있는 성좌일 텐데……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다소 안타까운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시문.

이내.

‘그래도 뭐, 의도치 않게 묠니르가 따끔한 원인은 알게 됐네.’

정작 주인인 토르마저 장갑을 껴야 할 정도로 파괴에 치중된 무구.

연성 수준이 높아져, 그 파괴적인 힘이 다소 삐져나오긴 했으나.

‘다행히 아직까지는 정전기 수준이니…….’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니.

꾸준히 사용하여 묠니르의 뇌기와 친숙해지면.

야른 그레이프르까지 연성해야 하는 상태까진 가지 않을 터.

‘앞으로 벌어질 거인족과의 전투를 대비해서라도, 묠니르를 애용해 줘야겠어.’

시문은 묠니르의 애용을 다짐하곤.

파츠측!

허공을 주파하는 묠니르에 몸을 맡겼다.

* * *

스르륵.

천이 하늘거리듯.

검은 상복의 존재가 바닥을 쓸며 나아간다.

그 뒤로.

쿵.

분명 질척거리는 살점과도 같은 바닥이건만.

쿵.

묵직한 진동을 자아내며, 발걸음을 옮기는 두 거인.

그중.

“이봐.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유달리 험악하게 생긴 거구가 입을 열었고.

체급 차이만 하더라도 2배는 훌쩍 넘을진대.

[다물어라.]

싸늘하게 답하는 검은 상복의 존재.

기다란 관모 아래 입만 툭 드러낸 그는 나아가던 움직임을 멈추곤.

[비록 염라께서 명하셨다곤 하나, 고작 마스터 랭크 수준의 버러지 주제에…….]

두 거인을 흘낏 돌아봤다.

어째서일까?

분명 기다란 관모 아래 창백한 입만을 툭 드러내었을진대.

[감히 염라의 권속인 나와 말을 섞으려 하는가?]

어째서인지 경멸이 가득한 시선마저 느껴지게 하는 염라대왕의 권속.

그에.

“이…….”

험악한 인상의 거인.

룽트니르는 치솟는 치욕감에 슬쩍 몸을 떨었으나 그뿐.

명부시왕은 모두 성위서열의 성좌일뿐더러.

염라대왕은 그중에서도 신왕급에 준하는 성좌 아닌가?

당연히 그의 권속에게 함부로 말을 붙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고.

이곳은 염라대왕의 영역인 발설지옥.

즉, 그의 권속이 제약 없이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빌어먹을!’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킨 룽트니르는.

“심기를 거슬렀다면 사과하겠소.”

애써 그 큼직한 고개와 자존심을 굽혔다.

한데도 성에 차지 않는 것일까?

[말귀를 못 알아먹는 놈이로군. 하긴 거인족이 다 그렇지.]

코웃음을 치며 돌아선 염라대왕의 권속은.

[쯧! 염라께선 대체 왜 이런 무지한 것들과…….]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거인족으로선 한없이 치욕스러운 행진 끝에.

[이곳이다.]

드디어 염라대왕의 권속이 내뱉는 경멸과 걸음이 멈추었다.

거대하다 못해, 태산을 연상시키는 소인간의 조각상.

룽트니르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쿵.

얼른 소인간 조각상을 향해 다가갔으나 거기까지.

투웅!

“읏.”

거인족.

심지어 그랜드 마스터 출신인 그의 육신을 밀어내는 반발력에 눈을 동그랗게 떴고.

[멍청하긴. 이래서 거인족이란…….]

염라대왕의 권속은 또다시 경멸을 내뱉었다.

태산과도 같은 소인간의 조각상.

그것을 흘낏한 그는.

[설마 저것이 봉인인지도 모르고, 예까지 걸음 한 것은 아니겠지?]

비교적 지적으로 생긴 다른 거인.

벨야치를 바라봤고.

그런 권속의 평가대로.

“물론입니다. 또한 신농께서 이번 일에 맞는 힘을 친히 내려주셨습니다.”

벨야치는 품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의 불씨 조각을 꺼내 보이며 깍듯한 예로 답했다.

그 태도가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흥. 거인족이 전부 무식하기만 한 건 아니로군. 하긴, 명색에 아레나 최상위 종족인데. 너 같은 이도 있어야겠지.]

조금이지만.

경멸을 덜어낸 염라대왕의 권속이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며.

[염라께서 내리신 명은 이곳까지의 안내뿐이었으니. 나는 이만…….]

몸을 돌리는 순간.

[누구냐!!]

지금까지 싸늘하기만 하던 그의 목소리가 급속도로 높아진다.

단순히 목소리만 높아진 것이 아니었다.

끼아아아악!

귀곡성(鬼哭聲).

딱 이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그 목소리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날아갔고.

그 귀곡성이 일그러뜨린 영역의 중심에서.

스륵.

웬 2미터의 형태 하나가 흐릿하게 잡혔다.

하나 귀곡성이 지나가자, 다시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추었고.

[이 건방진…….]

자신의 귀곡성을 버텨냈다는 사실 때문일까?

불쾌감만 표하던 이전과 달리.

명백한 노기를 표한 염라대왕의 권속은.

[오냐. 쥐새끼야. 공간째로 도려내 주마!!]

흠칫!

곁에 있던 두 거인이 절로 몸을 파르르 떨 정도로 강렬한 노기를 토하더니.

곧바로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쩌저저적!

물건에 부딪힌 유리처럼.

순식간에 금이 가 버리는 공간.

이내.

쨍그랑!

금이 간 공간은 곧바로 깨져나갔고.

별 하나 없는 우주를 떠올리듯.

텅 비어버린 검은 공간의 중심으로 웬 백금색의 용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

[어, 어떻게…….]

창백한 입을 슬쩍 벌리는 염라대왕의 권속.

무리도 아니었다.

‘고작 용족 따위가 어찌 나의 권능을 버틴단 말인가……!’

신왕급의 성좌.

염라대왕의 권속이 바로 자신 아니던가?

심지어 이곳은 그가 가장 강력한 힘을 부릴 수 있는 발설지옥이거늘.

어찌 한낱 용족 따위가 공간마저 찢어발긴 일격을 버틴단 말인가?

이어.

“아, 아니?!”

“저놈은!”

저 백금의 용족의 정체를 아는 것일까?

“저놈이 어떻게 여기에!”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는 룽트니르와 벨야치.

그러나.

“뭔 짓거릴 하려고 데뷔전도 포기하고, 여기까지 왔나 했더니…….”

정작 당사자인 백금의 용인은 이 세 명의 존재에겐 관심도 없는 것일까?

그는 그저.

“이거 졸지에 날로 먹게 됐네?”

태산과도 같이 거대한 소인간의 조각상을 묘한 미소로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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